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무슨 꿈으로 할까?
최대한 김세정의 욕구불만을 자극할만한 걸로 해야 하는데.
'첫경험 때를 재현할까? 아니면 지금 딱 덮치는 걸로 이어서 할까?'
전자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니 그만큼 효과도 클 것이다.
후자는 애매하게 가버린 자위를 확실하게 만족하게 해줄 수 있고.
어떻게 하지?
둘 다 꼴리는 상황인데.
"...."
생각은 길지 않았다.
내 방에서는 이미 했으니 이번에는 김세정의 숙소에서 해보고 싶었기 때문.
그럼 이대로 세팅을 하자.
잠든 그녀의 얼굴을 보며 설정을 완료했다.
-후웅.
순간 무언가가 온몸을 휩쓸었다.
저번에도 느꼈던, 털이 쭈뼛 서고 소름이 돋는 기묘한 감각.
잘 적용이 됐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럼 이제 이걸 어떻게 할까나.
현재 김세정은 침대에 누워 잠들어 있고 나는 그 앞에 서있는 상태이다.
일단 깨우는 게 우선이겠지.
살금살금 다가가 얼굴을 들이밀었다.
"새액...새액..."
작은 숨소리를 내며 평화롭게 잠에 빠져있었다.
열심히 자위를 해서 그런지 아주 행복한 표정이었다.
진짜 입만 안 열면 예쁘긴 한데 이게 참 문제야.
흐트러진 주황색 앞머리를 살살 쓸어올렸다.
"흐으응...으흥..."
애교를 부리듯 기분 좋은 콧소리가 흘러나왔다.
입꼬리도 살짝 올라가는 게 생각보다 귀여웠다.
손길 하나하나에 반응을 하는 게 마치 고양이를 보는 것 같기도 하고 말이다.
스윽...스윽...
그렇게 이마를 훤하게 깠을 때, 검은 눈동자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잠에 든지 얼마 되지 않았음에도 흐릿한 눈빛이었다.
괜히 잘 자던 걸 깨운 건 아닌가 싶었다.
"으응... 벌써 아침이야...? 방금 잔 거 같은데..."
"아침은 아니지."
"...누구?"
낯선 목소리에 김세정의 눈이 번쩍 떠졌다.
내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갑자기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럼 그렇지. 역시 꿈이었어."
먼지를 털듯 손을 휙휙 저었다.
이어 머리를 도리도리 흔들어댔다.
그럼에도 내가 사라지지 않자 살짝 미간을 좁혔다.
"근데 저놈이 튀어나온 걸 보니 개꿈인가 보다. 베에..."
혀를 내밀어 메롱- 하고는 다시 눈을 감았다.
나를 아예 보지 않기 위함인지 이불을 머리끝까지 올리며 말이다.
"...."
어이가 없네.
아무리 꿈이라지만 반응 자체는 현실적이니, 나를 실제로 봤을 때도 이런 짓을 했을 거라는 뜻이잖아.
방금 귀엽다고 했던 말은 취소다.
대신 볼록하게 튀어나와 있는 두 언덕을 바라봤다.
이불 속에 숨겨져 있음에도 아주 탐스러워 보이는 둥근 물체.
저것만큼 효과적인 게 없겠지.
바로 손을 뻗었다.
"흐읏...! 누, 누구야!"
"누구일까?"
김세정이 벌떡 일어났다.
잠이 완전히 달아난 얼굴로는, 나를 보며 경악을 했다.
"너...너어...!"
"나 뭐,"
"여긴 어떻게 들어왔... 아니, 일단 손부터 떼!"
거의 발작하는 수준으로 몸을 가리는 그녀.
매우 당황한 눈으로 두리번거리더니 엉덩이를 뒤로 뺐다.
그렇게 도망가지 않아도 되는데.
벽에 딱 붙게되자 삿대질을 했다.
"다가오지마... 오면 소리 지를 거야."
"하면 어쩔 건데?"
"어쩌긴 뭘 어째. 당장 주거침입죄로 경찰에 끌려가는 거지."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렇겠지.
하지만 내가 지금 설정한 건 딱 이 방뿐이다.
여기서 무슨일이 일어나든 전혀 상관이 없다는 뜻.
"해봐."
"뭐...? 몰래 들어온 주제에 뭐 이리 당당해?"
"애초에 내가 여길 어떻게 들어왔겠냐?"
“어...?”
김세정이 끔뻑끔뻑 눈을 깜빡였다.
이제야 머리가 돌아가는지 돌연 박수를 쳤다.
"아... 꿈이구나? 하긴, 그게 아니면 이 철통보안인 곳에 네가 어떻게 왔겠어."
"잘 아네."
"역시..."
다행히 금방 이해해주었다.
저번에 침대에서 대딸친 꿈의 영향이 컸던 거겠지.
경계심이 한층 누그러진 게 보이자 침대에 살포시 엉덩이를 붙였다.
일부러 그녀의 다리에 닿도록 한 뒤, 슬그머니 손을 뻗었다.
“그때 이후로 몸은 괜찮냐?”
“억지로 해놓고선 참 빨리도 묻는다.”
“억지는 무슨, 나랑 박서윤이랑 하던 거 보면서 몰래 자위했던 주제에.”
“그걸 보면서 멀쩡한 사람이 어디 있겠냐? 그리고 그땐 술에 취해서 그랬던 거니까 말 꺼내지도마. 어디 가서 소문이라도 났다간... 어휴.”
첫 경험 때를 언급하자 삐진 말투가 됐다.
심드렁한 저 표정을 보면 조금 화난 것 같기도 하고.
조금 더 다가갔다.
"그래도 멀쩡해 보여서 다행이네."
"흥. 꿈이라 그런지 훨씬 더 친절하네? 진짜 박우진이었으면 나 보자마자 덮쳤을 텐데."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뻔하지. 그때 발정난 개처럼 미친 듯이 박아대더니만. 게다가 얌전히 자려고 했는데 갑자기 자지 꺼내면서 대딸해달라... 아니다."
김세정이 얼굴을 붉히더니 급 조용해졌다.
역시 그때의 영향이 컸던 것 같다.
기세가 넘어온 것 같자 은근슬쩍 물었다.
"그럼 속에 쌓아던 말 다 해봐. 어차피 꿈이잖아?"
"그럴까?"
"여기서 스트레스 다 풀어놓으면 내일 아침 개운하게 일어날 수도 있고."
"흐음..."
딱 보니 넘어올 것 같다.
과연 김세정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기대와 함께 작은 입술에 온 신경을 집중하자, 살짝 분노에 찬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자지만 뒤지게 크고 성욕에 미친 새끼."
이건 인정.
"밖에서 여자한테 자지 빨아달라고 하는 발정난 새끼."
미스 미래대에서 있었던 일인가?
이것도 인정.
"처음인데도 존나게 쑤셔 박고는 안에다 싸버리는 무책임한 놈."
말하는 걸 보니 쌓였던 게 상당히 많은 것 같네.
솔직히 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막상 들으니 상처다.
하지만 김세정은 매우 후련한 표정으로 가슴을 탕탕 두드렸다.
"후아... 네 면상에 대고 직접 말하니까 좀 낫네. 덕분에 진짜 스트레스 좀 풀린 것 같다?"
"...그것 참 다행이네."
"이게 꿈이라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걔는 이랬을 걸?"
그녀가 얼굴을 잔뜩 찡그리더니 두 손을 내밀었다.
가슴을 주무르는 듯한 모션으로.
“이 건방진 년이! 오늘 교육 좀 받아야겠어! 당장 다 벗어!”
라고 으르렁댔다.
너무 어이가 없어서 나도 모르게 헛웃음을 내뱉었다.
“실제로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어딨어. 너 소설 너무 많이 본 거 아니야?”
“아니야, 무조건이야. 그 짐승 새끼라면 충분히 가능해.”
“진짜?”
“응.”
“정말로?”
“어.”
“....”
도대체 얘 머릿속에는 내가 어떻게 각인되어 있는 걸까?
자지를 세운 채로 눈이 붉어져 있는 괴물이 있을 것 같은데.
'계획 변경이다.'
계속 애태우면서 달아오르게 만들다, 마지막에는 엄청 기분 좋게 박아주려고 했는데 안 되겠다.
어디 한 번 소설에서도 꿈에서도 고통받아 보시지.
나는 싱글벙글한 김세정에게 완전히 다가갔다.
"아으! 놀래라. 이렇게 불쑥 다가오는 건 진짜 똑같네."
"그래서, 할래? 말래?"
"...뭘."
"알면서 뭘 물어."
씨익 웃자 바로 분위기가 뒤바뀌었다.
유쾌하고 밝은 것에서 끈적한 것으로.
동시에 김세정이 목울대를 크게 울리며 긴장한 투를 드러냈다.
꿀꺽.
그러면서도 눈동자 한구석에서는 기대의 눈빛이 흘러나왔다.
저 정도면 해도 되겠지.
위아래로 훑으며 다가갈 곳을 찾았다.
목표는 이불 위에 드러난 얇은 몸선.
일단 어깨 위에 흐트러져 있는 머리카락에 손을 뻗었다.
"하흑... 너 오늘 좀 이상하다...? 뭐 잘못 먹었냐?"
"꿈이니까."
"꿈이면... 다 되는 거야? 무식하게 하지 않고 이렇게 부드럽게 하는 것도..."
"네가 그렇게 마음에 들어하는 이 자지와 몸, 그리고 상냥한 성격이면 어때? 딱 이상형에 잘맞지?"
"이상형은 무슨, 진짜 재수 없는 건 여기도 똑같네."
말은 그렇게 해도 아까보다 표정이 더 풀어졌다.
행동으로도 나타났다.
스르륵...
허벅지까지 떨어진 이불.
두꺼운 방어막을 재빨리 옆으로 치웠다.
그렇게 드러난 광경은 마지막으로 봤던 대로였다.
반팔과 반바지를 입은 간단한 차림.
브래지어를 착용하지 않았는지 은근하게 살색이 비쳤다.
옷을 다 입고 있음에도 야함이 폴폴 풍겨져 나오는 듯했다.
하나하나 훑어보며 손을 뻗었다.
"그러니까 상냥하게 하는 걸 좋아한다는 거지?"
"상냥하게 하는 걸 싫어하는 여자가 어딨냐? 그리고 분위기도 중요하고..."
"그럼 지금 분위기는 어때?"
"...나쁘지 않아."
"직장 동료들이 다 잠들어 있는데 몰래 이런 짓을 하는 분위기가 좋다는 거지?”
"어차피 꿈인데 뭘."
별 거 아니란 투로 말한 그녀.
슬쩍 다리를 벌리더니 내가 들어오기 쉽게 공간을 만들어줬다.
바로 무릎을 넣어 침투했다.
"야야, 확 들어오지 마라. 무서우니까."
"무섭긴 개뿔."
김세정의 목덜미에 코를 묻었다.
바디워시와 아까 흘렸던 땀이 섞여 아주 달콤한 향이 솔솔 흘러나왔다.
"몸에서 야한 냄새가 나는데... 혹시 아까 자위했냐?"
"뭐...뭐, 뭐!? 그게 무슨...!"
"왜 이렇게 당황해? 진짜 했냐?"
"...나는 하면 안되냐?"
"힘든 스케줄을 소화하고 왔으면서 힘이 남아있나 보네?"
"흥."
그러면서 털썩 침대에 눕는 그녀.
시선을 마주치지 않은 채 고개를 휙 돌리더니, 할 테면 해봐라라는 태도를 취했다.
저래도 표정을 숨길 순 없다.
다음엔 무슨 짓을 할까 매우 기대하고 있는 게 티나는데 어딜 감히.
'평소에도 이렇게 솔직하면 좋을 텐데.'
이렇게 반항하는 맛도 있긴 하지만 말이다.
스윽.
그럼 어디 한 번 성욕에 미친놈의 공격을 받아봐라.
방금까지 자위하다 잠든 변태년아.
꿈이라고 믿는 김세정의 가슴에 손을 올리며, 애무를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