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잤을까.
일어나 보니 해가 중천을 한참 넘기고 있었다.
방 안에 드리운 색깔과 방향을 보면 대충 3시 언저리.
꽤나 오래 잔 거 같은데 혹시 일어난 사람이 있으려나.
양옆으로 고개를 돌리자 먼저 깨있는 손님이 있었다.
눈이 마주치자 박서윤이 배시시 웃었다.
"잘 잤어?"
"언제 일어났어."
"한 5분 전? 누구 잠든 얼굴 좀 구경하고 있었지."
"악취미네."
"누구만하겠어?"
그녀가 내 팔을 더욱 세게 잡으며 가슴을 비벼댔다.
일어나자마자 이런 천국을 맛볼 수 있다니, 역시 세상 오래살길 잘했어.
은근슬쩍 끈적한 눈빛을 보냈다.
"얘 일어나기 전에 몰래 한판 할래?"
"넌 진짜 자지가 몸을 조종하나? 사실 이게 본체지?"
"이제야 알았어?"
마침 막 잠이 깬 터라 단단해진 자지를 박서윤의 허벅지에 문질렀다.
그녀가 피식 웃더니 기둥에 딱밤을 한대 날렸다.
"저리가. 이 색마야."
"너무하네. 그럼 이따 김세정 간 다음에 하는 건 어때?"
"안 한다는 선택지는 없구나?"
"그런 셈이지."
매우 어이없다는 표정.
그녀가 내 얼굴에 바람을 후 불더니 침대에서 일어났다.
"화장실 좀 갔다 올게. 그리고 세정이 편하게 안쪽으로 옮겨놔."
"알았어."
"갔다 와서도 안 할 거니까 괜한 준비하고 있지마."
"나는 이미 준비 완료인데."
박서윤이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며 사라졌다.
할 수 없이 시키는 애돌 김세정을 가운데로 천천히 밀어 넣었다.
"흐응...응..."
그럼에도 여전히 고른 숨을 쉬며 잠들어 있었다.
슬슬 일어날 때가 된 것 같은데 언제 눈을 뜨려나.
빨리 반응 보고 싶은데.
잠시 얼굴을 관찰하고 있자 그녀의 몸이 크게 움찔했다.
"으읏..."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일부러 얼굴을 가까이 붙인 뒤 기다렸다.
검은 눈동자가 등장했다.
끔뻑...끔뻑...
"꺄아아아악!"
돌연 비명을 지르는 그녀.
목 뒤에 있던 베개로 내 얼굴을 틀어막았다.
"야, 갑자기 왜 그러냐?"
"아니...!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네가 면상을 들이미니까!"
"그렇게까지 놀랄 건 아니잖아."
"안 놀라게 생겼어!?"
장애물을 치운 뒤 김세정을 내려다봤다.
새빨간 얼굴과 꼼지락대는 몸을 보며 효과는 있는 것 같은데 정확히는 모르겠다.
한 번 떠보자.
"잠은 잘 잤냐? 아주 쥐 죽은 듯이 있던데."
"잘... 잤지."
"좋은 꿈 꿨어?"
"...아니."
"무슨 꿈이길래."
"알 것 없어."
너무 철벽인데?
그래도 저렇게 말하는 걸 보면 확실히 기억에 남아있는 것 같다.
"어제 성대하게 첫 경험식을 마쳤으니 그에 관련된 꿈을 꿨나 봐?"
"...닥쳐."
"설마 밤새 했던 걸로 부족해서 또 야한 꿈은 꾼 건 아니겠지?"
"아니야!"
"강렬한 부정은 긍정인 거 알지?"
"맞긴 개뿔!"
그러더니 휙 하고 몸을 돌려 내 시선을 피했다.
알면서도 놀리는 거 좀 재밌네.
흐트러진 머리카락 손을 댔다.
새하얀 목이 드러나게 옆으로 치워주자 또다시 어깨를 크게 떨어댔다.
'그래도 피하지 않네.'
귀엽기도 하지.
그렇게 고양이를 만지듯 쓰다듬고 있자 박서윤이 돌아왔다.
"뭐야, 둘이 분위기 뭔데? 청춘이네 청춘이야~"
"무슨 청춘이야! 얘가 억지로 날 덮치려고 하는 거지."
"정말이야?"
"김세정이 어제 야한 꿈 꿨다고 해서 물어본 것뿐인데 혼자 이러잖아."
"야한 꾸움?"
박서윤이 재밌는 걸 본듯한 얼굴로 참전했다.
김세정의 뒤에 털썩 눕더니 가슴을 주무르기 시작했다.
"우리 세정이 성욕 폭발했구나? 우진이가 좀 잘하긴 하니까 그럴만하지."
"아니라니까아...!"
"어제 그렇게 신음 내놓고서 무슨 소리야. 나 그런 모습 처음 봤는데."
"그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나는 이제 괴물 자지에 익숙하니까 그런 건데, 세정이는 처음이었잖아?"
"...."
뭔가 할 것 같은 분위기로 간다.
안되지 안돼.
잔뜩 달아오르게 만든 뒤에 할 짓이 가득한데 여기서 성욕을 풀어줄 수는 없다.
조금만 참으라고.
휙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챙기기 시작했다.
슬슬 떠날 준비를 하며 관심 없는 말투로 내뱉었다.
"됐어. 하기 싫다는데 억지로 하는 건 예의가 아니지."
"네가 웬일이야? 그런 말도 할 줄 알고?"
"도대체 날 뭘로 보는 거냐..."
"뭐긴 뭐야. 섹스에 미친 놈이지."
맞는 말이긴 하지.
근데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상처받는데.
"어쨌든 난 이만 갈게. 어제 잘 놀았어."
"그래... 세정이 갈 때까지는 둘이서 수다나 떨고 있을게. 잘 가."
"...."
아무 말 없이 손을 흔들어주는 김세정과 밝게 인사하는 박서윤.
똑같이 웃어주며 스르륵 밖으로 빠져나왔다.
맑은 공기를 마시자 광란의 하룻밤이 지났다는 게 실감났다.
몇 시간 사이에 얼마나 많은 일이 있었던 거지?
'진짜 나도 대담한 짓을 하긴 했네.'
일반인도 아니고 아이돌로 저런 플레이를 하다니.
게다가 김세정의 첫 경험까지 따버렸다.
남들이 들으면 바로 땅에 묻힐만한 이야기.
위험을 감수한 만큼 최고의 섹스를 했으니 후회는 없다.
드르륵.
바로 집에 들어가지 않고 복도창을 열었다.
여자의 살 냄새를 맡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환기도 시켜줘야지.
하릴없이 멍을 때리기 시작했다.
'이제 소설 휴재는 2일 남았고... 슬슬 중간고사도 있으니 미리 준비 좀 해야겠네.'
계획을 세우고 있자 뒤에서 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서로 어색해할 만도 한데 바로 저러는 걸 보니 진짜 베프는 맞나보네.
몇 년 내내 붙어다녔으니 당연한 건가?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뒷머리를 털며 방으로 들어갔다.
*
"재밌게 노셨습니까? 엄청 개운한 얼굴이네요."
"하아... 재밌었죠."
"그럼 다행입니다. 일단 오늘은 푹 쉬시고, 가면서 내일 있을 일정 좀 말씀드릴게요."
"벌써요? 일 얘기 하기는 싫은데...'
"이렇게 하루 외박한 것도 엄청난 특례였다는 거 아시잖아요. 힘들게 허락받았던 거."
"그렇긴 한데..."
매니저의 차에 타자마자 시작된 스케줄 일정.
갑자기 기분이 확 낮아지는 느낌이었다.
'나도 서윤이처럼 그냥 다 때려치고 나올까... 엄청 즐거워 보이던데.'
연예계에서 탈출한 지 한 달밖에 안 됐지만 혈색 자체가 달라져 있었다.
하고 싶은 것도 다 하고, 먹고 싶은 것도 다 먹고, 캠퍼스 생활도 마음대로 즐기고.
'그리고 옆집 남자랑 섹스도 질펀하게 했지.'
찝쩍대지는 않는지 감시하러 간 목적도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분위기에 휩쓸려 첫 경험을 주고 말았다.
서윤이가 엄청 믿고 있는 눈치라 조금 안심을 하긴 했는데.
술이 문제야.
그놈의 술만 아니었어도...
내가 진짜 미쳤지.
이제 와서 자책해봤자 늦었다.
뚫린 처녀막은 돌아오지 않고, 어제 하루 종일 했던 경험은 어디 가는 게 아니니까.
'그리고... 솔직히 나쁘진 않았어.'
아주 조금, 마음 깊은 곳에선 이런 걸 원하고 있었던 자신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아플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무리 없이 그를 받아들였다.
남들이 그렇게 말하는 속궁합이 이런 건가?
박우진.
자지만 무식하게 큰 주제에 어딜...
생각과는 달리 하복부는 천천히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머리가 새하얘지는 맛을 본 몸은 이미 중독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 다른 여자들도 달라 붙는 건가?
저번에 보니까 대회 우승자랑 뭔가를 하고 있던데.
"하아... 미쳤지 미쳤어..."
"무슨 일 있었습니까?"
"아니요, 그냥 서윤이가 부러워서요."
"하하... 자유로운 게 좋긴 하겠지만 세정 씨까지 나가버리면 저희 감당 안돼요."
"그럼 스케줄 좀만 줄여주시면 안 될까요?"
"상의는 해보겠습니다."
한두 개 줄이고 말겠지.
매니저 몰래 한숨을 쉬는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
'일에 치어 죽기 전에 섹스를 해봤으니 다행일 수도...'
드디어 나도 머리가 돌아버렸나 보네.
그러고 보니 요즘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긴 했어.
야설을 읽는데 갑자기 빙의 비슷한 걸 하지 않나.
작가가 내 몸을 마음대로 만지질 않나.
심지어는 자는데 꿈에 박우진이 나올질 않나.
'...어째 그놈을 만나고서부터 꼬이는 것 같네.'
코웃음을 내뱉으며 운전하고 있는 매니저의 눈치를 슬쩍 봤다.
차안이 어둡기도 하니 절대 못 보겠지.
스윽...
바지 안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서윤이에게 빌려 입은 새하얀 팬티.
어제 박우진이 여기다 정액을 잔뜩 쌌었지...
물론 보지 안에 질내사정을 한 것도 한 거지만, 지금 떠오르는 건 그게 아니었다.
'그 꿈... 도대체 뭔데? 나 진짜 욕구불만이야?'
가슴과 엉덩이를 주물렀던 박우진의 커다란 손.
한참 동안 대딸을 쳐줬던 단단한 자지의 감각까지 생생하게 남아있는데.
그게 다 꿈이었다고?
심지어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하나하나 기억이 난다.
내 몸이 꼴린다, 가슴 크다. 그런 말을 하면서 이 팬티 안에 정액을 엄청 싸질렀잖아?
"뭐야 진짜..."
"...힘드시면 제가 위에다 강력하게 건의해보겠습니다."
"아... 아니에요. 매니저님 보고 한 말 아니에요."
"괜찮습니다. 이런 거 다 관리하라고 제가 있는 건데요. 걱정마세요."
"고마워요."
진짜 그런 거 아닌데.
입조심해야겠다. 자꾸 나도 모르게 말이 튀어나와.
김세정은 작게 한숨을 쉬며 바지 안에 있던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어제를 생각하다 보니 그새 클리토리스가 단단해져 있었다.
"읏..."
티나지 않게 빙글빙글 돌리며, 한 가지 다짐을 했다.
'지금쯤이면 날 따먹었다고 엄청 좋아하고 있겠지... 다시는 그럴 일 없으니까 꿈 깨라고...'
어차피 오랫동안 휴재였던 야설이 다시 연재하면 넌 필요없어.
언제 어디서든 내가 원하는 플레이가 가능한 그게 있다면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