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99화 > 299. 질투하는 점장님 달래기
그녀는 팔짱을 낀 상태로 나를 응시했다.
누가 봐도 심기가 불편한 상태였지만 내 눈은 넘쳐흐르는 듯한 가슴에 잠깐 시선이 갔다.
진짜 본사에 가려는 모양인지 오피스룩으로 정갈하게 입은 한채아.
커다란 골반을 그대로 보여주는 검은색 치마도 치마였지만 역시 압도적인 건 상체였다.
'저거 단추 터질 것 같은데? 버틸 수 있나?'
심지어 팔짱을 낀 상태라 더욱 위태로워 보였다.
물론 지금의 내가 걱정할 거리는 아니지만 말이다.
물론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건 알지만, 눈이 가는 건 눈이 가는 거다.
이건 남자의 본능이라 어쩔 수 없다.
"저기, 알바생 씨? 지금 어딜 보세요?"
"아... 옷이 정말 예뻐서요."
"...옷이요? 지금 상황 파악 안 되세요?"
"너무 예뻐서 절로 눈길이 가버렸어요. 그뿐만이 아니에요. 얼굴에서도 빛이 나서 제대로 쳐다보지 못할 지경이에요."
"참나..."
내 오바에 그녀는 헛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이 눈치빠른 알바생을 어떻게 처리할까 고민하는 얼굴로 허공을 잠시 쳐다봤다.
아주 기분 나쁜 표정은 아니었다.
아부가 효과를 낸 것 같자 나는 아는 정보를 총동원해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본사에 가신다 해서 그런가요? 패션도 엄청 나시고 평소보다 몇 배는 더 예뻐서 눈이 부셔요."
"그럼 평소에는 몇 배나 못생겼다는 말인가요?"
"그런 뜻이 아닌 걸 잘 아시잖아요."
"전 모르겠는데요?"
존댓말을 쓰며 미묘하게 거리감을 두는 그녀.
단단히 삐진 것 같은데 어떻게 풀어줘야 할까.
반말부터 쓰게 해야겠다.
"그리고 존댓말 안 쓰셔도 돼요. 편하게 말 놓으세요."
"우리가 그런 사이였나?"
"그러지 마시고요. 일단 다리 아프니까 저기 소파에 앉아서 얘기라도 할까요?"
뒤를 가리키자 한채아는 입술을 내밀더니 이내 몸을 획 돌렸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그래서, 내가 본사 간다는 건 희진이가 말해줬니?"
"네. 근데 혹시 안 가시나요?"
"나 보기 싫으니까 빨리 꺼지란 소리지?"
"절대 아니에요. 그냥 궁금해서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어 화면을 몇 번 툭툭 쳤다.
반대로 돌려 통화기록을 보여줬다.
"어제 본사에서 걸려온 전화인데, 왜 문 닫았냐고 묻는 내용이었어."
"저번에 30분 동안 닫은 것 때문인가요?"
"그것도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왜 자꾸 반만 맞는 걸까.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꽤나 복잡하게 일이 꼬인 모양이다.
그녀는 그나마 풀렸던 표정을 다시 무섭게 지으며 크게 한숨을 쉬었다.
손가락을 까닥이며 옆에 앉으라는 표시를 했다.
조금 거리를 두고 소파에 올라갔다.
"나는 당연히 30분으로 태클을 걸 줄 알았는데 거기서 뭐라 했는 줄 아니? 요즘 왜 이렇게 자주 닫냐고, 무슨 일 있냐고 물어보더라?"
"...."
"자주. 자주. 자주. 자주."
한 마디마다 옆구리에 강한 충격이 들어왔다.
마지막 타격은 절로 이마가 찌푸려질 정도의 세기였다.
"이상하지 않니? 난 딱 한 번 닫았을 뿐인데 '자주'라는 단어를 쓴 게 말이야."
"그러게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출근해서 근 일주일 정도의 cctv를 돌려봤단다. 근데 세상에나..."
뒷말은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한희진이 카운터 아래서 수없이 내 자지를 빨고, 섹스를 하고, 창고에 들어가서 했다는 내용.
뭐라 할 말이 없었다.
"둘은 어쩌다 그런 관계가 됐니? 혹시 순진한 희진이 네가 꼬신 건 아니겠지?"
"희진이가 순진해요? 그럴 리 없는데."
"네가 뭐라 생각하든 소중한 내 동생이니까. 좀 말수가 없긴 해도 속으로는 착하거든."
불과 몇 달 전엔 한희진이 자위 방송을 한 걸 알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최소 게거품을 물며 까무러치지 않을까.
나는 그녀가 놀라지 않게 적당히 단어를 순화했다.
"조금 애정 결핍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제가 그걸 노리고 꼬신 건 아니에요. 오히려 희진이가 먼저 꼬셨지."
"희진이가 먼저 꼬셨다고?"
"저보고 조루니 뭐니 먼저 시비를 걸었는데 그게 어쩌다 보니 여기까지 왔어요."
"그런...하, 아니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
그녀는 뭐라 훈계를 하려다 잠깐 멈칫했다.
힐끗 내 얼굴과 어깨를 훔쳐보며니 크게 한숨을 쉬었다.
"둘이 오랫동안 붙어있다 보니 그런 마음이 드는 건 이해하는데 말이야... 그럼 어제 집에 오자고 한 건 누구니?"
"그것도 희진이요."
"왜?"
"누나랑 저랑 그렇고 그런 관계라는 걸 들켰거든요."
"....정말?"
"그래서 그런지 갑자기 자기 방에서 하자고 하더군요."
그녀는 생각보다 복잡한 일에 머리를 부여잡았다.
괜히 창문 밖을 보며 한참을 그렇게 있었다.
한 10분 정도 지났을까. 생각이 정리됐는지 한채아가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사실 누나도 뭐라 할 입장은 아니라서 참고는 있는데... 그래도 뭔가 좀 화나네?"
"죄송합니다."
"아니야, 그런 쪽이 아니라 희진이한테."
그녀는 이글이글한 눈빛을 한희진의 방에 쏘아냈다.
미처 닫지 못한 문 사이에는 흐트러진 침대가 여과 없이 보였다.
"우진이 여자 친구 있는 거 알면서도 꼬신 나도 잘못이지만, 내가 우진이랑 그런 관계인 걸 알면서도 집에 대놓고 데려와? 그것도 밤새 크게 신음을 내면서 과시까지?"
"그래도 어젯밤은 최대한 참은 건데요."
"어쨌든! 그런 식으로 승부를 걸었으면 이쪽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소중한 동생 아니었나?
이상한 곳에서 불이 붙어버린 한채아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생의 방으로 직행하더니 문을 활짝 열었다.
왠지 따라가야 할 것 같은 느낌에 그녀의 옆에 섰다.
"냄새가 아직도 안 빠졌네... 어제 몇 시까지 했니?"
"어제 아마... 새벽 3시 조금 넘어서까지요."
"집에는 언제 왔고?"
"알바 끝나고 바로 왔으니 11시 반 정도일 거예요."
"거의 4시간 동안 하고, 오늘 아침에 또 하고?"
"들렸어요?"
"침대가 삐걱거리고 그렇게 기분 좋은 목소리로 대답하는데 모를 리가 있겠어?"
그녀는 방을 한 바퀴 돌아본 뒤에 내 정면에 섰다.
손을 내리더니 갑자기 내 바지춤을 움켜쥐었다.
"언니도 따먹고 동생도 따먹어서 아주 좋겠어?"
"좋긴...하죠?"
진심을 담아 대답했는데 손아귀의 힘이 더 세졌다.
더 하다가는 불알이 터질 지경에 이를 것 같다.
"자지가 이렇게 크니까 성욕을 주체 못하고 이러지."
"그건 누나도 마찬가지잖아요."
나는 소심하게 그녀의 가슴을 눌렀다.
푹신하다 못해 물에 잠기는 듯한 느낌의 살덩어리.
살포시 힘을 주자 한채아가 피식 웃었다.
"방금 여기 만졌다고 복수하는 거야?"
"아니요. 이렇게 큰 가슴을 가지고 있는 누나도 성욕 덩어리라는 뜻을 표현한 거예요."
"내가 뭐?"
대답 잘해 라는 표정.
하지만 나도 비장의 무기가 있다.
"어젯밤에 희진이랑 섹스하는 거 문 밖에서 듣고 계셨죠?"
"...시끄러우니까 잠깐 확인하러 온 것뿐이야."
"그러기엔 좀 오래 머무셨던 것 같은데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찔리는 게 있는지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계속 시선을 마주치며 입꼬리를 올리자 한채아가 먼저 눈동자를 돌렸다.
드디어 페이스가 넘어왔다.
나는 다른 한 손으로 그녀의 허리를 휘감았다.
문밖으로 천천히 이끌며, 어제 물 웅덩이를 밟았던 장소로 데려갔다.
"여기가 어디게요?"
"어디긴 거실이잖아."
"사실 어제 물을 마시러 중간에 나왔었거든요. 근데 몇 발자국 가지 않아 멈췄어요. 왜 그랬을까요?"
"너무 많이 박은 탓에 힘들어서?"
"땡. 바로 이상한 걸 밟았기 때문이죠."
정확히 그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녀도 붉어진 얼굴로 따라 앉았고, 어떤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였다.
나는 빙글빙글 손가락으로 돌리며 잠시 뜸을 들였다.
그리고 한채아의 얼굴이 완전히 홍당무가 되었을 무렵, 한 가지 가설을 속삭였다.
"여기서 자위했죠? "
"...."
바로 부정이 튀어나올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침묵을 유지했다.
이 반응을 보면 100%다.
'애초에 포도향이 나는 투명한 물이 뭐가 있겠어.'
심지어 철퍽하고 밟힐 정도면 엄청나게 보지를 쑤셨던 게 분명하다.
어쩌면 한 번 가버린 흔적일 수도 있고.
"이상하길래 한 번 찍어 먹어봤거든요. 근데 여기서 누나의 보지맛이 났어요."
"보...보지맛이라니. 그런 게 어딨어."
"누나는 모르겠지만 아주 달콤하면서 꼴리는 맛이 나거든요. 물론 냄새도 그 정도로 진하고."
그녀를 내 쪽으로 끌어당기며 가슴에 올린 손을 천천히 움직였다.
자신이 했던 부끄러운 짓을 들키자 한채아는 꿀 먹은 병아리가 됐다.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옅은 신음 소리를 낼 뿐이었다.
"하흣...읏...으응..."
"어제 여기서 몇 번이나 했어요?"
"몰라아..."
"어젯밤 미안한 것도 있으니 솔직하게 말하면 소원 하나 들어줄게요."
"정말...?"
벌써부터 살짝 녹은 얼굴로 몸을 꼼지락거리는 한채아.
내 손을 부드럽게 치우더니 벽으로 향했다.
엉덩이를 땅바닥에 붙이고, 등을 기댄 그녀는 다리를 M자로 벌렸다.
치마의 좁은 폭 때문에 자세는 어정쩡했지만 무엇을 표현하려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앉아서... 언제 끝날까 하고 2번 했어..."
"연속으로요?"
"응. 한 번 가버리고 바로 이어서 또."
연속 절정이라면 그 웅덩이의 양도 이해가 간다.
의문이 완전 풀리자 남은 건 애타게 나를 원하고 있는 한채아였다.
나는 그녀를 잡아당겨 공주님 안기를 시도했다.
"어...어...!?"
쏙 하고 품에 들어오자 심히 당황한 얼굴을 보며 물었다.
"그래서 소원은 뭐예요?"
"....오늘 토요일이잖아."
"그렇죠."
"내일 데이트 하려고 했는데 그거 취소하는 대신...."
내 목에 두 팔을 휘감았다.
조금이라도 가까워지려는 시도에 고개를 숙였다.
귀를 기울이자 그녀의 입이 열렸다.
진지한 얼굴에서 나온 말은 충격적이었다.
"오늘 자고 가. 내 방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