소설리스트

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426화 (426/615)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무의식적으로 까톡을 확인했다.

김세정 : 안 들켰지?

박우진 : 당연하지.

김세정 : 굳.

어제 새벽에 마지막으로 나눈 대화 이후로 깨끗한 메시지창.

그 말은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혹시 모르니 인터넷에 '김세정'을 검색해봤다.

역시나 팬미팅 했다는 일부 인터넷 기사말고는 어떤 정보도 나오지 않았다.

"카모플라쥬를 쓰고 나왔는데 들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긴 하지."

cctv도 못잡는 무적의 기술인데.

조금이나마 잡고있던 긴장의 끈을 놓았다.

그럼 슬슬 학교 갈 준비나 해볼까.

침대에서 딱 일어나려는 순간 진동이 한 번 울렸다.

위이이잉...

무슨 일이지?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는데 혹시 김세정인가?

확인을 해보자 다른 사람의 이름이 떠있었다.

그와 함께 조금 긴 장문의 글이 도착했다.

-채아 누나 : 오늘 야근하는 거 잊지 않았지? 어제는 희진이랑 단둘이 하느라 힘들어 죽는 줄 알았는데... 오늘 그만큼 부려먹을 거니까 준비 단단히 해.

야근. 전세계에 이 단어를 좋아하는 사람은 결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근데 이렇게 가슴 크고 예쁜 여상사랑 함께라면 언제든지 환영이다.

아주 기쁜 마음으로 답장을 날렸다.

-박우진 : 당연히 알고는 있는데 이런 아침부터 웬일이에요?

-채아 누나 : 응? 안 자고 있었구나?

-박우진 : 누나야말로 왜 깨어 있어요. 평소에는 12시 좀 넘어서야 일어나면서.

-채아 누나 : 그냥 눈이 떠졌어. 그보다 전화로 해도 될까?

-박우진 : 물론이죠. 제가 걸게요.

곧바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1초도 채 지나지 않아 부드러운 목소리가 스피커를 타고 나왔다.

"흠흠... 방금 일어나서 목 좀 잠긴 것 같은데 혹시 이상하진 않지?"

"듣기 좋기만 한데요. 엄청 예뻐요."

"진짜 아부 하나는 끝내주게 잘한다니까..."

채아 누나가 작게 웃더니 또다시 큼큼 목을 가다듬었다.

아까보다 좀 더 명확한 발음이 귀에 들어왔다.

"그래도 일찍 일어난 덕분에 우진이 목소리도 듣고 좋네. 오늘은 시작이 좋은 것 같아."

"제가 매일 알람 전화 해줄 수도 있는데 그건 어때요?"

"누나야 좋긴 좋은데 뭔가 미안해서 말이야. 아! 그럼 아예 녹음해서 알람으로 써볼까?"

"그건 제가 싫어요."

"에이, 뭐 어때서 그러니."

그녀는 귀엽다는 듯 말했지만 나한테는 큰 중대사항이었다.

'내 목소리가 매일 아침마다 나온다는 건... 많이 끔찍하지.'

다른 건 다 되도 그것만은 안 된다.

단호하게 다시 거절했다.

"안돼요."

"흐응... 조금은 기대하고 있었는데."

"대신 제가 오늘 엄청 신기한 거 보여줄 테니까 그걸로 참아요."

"뭔데?"

"비밀이에요."

"...치사해."

그야 미리 말하면 재미 없으니까요.

삐지기 전에 조금의 힌트를 주었다.

"오늘 깨끗하게 씻고 와요."

"어디?"

"거기요."

"...변태."

"거기라고 했는데 바로 이해한 누나가 더 변태 같은데요."

"하여간 말이라도 못하면..."

같이 피식 웃었다.

분위기가 환기되자 그녀가 마무리 인사를 건넸다.

"어쨌든 오늘 학교 잘 다녀오고 이따 늦지 않게 와. 알았지?"

"제가 언제 지각한 적 있었나요. 누나야말로 일하다 졸지 말고 지금 자놔요."

"그래야겠어. 사실 조금 눈커풀이 무거운 상태거든."

역시나 아직 졸린가 보다. 미녀는 잠이 많다고 하는 게 사실인 건가?

그래서 가슴도 저렇게나 커진 거고.

"잘자요."

"응. 고마워."

뚝.

방금 전의 통화가 거짓말인 것처럼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럼에도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이렇게 잠깐이라도 아침마다 목소리를 듣는 게 참 좋구나.

잠도 깨고 힘도 나고 안부도 물을 수 있고.

앞으로는 주기적으로 먼저 전화를 해야겠다.

다짐과 함께 침대에서 벗어났다.

*

-띠링띠링.

10분 일찍 편의점에 출근하자 이미 몇몇 손님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었다.

카운터도 마찬가지였다.

계산하려는 줄이 그렇게 길지는 않았지만 바쁜 건 매한가지였다.

"5700원입니다."

평소와 같이 무심한 표정으로 계산하고 있는 한희진.

거기에 관심이 1도 없다는 목소리였지만 손님들은 흘끗흘끗 몰래 훔쳐보고 바빴다.

지금 종이 울린 것도 새로운 손님이라 생각해 눈길조차 주지 않은 거겠지.

아주 좋은 태도야.

터벅터벅...

필요 이상으로 다가가자 푸른 눈동자가 나를 한 번 곁눈질했다.

날카로웠던 눈매가 사르륵 풀렸다.

"왔어? 생각보다 일찍 왔네?"

"희진이 보고 싶어서 일찍 왔지."

"으으... 제발 그런 말 좀 하지마. 소름 돋으니까."

그녀가 팔을 슥슥 문지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살짝 높아진 목소리에는 기쁨이 섞여있는 게 티가 났다.

말로는 저래도 막상 하면 좋아하니 안 할 수가 없다.

재빠르게 유니폼으로 갈아입고는 옆에 있는 바코드기를 들었다.

-삐익.

계산을 도와주며 물었다.

"근데 채아 누나는?"

"안에서 일하고 있지. 또 월말이잖아. 한창 바쁠 때지."

"아, 보고서 작성 중인가 보네."

"그렇지. 그런데..."

갑자기 한희진이 샐쭉하게 쳐다보며 다리를 툭 쳤다.

"누구는 일손이 부족한데 누구는 알바 째고 연예인 딴딴하는 거 보러 갔다라..."

"딴딴이 아니라 팬미팅."

"그게 그거지. 근데 여기를 내팽개치고 간 걸 보면 나보다 그 사람이 더 좋았나봐? 응?"

툭툭 치는 속도와 세기가 증가했다.

빨리 대답하라는 협박이었지만 내겐 그저 귀여운 질투로 보였다.

"더 좋긴, 비슷해."

"비이슷? 더 좋다고 말해도 모자랄 판에 비이스읏?"

"잘 생각해봐. 우리나라 탑티어 연예인인데 너랑 비슷하고 말하는 거면 칭찬 아니냐?"

"됐다 됐어, 기대한 내가 잘못이지. 진짜 센스없네. 퉷."

그녀가 살짝 입술을 내밀며 침뱉는 시늉을 했다.

어떻게 행동 하나하나가 저리 귀여운지 모르겠네.

다시 계산에 열중하는 그녀의 뒤로 은근슬쩍 팔을 뻗었다.

탐스러워 보이는 엉덩이를 살포시 쓰다듬었다.

흠칫.

크게 떨리는 한희진의 몸.

싫지는 않은지 딱히 제지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계산이요."

"네에."

근데 눈치 없는 손님 덕분에 금방 떼게 되었다.

하지만 내 몸은 하나가 아니지.

그녀의 뒤에 아바타를 하나 소환했다.

몸을 딱 붙인 뒤에 기다란 금발에 코를 묻었다.

언제나 같이 좋은 냄새와 함께 부드러운 머릿결이 나를 간지럽혔다.

깊게 숨을 들이키며 양손을 엉덩이에 올렸다.

"하읏...진짜 이 능력을 이딴 데에 쓰고 있네..."

"희진이 엉덩이를 몰래 만지는 거면 나름 비싼 데 쓰는 거지."

"그건 맞긴 한데... 윽... 너무 주무르지마."

"어차피 아무도 몰라."

미세하게 떨리는 걸 느끼며 점점 더 힘을 주었다.

손바닥에 살이 한가득 잡힐 정도로 크게.

"혹시 채아 누나한테 뭐 들은 거 없어?"

"읏... 어떤 거?"

"아침에 전화로 깨끗하게 씻고 오라고 했었는데."

"들었어..."

"그래?"

어디 한 번 확인해보자.

허리둘레에 맞게 딱 달라붙어 있는 바지의 틈을 벌렸다.

오랜 시간 데워진, 체온보다 더 따뜻한 공기가 나를 맞이했다.

떨림이 증가한 걸 느끼며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흐윽... 진짜..."

허벅지를 안쪽으로 모아 방어하는 그녀.

겨우 그걸로 나를 막을 순 없다. 엉덩이 골을 사이를 지나 더욱 깊숙이 침투했다.

깨끗하게 씻었다고 했으니 양쪽 구멍 모두 만져도 되겠지.

손가락을 굽히려는 순간, 누군가 내 옆에 섰다.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아바타와 한희진을 뚫어지도록 보고 있었다.

"...왔을까 하고 나와봤는데 아주 재밌어 보이네? 내가 방해했나봐?"

"무슨 방해예요. 열심히 일하고 있어서 힘을 불어넣는 중이었죠."

"요즘은 그렇게 힘을 넣는구나. 처음 알았네."

"희진이는 신세대라 그렇게 한다고 하더군요."

양쪽에서 찌릿 견제가 들어왔다.

아쉽지만 이 즐거움은 나중을 위해 남겨두도록 하자.

아바타를 역소환하고 아무 일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채아 누나를 향해 밝게 인사했다.

"오늘은 훨씬 더 예쁜 것 같네요."

"눈치는 있는 거 같아서 다행이야."

그녀가 피식 웃으며 인상을 풀었다.

평소와 같은 부드러운 얼굴로는 우리 사이에 섰다.

계산하는 걸 잠시 지켜보더니 손님이 없는 틈을 타 동생에게 말을 걸었다.

"희진아, 오늘은 누가 먼저 할래?"

"난 늦게 해도 괜찮아. 언니 먼저 하고 와."

"고마워. 너무 무리하지 말고 쉬엄쉬엄 해."

내 인권 따윈 전혀 없는 아주 담백한 대화.

누가 들으면 어디 팔려가는 소인 줄 알 것이다.

그러든 말든 채아 누나가 내 등을 쿡 찔렀다.

"들었지?"

"제가 아침에 부탁한 건 다 했어요?"

"응. 바로 할 수 있게 확인도 했어."

확인을 했다라.

사무실에서 나오기 전에 혼자 검사를 해본 건 아니겠지?

바지와 팬티를 내리고 거울로 이리저리 보는 모습.

그건 좀 꼴리는데.

"그럼 여기서 바로 하죠."

"...응?"

"여기서 하자고요."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는지 멀뚱멀뚱 서있는 채아 누나.

이 자매한테는 카모플라쥬의 위력을 보여준 적이 없으니 충분히 그럴만 하다.

오늘 신세계를 보여주도록 하지.

"누나, 저 믿어요?"

"믿지."

"그럼 앞으로 제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놀라지 않겠다고 약속할 수 있어요?"

"그렇게 말하니 엄청 수상한데... 뭐, 약속할게."

고개를 끄덕이는 걸 보며 범위를 설정하기 시작했다.

거대한 가슴부터 다리까지. 준비가 완료되었다.

"그럼 여기서 잠깐 계산하고 있어봐요."

"알았어."

선선히 바코드기를 든 그녀.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는 한희진과 시선을 한 번 마주친 뒤, 채아 누나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엑...?"

매장 가득히 채운 사람들 앞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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