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250화 (250/615)

< 250화 > 250. 1000점 대형 업데이트 및 조건

"가서 푹 쉬고 나중에 편의점에서 봐."

"주인님도 편히 쉬세요."

허리를 쿵쿵 두드리며 손을 흔드는 한희진. 하는 행동이 꼭 애늙은이 같았다.

나는 공손해진 그녀를 배웅해준 뒤에 등을 돌렸다. 어둑해진 밤하늘을 친구 삼아 걷기 시작했다.

현재 시각은 오후 8시.

새로 사온 콘돔을 3번이나 더 쓰고서야 모텔을 나왔고, 저녁을 같이 먹고 집 주변까지 데려다 주니 딱 지금이었다.

쟤는 내일 출근도 해야 하고 채아 누나가 있는 이상 외박은 꿈도 못 꿀 테니 여기서 끝내는 게 맞기도 했고.

"다음에는 콘돔 없이 했으면 좋겠네."

최대한 얇은 것을 꼈다고는 하지만 감각이 반감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럼에도 눈물 콧물 흘리며 봐달라고 외쳤던 한희진.

특히 마지막에는 나를 안은 채 흐느끼는 신음만을 냈는데, 그게 정말 꼴리기 그지없었다.

가버리는 빈도나 반응을 보면 다른 3명보다도 더 민감한 것 같은데, 나중에는 어떻게 버틸련지 모르겠다.

실신하지만 않으면 좋겠다.

'어쨌든 오늘로 오나홀에 등록된 4명을 전부 따먹게 됐네.'

보람이 느껴지는 한편 아쉬움도 공존했다. 반투명 모드로 이상한 짓을 하는 건 끝일 것 같은 예감 때문.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나타날 수는 있지만, 근 일주일 넘게 한채아랑 한희진한테 아무 연락이 없었기 때문에 최대한 지양해야 할 선택지였다.

그래도 둘 모두 현실의 나한테 더 신경을 쏟는다는 뜻이니 기분은 좋았다.

한희진한테 잘 들어가라는 까톡이라고 남길까 하고 핸드폰을 꺼냈다.

번쩍.

어플이 클릭해달라며 매우 빠르게 빛나고 있었다.

상단의 알림을 보니 매우 반가운 문구가 걸려있었다.

[1000점 대형 업데이트 미리 보기]

드디어 1000점이다. 바로 들어가 봤다.

-축하드립니다! 박우진 회원님. 드디어 1000점에 도달하셨군요.

상징적인 숫자에 맞게 대형 업데이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꼼꼼히 살펴보신 뒤에 확인 버튼을 눌러주세요.

바뀌는 게 많은 만큼 바로 몸에 적용되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업데이트를 눌러야 하는 방식인 듯했다.

이런 점은 마음에 들었다.

나는 발걸음을 멈추고 주변 벤치에 앉아 천천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동시 연결]

저번에 문의하신 기능인 동시 연결입니다! 몸이 허락하는 한 최대 5명까지 한 번에 연결이 가능합니다.

일반적인 쾌감과는 차원이 다르니 적당히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즐겨주세요.

[신경 극대화]

동시 연결이나 아바타의 조종은 상당히 까다로운 기술입니다.

가만히 있는 거라면 누구나 가능하겠지만, 본체를 포함 다수라면 얘기가 달라지겠죠?

그걸 보조하기 위해 신경 부분을 발달시킵니다.

이미 아바타로 느껴보셨겠지만 부가 기능으로 여성의 몸에서 '특별한' 맛이 나는 것도 있습니다.

[정액의 양 증가와 피로감 감소]

정액의 양이 기존 20% 에서 40%로 상향 조절되었습니다. 피로감이 30%에서 50%로 대폭 감소하였습니다.

[피임 기능]

오나홀에만 있던 피임 ON/OFF 기능을 직접 몸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제 좋아하는 사람과 할 때 얇은 고무막은 필요 없겠죠?

[정액 회복]

정력이 증가한 만큼 여성분들은 점점 감당하기 힘들게 분명합니다.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체내에 정액이 들어갈 시 모종의 성분이 빠르게 흡수되어 체력을 일부 회복시켜줍니다.

좀 더 길고 끈적하게 사랑을 나눠보세요!

"....."

확실히 대형 업데이트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상당한 내용들이었다.

하나하나가 전부 이로운 것들.

근데 이게 끝이 아니었다.

스크롤이 아직 더 남아있었다. 재빠르게 손가락을 내리자 전혀 예상치 못한 소제목이 적혀있었다.

[여성의 업그레이드]

여성의 업그레이드? 이런 게 가능하단 말인가?

당연히 오나홀에 관련됐으니 가능하긴 할 텐데, 1000점이 되고서야 처음 나온 것이라 매우 생소했다.

일단 읽어보자.

혹시 좋아하는 사람과 관계를 맺는데 나날이 갈수록 힘에 부치지는 않습니까?

중간에 졸도를 한다거나, 다음날 허리나 하복부가 아프다거나. 그런 증상들 말입니다.

사랑을 나누는데 그것만큼 슬픈 건 없죠. 어쩌면 너무 힘든 탓에 저도 모르게 관계를 피할 수도 있으니 말이에요.

그러므로...

이런저런 긴 서론을 넘기자 본격적인 내용이 나왔다.

[체력과 회복력 강화]

현재를 기준으로 체력이 약 20%, 회복력은 30%가 빨라집니다. 굉장한 수치 같지만 인간의 몸은 생각보다 약해서 말이죠.

이 정도는 되어야 '어? 내가 이렇게 체력이 강했나?' 하고 느낄 겁니다.

[여성 호르몬 촉진 및 노화 방지]

가장 아름답고 자신 있는 모습으로 사랑하는 사람과 오래오래 지내고 싶은 건 누구나 바라는 소원일 겁니다.

야속하게도 세월의 흐름은 그걸 허락해주지 않죠.

점점 쭈글쭈글해지고 빛이 사라지는 자신을 지켜보는 건 매우 고통스럽습니다.

하지만 그 꿈같은 이야기.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그것도 20대 전성기의 상태로요.

자세한 건 아래를 확인해주세요.

-호르몬이 촉진되어 가슴과 골반이 더욱 탐스러워지며, 남자를 유혹하는 페로몬이 뿜어져 나옵니다.

물론 '박우진' 님께만 적용되는 사항입니다.

-피부가 반짝반짝 빛나고 하얗게 변하며, 잡티나 뾰루지 같은 것들이 나지 않습니다.

-노화가 느리게 진행됩니다. 지금 당장은 3년 정도를 보존할 수 있지만... 점수를 올린다면 어디까지 가능하게 될까요?

"이거 개사기네..."

몇 번이나 읽어봤지만 정말 입이 떡 벌어지는 내용들밖에 없었다.

나뿐만이 아닌 여성의 변화도 있으면 어떨까 하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는데 정말 이루어지다니.

심지어 노화 방지 같은, 천금을 줘도 얻을 수 없는 변화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거 하나만으로도 전세계의 여성들의 눈이 돌아가게 만들기 충분할 것이다.

나는 전부 머릿속에 새긴 다음 맨 아래 빛나고 있는 '업그레이드' 버튼을 봤다.

평소보다 더 힘을 주어 꾸욱 눌렀다.

-조건이 부족합니다.

진동과 함께 빨간 글씨가 나왔다. 1000점에 도달했는데 조건이 부족하다니?

혹시나 하고 4명의 점수들을 확인해 봤다.

현재 신아영의 게이지는 300점입니다.

현재 윤혜윤의 게이지는 300점입니다.

현재 한채아의 게이지는 201(+100)점입니다.

현재 한희진의 게이지는 207(+100)점입니다.

총 1008점. 그러면 뭐가 문제일까? 다시 한 번 확인해보자 아까는 보이지 않았던 한 문구가 눈에 띄었다.

[업데이트 최소 조건 : 총점수 1000점 및 등록된 여성 5명 이상]

"....5명?"

*

다음날. 전날의 조건을 생각하느라 밤잠을 설쳤다.

'점수만 주구장창 올리면 될 줄 알았는데 오나홀에 등록된 여성의 수도 조건에 있다니...'

딱 1명 차이이지만 아영이와 혜윤이한테 설명하기도 힘들었고, 심지어 채아 누나랑 희진이는 오나홀의 존재를 아예 모르는 상태였다.

상황이 조금 복잡해졌다. 하지만 포기하기엔 너무나도 큰 보상.

피부 미용과 노화 방지를 내걸면 어떻게든 허락이 나올 테지만 일단 숨기기로 했다.

당장 급한 것도 아니니까. 시간을 두고 생각해보자.

"오빠...? 뭘 그렇게 고민하고 있어요?"

"별 거 아니야. 그보다 우리 무슨 얘기하고 있었지?"

"치이... 역시 안 듣고 있었네요. 이거 보세요. 아주 대박 사건이에요."

헬스를 끝내고 혜윤이랑 함께 집에 가는 길.

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윤혜윤은 살짝 입술을 삐죽 내밀며 핸드폰을 들이밀었다.

화려한 헤드라인이 적힌 뉴스 기사가 눈을 사로 잡았다.

[초인기 아이돌 박서윤. 학교에 가다!]

XX아이돌 멤버인 박서윤(24)은 잠시 활동을 중단하고 대학교에 재학하겠다고 발언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다만 시선이 몰리는 걸 피해 어디에 다니겠다고는 말하지 않아,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그녀는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라면서 이번 인터뷰에서도 언급을 피했다.

.....

"아, 이 기사 나도 봤지."

"그래요? 근데 이 학교 있잖아요, 우리 학교라는 소문이 있어요. 아니, 거의 확실하다는 분위기예요."

"정말? 그걸 어떻게 알았데?"

"최근에 스포츠카에서 나오는 백은발의 여자?를 본 사람도 많고... 아무튼 커뮤니티에도 쫙 퍼졌어요."

박서윤. 나도 알고 있는 이름이다. 군대 때 하루가 멀다하고 뮤비나 관련 영상을 봤던 기억이 있기 때문.

물론 제대하고 나서 관심을 끊었지만, 현재 아이돌 중에 가장 유명한 사람을 대보라면 100중에 90은 박서윤을 외칠 것이다.

그 명성에 걸맞은 청순한 외모. 누구나 감탄할만한 몸매와 맑은 목소리, 노래 실력까지 겸비한 실력파 아이돌.

가질 건 다 가진 행운아라고 불려도 무방했다.

물론 내 주변에 있는 4명에 비하면 동급의 외모지만, 티비나 인터넷에서만 보던 사람이 학교에 온다니 호기심이 동했다.

"연예인이 우리 학교에 온다니까 신기하네. 무슨 과로 오려나?"

"아마 실용음악과가 아닐까요?

"그러겠지. 근데 갑자기 대학교는 왜 오는 걸까? 연예인 생활이 지겨워졌나."

"캠퍼스를 즐기고 싶어졌나 보죠."

그럴지도 모르지. 나로서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개인의 자유를 뭐라 할 순 없다.

나중에 마주치면 사인이나 받기로 마음먹으며 몸을 틀었다.

"먼저 집에 가. 나는 부동산 아주머니가 부르셔서 잠깐 가봐야 할 것 같아."

"전에 그 이야기인가요?"

"응. 오늘 간 김에 확실하게 말하고 오려고."

"진짜 이사 가면 안 돼요."

"갈 리가 없잖아."

옷깃을 잡는 혜윤이의 손을 떼며 인사를 건넸다.

잠시 후, 부동산을 향해 걷고 있자 옆 길가에서 특이한 소리가 들려왔다.

부아아아아앙...!

보지 않아도 딱 알 수 있는, 나 비싼 차요 하고 자랑하는 배기음.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간 물체는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스포츠카? 어디서 본 것 같기도 하고.'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