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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361화 (361/615)

초과 근무.

정말 무서운 단어지만 이렇게 예쁜 누나와 함께라면 몇 시간이고 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럼 이따 보자."

뚝하고 전화가 끊겼다.

계속 그 자리에 서있자 빨리 오라는 듯 채아 누나가 손짓을 했다.

마침 땡볕이 가장 강한 시간이었기에 얼른 조수석으로 향했다.

끼익.

문을 열자 시원한 에어컨 바람과 좋은 냄새가 얼굴 전체를 화악 덮쳤다.

차 안을 가득 채우고 있어 바로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였다.

물론 좋은 의미로 말이다.

"이렇게 이른 시간에 보는 건 오랜만이네요."

"그래서 더 좋지?"

"좋아요."

짧은 눈인사 후 의자에 몸을 기댔다.

강의실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푹신함에 기분 좋은 목소리가 절로 흘러나왔다.

채아 누나는 그런 나를 씨익 웃으며 쳐다보더니 바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근데 공대는 역시 공대구나. 칙칙하고 페인트도 벗겨져 있고... 밤에 귀신 나오기 딱 좋겠는데?"

"비싼 실험 기구를 사느라 돈을 다 써버린 게 아닐까요? 아니면 저렇게 방치할 리가 없죠."

"그럴지도. 뭐, 그래도 내부만 멀쩡하면 된 거 아니겠니. 수업은 잘 받았어?"

"대충 시간만 때웠어요."

"꼭 공부 잘하는 애들이 저렇게 재수 없는 말 하더라."

어이없다는 듯 작게 코웃음을 내뱉은 그녀.

내가 과탑이라는 걸 알고 있으니 저러는 것 같은데 정말로 멍을 때렸기에 변명을 할 수가 없었다.

"누나도 공부 잘했을 것 같은데. 아니에요?"

"잘했지. 예쁘고 몸매 좋고 공부 잘하고 돈 많고. 인기가 폭발할 지경이었는데 전부 거절하느라 정말 힘들었어."

"누나가 더 재수 없는데요."

"사실인 걸 어쩌겠니."

그녀가 웃으며 자신 있게 허리를 쭈욱 폈다.

동시에 가슴이 한 차례 흔들리며 시선을 빼앗았다.

자신감의 모든 원천은 저 주머니에서 나오는 걸지도 모른다.

툭 튀어나온 동산을 바라보고 있자 채아 누나가 이번엔 머리카락을 크게 찰랑였다.

"우진이도 그렇게 생각하지?"

선글라스를 벗더니 찡긋 윙크를 날렸다.

동시에 빠져들 것 같은 깊은 에메랄드 빛의 눈동자가 등장했다.

역시 예쁘다.

저 자신감은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나는 넋을 놓고 있던 정신을 다시 붙잡으며 화제를 돌렸다.

"그보다 내일 놀러 가는데 초과 근무는 너무 가혹한 거 아니에요?"

"오늘 열심히 일하고 내일 노는데 문제라도 있니?"

"아주 많죠."

일하는 거랑 노는 거랑 같은 의미인 것 같으니까요.

하지만 모른 척 씨익 웃고 있는 걸 보니 놀려주고 싶어졌다.

은근슬쩍 허벅지 위에 손을 올렸다.

주물주물.

청바지를 입고 있어 터질 듯한 빵빵함을 자랑하고 있었다.

나는 유선형의 라인을 따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그 3시간을 못 참아서 일찍 오신 거예요? 원래 알바 시간에만 만나기로 협의한 걸로 알고 있는데."

"어제 희진이랑 재밌게 놀 때 누나는 혼자 편의점에서 일했단 말이야."

"그건 오늘 희진이도 마찬가지잖아요. 그것도 더 일찍."

"그래서 일찍 퇴근하라고 했어. 알바도 미리 구해놨고."

찔리는 게 있는지 황급히 변명을 하는 그녀.

이걸로는 부족하다 생각했는지 추가 설명을 덧붙였다.

"대신 희진이는 어제 먼저 놀았으니까 이 정도는..."

"정말 욕심이 많은 언니네요."

"그러면 안돼? 난 우진이 빨리 보고 싶어서 그런 건데."

필살기 발동.

입술을 삐죽 내밀면서 그렇게 말하면 뭐라 할 수가 없다.

저게 27살의 귀여움?

더 놀리려고 했던 걸 목구멍 속으로 쏘옥 집어넣었다.

"그럼 언제부터 기다려셨던 거예요? 원래는 2시에 출근이잖아요."

"수업이 일찍 끝날 수도 있으니까...10분 정도?"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10분이라 말한 거면 최소 20분은 기다린 것 같다.

"답답하셨을 텐데 밖에서 바람 좀 쐬러 가요."

"그래.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채아 누나가 벗었던 선글라스를 이마에 고정시켰다.

문을 반쯤 열더니 갑자기 멈칫하고 행동을 멈췄다.

"근데 선크림은 발랐니?"

"상남자는 그런 거 안 발라요."

"햇빛이 이렇게 쨍쨍한데도?"

"지금까지 안 바르고 다녔는데 별 문제 없던데요?"

"그것도 잠깐이지 계속 그러면 피부 망가져. 기다려봐."

덜컥.

수납장을 이리저리 뒤적거리기 시작한 그녀.

얼마 지나지 않아 처음 보는 브랜드가 적힌 선크림이 딸려 나왔다.

미안할 정도로 듬뿍 손에 뿌리고는 그대로 내 얼굴로 손을 뻗었다.

"에그... 이럴 땐 남동생 같아서 귀엽단 말이지. 손이 많이 가는 그런 남동생."

"읍..으읏... 살살 문질러요."

"이래야 구석구석 잘 발리지. 빨리 스며들기도 하고."

그녀는 씨익 웃으며 일부러 볼을 쭈욱 늘리기도 하고 콕 찌르기도 하며 장난을 쳤다.

덕분에 이마부터 턱끝까지 골고루 발리긴 했지만 피부가 조금 욱신거렸다.

"이제 나갈까?"

"네."

거울을 보며 마지막 점검을 마치고 나서야 밖으로 빠져나왔다.

역시 오래 기다린 게 맞았는지 그녀는 바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흐으응... 대학교에 오니 새삼 옛날 생각이 나네. 그래봤자 몇 년 전 일이지만."

"지금 누나면 아무도 졸업생이라 생각하지 않을 걸요? 어쩌면 신입생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고요."

"그런 아부 나쁘지 않아."

기특하다는 듯 등을 툭툭치는 채아 누나.

그러더니 슬그머니 가슴에 내 팔을 끼웠다.

"학교 소개 좀 해줘. 명소 같은 곳 알고 있지?"

"그럼 저쪽부터 가요. 단풍나무가 아주 많아서 바람 불면 장관이 펼쳐지는 곳이에요."

"빨리 가보자. 기대된다."

호기심에 물든 눈으로 쳐다봤지만 내 감각은 팔에 전부 집중됐다.

옷이 눌린 게 보일 정도로 강하게 팔짱을 긴 터라 그건 더 했다.

'진짜 언제 느껴도 대단한 가슴이네.'

크기도 크기인데 그대로 녹아버릴 것 같은 부드러움에 혼이 쏙 빠져나가는 것 같았다.

게다가 걸을 때마다 위아래로 출렁거려 절로 하체에 피가 몰리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도 지금은 평범한 데이트 중이니 진정해야겠지.

최대한 신경 쓰지 않기로 하며 반대쪽 팔을 쭉 뻗었다.

"여기 옆에 있는 석조 건물 있죠? 저건 음대예요."

"예쁘다... 근데 공대 옆에 있어서 더 예쁜 것 같기도 하다."

"그걸 노리고 지은 게 아닐까요?"

"그럴지도."

있을 법한 일이다.

그렇게 목적지에 가면서도 이곳저곳 소개를 해주었다.

"도착했어요. 가로수 길이랑 비슷하게 꾸며져 있는데 어때요?"

"와아... 엄청 멋진데? 딱 바람 불 때 걸어 다니면 사진각 엄청 잘 나오겠다."

"그래서 커플들이나 연인들이 몰리기도 해요."

"우리처럼?"

가슴을 꾸욱 누르며 대답을 재촉하는 그녀.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이죠."

"그럼 나 사진 좀 찍어줘. 나중에 프로필로 쓰게."

채아 누누가 호다닥 달려가더니 커다란 나무 아래 포즈를 잡았다.

아이처럼 신난 모습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나랑 커플이라는 말이 그렇게 기분 좋은가?'

오히려 내가 더 좋은데.

적당히 거리를 둔 뒤 카메라 어플을 켰다.

과연 어떤 각도로 찍어야 가장 예쁘게 나올까?

하도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으니 잘 모르겠다.

그래도 채아 누나의 외모면 아무렇게나 찍어도 예쁠 테니 오래 고민 하지 않았다.

찰칵찰칵.

"다 찍었어요."

"한 번 봐봐."

화면을 넘기며 유심히 확인에 들어간 그녀.

가끔씩 미간을 좁히며 휴지통 버튼을 눌렀다.

"이건 별로다. 삭제."

"예쁜데 어디 가요?"

"팔 위치가 어색해. 이것도 삭제"

"이건 왜요?"

"눈이 반쯤 감겼어."

그냥 예쁘기만 한데 뭐가 이상하다는 건지.

알 수 없는 감성에 머리를 긁고 있자 옆에서 한 커플이 지나갔다.

여자가 우리를 잠깐 쳐다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정확히는 채아 누나를 향해서.

"혹시... 저기 편의점 근무하시는 분 아니세요? 점장님 맞으시죠?"

"네? 맞는데 무슨 일이신가요?"

"아뇨 별 건 아니고... 그냥 머리카락 색 때문에 저도 모르게 말을 걸어버렸네요. 죄송합니다."

좋은 시간을 방해한 게 미안했는지 여자가 바로 허리를 숙였다.

이해한다.

저 보랏빛 투톤 헤어는 어디 가서 볼 수 있는 게 아니니 놀랐겠지.

게다가 엄청난 외모와 몸매 때문에 우리 학교에서는 알게 모르게 아이돌 취급도 받고 있다.

본인은 잘 모르는 듯 하지만 꽤나 유명인사이기도 하고.

"남자분도 죄송...어?"

나한테도 죄송함을 표하려던 여자가 다시 한번 눈을 크게 떴다.

뭐라 말이 튀어나오기 전에 채아 누나가 선수를 쳤다.

"아, 우리 알바생이 여기 학교에 다녀서 잠깐 산책 겸 데이트 하러 왔어요. 마침 날씨도 좋고."

"그렇구나.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럼 혹시 저희 사진 좀 찍어줄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연륜이 있는지 자연스럽게 상황을 넘긴 채아 누나.

핸드폰을 여자한테 건네주더니 나를 앞으로 끌고 갔다.

올 때처럼 팔짱을 끼고, 세상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아까보다 더 힘이 들어간 건 기분 탓이 아닐 것이다.

찰칵찰칵.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즐거운 시간 방해해서 제가 더 죄송하죠."

커플들이 서둘러 떠났다.

바로 사진을 확인해봤다.

"잘 나왔다... 우진이 엄청 멋지게 잘 나왔어."

"누나야말로 엄청 예쁘게 나왔는데요? 누가 보면 여신이 내려온 줄 알겠어요."

"에이, 그 정도는 아니야. 그냥 배경빨이지."

말로는 그래도 그녀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이것저것 화면을 두드렸다.

곧 내게 핸드폰을 내밀었다.

"짠! 까톡 프로필로 바꿨는데 어때?"

"미쳤는데요? 진짜 예뻐요."

"그렇지? 오늘 일찍 나오길 잘했다. 이런 사진도 찍고."

연신 미소를 지으며 화면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그녀.

이렇게 즐거워하는 건 되게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이번엔 저기로 가보자. 저기도 경치 좋다."

사진 찍는 것에 맛 들렸는지 저 멀리 호수가 있는 장소를 가리켰다.

"그래요."

이번에도 팔짱을 끼고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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