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04화 > 404. 저거 잡아
침묵.
정말 지금 상황에 딱 맞는 단어다.
방금 가버린 박서윤도 다리를 후들거리며 김세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는 놀라움과 경악이 가득했다.
입은 떡 벌어지다 못해 찢어질 정도.
그리고 이 모든 사건의 주범인 김세정은 어색하게 웃으며 눈동자를 옆으로 회피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모든 게 끝나겠는가.
꿈도 아니고.
"하하하... 미안, 내가 떨어지는 바람에 즐거운 시간을 방해했네."
"...."
"나는 신경 쓰지 말고... 아니면 나가줄까?"
김세정이 슬금슬금 현관문 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팬티도 안 입었으면서 어딜 가려고.
정신을 차린 박서윤과 눈빛 교환을 했다.
입을 열진 않았지만 같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끄덕.
뿌리까지 넣어져 있던 자지를 단번에 뺐다.
그걸 신호로 동시에 달려갔다.
"꺄아아악...!! 자...잠깐!"
"조용히 해."
박서윤이 김세정의 두 손목을 잡았고, 나는 허둥지둥하는 두 다리를 묶었다.
빠져나가기 위해 어떻게든 반항을 했지만 이내 헛수고라는 걸 깨달았는지 얌전해졌다.
그렇게 보지를 훤히 드러낸 그녀를 체포했다.
다리를 잡은 덕분에 아주 초근접에서 관찰할 수 있었다.
보짓물로 흥건한 사타구니며, 코를 찌르는 진한 체리 향이며.
땡잡았네.
그럼 이제 남은 건 뭐다?
즐거운 심문.
"저번에 나보고 뭐라뭐라 했던 사람이 몰래 자위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
"...애초에 내가 있는데 몰래 섹스한 너네가 문제잖아."
"섹스하는 게 왜 문제야?"
"그야 서윤이는 연예인이고 너는 밖에서 다른 여자한테 대딸을...!"
말을 하던 김세정의 얼굴이 다시 무서워졌다.
다른 건 제쳐두더라도 '다른 여자' 라는 게 용서가 안 되는 모양이다.
"어떻게 서윤이한테 그럴 수가 있어? 그거 양다리잖아!?"
"정확히 말하면 양다리는 아니긴 한데... 결론만 말하자면 얘도 알고 있는 사실이야."
"맞아, 얘한테 다른 여자 있는 거 나도 알고 있어. 그러고도 이런 거야."
"...뭐?"
박서윤의 확실한 추가타에 김세정이 어지러운 표정을 지었다.
너무 많은 정보가 한꺼번에 들어와 정리가 안 되는 듯하다.
이번엔 내가 쐐기를 박아 넣었다.
"그러고 네가 직접 봐서 알 거 아니야? 박서윤이 먼저 하자고 조르고 덮쳐온 거."
"야! 그건!"
"맞잖아. 자고 있는데 빨리 박아달라고 아양을 부리면서 깨우는 거랑, 스스로 허리를 흔든 것도 있었고 안에다 싸달라고 말한 적도 있었지."
"그렇게는 안 했거든! 막 날조하지마!"
"뭐가 아니야. 기억 속에 똑똑히 남아있는데."
말을 걸은 건 훔쳐본 도둑인데 대답은 박서윤이 한다.
덕분에 떨리던 김세정의 몸이 진정되었다.
"어쨌든... 둘이 잘 합의해서 했다는 거지?"
"그렇지. 우린 서로 좋아서 섹스를 한 건데, 이제 문제는 너지?"
"...."
다시 꿀 먹은 벙어리가 된 그녀.
극도로 불리한 걸 느끼고는 재차 발버둥을 쳤다.
"놔봐! 일단 옷부터 입고..."
"우린 다 벗고 있는데 너만 입고 있게?"
"안 놓으면 소속사랑 언론이랑 다 뿌릴 거야!"
"뭐라고 말하게? 같은 멤버가 섹스하는 걸 보고 흥분해서 자위하다 걸렸습니다?"
뭐라 말하든 박서윤은 변하지 않는 내 편이다.
그 사실을 드디어 깨달았는지 김세정이 우리 둘의 눈을 차례대로 쳐다봤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자위했다 뭐... 근데 솔직히 눈앞에서 그렇게 격렬하게 섹스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참냐? 그거 보고 가만히 있으면 사람 새끼가 아니지."
"그럼 아까 내기는 내가 이긴 거지?"
"너 잘났다. 진짜."
김세정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듣고 있던 박서윤이 눈살을 찌푸렸다.
"뭔 내기? 너네 뭐 했어?"
"사실 우리가 저녁에 하던 거 알고 있었어. 지금이랑 똑같이 문 앞에서 신음 소리 듣고 있었대."
"뭐...뭐!?"
"그리고 어쩌다 보니 옷장에 있던 것도 들켰었어. 그때 네가 먼저 덮친 거라고 변명해서 어떻게 살아 나오긴 했는데."
"하..."
그 뒤로 있었던 일들을 전부 설명했다.
자초 지총을 다 들은 박서윤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내가 먼저 덮치도록 상황을 만들었다 이거지? 왠지 이상하다 했어. 세정이가 먼저 우진이랑 술을 마시자고 하질 않나..."
눈을 가늘게 뜨는 그녀.
갑자기 나를 휙 돌아봤다.
"그래서 너도 아까부터 계속 이상한 말 하게 시킨 거고...아~ 이제야 다 맞아떨어지네."
"살기 위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해야 하나. 결과적으로 너도 즐겼잖아."
"즐기긴 뭘 즐겨?"
"친구 앞에서 숨 죽이면서 몰래 섹스하는 스릴감. 아주 좋아 죽던데."
"흥..."
입을 삐죽 내밀뿐 딱히 반박은 하지 않는다.
그렇게 고요한 소강상태가 시작됐다.
째깍째깍째각...
시계의 초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두 머리를 굴리고 있겠지.
스윽.
그때, 박서윤이 자위범의 두 팔을 놓아주었다.
도망갈 위험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은데, 그러면 나도 어쩔 수 없이 다리를 풀어줘야 하잖아?
보지 더 보고 싶은데.
손을 떼고 뒤로 물러섰다.
"그럼 이제 세정이도 이해했지?"
"알았어... 오늘 일은 평생 무덤까지 가져갈 테니까 걱정마."
"역시 이래야 내 친구지!"
박서윤이 김세정을 껴안았다.
반전라나 다름없는 몸으로 그러니 정말 뒤지게 꼴린다.
"그러면... 나 이제 이어서 해도 되지?"
"응?"
"사실 애매하게 끝내서 아직 만족하지 못했거든..."
갈색 눈동자가 내 자지를 끈적하게 훑었다.
그러면서 다리를 안쪽으로 모으는 게 확실한 욕구불만 표현이었다.
물론 나는 대 환영이긴 하지만 쟤는 이 상황에서 더 하자는 말이 나오나?
똑같은 생각을 했는지 김세정이 얼굴을 붉혔다.
"마음대로 해. 이렇게 됐는데 뭐 말리고 자시고 있겠어?"
"만약 시끄러우면 우진이 방에 가서 할게. 졸리면 그냥 여기서 자."
"아니야, 진짜로 괜찮아."
확답이 떨어지자 박서윤이 나한테 다가왔다.
유혹하는 눈빛을 뿜어내며 정액과 애액이 듬뿍 묻은 자지를 툭툭 건드렸다.
"그렇다는데?"
"아주 그냥 섹녀가 다 됐네. 자지 중독이야 그거."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데?"
"모르겠는데?"
"모르면 가르쳐줘야지."
탁!
나를 침대로 밀친 그녀.
끄트머리에 앉게 되자 무릎을 굽힌 채 내 위로 천천히 올라왔다.
"진짜 이 음흉한 놈... 내가 어쩌다 이런 애한테...하아."
잡아먹을 듯한 무서운 얼굴로 노려보더니 돌연 고개를 푹 숙였다.
목적지는 하복부. 더 정확히 말하면 자지.
뭐라 할 새도 없이 갑자기 기둥을 핥으며 청소를 시작했다.
그러면서 걸치고 있던 옷들마저 전부 벗어던졌다.
"쪼옥...쪽...헤읍...응흣..."
알몸이 되자 혀놀림이 한층 더 격렬해졌다.
그걸로도 모자란지 엉덩이를 하늘 높이 들고는 살랑살랑 흔들어댔다.
아무리 오해가 전부 풀렸다고 해도 저런 추태를 보이다니.
내일 술이 깨면 과연 어떤 표정을 지을지 기대되네.
"그렇게 자지가 좋냐?"
"너는 몰라도 자지만큼은..."
"그 말이 더 꼴리는 거 알지?"
"닥쳐. 이 변태야."
그러더니 입안 깊숙이 자지를 삼켜버렸다.
아래서 쭈그려 앉아 구경하던 김세정이 더없이 놀란 얼굴을 했다.
꿀꺽.
침을 삼키더니 무언가 결심한 듯 침대에 올라왔다.
박서윤의 반대쪽에 자리를 잡고는, 펠라하는 모습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바라봤다.
"쭈웁...쭙...헤윽...으읍..."
자지를 빨고 있는 본인도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역시 아이돌답게 철판을 깔은 건가?
곧 입이 떼어졌다.
"푸하아... 깨끗해졌다. 청소 완료."
"이거 혹시 몇 cm야? 엄청 큰 거 같은데."
"20cm로 알고 있어. 맞지?"
"맞아."
"와... 소설에서나 보던 크기인데 현실에도 있었구나.."
김세정이 탄성을 내뱉으며 동경하는 눈빛을 쏘아냈다.
아무리 나라도 그렇게 쳐다보면 부끄러운데 말이지.
"근데 이게 다 들어간다고? 아프지는 않아?"
"나도 그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괜찮더라고. 그리고..."
박서윤이 내 눈치를 슬쩍 봤다.
쳇 하고 작게 입을 차고는 말을 이었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이 자지 하나만큼은 엄청 좋아서 말이야. 속궁합이 좋은 건지 뭔지. 에잇!"
"억!"
괜히 얼버무리기 위함인지 내 하복부를 강하게 내리친 그녀.
하지만 그저 귀여운 애교로 보일 뿐이었다.
"...."
덕분에 김세정의 호기심이 증폭됐다.
귀두부터 불알까지 샅샅이 훑어보더니 계속 몸을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다.
호흡도 빨라졌다.
내가 그걸 놓칠 리 없다.
자지를 크게 껄떡였다.
"만져볼래?"
"어...어!? 내, 내가 미쳤냐?!"
"넣는 것도 아닌데 뭘 그래."
"누구 좋으라고 그걸 만져!"
그렇게 거절해도 얼굴에 다 써있단다.
'빨리 이 자지를 만져보고 싶어.' 라고 말이야.
좀 더 어르고 달래보자.
입을 열려는 순간 박서윤이 먼저 나섰다.
"세정아, 이거 한 번 만져볼래? 은근 재밌다?"
"나는..."
"평소에도 이런 거에 흥미 많아했잖아? 네가 언제 또 이런 경험해보겠어?"
나이스 어시스트.
동료를 꼬시는 작전 아주 좋다.
공범만큼 안전한 게 없긴 하지.
'그보다 평소에도 흥미가 많이 있었다라.'
나야 관음 모드로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둘의 사생활은 아예 모른다.
주 대화 내용은 뭔지, 뭘 좋아하는지 같은 걸 말이다.
은근슬쩍 물었다.
"둘이서 야한 얘기 많이 하고 다니나 보네?"
"말도 마. 얘 야한 소설 엄청 읽고 다녀. 내가 흘끗 봤는데 제목이 뭐였더라? 세계수를 따먹다?"
"야야야야! 그걸 왜 말해!"
"아니, 한 번 봐도 기억에 남을만한 제목이니까 그렇지. 그뿐만이 아니야, 저번에는..."
어느새 어색함이 다 풀린 박서윤과 김세정.
자지를 앞에 두고 저러니 조금 비현실적이긴 하다.
그래도 뭐.
좋은 게 좋은 거지.
허리를 내밀어 둘의 새빨간 볼을 자지로 툭 쳤다.
"읏...!"
반항적인 태도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저 호기심에 가득한 눈이 있을 뿐.
아주 잠시동안의 대치 끝에 주황 머리가 거친 숨을 내쉬며 다가왔다.
가느다란 손가락을 자지에 천천히 뻗었다.
"그럼...딱 한 번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