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340화 (340/615)

"하아...하아...하아..."

"이제 끝낼까?"

"네헤에... 손가락 하나 까닥 못하겠어요..."

정말로 힘 하나 없는지 침대에 축 늘어져 있는 윤혜윤.

땀범벅이 된 엉덩이를 두드려주며 몸을 일으켰다.

쏴아아아...

밖은 여전히 비가 몰아치고 있었다.

몇 시인지는 모르겠지만, 마지막 타임을 시작했을 때가 새벽 1시였으니 아마 2시 전후이지 않을까 싶었다.

'내일 학교도 가야 하니까 적당히 해야지.'

라고 말하기엔 이미 5시간 정도 즐긴 상태.

물론 밥 먹고 씻고 얘기했던 것을 뺀, 순수하게 섹스를 한 시간이다.

"감기 걸릴지도 모르니 씻고 자자. 눈 떠봐."

"저 진짜 힘든데에..."

"내가 씻겨줄게. 가자."

살며시 그녀의 어깨와 허벅지 아래에 팔을 넣어 들어 올렸다.

일명 공주님 안기.

품에 쏙 들어오게 되자 윤혜윤이 부끄러운 듯 웃었다.

몸을 꿈틀거리며 볼을 비벼댔다.

"계속 이러고 있으면 안 될까요? 이거 너무 좋은데."

"그러고 싶은데 나도 체력이 무한이 아니라서."

"저랑 키스하면 힘이 날 거예요."

체액 회복의 존재를 알고 있는 혜윤이가 입술을 내밀었다.

정말 귀엽기도 하지.

바로 막아주었다.

"응흡...읏...응..."

끈적한 혀놀림과 뜨거운 숨결.

계속 이러고 싶을 정도로 달콤했지만 또 불이 붙어버릴 것 같아 금방 입을 뗐다.

"으응..."

불만인 듯한 얼굴을 했지만 그녀도 체력이 다했는지 더 이상 조르지는 않았다.

대신 내 목을 더욱 세게 끌어안았다.

그 상태로 화장실에 들어가 깨끗이 몸을 씻고 나왔다.

풀썩.

"잘자."

"오빠도요."

피곤했는지 거의 눕자마자 잠에 들은 윤혜윤.

새근새근 조용한 숨소리를 확인하고는 나도 천천히 옆에 누웠다.

아직 잠이 오지 않았기에 핸드폰을 슬쩍 꺼냈다.

밝기를 최소로 한 뒤 상단바를 내렸다.

-띠링. vr이 실행되었습니다. 화면 공유를 하시겠습니까? [YES/NO]

어김 없이 오늘도 등장한 알림.

약 3시간 전에 왔던 것이다.

'오늘도 해버린 건가? 최근 들어 갑자기 빈도가 늘어났네.'

오랜만에 건강 지킴이를 불렀던 토요일.

그 다음날인 일요일에도 갑자기 알림이 떠 급하게 찾아가 봤다.

'이건 나 혼자 즐기려고 vr 낀 거니까 이제부터 진짜 안 와도 돼. 알림 떠도 그냥 무시해줘.'

라고 말했던 채아 누나.

그때만 해도 vr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는 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근데 이건 너무 많지?'

월요일에도 2차례.

화요일인 오늘도 1번.

성욕이 많다는 건 알지만 뭔가 수상했다.

풀고 싶으면 희진이처럼 영상 통화를 걸거나 야한 사진을 보내면서 만나자고 유혹을 할 텐데.

그러지도 않고 혼자 자위라니.

'혹시 vr에서 뭐라도 발견한 건 아니겠지?'

저번에 한 번 확인해봤을 땐 별 문제는 없었다.

머리에 끼는 순간 업데이트가 되었지만 지금은 수동으로 바꿔놓은 상태.

거기에 자동으로 인물들의 얼굴이나 배경을 조금씩 바꿔주었기에, 평소에 관찰을 깊게 하지 않는다면 눈치챌 일은 없었다.

'그냥 오랜만에 사용해봤는데 불이 붙어버린 거겠지.'

불안하긴 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한 번 분위기를 탄 채아 누나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고 있으니까.

나는 또 얼마나 쥐어짜일지 기대와 함께 눈을 감았다.

*

"이상하다~이상해애..."

한채아는 마우스를 계속 드르륵거리며 답변 내용을 반복해서 읽었다.

주말에는 고객센터가 쉬는 바람에 월요일에 올린 답변이 이제야 도착한 것.

-저번에 룰렛 당첨에서 1등을 한 사람입니다.

상품으로 vr 기기를 받았는데 혹시 해당 이벤트의 상세 내용 좀 알 수 있을까요?

아무리 찾아도 홈페이지 어디에서도 관련된 걸 발견할 수 없어서요.

-안녕하세요. 한채아 회원님.

문의해주신 내용대로 확인해본 결과, 최근은 물론 과거에도 어떤 룰렛 이벤트도 한 적이 없었습니다.

혹시 다른 사이트와 헷갈린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정확한 답변을 못 드려 죄송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내가 로터를 산 사이트가 여기밖에 없는데 모른다고? 이게 말이 돼?"

모든 항목을 뒤져봤음에도 비슷한 결과가 하나도 없어 문의를 남긴 결과가 이거다.

끼익.

그녀는 의자를 뒤로 젖혀 천장을 바라봤다.

팔짱을 끼고, 손가락을 타닥거리며 생각에 잠겼다.

'이건 무언가 있어. 뭔가...뭔가 있는데 그게 뭐지?'

우진이가 관련되어 있는 이상 그냥 넘어갈 순 없다.

하지만 어떻게?

더 이상 꼬리를 물 단서가 없는데.

"하아..."

맥이 탁 풀려버렸다.

거의 다 근접한 것 같은데 여기서 또 막히다니.

그녀는 잠시의 고민 후 결정을 내렸다.

"여기서 그만 두자. 내가 그 둘에 비해 모자라니까 아직 말해주지 않는 거겠지..."

1학기부터 쭈욱 함께 다닌 둘과 몸을 섞은 지 얼마 안된 자신.

조금 우울하긴 했지만 함께 지낸 기간이 다르니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도... 포기할 순 없지.'

주먹을 꽉 쥐었다.

좀 더 열심히, 좀 더 적극적으로 나가 더욱 관계가 깊어진다면.

우진이도 나를 믿고 말해줄 게 분명하다.

그때까지 더 좋은 모습을 보이자.

다짐을 하며 컴퓨터를 껐다.

'일단... 내일 편의점에서 하려면 체력을 아껴야 하니 빨리 자자.'

옆에 둔 vr기기를 들고 침대로 이동했다.

다시 옷장에 봉인을 하려니 이대로 끝내긴 아쉬운 기분이 들었다.

특히 맨 처음 봤던 달빛 아래서의 수영장 섹스.

아름답기까지 한 신아영과 우진이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았다.

'딱 한 번만 보고 잘까...? '

제멋대로 움직인 손은 어느새 헬멧을 들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해당 영상을 찾아 재생을 눌렀다.

울창한 주변 숲 속 배경과 은빛의 물결이 출렁이는 수영장.

점점 빠져들려는 참,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게 눈에 포착됐다.

'저런 게 있었나? 처음 보는데...'

둘의 뒤를 살금살금 따라 나온 한 그림자.

수영장 쪽으로 향하고 있었기에 한채아는 눈을 크게 뜨며 정체불명의 형체를 계속 지켜봤다.

그때, 한 줌의 빛무리가 그림자의 정면으로 내리쬐었다.

빠르게 수풀로 숨어들었지만 환하게 비친 달빛에 얼핏 볼 수 있었다.

"...저거!"

아주아주아주 익숙한, 머리색이나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절대 못 알아볼 리 없는 사람.

제대로 본 게 맞나 몇 번이나 반복했다.

일시 정지를 눌러 뚫어지게 쳐다보기도 했다.

"잡았다..."

그녀는 바로 헬멧을 집어던지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단서가 이어졌다.

*

똑똑똑.

"희진아 안에 있니?"

"흐엑! 자..잠깐.. 들어오지마!"

이 시간에 언니가 갑자기 왜?

예상치 못한 방문에 한희진은 화들짝 놀라며 벗어놓은 옷을 찾아 침대 위를 더듬거렸다.

'아이씨... 딱 좋은 각도였는데...'

우진 오빠한테 보낼 야한 사진을 찍던 중이었던 터라 알몸이었던 그녀.

대충 걸쳐 입은 뒤 문을 열었다.

"무슨 일이야?"

"잠깐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응."

굳은 얼굴을 보면 심각한 상황인 것 같다.

언니가 야심한 밤에 노크하는 일은 거의 없으니 더욱 더.

'혹시 내일 사무실 사용 때문에 그런가? 순서를 바꿔달라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것밖에 없다.

자신도 수요일이 오기를 얼마나 기대하고 있었는데 그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

비슷한 말이 나오면 바로 거절할 생각으로 침을 꿀꺽 삼켰다.

하지만 언니의 입에서 나온 건 전혀 다른 것이었다.

"희진아, 혹시 저번에 펜션 갔던 거 기억해?"

...갑자기 그건 왜?

뭐 때문에 그러는지는 몰라도 여전히 그때의 일이 머릿속에 생생했다.

"기억나지."

"낮에는 다같이 수영장에서 놀기도 하고, 저녁에는 고기도 구워 먹고, 마지막으로 다같이 욕조 안에서 불꽃 놀이도 봤었지?"

"그랬지."

추억을 떠올리는 듯 언니의 입가에는 미소가 번졌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굳어버렸다.

"밤에도 기억나?"

"정확히 어떤 거? 3명이서 섹스하는 것 때문에 벽 너머로 신음이 새어 나온 거?"

직설적인 말에 언니가 피식 웃었다.

"그것도 있지만... 혹시 희진이 너, 밤에 나간 적 있지 않아?"

있지, 근데 그걸 어떻게 알고 있지?

설마 안 자고 있었나?

근데 이제 와서 그게 뭐 어쨌다고.

"응. 잠도 안 오고 해서 그냥 바람도 쐴 겸 나갔어."

"그러면... 나가서 우진이랑 아영이 보지 않았니?"

"봤어."

"수영장에서 하는 것도?"

"...응."

뭐 때문에 그러는지는 몰라도 딱히 숨길 이유는 없다.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이자 언니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진짜 왜 이제 와서 그러는 거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무슨 일인..."

"그럼 혹시 이상한 사람 보진 못 했니?"

움찔.

이상한 사람.

아주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는 단어지만, 듣는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동시에 머릿속에는 그 새끼가 떠올랐다.

초능력 하나 가졌다고 꺼드럭 대고 재수 없고 짜증 나는 새끼.

'설마 언니한테도 간 건가? 저번에 언니 방에 같이 간 적도 있으니 존재 자체는 알겠지만...'

고개를 저었다.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언니의 얼굴이 어두웠을 것이다.

아마 다른 사람을 말하는 거겠지.

"못 봤는데? 그보다 정확히 어떤 사람을 말하는 거야?"

"카메라? 같은 걸 들고 있는 사람. 정확히는 몰라도 고화질로 찍을 수 있는 물건을 든 사람."

어깨가 멋대로 떨렸다.

그 새끼도 카메라로 내 영상과 사진을 그렇게 찍어댔는데, 진짜 같은 사람을 말하고 있는 건가?

언니가 이렇게 조심히 말을 꺼내는 거면 똑같은 걸 당했을지도 모른다.

이거 어쩌면.

어쩌면.

한희진은 그 어느 때보다 뇌가 빨리 돌아가는 걸 느꼈다.

이리저리 계산하기를 잠시, 조심히 입을 열었다.

"사실 그동안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나 그동안 아주 이상한 걸 겪었어. 어쩌면 언니가 방금 했던 얘기랑 관련이 있을지도?"

편하게 앉아있던 언니의 자세가 경청하는 걸로 바뀌었다.

방의 불은 오랫동안 꺼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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