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잠에서 깨자마자 바늘로 쿡쿡 찌르는 듯한 통증이 허리를 괴롭혔다.
"아파 뒤지겠네..."
원인은 뻔했다.
위험 신호를 무시하고 혜윤이와 해버린 질펀한 섹스 때문이다.
하는 동안에는 온몸에 흐르는 쾌감에 못 느꼈지만, 오늘 일어나고 나선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진짜 안 쉬면 죽는다는 것을.
딱히 후회는 없지만 덜 격렬하게 할 걸 그랬다.
나는 아픈 부위를 살살 문지르며 베개 옆에 둔 핸드폰을 꺼냈다.
'오늘 일정이 어떻게 되지?'
시간표에 들어갔다.
첫 수업은 점심 이후에 있었다.
아직 쉴 시간은 충분했다.
상태가 악화되면 병원에 가보기로 하며 천천히 현관문으로 향했다.
바람이라도 쐬면 나아질까 해서 말이다.
"근데 내일 또 편의점 출근이네... 나 진짜 죽는 거 아니지?"
문뜩 든 생각에 닭살이 돋았다.
하지만 현실성이 상당히 높은 거라 쉽사리 머릿속에서 떠나가지 않았다.
끼익.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잠시 어디 나가는지 편하게 입은 박서윤이었다.
먼저 인사를 건넸다.
"안녕."
"어... 안녕."
어색하게 답을 하며 시선을 마주치지 못하는 그녀.
괜히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어제 신나게 내 자지를 빨아댔으니 그럴 만도 하지.'
심지어 정액까지 맛있게 삼키고는 자위까지 한 걸 똑똑히 기억한다.
분수를 뿜을 때까지 열심히 말이다.
그 사실은 영원히 가슴속에 묻어두고.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물었다.
"어디 가냐?"
"잠깐 편의점."
"가는 길에 파스 좀 사다 주면 안 되냐?"
내 말에 박서윤이 피식 웃더니 허리를 크게 흔들었다.
박는 걸 흉내 내는 게 분명했다.
"어제 아프다고 고래고래 자랑을 하더니 결국 병났구나? 그러게 적당히 좀 하지."
"그땐 몰랐지. 난 괜찮을 줄 알았어."
"헬스 끝나고도 1시간 정도 계속하는 게 괜찮을 줄 알았다고? 혹시 머리까지 아픈 건 아니지?"
"다행히 머리는 괜찮아."
그리고 1시간이 아니다.
옆집한테 민폐 될까 혜윤이 방으로 옮겨서 2시간의 추가 시간을 보냈었다.
라는 건 비밀로 하자.
지금 말하면 불리할 뿐이니까.
"어쨌든 이 아픈 친구를 위해 사다 줄 수 있지?"
"그래, 기다리고 있어. 착한 내가 해줘야지 어쩌겠어."
휘릭 손짓을 한 그녀는 슬리퍼를 질질 끌며 나아갔다.
곧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졌다.
왔다 갔다 하는 시간을 생각해보면 약 15분은 걸릴 것이다.
계속 서있기에는 부담스러우니 집에 들어가 있기로 했다.
털썩.
침대에 쓰러졌다.
부드러운 시트 위에 조용히 누워있자 잡생각이 들었다.
'이제 채아 누나랑 희진이도 본격적으로 참전하니까 조금 무리가 오네...'
수목금 편의점에서는 자매를, 토일월화 중 며칠은 아영이와 혜윤이를 상대해야 한다.
아무리 내 체력과 회복력이 증가했다지만, 그건 오나홀에 등록된 애들도 여성 업그레이드로 증가한 건 마찬가지다.
어떻게 보면 섹스 시간만 증가한 거나 똑같다.
나는 좋은 방법이 없을까 하고 어플에 들어갔다.
이 만능 척척박사라면 무언가 해결책을 제시해줄 것이다.
오랜만에 점수도 확인할 겸 말이다.
현재 한채아의 게이지는 274점입니다.
나이 : 27살
키 : 170.1cm
몸무게 : 53.6kg
쓰리 사이즈 : 104 - 68 - 105
성향 : 중도
약점 : 클리토리스, G스팟, 가슴, 허리, 유두, 회음부, 애널, 자궁.
좋아하는 자세 : 정상위, 대면 좌위, 뒷치기.
현재 감정 : 기대감.
[한희진]
현재 한희진의 게이지는 282점입니다.
나이 : 20살
키 : 159.5cm
몸무게 : 43.7kg
쓰리 사이즈 : 85 - 61 - 89
성향 : 극M
약점 : 클리토리스, G스팟, 둔덕, 배, 가슴, 겨드랑이, 목, 보지, 자궁.
좋아하는 자세 : 뒷치기, 교배 프레스, 정상위, 기승위.
현재 감정 : 기대감.
현재 박서윤의 게이지는 42(+100)점입니다.
나이 : 24살
키 : 166.3cm
몸무게 : 49.2kg
쓰리 사이즈 : 92 - 62 - 94
성향 : 중도
약점 : 클리토리스, G스팟, 질 내, 가슴, 귀, 목.
좋아하는 자세 : 정상위, 대면 좌위, 기승위.
현재 감정 : 약간의 부끄러움.
되게 오랜만에 보니 점수에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특히 자매.
저번 주말에 3일 연속으로 한 영향이 엄청난지 점수가 껑충 뛰어 있었다.
'곧 있으면 둘 다 300점이 되겠는데?'
슬슬 오나홀에 대해 말해야 할 것 같은데 타이밍을 도저히 잡지 못하겠다.
어쩌면 굳이 말할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나는 복잡한 머리를 흔들며 점수 계산을 시작했다.
'...1198점?'
마지막으로 업그레이드된 게 1000점이었는데 1100점 알림은 뜬 적이 없다.
아마 4 자릿수가 넘고 나서는 경험치 폭이 대폭 늘어난 것 같다.
예상이 맞다면 1200점 때 뭔가 등장할 듯했다.
아니면 채아 누나와 희진이 점수가 300점이 되면 보너스로 뭔가 나올지도 모르고.
띵동.
상념을 깨우는 벨소리가 귀를 파고 들어왔다.
드디어 도착한 모양이다.
문을 열어주자 비닐 봉지를 들고 있는 박서윤이 있었다.
"자, 여기 파스랑 비타민c랑 이것저것 좀 사왔어."
"고마워."
통째로 건네받았다.
꽤나 묵직했다.
"넌?"
"난 따로 챙겨놨으니까 그거 너 다 가져."
주머니를 보니 볼록하긴 했다.
그보다 나를 위해 이렇게나 많이 챙겨서 와주다니.
역시 돈 많은 친구가 짱이다.
그렇게 미묘한 대치를 하고 있자 박서윤이 안쪽을 기웃거렸다.
이어 부스스한 내 머리를 보더니 지나가듯 말을 툭 던졌다.
"방금 일어났어?"
"어."
"방도 엉망진창이네.
"방금 일어났으니까."
"도와줄까?"
갑자기 내 방에 들어오려 하는 그녀.
진짜 내가 걱정되어서 그런 걸까, 아니면 오나홀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서일까.
둘 중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
박서윤과 단 둘이 있다는 게 중요하지.
"그럼 나야 고맙지."
나는 씨익 웃으며 안으로 안내했다.
쾅.
문이 닫히자 적막함이 감돌았다.
아직 불도 키지 않은 터라 방 분위기는 한 층 더 칙칙했다.
"어우... 환기 좀 시켜라. 냄새 미쳤네."
"방금 일어났다고 몇 번 말하냐."
"그냥 그렇다는 말이지."
박서윤이 바로 창가 쪽으로 가더니 드르륵 하고 유리창을 열었다.
선선한 바람을 맞기를 잠시, 크게 숨을 들이쉬더니 뒤로 돌았다.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더니 얼굴을 찡그렸다.
"진짜 돼지 우리가 따로 없네. 도대체 뭘 하면 이렇게 되냐?"
"그러게. 뭘 했을까?"
"혜윤이랑 신나게 빠구리 떴으면서 모른 척은."
"하..."
진짜 저게 연예인의 입에서 나온 단어인지 귀를 의심했다.
그러든 말든 박서윤은 바닥에 떨어진 옷가지를 책상 위에 올려놨다.
"청소 좀 해줄 테니까 넌 쉬고 있어라."
"내가 나중에 할 테니까 내버려 둬."
"난 더러운 꼴은 절대 못 보거든. 그리고 넌 환자니까 이번만 특별히 해주는 거야."
무슨 엄마도 아니고 방 청소라니.
어차피 서로 볼꼴 못볼꼴 다 본 사이라 그냥 맡기기로 했다.
자지도 봤고, 오나홀도 봤는데 우리 집에 더 한 건 없으니까.
그렇게 침대에 누워 박서윤이 뽈뽈 돌아다니는 걸 지켜봤다.
티비에선 예쁘고 깨끗하고 밝은 모습만 나왔는데, 눈앞에 있는 그녀는 180도 달랐다.
책상도 치워주고, 물티슈로 닦아주기도 하고, 옷도 바르게 개서 옷장에 걸어준다.
아주 평범하고 착실한...
"야!"
"왜."
"너 이거 어제 헬스장에서 입고 안 빨았지?"
박서윤이 더러운 것을 보듯 엄지와 검지로 반팔을 짚고 있었다.
"까먹었어."
"까먹을 게 따로 있지 뭔... 하아, 진짜 땀 냄새 뒤진다."
"은근 좋지 않냐?"
"지랄하네."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세탁기에 휙 하고 집어 넣었다.
입이 거칠어도 할 건 다 하는 게 아주 보기 좋다.
'은근 귀엽네.'
딜도로 장난만 치지 않았어도 평범하게 친해졌을 텐데.
투덜대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자 박서윤의 고개가 이쪽으로 돌아왔다.
옆에 놓은 비닐 봉투로 눈동자를 돌리더니 인상을 팍 썼다.
"근데 너 아프다고 하지 않았냐? 왜 가만히 있어?"
"허리가 아픈 거라 혼자 못 붙여."
"왜 못 붙여? 어깨도 고장 났냐?"
"잘 아네. 팔이 뒤로 안 돌아간다."
당당한 대답에 그녀는 하던 걸 내려놓고 다가왔다.
그러더니 침대를 탁탁 쳤다.
"여기 누워봐. 붙여줄게."
시키는 대로 하자 옷이 말려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깨 아래까지 노출되자 따스한 손길이 등을 쓸고 다녔다.
내 근육을 느끼듯 천천히.
마사지해주는 것처럼 이곳저곳을 만지더니 무언가를 찌익 열었다.
"소리 지르지마."
나지막한 경고와 함께 아픈 곳에 손바닥이 강타했다.
"쓰으으읍...!"
필사적으로 참고 있자 이번엔 다른 부위에 공격이 들어왔다.
그것도 한 번이 아닌 여러 번.
절대 환자를 대하는 게 아닌, 감정이 실려있는 세기였다.
그동안의 울분을 전부 담아낸 게 틀림없다.
그런 내 움찔거림이 웃긴지 박서윤이 입을 가리며 어깨를 떨고 있었다.
"...너 일부러 그랬지?"
"이래야 파스가 제대로 붙지~ 이렇게 말이야."
그녀는 파스 위를 세게 문지르며 꾸욱 눌러댔다.
단 하나도 빠짐없이 구석구석. 그것도 엄지로 힘을 주어서 말이다.
평소라면 뿌리쳤겠지만 지금 나에게는 그럴만한 힘이 없었다.
그저 이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기를 빌었다.
"하아...하아..."
약 1분간 고통의 순간이 지났다.
아직도 짜릿한 감각을 되새기고 있자 박서윤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일어났다.
스트레스가 제대로 풀린 모양이다.
슬슬 집으로 돌아가나 싶더니 빙긋 웃으며 나를 돌아봤다.
"아침 안 먹은 것 같은데 내가 밥해줄까?"
"그냥 집에 가주면 안될까?"
"환자를 두고 어떻게 가."
아직도 나를 더 갖고 놀고 싶은 것 같다.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당하고만 있는 건 성미에 맞지 않는다.
빠르게 머리를 회전시키고 있자 아까 봤던 어플의 점수가 떠올랐다.
1198점.
2점만 올리면 1200점에 도달할 수 있고, 아주 좋은 실험 대상이 눈앞에 있다.
"서윤아, 큰일 났다."
"왜? 무슨 일인데?"
이름을 부르자 쪼르르 달려오는 그녀.
가까워지자 나는 예고도 없이 바지를 훌렁 벗어던졌다.
"어...? 무슨..."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에 그녀는 벙찐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개의치 않고 팬티까지 내렸다.
순식간에 반전라가 된 나는 그녀에게 자지를 내밀었다.
"그 여자가 만지고 있다. 처리해줘."
순간 무슨 뜻인지 알아채지 못하고 정지를 한 박서윤.
자신의 손과 자지를 번갈아 보더니, 시시각각으로 얼굴을 변화시켰다.
"그으래애?"
악마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