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다, 오빠 그거 어떻게 할 거예요?"
"...뭘 어떻게 해?"
다음날인 화요일.
수업에 들어가기 전 같이 밥을 먹던 아영이가 대뜸 이상한 질문을 했다.
바로 전에 하던 이야기랑 이어지는 것도 아니라 의도를 파악할 수 없었다.
정말 모르는 얼굴을 하자 오히려 신아영이 의외라는 투로 말했다.
"이상하다... 오빠한테는 아직 말 안 했나 보네요? 첫 번째로 얘기했을 줄 알았는데."
"뭔데? 왜 나만 왕따 시켜. 슬프게."
"모르는 거면 언니가 먼저 말 꺼낼 때까지 기다리는 게 맞는 거 같긴 한데... 어쩌지..."
눈동자를 위로 올리며 고민에 잠긴 얼굴을 하는 그녀.
예쁜 모습이었지만 나한텐 특정 단어밖에 들리지 않았다.
'언니? 박서윤인가?'
채아 누나도 있을 테지만 아직 둘은 전화 번호 교환을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
딱 안면만 있는 상태일 테니 박서윤일 확률이 높아 보였다.
그럼 어제 전화로 말한 삽입의 쾌감이 10배나 좋다고 한 것의 연장선인가?
이거 참 귀엽기도 하지.
"중요한 거야?"
"중요하죠. 아주 많이."
"그렇게 말하면 더 궁금해지는데. 힌트라도 주면 안 될까?"
"흐음... 오빠, 편의점 자매한테 드디어 들켰다면서요?"
아무래도 언니는 채아 누나였던 것 같다.
김치국만 잔뜩 마셔버렸다.
"덕분에 주말에 납치돼서 하루 종일 쥐어짜이고 오긴 했지. 근데 어떻게 알았어?"
"어제 커피 좀 사러 편의점에 들렀는데 젖소.. 가 아니라 채아 언니가 사무실로 잠깐 부르길래 얘기 좀 했어요."
"무슨 얘기 했는데?"
"그리 심각한 건 아니었어요. 그냥 저는 어떻게 오빠랑 만나게 됐는지, 어떤 식으로 접근했는지, 어떻게 알게 됐는지 등등. 대부분 오나홀에 관련된 거였어요."
추억을 되돌아보는 듯, 즐겁게 말하는 걸 보니 걱정할 거리는 없는 것 같다.
애초에 다 들킨 시점부터 더 숨길 비밀도 없지만 말이다.
"그러고 보니 채아 누나랑 희진이는 알바 시작한 날부터 했으니 대충 2달 반 정도 지나서야 들켰네."
"저도 얼추 그 정도 걸리지 않았나요? 학기 시작한 날에서 거의 방학 직전까지였으니."
"근데 아영이는 의심을 엄청 빨리 했잖아. 2번째 조별과제인가? 그때부터."
"의심이랑 확정이랑은 다르니까 대충 3달은 맞죠."
"눈치도 빨라."
"그러게 누가 하루 종일 저 따먹으러 오래요? 꼬리가 기니까 그런 거죠."
"아영이가 너무 맛있어서 하루하루 참을 수가 없어서 그랬지."
아영이와 나는 동시에 피식 웃으며 밥을 한 숟갈 입에 넣었다.
조용히 우물거리기를 잠시, 지나가듯 말을 꺼냈다.
"그래도 먼저 말 못한 건 조금 미안하긴 하네."
"순순히 정체를 말했어도 봐줄 것 같았는데 아쉽네요. 어제 언니 말하는 거 보니까 그냥 완전 오빠한테 반해있던데."
"한 짓이 있으니 쉽게 입이 열리지 않더라. 초반에는 그냥 꼴리고 재밌었는데 갈수록 정이 쌓여서 말이야."
"에이, 몇 대 좀 처맞으면 되는 걸 가지고. 이럴 때 보면 진짜 소심하다니까."
들고 있던 젓가락을 내려놓고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는 신아영.
씨익 미소를 짓더니 볼을 쿡 찔렀다.
"진짜 사고뭉치 아니랄까봐. 완벽한 것 같으면서도 은근 허당끼가 있어서 참 귀엽다니까요."
"나름 철저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네."
"솔직히 말하면 은근 들키길 바래서 그런 건 아닌가 싶어요. 대충 들어보니까 vr기기니 건강 지킴이 뭐니 아주 난리를 쳤던데, 저 그거 듣자마자 빵 터진 거 알아요?"
그녀는 킥킥 웃더니 목을 가다듬었다.
진지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안녕, 나는 건강 지킴이야! 잘 부탁... 흐흐흐흫..."
갑자기 고개를 돌리고는 커다랗게 웃는 신아영.
제대로 터졌는지 어깨를 실룩거리며 바람 새는 소리를 계속 내었다.
"...그땐 엄청 다급했다고. 설마 반투명 모드일 줄 누가 알았겠냐."
"푸흐흡... 건강 지킴이래... 건강 지킴이..."
"네가 안 겪어봐서 모르는 거야. 나는 뇌를 풀가동해서 겨우 말한 거라고."
"네네~ 그러겠죠~ 건강 지킴이 씨."
무안한 얼굴로 변명을 했지만 신아영은 계속해서 성대모사를 하며 나를 놀려댔다.
다행히 옆자리에 금방 사람이 앉아 장난은 멈추었다.
고마워요.
이름 모를 슈퍼맨.
"그래서, 아까 하려던 얘기는 뭐야?"
"이번 주말에 다 같이 놀러 가자는데요? 마침 금요일이 대체 공휴일이니까 2박 3일 정도로요."
갑작스런 여행 계획.
귀를 의심하며 한 번 더 되물었다.
"채아 누나, 희진이, 아영이랑 혜윤이. 이렇게 4명이서?"
"네. 예약은 자기가 할 테니까 시간이 되는지만 알려달라고 했어요."
"왜 나한테는 안 물어본 거지?"
"어차피 오빠는 남는 게 시간 아니에요? 아니어도 강제로 끌고 가면 되니까 별 상관없다고 생각했나 보죠."
슬프구만.
저게 진짜 정답일 것 같아서 더 슬퍼졌다.
그보다 시간이 되긴 하지만 나 포함 5명이서 가는 여행이라.
정말 어떤 일이 일어날지 한 치도 예상할 수가 없었지만 하나만큼은 확실했다.
'미라가 되든 말라죽든 둘 중 하나겠지.'
어쩌면 복상사로 생을 마감할 수도 있고.
그것도 나쁘진 않지.
"어쨌든 저는 간다고 했어요. 그리고 혜윤이는 나중에 헬스장에서 만나면 물어봐주세요."
"알았어. 아마 이따 저녁에 물어볼게."
"오빠는 무조건 참석인 거 알죠? 안되면 기절시켜서라도 데려갈 거예요."
"직접 걸어갈 테니 제발 그러지마."
"그건 두고 봐야죠."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밥을 입에 집어넣는 신아영.
그렇게 불안한 미래만을 남겨둔 채 대화가 끝났다.
어차피 밥도 거의 다 먹은 상태였기에 재빨리 해치운 뒤 밖으로 나왔다.
쨍쨍한 햇빛으로 손으로 가리며 주위를 둘러봤다.
"수업까지 30분이나 남았는데 뭐 할까?"
"그러게요... 소화도 시킬겸 운동이나 할까요?"
평범한 투로 말했지만 아주 많은 뜻이 들어있는 듯한 말.
이건 무조건 섹스를 하자는 의미나 다름없다.
내 자지를 걸고 확신할 수 있다.
"좀만 걷자."
"그래요. 날씨도 좋은데."
신아영이 해맑은 표정으로 팔짱을 꼈다.
그냥 나랑 같이 있는 것 자체를 즐기는 듯한 모습에 조금 무안해졌다.
내가 오해하고 있었을지도.
그렇게 이리저리 걷고있자 그녀가 별 거 아니라는 듯한 말투로 툭 내뱉었다.
"맞다, 그리고 채아 언니가 이런 말도 했어요. 언제든지 필요하면 쓰라고."
"뭘 써."
"사무실이요."
"...."
왠지 가는 방향이 편의점이다 싶었더니 그런 이유였나.
방금 말은 취소다.
"거기 보니까 매트리스에다 샤워기에다가 아주 제대로던데요? 아~ 부럽다. 제가 아는 사람은 예쁜 여자랑 섹스하면서 돈도 받던데 그런 꿀알바가 세상에 또 어딨을까요?"
"대신 아영이는 모델 촬영 같은 거 하면 돈 엄청 받잖아. 나랑 비교도 안 될 정도던데."
"그걸 말이라고 해요? 전 주말 몇 시간 내내 서있으면서 힘들게 찍었으니 그런 거죠."
"나도 몸 쓰느라 힘든데."
찔리는 게 있으니 마지막은 개미가 기어가듯 말했다.
아영이도 딱히 말을 하지 않았지만 대신 내 허벅지를 툭툭 쳤다.
"그럼 더 열심히 운동해야겠네요. 앞으로 어떻게 버티시려고."
"그래도 아영이 하나는 실신시킬 자신은 있어."
"한 번 해볼까요?"
바지춤을 슬쩍 건드리며 유혹하는 표정을 지은 그녀.
이거 기강 한 번 다져야겠구만.
보지는 자지를 이기지 못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똑똑히 새겨줘야겠다.
"그럼 잠깐 내 방으로 갈까?"
"편의점은 안돼요? 그나마 좀 가깝기도 하고 씻을 수도 있잖아요."
"채아 누나는 2시에 출근이라 지금 가면 없을 텐데 쓰기는 좀 그렇지."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여기서 하죠."
신아영이 제자리에 멈춰섰다.
그러더니 구석에 있는 나무를 가리켰다.
매번 얘가 중증의 노출증 환자라는 걸 까먹는다.
"그럼 미리 강의실 가서 자리라도 잡고 있자."
"밖에서 하면 안돼요?"
"한창 더운 1시잖아. 땀투성이로 수업 들으면 다들 뭐라 생각하겠어. 아, 쟤네 섹스 조지고 왔구나."
"라고 생각하면서 아주 부러운 눈으로 쳐다보겠죠."
"그러긴 하겠다."
한 수 접어주며 다음 수업이 있을 강의실로 걸음을 옮겼다.
언제나처럼 맨 뒷자리로 향하자 신아영이 내 팔을 잡아 멈추게 했다.
"오늘은 중간으로 가요."
"왜 갑자기 모범생 코스프레야? 맨날 뒤에서 딴짓하던 학생이."
"전 언제나 모범생이었는데요? 오빠보다는 성적이 낮지만 그래도 과에서 3손가락 안에 든다고요."
"1등 미만 잡."
"같은 A+이면서 뭘."
그녀는 샐쭉하게 표정을 짓더니 나를 강제로 의자에 앉게 했다.
벌써부터 기대에 가득 찬 얼굴을 하더니 갑자기 핸드폰을 들었다.
"이렇게 서로 아무렇지 않은 척 핸드폰을 하고 있으면 절대 안 들키겠죠?"
카모플라쥬를 써달라는 뜻.
아바타를 2개 소환해 그녀의 주변에 배치했다.
"옷 벗어. 위아래 전부 다."
"으응... 안 할 것처럼 굴더니 오빠도 불이 붙었나 봐요?"
씨익 웃으며 주위를 휙휙 둘러보는 그녀.
속옷까지 전부 벗어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
"하아... 곧 수업이 있을 곳에서 알몸이라니...."
"흥분돼?"
"엄청요."
"만약 들키면 어떻게 될 것 같아?"
"휴학하고 오빠네 집에서 하루 종일 살아야죠."
"카모플라쥬 해제해야겠네."
"상관 없어요. 어차피 오빠가 저 책임져준다 했는데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또 어때요."
신아영이 당당하게 가슴을 흔들며 내 책상 위로 올라왔다.
쭈그려 앉더니 두 팔을 머리 뒤로 붙였다.
매끄러운 겨드랑이와 맨들맨들한 보지까지 훤히 보이는, 완전 복종 자세.
남자를 미치게 하는 페로몬이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래서 절 이제 어떻게 할 거예요?"
"거기 위에서 자위해봐."
"변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