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1화 > 381. 아이돌의 은밀한 취미
"글쎄요? 사람 잘못 보신 것 같은데요."
"거짓말하지 마요. 제가 사람 하나는 잘 기억하는데, 아까 거기서 그거 하던 분 맞죠?"
"거기서 그거가 뭔데요."
"...그걸 꼭 말로 해야 알아요? 그쪽이 더 잘 알잖아요."
"몰라요."
차마 구석에서 여자한테 자지를 빨게 한 남자라고는 직접 말 못 하겠지.
이럴 땐 뻔뻔한 게 참 좋단 말이야.
잠시 눈싸움을 하고 있자 박서윤이 김세정의 팔을 잡아당겼다.
"세정아, 괜히 시비 걸지 말고 조용히 가자."
"나도 그러고 싶은데 너무 충격적이라 그냥은 못 넘기겠어. 그리고 시비가 아니잖아."
"그러지 말고... 빨리 올라가서 맥주나 마시고 다 잊자."
맥주?
집들이라도 하는 건가?
오늘 은근슬쩍 박서윤한테 들이대려 했는데 안 되겠구만.
아쉬움을 달래고 있자 김세정이 손으로 입을 가렸다.
"서윤아... 이 사람 위험한 거 같아. 조심해."
"알았어... 근데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하지는 않을 거야."
"혹시 아는 사람이야?"
"안면은 있지."
"그럼 더 조심해야 돼. 지인이라고 경계 풀고 있다가 한순간에 간다?"
속삭인다고 속삭였지만 전부 들린다.
뭐라 하고 싶었지만 낮의 일이 워낙 세긴 했으니 가만히 엘리베이터를 기다렸다.
띠링.
5층입니다.
박서윤과 김세정이 먼저 내렸다.
뒤따라 내리자 갑자기 주황 머리가 찌릿 쳐다봤다.
"왜 따라와요? 우리 서윤이 집 알아내려고?"
"어디 사는지 이미 아는데요?"
"스토커?"
급하게 핸드폰을 드는 그녀.
박서윤이 막았다.
"사실 얘가... 그 옆집 사는 남자애야."
"그 스캔의 주인공?"
"응."
말뜻을 못 알아들었는지 김세정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잠시 방금의 대화를 곱씹더니 급격히 얼굴을 구겼다.
"아니, 하아....그... 그러니까 너랑 친하고 같은 강의를 듣는 남자가 이 사람이라고?"
"응."
확인 사살에 입이 떡 벌어졌다.
오해가 풀린 건 좋은데 이거 첫인상 제대로 조져버렸네.
여기선 인사하는 것보단 조용히 빠지는 게 낫겠다.
나는 아무렇지 않은 척 손을 흔들었다.
"그럼 나중에 보자. 둘이 재밌게 놀고."
그녀들을 지나쳐 집안으로 들어왔다.
쾅!
그럼 일단 확인부터 해볼까.
김세정이 여기까지 오는 덕에 머릿속으로 등록을 마친 상태.
나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진정시키며 어플에 들어갔다.
김세정이라는 3글자가 반짝이며 얼른 눌러보라 하고 있었다.
[김세정]
현재 김세정의 게이지는 0(+100)점입니다.
나이 : 24살
키 : 168.3cm
몸무게 : 49.8kg
쓰리 사이즈 : 94 - 61 - 95
성향 : 중도
약점 : 클리토리스, G스팟, 가슴, 겨드랑이.
좋아하는 자세 : 기승위, 정상위, 뒷치기.
현재 감정 : 어이없음.
키는 꽤나 큰 편에다가 가슴이나 엉덩이는 예상대로 크고.
약점이나 좋아하는 자세가 별로 없는 걸 보니 개발이 안된 모양이다.
높은 확률로 처녀다.
'그보다 나랑 동갑이었구나. 둘이 엄청 친해 보인다 했더니.'
기본적인 프로필은 익혔다.
그럼 직접 확인할 차례다.
턱.
침대 위에 대형 오나홀을 올려놨다.
이것만큼 정말 기대되는 일이 없다.
침을 꿀꺽 삼키며 연결을 했다.
김세정의 몸과 똑같이 변해가는 오나홀.
위부터 훑어봤다.
'일단 가슴은 합격. 물방울 모양에 유두도 핑크색이니까... A+'
게다가 열심히 운동한 증거인 1자 복근과 탄탄한 배.
광택이 나는 듯한 하얀 피부까지.
정말 꼴리기 그지 없었지만 오류가 하나 있었다.
"왜 보지털이 검은색이지?"
머리가 주황색이라 나도 모르게 같은 색으로 기대했나 보다.
사실 주황색인 게 더 이상하긴 하다.
그래도 박서윤처럼 완전히 밀었거나 위아래 깔맞춤을 기대했는데.
이 아이돌은 보지 관리는 안 하는 건가?
조금 깨네.
가지런한 털을 하나 손가락으로 집었다.
뽁 하고 뽑았다.
"흐힉!"
동시에 옆방에서 들리는 이상한 비명이 튀어나왔다.
사타구니를 부여잡고는 눈물 흘리고 있겠지.
아까 나한테 뭐라 한 벌이다.
나는 피식 웃으며 연결을 해제했다.
당장 이곳저곳을 만지고 싶지만 맨 정신일 때 하는 건 자살행위나 다름없으니 참아야지.
어차피 시간이야 많으니 다시 비밀장소에 보관을 했다.
"일단 씻고 글이나 쓰자."
잠시 후, 생전 처음 들어와 보는 소설 사이트에 가입을 했다.
성인 인증까지 마치자 야한 일러스트들이 한가득 등장했다.
'참... 다양하네.'
온갖 이상 성욕이 돋보이는 요상한 제목들.
이 정도면 그냥 마음 놓고 써도 될 듯하다.
솔직히 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를 누가 현실이라 생각하겠어.
나는 빈 화면을 보며 약 6개월 전을 떠올렸다.
인터넷에서 오나홀을 주문하고, 아영이를 먼저 따먹고, 혜윤이를 따먹고, 그렇게 계속 이어졌던 사건들.
손이 가는 대로 키보드를 두드렸다.
타닥...탁탁..타타닥...
있었던 일을 거의 그대로 쓰다 보니 막힘이 없었다.
물론 초반에는 관음 모드가 없어 상상력을 섞긴 했지만 대부분 맞을 것이다.
신음 소리도 나름 고증에 맞춰서 썼고.
그렇게 각색 아닌 각색을 곁들이며 정신을 차렸을 땐 3화까지 쓴 상태였다.
이 소설이 인기를 얻을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속이 한결 가벼워졌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라 했던가.
그런 효과랑 비슷했다.
'슬슬 쉴까...'
의자를 뒤로 젖히며 시계를 봤다.
딱 1시간이 지나있었다.
은근 시간 도둑이다.
업로드를 마치고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려는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띵동.
누구지?
박서윤인가?
문구멍 너머로 눈을 들이대자 주황 머리가 보였다.
살짝 취했는지 몽롱한 얼굴이었다.
"무슨 일이시죠?"
"저기요, 얼굴 보고 얘기하게 문 좀 열어 줘봐요."
"주정뱅이랑은 얘기 안 해요."
"아아~ 그런 거 아니니까 빨리. 저 시간 없어요."
취객한테 잔소리 들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지만 일단 열었다.
찌릿.
시선을 교환하자 바로 도끼눈을 뜨는 그녀.
저것도 예쁘니까 봐주는 거지. 아니었으면 바로 문 닫았다.
"무슨 일인데요."
"제가 노파심에 말하는 건데 우리 서윤이 건드리지 마요."
"저도 말씀드리는 건데, 여기 먼저 살고 있던 건 저였어요. 이사 온 건 저쪽이고요."
"흥... 알고 있어요. 근데 대낮에 여자한테 자지 빨게 하는 남자는 항상 조심해도 되지 않겠어요?"
팔짱을 끼며 경계의 눈빛을 쏘아내는 그녀.
그보다 저 입에서 자지라는 말이 나오니 신기하네.
색다르게 꼴리기도 하고.
"서윤이랑 대화하다 보니까... 나름 좋은 사람이라고 포장하던데, 전 못 믿어요."
마음대로 해라.
네가 그러든 말든 친구의 처녀는 이미 따먹었으니까.
슬쩍 입꼬리를 올리자 김세정의 표정이 더 흉흉해졌다.
뭔가 더 할 말이 있어 보였지만 그녀는 휙 하고 몸을 돌렸다.
"지켜볼 거예요."
"어떻게요?"
"서윤이한테 연락해서."
"네. 그러세요."
단답에 매우 불만인 표정을 지은 그녀.
그대로 엘리베이터를 타더니 눈앞에서 사라졌다.
'기가 센 여자를 천천히 조교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지.'
그보다 샴푸 좋은 거 쓰나 보네.
냄새 좋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며 옆방을 쳐다봤다.
'박서윤한테 가볼까? 아니면 술도 마신 것 같은데 쉬게 내버려 둘까?'
오늘 2발밖에 싸지 못해서 부족하긴 한데.
게다가 아까 야설을 쓰는 바람에 아래에 반응이 왔기도 하고.
고개를 저었다.
'걔도 하루종일 돌아다니기도 했고 무대도 준비했고 술까지 마셨으니 곧 잠들겠지.'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불금인데 이렇게 심심한 적은 정말 오랜만인 듯했다.
털썩.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평화를 맛보고 있자 갑자기 자지에 이상한 느낌이 왔다.
아주 끈적하면서도 부드러운 손길.
동시에 관음 모드가 켜졌다.
"하아... 내 처녀 따고 며칠 동안 유기하더니 이젠 다른 여자랑 하고 있어? 진짜 못된 놈..."
눈이 살짝 풀린 박서윤이 딜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직 발기하지 않은 것을 끈질기게 훑으며, 가끔씩 꽈악 쥐어 단단함을 확인했다.
"그래도 집에 같이 온 걸 보면 아직 혼자인 거 같은데... 이러면 한 발 빼달라고 나한테 오려나?"
흐흫 하고 작게 웃은 그녀.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속도를 점점 더 올렸다.
덕분에 바로 발기가 됐다.
너무나 노골적인 움직임에 쿠퍼액이 나오기 시작했지만 그럴 때마다 흔드는 게 멈췄다.
'오기 전까지는 싸게 해주지 않겠다는 건가?'
그럼 갈 수밖에 없지.
저렇게나 나를 원하고 있는데.
나는 재빨리 오나홀을 챙긴 뒤 문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박서윤의 집에 초인종을 눌렀다.
"안에 있어?"
*
"아, 매니저님 오래 기다렸죠? 미안해요. 얘기가 좀 길어져서."
"괜찮습니다. 거의 한달 만에 만난 것 같은데... 근데 혹시 술 마셨나요?"
"간단하게 1캔 마셨어요. 1캔."
"냄새를 보면... 아닌 거 같은데."
"귀신같기는. 2캔 마셨어요."
"하아... 일단은 들키지 않게 해주세요. 혼나는 건 저라고요."
매니저가 시동을 걸며 창문을 열었다.
그러면서 작은 병을 내밀었다.
"숙취 해소제예요. 한 5분 정도 있다 출발할 테니 잠깐 눈 좀 붙이세요."
"고마워요."
김세정이 싱긋 웃으며 내용물을 꿀꺽 마셨다.
이런 것까지 준비하다니, 역시 눈치 빠르다니까.
그녀는 입가를 닦은 뒤 핸드폰을 들었다.
자연스럽게 들어간 곳은 즐겨찾기에 저장해 놓은 웹소설 사이트.
매일매일 빠짐없이 읽는 소설의 최신화를 클릭했다.
스윽스윽...
스크롤을 내릴 때마다 그녀의 홍조가 더욱 진해졌다.
괜히 몸을 꼼지락 거리기도 했다.
'이번 화도 존나 멋있네... 하아...'
바쁜 시간을 쪼개서 읽는 소설은 그녀의 유일한 취미였다.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는, 힘든 현실을 잊을 수 있는 출구.
하지만 너무 짧았다.
꽤나 여러 개를 읽는다고는 해도 갈증은 해소되지 않았다.
'어디 신작 나온 건 없나? 재밌는 거 하나라도 나왔으면 좋겠는데...'
신작 칸을 뒤적거리던 중, 손을 멈출 수밖에 없는 엄청난 제목이 눈에 들어왔다.
도저히 누르지 않고서는 배길 수 없는 제목과 설명.
'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 뭐 이런 정신 나간 게 다 있어.'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손을 이미 첫 화를 클릭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거 다음화 언제 나와? 존나 재밌는데?"
바로 선작과 알림 설정했다.
조금 달아오른 몸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