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0화 > 270. 동기들 앞에서 보지 빨아줄까?
맹렬한 시선 교환.
모든 사정을 알고 있는 신아영은 상대를 잡아먹어버릴 듯한 맹수의 눈빛이었고.
아무것도 모르는 박서윤은 그저 놀라움이라는 감정밖에 뿜어내지 않았다.
바로 연예인으로 데뷔해도 될 미모의 여자가 또 등장했고, 그녀가 나를 아는 채 했으니 당연하다.
눈에서 전류가 튀기는 것 같은 건 나만의 착각일까?
마치 무협 고수의 기싸움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
설명할 수 없는 이 미묘한 공기에, 4명 모두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으며 서로의 눈치를 봤다.
신아영이 먼저 방긋 웃으며 분위기를 깨트렸다.
"왜 그렇게 멀뚱히 서있어요? 어서 가요. 오랜만에 학교 구경도 하게요."
"아, 그래."
그녀는 내 비어있는 쪽에 팔짱을 끼우며 앞으로 잡아당겼다.
박서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그대로 양쪽에 느껴지는 천국을 맛보며 끌려갔다.
터벅터벅...
물론 기분이야 좋긴 한데 뭔가 연행되는 느낌이다.
마치 박서윤한테서 나를 떨어트리려는 행동 같기도 하고 말이다.
그렇게 2분 정도 걷자 신아영이 슬쩍 뒤를 돌아봤다.
한 50m의 간격을 두고 따라오고 있는 박서윤. 같은 방향이다 보니 어쩔 수 없었다.
"그래서 방금 저 여자가 박서윤이라는 거죠? 사진빨이나 조명빨이란 게 있을 줄 알았는데 실제랑 똑같네요."
"...마스크랑 모자 쓰고 있어서 잘 안보이지 않나?"
"저는 사람의 눈만 봐도 어떻게 생겼을지 예상이 가서요."
"정말 대단하네."
신아영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 생일이니 딱히 태클 걸기도 싫고.
"그래서, 아까 엄청난 눈빛으로 노려보던데 왜 그랬어?"
"관찰이라니까요. 관찰. 새로운 동료가 어떻나 하는 거요. "
"그거인가? 신입의 기선 제압. 기 죽이기 이런 거?"
"관.찰.이.요. 관.찰."
"그렇구나."
더 이상 물으면 안 되겠다. 그런가 보다 해야지.
입을 다물고 계속 걷고 있자 아침 9시에 수업이 있는 학생들이 슬슬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학교에 가까워질수록 증가했다.
둘처럼 잔뜩 꾸민 사람, 대충 체육복만 걸치고 나온 사람 등등.
공통점은 하품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동시에 우리를 흘끗거리며 쳐다보는 사람도 많아졌다.
혼자 있어도 시선 집중의 대상이 되는 미녀가 둘이나 붙어있으니 당연한 일이다.
눈에 띄는 건 싫어하는 편이지만 오늘만큼은 기분이 좋았다.
내 가치가 올라가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스륵.
속으로 우월감을 느끼고 있자, 양팔을 감싸고 있던 기분 좋은 감촉이 사라졌다.
팔짱을 끼는 대신 아주 약간의 거리를 두고 걷는 신아영과 윤혜윤.
그녀들이라면 분명 캠퍼스 안쪽까지 자랑하며 갈 줄 알았는데 의외의 모습이다.
내 의문을 눈치챘는지 윤혜윤이 먼저 입을 열었다.
"공과 사는 구분해야죠. 아무리 그래도 양쪽에 저희들이 있으면 남들의 시선이 곱지는 않잖아요."
"당연히 너네같이 예쁜 애들이 주변에 있으면 곱지는 않겠지만, 난 딱히 상관없는데?"
"아니죠."
신아영이 고개를 저으며 반박했다.
"저희들도 오빠랑 사귀는 걸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지만 현실은 냉혹하잖아요? 예를 들어 양다리네, 바람 피우네, 쓰레기네. 그런 소리가 들려올 게 뻔해요."
뭔가 양다리부터 힘을 주어 말한 것 같다.
뼈가 들어있는 듯 하지만 기분 탓이겠지.
"그러면 오빠의 이미지만 안 좋아지는 꼴이잖아요. 저는 그런 꼴 못 봐요."
"맞아요. 좋아하는 사람의 나쁜 소문만 계속 들려오면 기분 나쁜 건 저희니까요."
"어쩌면 저희 모두일 수도 있고요."
사전에 말을 맞추기라도 했는지 둘은 강력히 같은 의견을 피력했다.
저렇게 좋은 의도로, 나를 위해서 그런 거라 생각하니 절로 광대가 승천했다.
"그러면 학교 다니는 동안은 어떻게 행동하게?"
"음...아주아주아주 친한 사이라고 하면 되죠."
"뭘 해도 이상하지 않을 아주 끈적하고 수상한 관계. 남들이 '재네 사귀냐?' 라고 생각할 정도로 말이에요."
술술 나오는 걸 보니 꽤나 오랫동안 고민한 듯했다.
나는 그녀들의 엉덩이를 살포시 두드려주며 고맙다는 의미를 전했다.
"대신 안 보이는 곳에서 모자란 만큼 채워줄게."
"이해해줘서 고마워요."
"내가 더 고맙지."
그렇게 아슬아슬한 거리를 유지하며 캠퍼스를 활보했다.
잠시 후, 학교 내에 있는 카페가 나오자 윤혜윤이 발걸음을 멈췄다.
"저는 10시 수업이라 여기서 시간 좀 때우다 갈게요. 먼저 들어가세요."
"그럴래?"
"네, 언니 오늘 생일 축하하고 오늘 오빠랑 즐겁게 놀아요."
윤혜윤은 핸드백에서 포장된 선물 상자를 꺼내어 신아영에게 건넸다.
작지만 정성이 들어가 있는 게 보이는 포장.
신아영은 밝게 웃으며 받아들였다.
"고마워. 그럼 나중에 봐 혜윤아."
"네에~"
우린 윤혜윤이 카페에 들어가 자리를 잡을 때까지 유리창에서 지켜봤다.
이어 노트북까지 키는 걸 확인하자 수업이 있는 건물 쪽으로 몸을 돌렸다.
"아영아, 우리 수강신청 거의 비슷하게 했지?
"완전히 똑같게 하고 싶었는데 아쉽게도..2개 정도는 다른 수업이지만요."
"이거 진짜 일주일 내내 붙어있게 생겼네. 과제 같이 하는 것도 생각하면."
"음... 과제하는 건 따로 하도록 해요."
"왜?"
신아영의 입에서 저런 말이 나오다니. 혹시 개강한 충격으로 머리가 이상해진 건가?
눈을 마주치자 신아영이 여우 같은 미소를 지으며 배시시 웃었다.
"하루 종일 붙어있으면...감당할 자신 있어요?"
그녀는 까치발을 하며 내 귀에 바람을 후 불었다. 닭살이 돋았다.
부르르 떠는 내 반응이 좋았는지 신아영은 가슴 아래에 팔짱을 끼며 탱탱한 몸매를 자랑했다.
"감당할 자신 있냐고? 나는 아영이 기절할 때까지 박은 뒤에 혼자서 과제 다 할 건데?"
"그럼 저는 오빠 꺼 베끼면 되는 거죠?"
"베껴도 되는데 시험 망해도 난 모른다."
"와, 진짜 치사한 거봐. 그럼 서로 과제 다 할 때까지 만지기 금지."
"그럼 알몸으로 해야지. 아영이가 먼저 덮치지 않을까 무섭.. 윽!"
옆구리에 강한 충격이 들어왔다. 웃고 있지만 웃고 있지 않은 얼굴의 신아영.
팔꿈치를 문지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거죠."
"나도 장난이었어."
반 진심 반 장난을 주고받으며 강의실에 도착했다.
드르륵.
문을 엶과 동시에 쏟아지는 시선들. 그중엔 아는 얼굴이 상당수였다.
물론 이름과 얼굴만 알지, 친한 사이는 절대 아닌 애매한 관계.
그들 모두에게서 부럽다는 감정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방학 전에도 우리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고 있는 터라 금방 눈을 돌렸다.
"오빠, 우리 맨 뒤에 앉아요. 어차피 오리엔테이션이라 들을 것도 없잖아요."
"그러자."
마침 비어있는 책상에 짐을 풀었다.
창문 밖을 바라보며 시간을 때우고 있자 강의실이 점점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야야, 이거 박서윤 맞지?"
"맞는 듯? 머리카락 색 보면 빼박인데."
"맞지맞지? 역시 연예인이라 그런지 걸어만 다녀도 티가 나네."
"그러게. 근데 이거 어디서 찍었냐?"
"이거? 음대 주변에 있던 친구가 보내주던데?"
"이따 수업 끝나고 보러 갈까? 얼굴 존나 궁금하네."
주제는 박서윤.
예상은 했지만 이곳저곳에서 같은 말이 나오자 신기했다.
우리 과만 해도 이 정도인데 다른 과도 어떻겠는가?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진 않을 것이다.
"와... 근데 몸매 좆되긴 한다. 가슴도 개 크고."
"아이돌인 만큼 관리 빡세게 받았겠지."
"아니 저거 허리 라인 보라니까? 존나 얇은데 가슴이 저따구로 큰 게 말이 되냐?"
"그러니까 박서윤이지."
"...그러네."
결국 아이돌이니까로 일축됐다.
나는 사진을 확대하며 토론을 벌이고 있는 동기들에게서 눈을 돌렸다.
'너네들이 그렇게 보고 싶어하는 박서윤의 가슴이랑 보지, 나는 전부 봤는데.'
심지어 내 정액으로 범벅이 된 채 자위하는 것까지 실시간으로.
속으로 웃음을 삼키며 핸드폰을 하고 있는 미녀를 봤다.
사실 몸매로만 따지면 아영이가 더 좋긴 하다.
가슴도 크고 엉덩이도 크고.
"맞다, 아영아. 오늘 뭐 할지 정해놨어? 당일날 말해준다고 했잖아."
"음... 정하긴 정했는데 그건 밤에만 가능한 일이라서요."
"그럼 수업 끝나고 평범하게 데이트나 할까?"
"좋아요. 날씨도 좋은데 캠퍼스도 돌아다니고, 밖에 나가서 밥도 먹고..."
그녀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몸을 기울였다.
내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안쪽으로 들어오더니, 실수인 척 자지를 건드렸다.
"야한 짓도 하고."
혀를 살짝 내밀며 도망갔다.
아무 일도 없는 척 얌전히 앉아있는 걸 보니 괴롭혀주고 싶어졌다.
"자! 다들 앉으세요. 출석 부르겠습니다."
손을 뻗으려던 참에 교수님과 조교가 들어왔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지만 내 신경은 전부 옆으로 향해 있었다.
연한 색의 얇은 청바지. 몸매에 맞게 꽉 끼게 입은 터라 허벅지가 터질 듯 빵빵했다.
저걸 보고 가만히 있는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읏...!"
빔 프로젝터에 집중하고 있던 신아영이 돌연 놀란 목소리를 냈다.
다리와 허벅지에 닿고 있는 무언가를 눈치챈 듯, 재빨리 고개를 내리더니 질린 얼굴을 했다.
"거기서 뭐해요?"
"몰라서 물어?"
"수업 20분 정도면 끝날 텐데요...?"
"그 정도면 충분하지."
나는 그녀의 책상 아래 들어가 있는 아바타를 조종하기 시작했다.
앞쪽에 가림막이 있는 터라 무슨 짓을 해도 주변에선 알 턱이 없다.
커다란 신음만 내지 않으면 말이다.
찌이익...
청바지의 단추를 풀고 지퍼를 천천히 내렸다.
생일이라 신경 썼는지 좋은 냄새와 함께 검은색의 섹시한 팬티가 튀어나왔다.
레이스가 달려있으며, 반투명해 속살이 언뜻 비치는 섹스용 속옷.
둔덕과 보지에 딱 달라붙어 있는 걸 살살 쓰다듬었다.
"하읏... 아침부터 이러기예요?"
"개강 첫날 동기들 앞에서 보지 빨리는 거 하고 싶지?"
아직 잠들어 있는 클리토리스를 툭툭 치자 하반신이 움찔거렸다.
그녀는 조용히 약한 신음을 내더니, 갑자기 아바타의 머리를 꽉 안아 잡아당겼다.
"빨리 빨아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