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5화 > 255. 옆집 남자와 옆집 여자
[박서윤]
현재 박서윤의 게이지는 0(+100)점입니다.
나이 : 24살
키 : 166.3cm
몸무게 : 49.2kg
쓰리 사이즈 : 92 - 62 - 94
성향 : 중도
약점 : 클리토리스, G스팟, 질 내, 가슴, 귀, 목.
좋아하는 자세 : 정상위, 대면 좌위, 기승위.
현재 감정 : 당황스러움.
당황스러움이라. 순간 양심에 찔렸지만 인간의 감정폭은 상당히 다양하기에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갑자기 컴퓨터가 꺼져서 당황스러울 수도 있고, 화장실에 들어갔는데 휴지가 없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그보다 키는 아영이보다 작고 혜윤이보단 크네. 가슴도 딱 중간이고...'
밸런스형이라 이건가. 스펙을 보니 가슴이 커 보였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둘레 자체는 아영이랑 6cm가 차이 났지만, 허리가 엄청나게 가느다래 착시 효과를 일으켰던 모양이다.
나는 꼼꼼히 읽은 뒤에 엄지 손가락을 옆으로 슬라이딩했다.
[한채아] - 현재 감정 : 피곤함.
[한희진] - 현재 감정 : 지루함.
단 한 단어였지만 어떤 상황인지 눈에 훤히 보였다.
또다시 돌아온 월말에 보고서 쓰기 바쁜 채아 누나와 카운터를 혼자 보고 있는 한희진.
머릿속에 어떤 표정들을 짓고 있을지 전부 그려졌다. 피식 웃으며 옆으로 넘겼다.
[신아영] - 현재 감정 : 행복함.
[윤혜윤] - 현재 감정 : 행복함.
이건 좀 의외다. 피곤함이나 기분 좋음이 나올 줄 알았는데 행복함이라니.
이러면 더 잘해주고 싶어지는데.
나는 꿈나라로 가있는 둘의 얼굴을 차례대로 바라봤다.
긴 속눈썹이 눈을 덮었으며 입꼬리는 위로 올라가 있어 표정만으로도 행복해요 라는 게 전해졌다.
'그러고 보니 일주일 뒤에 개강이고, 딱 그날이 아영이 생일이라 했지?'
이번엔 제대로 준비해줘야겠다. 하고 싶은 것도 군말 없이 다 해주고, 선물도 큰 걸로 주고.
나는 단편적으로나마 계획을 짜며 눈을 감았다. 양팔에 느껴지는 물컹함과 몸 전체에 이어져 있는 따뜻한 체온.
금방 잠이 들 것 같은 기분이다.
*
다음날.
집에 혼자 있게 되자 전신 오나홀을 가져왔다. 정말 오랜만에 쓰는 거지만, 소형 오나홀 때처럼 먼지 하나 묻어있지 않았다.
이젠 놀랍지도 않다.
내가 이걸 꺼내온 이유는 하나다. 박서윤의 몸매 평가.
이렇게 작명을 하니 참 쓰레기 같지만 궁금한 걸 어쩌겠는가.
좋은 물건이 있는데 안 쓰는 건 바보나 마찬가지다. 나름 합리화를 하며 박서윤을 떠올렸다.
전신이 꾸물거리며 형태가 바뀌어갔다. 가슴과 엉덩이가 커지며 허리가 가느다래지는 변화가 끝나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얘도 1000점 버프를 받아서 그런가. 피부에서 빛이 나네.'
확실히 최정상급 아이돌이라 그런지 관리를 빡세게 받은 것 같다.
온몸에서 윤기가 좔좔 흘렀으며 일부에서는 광택마저 나기도 했다.
하지만 그보다 내 시선을 끄는 게 있었다.
핑크빛 유두.
적당한 크기의 꼭지가 튀어나와 있었으며 그보다 연한 유륜이 주변에 퍼져있었다.
예쁜 젖꼭지의 표본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먹음직스러운 비주얼.
합격이다.
마음속으로 박수를 치며 아래로 이동했다.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는지 잘 빠진 1자 복근과 가지런한...
'털이 없네?'
스스로 밀은 건지, 신아영처럼 원래부터 털이 없는 체질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휑한 보지 둔덕만이 존재했다.
잠깐 의문을 가지며 계속 관찰을 이어갔다.
깨끗한 하복부를 아래에 자리 잡은 클리토리스. 껍질 안에 얌전히 잠들어있었다.
여기도 합격. 이제 제일 중요한 부위만이 남았다. 나는 경건하게 다리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며 눈을 크게 떴다.
양쪽으로 갈라져 있는 소음순 사이에는 구멍이 닫혀있었다.
그것도 유두랑 비슷한 색감을 가진 핑크빛.
바로 코를 박고 빨고 싶을 정도로 야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안쪽을 확인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다시 회수했다.
일단 박서윤의 상황을 파악하는 게 먼저다.
중요한 일을 하고 있는데 방해가 될 수도 있고, 누가 갑자기 보지를 만진다면 놀라는 게 당연하지 않겠는가.
바로 관음 모드를 사용했다.
우우우웅....
어제 봤던 스포츠카를 운전하고 있는 박서윤. 어디 갈 곳이 있는지 평일 낮부터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조수석에는 커다란 상자가 놓여있는 걸 보니 일이 있는 모양이었다.
'운전 중이니 확인은 나중에 해야겠네.'
그냥 만졌다가는 옆집 이웃이 아니라 병원 환자가 될 뻔했다.
나는 조용히 손을 회수하며 주위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번쩍번쩍한 계기판과 고급스런 인테리어. 그와 잘 어울리는 박서윤의 외모는 시너지 효과를 더해주었다.
가슴 사이에 고정되어 있는 안전벨트는 몸매를 부각시켜 주었으며, 반바지에서 튀어나온 매끈한 다리는 핥고 싶은 욕구를 절로 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지켜보고 있자 창밖의 배경에 시선이 갔다. 어딘가 익숙한 도로와 건물들.
'...여기 학교 주변이잖아. 설마 벌써 이사 오는 건 아니겠지?'
*
박서윤은 인생에 현자 타임이 왔다. 남이 들으면 뭔 개소리냐고 질타할만한 생각이지만, 그녀 나름대로 심각한 고민이 있었다.
'나도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어.'
초인기 아이돌이 된 순간부터 이미 글렀지만 그 방향은 조금 달랐다.
그녀는 한숨을 크게 내쉬며 자신의 인생사를 돌아보기 시작했다.
고등학교 때 스카웃이 된 탓에 다니던 학교도 잘 안 나가고 연습을 했던 나날들.
아침, 점심, 저녁, 어떨 때는 밤까지 이어졌다.
그 노력과 타고난 재능 덕분인지 금방 데뷔를 했다. 거기에 운까지 따라줬는지 대박을 쳤다.
그렇게 20대 초반이라는 나이에 거의 모든 걸 손에 쥘 수 있게 되었다.
외모, 돈, 명예, 인맥.
평생 놀고 먹으며 하고 싶은 걸 전부 할 수 있다. 어딜 가도 띄어주는 사람이 한가득이다.
전화번호부에 등록되어 있는 연예인 목록도 빵빵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얻지 못한 것도 많다.
추억. 정확히 말하자면 친구들과의 추억.
물론 연예인 친구도 있지만 느낌이 좀 달랐다.
진짜 친구처럼 친한 사람도 없었고, 뭔가 자신을 인맥관리용으로만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렇다고 현실 친구는 많냐? 그것도 아니다.
출석만 겨우 채운 탓에 고등학교 친구들과는 절로 멀어져 갔고, 결국 연락을 하는 애는 아무도 남지 않게 된 현실만이 남았다.
외로웠다. 그리고 심심했다.
이 감정을 어떻게 해야 풀 수 있을까?
오랜 고민 끝에 아이돌을 잠시 그만두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더 늦기 전에 대학 생활을 즐겨보기로 했다.
대학교에 가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으니까.
캠퍼스 생활을 즐기며 동기들과 술도 마셔보고, 같이 벤치에서 수다도 떨어보고.
20대가 아니면 언제 이런 걸 즐겨보겠는가.
더 이상 늦으면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소속사의 도움을 받아 이곳저곳 알아본 결과, 미래대에서 오라며 적극 환영을 했다.
아마 홍보 효과를 기대해서 그런 게 아닐까.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다.
1학기를 다니지 않았어도 편입이라는 형식으로 처리를 했고, 기본 실력도 있으니 실용 음악과에 들어가게 되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진행이 되자 남은 건 주거지였다.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2곳이 연속으로 비어있는 원룸은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개강 시즌이라 늦은 감도 없진 않았다.
사실 하나로도 충분하지만, 나머지 방 하나는 드레스 룸으로 사용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바로 폐기.
원래 집주인들한테 돈으로 후려 치며 이사를 가달라고 딜을 했지만 들어준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가장 좋은 방을 계약한 뒤에 돌아왔다.
끼익.
잠시 빨간불에 차를 멈추며 그녀는 전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그거 섹스하는 소리이긴 한데... 야동일 가능성이 크기도 하고.'
그녀는 자신만의 공간이 생긴 것에 기뻐하며, 다시 한번 둘러보러 원룸으로 향했었다.
계약은 이미 끝냈기에 비밀번호도 알고 있는 상태.
내부를 살펴보며 여기엔 이걸 두고, 저기엔 그걸 두고.
그런 행복한 상상을 하던 차에 이상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오빠아... 하악... 아앙..."
누가 들어도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소리.
역시 원룸촌인가. 이 정도의 소음쯤이야 사람 사는 소리 정도로 웃으며 넘길 수 있었다.
딱딱한 곳에서 살았던 그녀는 이런 자유로운 게 좋았다.
하지만 그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꺄흣! 거기 더엇...! 하흐아악!"
벽을 뚫고 들어오는 뜨거운 신음. 아까보다 더 커진 것 같은데 기분 탓이겠지?
올라갔던 입꼬리가 서서히 내려왔다.
순간 계약을 파기해야 하나 생각이 들었지만 호기심이 앞섰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정사의 소리이기도 했고, 잘 들어보면 여자의 목소리가 1개가 아닌 2개로 들렸으니 말이다.
'말도 안 되지.'
아까 부동산에서 봤던 남자가 평일 대낮부터 여자 2명을 한 번에 상대하고 있다니.
물론 괜찮게 생기고 몸도 좋긴 했지만 너무 과장된 생각이었다.
아마 헤드셋 선이 뽑힌 걸 모르고 저러는 것 같은데 그냥 넘어가 주기로 했다.
첫 자취의 이웃인데 벌써부터 얼굴을 붉히기도 싫고.
생각을 딱 마치자 마침 신호등 불이 바뀌었다.
그녀는 엑셀을 살포시 밟으며 앞으로의 생활을 책임질 방으로 출발했다.
"인생 처음으로 대학을 다녀보는 거네...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