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오빠랑 같이 헬스 다닌지도 거의 6개월 정도 됐어요."
"왠지 그럴 것 같았어. 둘 다 최소 몇 개월은 운동한 몸이었거든."
"에이, 서윤 언니에 비하면 별 거 아니죠. 한참 부족한데."
"혜윤이도 엄청 예쁘던데 무슨 소리니?"
하하호호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하는 윤혜윤과 박서윤.
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뭔가 기분이 이상했다.
'박서윤 쟤도 원래 운동 좀 하던 애 같았으니 그렇다 치는데...'
갑자기 저 친한 척은 아무리 봐도 이해가 안 됐다.
10년 지기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오랫동안 알고 지낸 듯한 느낌.
물론 헬스 하는 사람끼리의 알 수 없는 무언가가 통했을 수도 있다.
바로 옆집 이웃이기도 하고 안면이 있기도 하니까.
일단 그러려니 하며 그녀들을 뒤따라갔다.
잘 빠진 두 다리와 힙업된 엉덩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말이다.
"언니! 제가 누구랑 같이 온 줄 아세요!?"
"응? 왜 그러니?"
문이 열리자마자 안으로 뛰어간 윤혜윤.
그녀는 카운터 누나한테 신난 아이처럼 상황 설명을 했다.
처음엔 믿지 않았던 누나도 이쪽을 돌아보더니 눈을 크게 떴다.
그러자 박서윤이 기쁨의 콧웃음을 한 번 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아무리 봐도 쟨 관심병자가 맞아.'
"안녕하세요. 혜윤이가 여기 다닌다 해서 잠깐 구경 좀 왔어요."
"네네! 편한 대로 둘러보세요!"
"그래도 괜찮을까요?"
"물론이죠!"
바로 나오는 허락. 거의 프리패스 수준이다.
티비에서만 보던 사람을 직접 보면 저 반응은 당연하긴 하다.
밝은 미소 뒤에 숨겨진 사악한 본성도 모르고 말이다.
그렇게 우린 윤혜윤의 안내에 따라 이동했다.
"여기는 하체 하는 곳이고 저기는 상체, 저기는..."
둘은 사람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이곳저곳을 돌아다녔다.
혹시 모를 불상사를 막기 위해 나는 보디가드처럼 10m의 거리를 두고 따라갔다.
즐겁게 얘기하던 중, 박서윤이 슬쩍 뒤를 보며 내 위치를 확인했다.
그러더니 윤혜윤의 귀에 대고 무언가를 속삭였다.
수상한 점 포착.
이건 그냥 지나갈 수 없다.
나는 아바타를 하나 소환해 그녀들의 앞에 딱 두었다.
"그래서, 우진이랑은 어떻게 사귀게 된 거야? 역시 헬스장에서 서로 땀 흘리는 서로의 모습에 반한 거겠지?"
"아... 그런 것도 있긴 한데요..."
팔짱 끼고 있는 아바타의 모습을 보고 말끝을 흐리는 윤혜윤.
정보를 함부로 발설하지 말라는 내 의도를 파악했는지 삐질삐질 땀을 흘렸다.
"어차피 우진이는 저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 안 들릴 거야. 언니한테만 살짝 말해줘."
"우진 오빠가 좀 귀가 밝은 편이라서요. 하하..."
"여기서 들리면 그게 사람이겠어? 비밀로 할 테니까 조금만, 아주 조금만."
"그게... 사람이 아닐지도..."
역시 우리의 관계가 궁금했던 모양이다.
'혜윤이부터 공략을 하는 건가? 가장 순진하고 착해 보이기는 하니까 정답이긴 하지. 실제로도 착하고.'
지금 박서윤이 알고 있는 건 신아영, 윤혜윤, 한채아 이렇게 총 3명.
앞의 둘과는 몸을 섞는 사이고, 채아 누나랑은 그에 준하는 관계라고 생각하고 있을 게 뻔하다.
하지만 말 그대로 생각일 뿐.
확신은 없을 것이다.
-적당히 말해. 말 지어내도 괜찮고.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혜윤이에게 전음을 보냈다.
바로 얼굴이 확 밝히며 입을 열었다.
"사실 1학기부터 같이 옆집에 살았었어요. 근데 말도 잘 통하고 어쩌다 운동도 같이 하게 돼서... 네. 그렇게 됐어요."
"그렇구나. 그럼... 아영이는? 걔도 심상치 않은 것 같던데."
"어..."
윤혜윤이 다시 말을 질질 끌며 sos 신호를 보냈다.
이대로는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았기에 직접 나서기로 했다.
나는 아바타를 집어 넣고 발걸음을 빠르게 옮겼다.
바로 뒤에서 불쑥 말을 꺼냈다.
"그래서, 여기 어때?"
"응!? 아... 괜찮네."
갑자기 뒤에서 들려온 내 목소리에 박서윤이 어깨를 흠칫 떨었다.
찔리는 게 많은 모양이다.
"그럼 등록할래?"
"혜윤이도 있고 너도 다닌다고 하니까 믿음은 가네. 일단 3개월치만 끊어볼게."
지금 얻을만한 건 없다고 생각했는지 박서윤이 카운터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 뒷모습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혜윤아, 저거 조심해야돼."
"서윤 언니를요?"
"아까 아영이에 대해 슬쩍 물은 거 보니까 우리 관계에 대해 캐려고 하는 것 같던데? 아주 위험한 년이야."
"저도 그렇게 느끼긴 했어요. 근데 언니 입장에선 생각해보면, 엄청 궁금해할 것 같긴 해요."
그렇겠지.
"근데 궁금해한다고 다 가르쳐 주면 세상에 비밀이 왜 있겠니? 신나서 막 얘기하다가, 모르고 어플이나 무선 연결 오나홀에 대해 발설해버리면 그거 완전 대형 사고야."
"에이, 제가 애도 아니고 그것까지는 절대 말 안 하죠."
걱정 말라는 듯 가슴을 두드리는 그녀.
그럼에도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순진한 건 사실이니까.
'아영이는 오히려 박서윤 머리 위에서 갖고 놀 것 같고, 채아 누나나 희진이는 경계심이 심하니까 괜찮겠지.'
마침 박서윤이 이쪽으로 다가왔다.
지갑을 가방에 넣고 있는 걸 보면 계산을 마친 듯했다.
"일단 3개월치 끊었어. 온 김에 조금만 운동하려 하는데 넌 어쩔래?"
피로가 쌓이긴 했지만 너무 무리만 하지 않으면 괜찮을 듯싶었다.
애초에 혜윤이도 운동하러 왔으니 적당히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난 힘드니까 워밍업 정도만 할게."
"흐응... 주말에 뭘 했길래 월요일부터 힘들어하는 걸까?"
"말했잖아. 월요병."
내가 주말에 얼마나 쌌는지 알고 있으면서 일부러 묻기는.
수상한 눈빛을 애써 무시하며, 우린 다 같이 옷을 갈아입으러 탈의실로 들어갔다.
끼익.
트레이닝복으로 갈아입고 나왔지만 아무도 없었다.
주변 의자에 앉아 핸드폰을 하고 있자 운동화 두 쌍이 눈앞에 등장했다.
"빨리 나왔네?"
"많이 기다렸어요?"
고개를 들었다.
많은 남성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어떻게 보면 알몸보다 더 꼴리는 복장이 펼쳐져 있었다.
'얘도 진짜 몸매 좋긴 하네.'
체형에 맞게 딱 달라붙은 레깅스와 반팔.
눈 둘 곳을 찾기가 힘들 정도로 들어간 곳과 나온 곳이 확실했다.
슬림하면서도 탱탱한 허벅지, 미묘하게 튀어나온 보짓살, 매끈하게 이어지는 골반과 허리 라인, 그리고 커다란 가슴까지.
물론 대놓고 쳐다보지는 않았다.
그냥 스캔하듯, 의자에서 일어나며 자연스럽게 했다.
"나는 런닝머신이나 뛸게. 둘은 알아서 놀아."
"놀다니. 운동하러 왔으면 제대로 해야지."
의지를 불태우는 박서윤. 차라리 저 모습이 보기 좋다.
쓸데 없는 에너지를 소비해야 나한테 관심을 끄니까.
그렇게 나는 그녀들과 헤어져 창가 쪽으로 이동했다.
삐익.
최대한 체력을 보존하기 위해 빠르게 뛰는 속도로 맞췄다.
유리창에 비치는 밖의 풍경과 반사되는 내부를 번갈아 보며 뛰기를 잠시.
신경 쓰지 않으려 해도 자꾸 눈에 거슬리는 게 있었다.
'...쟤네 주변으로 사람 엄청 몰리네.'
뭔가 열이 받았다.
나만 볼 수 있는 건데.
삐익.
레일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열심히 하체를 조지고 있는 둘의 옆으로 갔다.
꽤나 열심히 했는지 얼굴이 붉어져 있었다.
"같이 하자. 혼자 하니까 심심하네."
"흐으읏... 그래."
"좋아요...하앗..."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친분을 과시하며 운동을 따라했다.
박서윤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만도 했지만, 모자를 깊게 눌러 쓴 것과 특유의 분위기 때문인지 막상 다가오는 사람은 없었다.
결국 나는 그녀들을 따라 풀코스로 한 바퀴 돌아버렸다.
"하아...하아...여기 좋네. 관리도 잘 되어있고 기구도 많고..."
"그렇...죠? 아마 주변에서 여기가 제일 좋을 거예요."
운동을 끝내자 둘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이마에 묻은 땀을 닦았다.
얼굴이나 가슴골에도 물방울이 가득했고, 반팔도 피부에 착 달라붙어 있어 꼴리기 그지없었다.
'생각보다 둘의 운동 강도가 세지 않아서 다행이다.'
덕분에 몸에 큰 무리는 가지 않았다.
나는 물을 한 모금 마시며 일어났다.
"나는 샤워하고 올게."
"저도요."
"그럼 난 집에 갈게."
자연스럽게 샤워실로 향하는 윤혜윤과 나와 달리 박서윤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왜? 땀범벅이구만."
"나 이래 봬도 연예인이거든? 남한테 벗은 몸을 그냥 보이는 순간 내 인생은 끝이야."
그것도 맞는 말이지.
이렇게 보면 유명인도 참 못해먹을 짓인 것 같다.
어딜 가나 남들의 시선을 신경 써야 하니 말이다.
그때 윤혜윤이 박수를 짝 치며 입을 열었다.
"언니, 여기 여자 화장실은 1인 샤워실이라 괜찮아요. 사방에 가림막이 있어서 서로 못 보는 구조라 안전해요."
"그래?"
이건 나도 처음 듣는 소리지만 그러든 말든 중요한 건 그게 아니다.
박서윤이 여기서 샤워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생긴 게 가장 중요하다.
슬쩍 바람을 불어 넣기로 했다.
"일단 오늘만 써보고 결정해봐. 앞으로 3개월은 다닐 텐데."
"그럴까..."
말을 그렇게 하면서도 어느새 탈의실 앞에 도착해 있었다.
각자 갈라진 뒤, 나는 갈아입을 옷을 가져와 샤워실로 들어갔다.
쏴아아아...
'근데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하긴 하네.'
물 온도를 맞추고 있자 여자 샤워실은 어떤 구조로 되어 있는지 호기심이 샘솟았다.
나는 빠르게 샤워실로 들어가 혜윤이에게 아바타를 보냈다.
넓은 내부에는 단 2칸만이 문이 닫혀 있었다.
불투명한 칸막이가 사방으로 설치되어 있어 안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살색 실루엣이 보이긴 했다.
물론 그것 말고도 머리카락의 색으로 대충 알 수 있었다.
'혜윤이가 여기고 박서윤이 여기겠네.'
나는 조심히 윤혜윤으로 추정되는 곳으로 조심히 문을 열고 들어갔다.
"흐으응...."
물소리에 묻혀 내가 들어오는 소리를 못 들은 윤혜윤.
나는 엉덩이를 탁 치며 존재를 알렸다.
"꺄악!"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아니요! 갑자기 차가운 물이 나와서요."
급히 대답한 그녀는 몸을 뒤로 돌렸다.
반투명한 아바타를 보자마자 긴장했던 얼굴이 사르르 녹았다.
"변태... 훔쳐보기나 하고."
-운동은 열심히 했어?
"네. 평소보다 더 한 것 같아요."
-그럼 어디 확인 좀 해볼까?
나는 그녀에게 다가가 손을 아래로 뻗었다.
탱탱한 허벅지 사이에는 이미 물줄기로 미끌미끌했다.
더욱 안쪽으로 들어가자 윤혜윤이 몸을 부르르 떨며 나를 올려다봤다.
"여기서 하면 옆에 서윤 언니한테 들켜요."
-소리 안내면 되잖아?
"그게 어떻게 되나요..."
말은 그렇게 해도 슬쩍 다리를 벌리며 더 해달라는 신호를 보냈다.
손가락 2개를 바로 보지에 넣었다.
"하으으응...."
-지금부터 테스트를 할 거야.
"무슨 테스트요?"
-보지 조이기 테스트. 하나 하면 조이고, 둘하면 풀어. 알겠지?
뭐라 항의하려는지 입을 열었지만 내가 더 빨랐다.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