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86화 > 286. 언니를 따먹었다고? 누가 더 좋았어?
비상이다. 오늘 1호점 도와주러 갔다고 하길래 끝날 때쯤 온다고 생각했는데 왜?
아직 바닥 청소도 하지 않은 상태고, 손님도 받아야 하기에 따로 한희진을 데리고 어디로 갈 수도 없다.
채아 누나는 쉬고 있을 테니 연락도 불가능.
일단 시간을 끌어보기로 하자.
나는 아무렇지 않게 반가운 표정을 지었다.
"거기 알바생 한 명 빠졌다고 들었는데 빨리 왔네. 오랜만이야."
"말 돌리지 말고."
"그냥 물어보는 건데 왜 그래? 지원 갔다고 했는데 일찍 오니까 신기해서 그런데."
"....거기서 일하고 있었는데 아주 재밌는 소리를 들어서 말이야."
한희진은 무시무시한 표정을 함께 핸드폰을 꺼냈다.
시계를 내게 보여주며 화면을 톡톡 쳤다.
"15분 전인가, 손님 중 한 명이 나를 보더니 갑자기 말을 걸더라. 이렇게."
그녀는 큼큼 목을 가다듬더니 어떤 남자의 성대모사를 시작했다.
몸짓까지 섞어가며 말이다.
"혹시 원룸 앞 편의점 알바생 아니세요? 지금 거기 문 닫았던데 무슨 일 있나요?"
"문을 닫았다고요?"
"분명 10분이 지나면 연다고 안내문이 나와있었는데, 계속 그대로길래 그냥 여기로 왔거든요."
"아...그래요? 죄송하지만 저는 오늘 지원 나와서 잘 모르겠네요."
우려하던 일이 벌어졌다.
너무 오래 닫은 탓에 손님들이 1호점으로 몰려갔고, 절대 헷갈릴 수 없는 한희진의 외모를 보고 질문을 한 것.
거기서 싸한 느낌을 받은 뒤에 바로 달려온 게 틀림없다.
평소에도 눈치가 빠른 애였으니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전부 예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이제 다 끝난 게 맞지? 들어갈게."
할 말을 끝낸 한희진은 안쪽을 노려보며 발걸음을 내밀었다.
막아야 하는데 막을 명분이 없었다. 이렇게 된 거 지금부터 잘 해결할 수밖에 없다.
어차피 언젠가는 터질 일이었으니까.
나는 성큼성큼 걸어가는 그녀의 뒤를 따라 들어갔다.
조용히 돌아가는 에어컨 소리.
아무도 없는 것처럼 매장은 조용했다.
"언니는?"
"창고에서 쉬고 계셔."
"그래? 꽤나 힘든 일을 했나봐?"
썩은 미소를 지은 한희진이 이리저리 고개를 돌렸다.
별 다른 점을 찾지 못했는지 카운터로 향했다.
흠칫.
내부로 들어가자마자 몸이 정지하며 얼굴이 내려갔다.
그 시선은 바닥에 흥건하게 흩뿌려져 있는 투명한 액체와 간간히 그 위를 떠다니고 있는 하얀 것에 고정되어 있었다.
직접 봤음에도 못 믿겠는지 그녀는 쭈그려 앉아 물웅덩이를 손가락으로 훑었다.
점도가 있는 끈적한 게 실을 이루며 따라 올라왔다.
"이거 무슨 일인지 설명 좀. 빨리."
차가운 말이 튀어나왔다.
어깨는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아무리 봐도 그거 같은데...맞지? 언니랑 한 거 맞지?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대답해줘."
확신을 가진 말투.
속사포처럼 튀어나온 말들에 발뺌을 할 수 없었다.
해봤자 부작용만 일어날 테고, 더 이상 숨겨봐야 의미가 없으니 시원하게 말하기로 했다.
"했어. 지금 네가 생각하는 거 그대로."
"그렇구나..."
버럭 소리를 지르거나 주먹이라도 날아올 줄 알았는데 생각 외로 담담한 음성이 전부였다.
그녀는 손에 묻은 걸 옷에 거칠게 닦으며 일어났다.
여전히 얼굴을 보이지 않은 상태였지만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 지 대충 예상이 갔다.
아마 입술을 잘근잘근 씹고 있지 않을까.
조용히 기다리자 한희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왠지 요즘 언니가 이상하긴 하더라고. 특히 수목금에만 화장도 열심히 하고 옷도 예쁜 걸로 입으니까 설마설마 했지."
"알고는 있었나 보네?"
"한 2~3주 전부터 알고 있었어. 집에만 있던 언니가 갑자기 주말에 나가질 않나, 심지어는 외박을 하질 않나, 오빠를 사무실로 부르질 않나... 심증은 많았지."
한희진이 20년 동안 같이 산 언니의 변화를 모를 리 없다.
모르겠지 하고 너무 안일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뭔가 쳐다보는 눈빛도 심상치 않았는데, 결국 이렇게 되는 거였네..."
흘러가듯 먼산을 보는 그녀.어떤 태도를 취할지 잔뜩 긴장이 됐다.
조용히 반응을 기다렸다.
"후우..."
짧고 깊은 한숨이 튀어나옴과 동시에 그녀의 몸이 획하고 빠르게 회전했다.
날카로운 팔꿈치가 내 배를 향해 정확하게 돌진했다.
"윽...!"
"나랑 했던 곳에서 똑같이 그런 짓을 했단 말이지..."
생각보다 멀쩡한 얼굴로 중얼거리는 한희진.
배를 살살 문지르며 아픔을 달래고 있자 그녀는 자지를 툭툭치며 창고를 노려봤다.
마치 강적이라도 보는 듯한, 마음을 굳게 먹은 얼굴.
"그래서 얼마나 기분이 좋았으면 30분이나 문을 닫고 짐승처럼 섹스를 했을까?"
"좋긴 좋았지."
"나보다 더?"
참으로 대답하기 어려운 문제다.
나는 괜히 시선을 피하며 중립적인 태도를 취했다.
그러자 한희진은 피식 웃으며 구석에 있는 모니터를 가리켰다.
"지금은 언니 몰래 온 거니까 cctv는 내일 확인할 거야. 만약 지우거나 그러면... 알지?"
"안 지워."
"자세한 건 내일 말할게. 그리고 나 못 본 척하는 것도 잊지 말고."
"알았어."
고분고분한 내 태도가 마음에 들었는지 그녀는 작게 미소를 지었다.
아마 약점을 하나 잡았다고 생각하는 게 아닐까?
'근데 의외로 일이 괜찮게 풀린 것 같네. 이미 알고 있던 거라 그런가.'
나는 작은 의구심을 피우며 한희진의 얼굴을 관찰했다.
절대 기분 나쁜 종류의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상쾌하다는 느낌?
예상만 하고 있던 퍼즐을 풀어냈으니 그럴 만도 했지만 주 요인은 따로 있어 보였다.
아마 한채아한테 가지고 있던 열등감이 승부욕으로 변한 건 아닐까 싶었다.
"뭘 그렇게 뚫어져라 쳐다봐? 이젠 날 따먹으려고?"
"힘 없어. 그럴 시간도 없고."
"구라 치네. 어쨌든 난 갈 거니까 빨리 바닥 청소나 하라고. 언니, 동생을 다 따먹은 건방진 알바생님."
그 말과 함께 한희진은 정액이 있는 물 웅덩이를 세게 밟았다.
사소한 분노를 표출한 그녀는 마지막으로 내 얼굴을 보며, 그대로 편의점 밖으로 사라졌다.
"쟤 마조히스트 아니었나? 갑자기 적극적으로 변한 것 같네?"
섹스할 때는 마구 당하는 걸 좋아하는 주제에 이럴 때는 꽤나 당돌하게 다가온다.
애초에 날 꼬시기 시작한 것도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한 일이었으니 포기하지 않는 모습인 것 같았다.
오묘한 기분이다.
언니와 섹스를 한 걸 알았음에도 저런 걸 보면, 그만큼 나를 좋아한다는 뜻일 테니 말이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창고로 들어갔다.
쏴아아아...
화장실에는 이미 선객이 있었다.
엉덩이를 내밀고 보지 주변을 열심히 닦고 있는 한채아였다.
'또 해달라고 유혹하는 건 아니겠지?'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서는 찔꺽찔꺽 하얀 것을 꺼내고 있었고, 뭉쳐진 보지털에서는 물방울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얼마나 집중을 하고 있는지 내가 들어온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헛기침을 한 번 하며 말을 건넸다.
"힘들면 제가 닦아줄까요?"
"꺄아악!"
그녀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거울을 통해 침입자를 바라봤다.
정체가 나라는 걸 알자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하아.... 노크는 하고 들어오렴.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잖니."
"적어도 문은 잠그고 할 줄 알았죠. 그냥 손잡이를 돌렸는데 커다란 엉덩이가 나와서 제가 더 놀랐어요."
"여기에 들어올 사람이 우진이 말고 누가 있겠니. 그보다 편의점은 오픈했어?"
"네. 다행히 밖에 사람은 없더라고요. 저 이것 좀 빨게요."
"그래."
나는 들고 온 대걸레를 뒤에 있는 개수대에 넣었다.
물을 틀며 철퍽철퍽 빨고 있자 뒤에서 야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흐읏....응...."
청소를 하고 있는 건지, 자위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손가락으로 내용물을 꺼내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 움직임은 야하기 짝이 없었다.
나는 대걸레를 빠는 걸 멈추고 그 광경을 지켜봤다.
뿌리까지 집어넣은 손가락이 이리저리 흔들렸고, 그럴 때마다 보지와 애널이 같이 꿈틀거렸다.
진짜 일부러 이러는 건가?
"힘들어 보이는데 도와드릴까요?"
"괜찮아. 거의 다 빼낸 것 같으니까."
정액 대신 투명한 즙이 더 많이 나오는 걸 보니 사실인 것 같다.
나는 반쯤 커진 자지를 진정시키며 화제를 돌렸다.
"근데 오래 문 닫았다고 누가 클레임이라도 넣으면 어쩌죠?"
"그건 누나가 알아서 할게. 그리고 이렇게 예쁜 점장이 있는데 누가 감히 클레임을 넣겠니?"
"그런가요?"
"만약 본사에서 뭐라고 한다 해도 죄송합니다 하고 넘기면 돼."
역시 금수저다 보니 깡이 크다.
나는 띠링띠링하고 손님이 들어오는 소리를 들으며 물을 껐다.
"전 먼저 나가서 청소랑 계산 좀 맡고 있을게요."
"누나도 거의 다 끝났으니 조금만 고생해줘."
"천천히 마무리하고 오세요."
"고마워."
아무것도 모른다는 저 해맑은 얼굴.
동생이 우리의 관계를 알고 있다는 걸 들으면 어떻게 변할까?
몇 시간 뒤.
알바가 끝날 타이밍에 한희진이 왔지만 아무런 티를 내지 않고 평소처럼 나를 대했다.
그건 집에 올 때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까톡이나 전화가 온 건 단 하나도 없었다.
그래서 오히려 불안하달까?
폭풍전야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내 직감이 울부짖고 있었다.
"내일이나 모레가 되면 알겠지."
긴장은 해야 하지만 아직 안 일어난 일을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그건 그때 가서 해결해도 충분하니까.
나는 신발을 벗으며 눈앞에 놓여있는 상자를 바라봤다.
귀중한 오나홀이 들어있는 택배.
딱히 뭔가를 할 기분은 아니었지만 지금이 아니면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택배가 왔는데 뜯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겠지.'
피곤하지만 오늘 맛보기로 조금만 무선 연결 오나홀을 체험시켜주기로 했다.
그렇게 깨끗이 샤워를 마치고 침대로 돌아왔다.
'맨 처음 내가 이걸 받았을 때처럼 똑같이 하자.'
박서윤한테 연결을 하자 침대에 뒹굴거리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엎드린 채 노트북으로 영화를 보고 있었다.
바로 의욕이 샘솟는 걸 느끼며 나는 구멍 주변에 손을 댔다.
"꺄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