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24화 > 224. 유두 꼬집어져서 가버린 허접 보지한테 조루 소리 들어야 돼?
"감사합니다."
한창 계산을 하고 있자 한희진이 조용히 옆으로 왔다. 내 팔을 툭툭 치며 자리를 바꿔달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이제 내가 할게. 언니한테 가봐."
"생각보다 오래 걸렸네?"
"그냥 몸에 힘이 없어서 쉬다 왔어."
이상하게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그녀. 방금 유두로 가버린 것이 상당히 부끄러운 모양이다.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를 비켜줬다.
'일단 가기 전에 자지는 씻어야겠지? 휴지로 닦았다고 해도 침이랑 정액 냄새는 남아있을 테니까.'
한채아가 내 자지를 갖고 논다는 보장은 없지만, 어제의 연장선이라면 무언가를 할 가능성은 아주 높았다.
특히 아까 쇄골을 보여주며 유혹을 한 걸 보면 100%이다.
창고 쪽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한희진이 나를 불러 세웠다.
"잠깐! 어디가."
"어디 가긴. 화장실이지."
"바로 가는 거 아니었어?"
"아래에 침이랑 정액이 남아있어서 찜찜하거든. 이거는 씻고 가야지."
"아...으.. 씻기만 하는 거지?"
안절부절못하는 그녀의 눈동자.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게 분명했지만 딱히 캐묻지 않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끼익.
문을 열자 상당히 익숙한 냄새가 코를 뚫고 들어왔다. 그도 그럴게 6개월 동안, 거의 일주일에 5일 정도는 질리도록 맡아본 향이기 때문.
'이거... 애액 냄새잖아?'
확실했다. 방향제가 뿌려져 있었지만, 공기 중에 스며들어 있는 야한 냄새는 숨기지 못한다. 바로 수사 모드 on.
먼저 전체적인 배경을 스캔했지만 수상한 곳은 없었다. 그럼 이 좁은 화장실에서 날만한 곳은 하나밖에 없다. 나는 보물이라도 숨겨놓은 듯 꾹 닫혀있는 변기칸을 열었다.
뚝...뚝...
튀어나온 쇠에 걸려있는 분홍색 팬티. 모이고 모인 물방울이 한 방울씩 떨어지고 있었다. 코를 가까이 했다.
"맞네. 이거 보지 냄새 맞네. 근데 이게 왜 여기 걸려있지?"
사실 말하기 전에도 답은 알고 있었다. 온몸이 민감해진 한희진과 아까 다리를 잔뜩 움츠린 행동으로 봐선, 조수나 애액을 뿜어버린 게 틀림없다.
아니면 필사적으로 참았지만 막판에 엉덩이 때린 게 결정타였을 수도 있고.
이유가 뭐든 덕분에 오늘 팬티를 구경하게 되어버렸다. 아까 내 팬티색 어쩌고 하더니 본인은 이렇게 대놓고 자랑을 하다니.
아마 몰래 빨래 하다가 들키면 개망신이니, 내가 1호점에 갔을 때 빨래를 하려고 한 것 같은데. 이미 늦어버렸다.
나는 못 본 척해주기로 하며 조용히 문을 닫고 나왔다. 재빨리 자지를 씻고 닦을 것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근데 닦을 게 휴지밖에 없잖아? 이거 무조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미안하다. 못 본 척하는 건 안 되겠다. 어설프게 숨겨놓으니까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거 아니야.
나는 외롭게 걸려있는 팬티를 눈에 새긴 뒤에 밖으로 나갔다.
"이제 언니한테 가는 거지? 늦었겠다. 빨리 가라."
"그렇게 늦진 않았는데 지금 빨래하고 올래? 카운터 봐줄게."
"....어?"
"그걸 숨기겠다고 한 거냐? 휴지 쓰러 들어갔는데 떡하니 눈앞에... 어휴."
과장되게 한숨을 쉬자 한희진의 얼굴이 다시 새빨개졌다. 나한테 삿대질을 하며 입을 뻐끔뻐끔거리더니 고개를 푹 숙였다.
나한테야 놀릴거리가 하나 생긴 거지만, 그녀한테는 일생일대의 사건 중 하나일 것이다.
물론 저번에도 팬티를 봤지만 이번에는 보짓물 에디션이었으니까.
"내 애무가 그렇게 좋았냐? 정말 팬티가 젖을 정도로 가버렸나 보네?"
"닥쳐 제발..."
"여기로 와봐. 공짜로 엉덩이 쓰다듬어줄게."
"꺼져! 오면 신고할 거야."
발작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절로 나오는 웃음을 참으며 장난은 여기서 끝내기로 했다.
이것보다 더 중요한 문제가 아직 남아있으니 떨리는 그녀의 손가락을 보며 운을 띄었다.
"그래서 방금 걸로 내기는 1vs1인데 결판은 내야 하지 않겠어?"
"내일은 더 진심으로 할 거니까 당연히 내가 이길 게 뻔하지 않겠어?"
"그게 문제야."
무슨 헛소리냐는 표정을 짓는 한희진. 눈동자를 빙그르르 돌리며 말뜻을 곱씹었지만, 이해가 되지 않았는지 다시 입을 열었다.
"질까 무서운 거야?"
"오늘 네가 한 짓을 봐라. 무조건 빨리 흔들고, 대딸이라면서 혀를 쓰질 않나. 이렇게 반칙을 밥 먹듯 하는데 내가 어떻게 안심을 해."
"대신 내가 가슴 만지게 해줬잖아. 빨...기까지 했고."
"물론 좋은 건 좋은 거지만 시합은 공정해야지. 그래서 그런데."
잠깐 뜸을 들이며 아까 생각한 방법을 다시 검토해봤다. 너무 진도가 팍 나간 건 아닌가 싶어 묻어뒀던 내용.
혹시 모르니 말을 꺼내보기로 했다. 일단 빌드업을 가지면서.
"너는 내 자지 만지면서 대딸 쳐줬지? 나는 그걸 오래 버티느냐로 조루의 오명을 벗기로 했고."
"맞지."
"근데 조루인 건 너도 마찬가지잖아? 내가 왜 너한테 그런 말을 들어야 하는지 이해가 안가."
"응...?"
점점 더 미궁에 빠지는 말에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강렬한 눈빛에서 빙빙 돌리지 말고 빨리 얘기하란 뜻이 전해졌다.
나는 심호흡을 한 번 하고, 어쩌면 112에 신고당할 수도 있는 말을 내뱉기 시작했다.
"유두 꼬집어져서 가버린 허접 보지한테 그런 말 듣기 싫다고."
"뭐....뭐어!!!?"
빼액 소리지르는 한희진과 그런 우리를 수상하게 쳐다보는 몇몇 손님들. 입가에 검지를 갖다 댔다.
"손님들 쳐다본다. 목소리 죽여라."
"미.. 미쳤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한희진은 입을 다물 생각조차 못한 채 눈을 한계까지 떴다. 아마 지금까지 살면서 들어본 가장 심한 말일 것이다.
근데 여기서 멈출 거면 애초에 말을 꺼내지도 않았다.
"내가 뭐 틀린 말 했나? 유두 만져지면서 보짓물 찍찍 싸던데."
"아니...! 오늘은 그냥 상태가 이상해서.."
"못 믿겠는데?"
한희진이 조루라고 도발했던 것처럼 똑같이 되돌려주는 상황. 내가 생각해도 참 대담했다.
하지만 나를 꼬시기로 마음을 먹었고, 미약 절임인 상태라면 큰일은 벌어지지 않을 테다.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뭔데?"
"다음 내기는 공평하게 서로 대딸을 쳐주자는 뜻이지."
"내...내가 왜? 오빠 같은 짐승한테 거기를 만지게 해준다고?"
말은 저렇게 해도 입꼬리가 슬쩍 올라간 게 보였다. 일단 튕기기로 한 모양이다. 거의 다 넘어왔다.
"그렇게 치면 나도 소중한 곳을 너한테 맡겼는데? 우리 사이가 이것밖에 안됐나?"
"우리 사이가 뭔데?"
"보여줄 거 다 보여주고 대딸까지 쳐준 사이지. 게다가 이 방법이 가장 확실하잖아. 보지와 자지 대결. 아주 공평한 정면 승부."
보지와 자지 대결. 듣기만 해도 어지러움이 느껴지는 작명이다. 물론 직접 부딪치는 게 아닌, 손으로 해준다는 것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말이다.
"그러니까... 서로의 것을 만져서 먼저 가버린 사람이 진다는 거지?"
"응. 그리고 어떤 기술을 써도 ok고."
한희진은 팔짱을 끼며 생각에 들어갔다. 분명 튕기는 척을 할 테지만, 합법적으로 성기를 보여준다는 달콤한 제안이라면 곧 허락이 나올 것이다.
"으으음....좋아. 대신 조건이 있어."
"뭔데?"
"장소 옮겨서 하자. 이렇게 칙칙한 편의점에서 그런 짓을 하기는 싫어."
여기만큼 꼴리는 장소가 또 어딨다고. 근데 한희진과 만나는 곳은 여기밖에 없는데 어디서 하자는 걸까.
"내일?"
"아니, 나 쉬는 날에 따로 하자. 자세한 건 나중에 까톡할게."
쉬는 날에 단둘이서라면... 이거 데이트 신청 아닌가? 덤덤하게 말하는 걸 보면 본인은 생각 없이 말한 것 같긴 한데. 뭐 어떤가. 좋은 게 좋은 거지.
나는 한희진에게 다가가 엉덩이에 손을 올렸다. 가볍게 톡톡 쳐주며 귓가에 얼굴을 들이밀자 그녀의 몸이 떨렸다.
"그때 엉덩이 뒤지게 때려줄 테니까 기대해."
"읏... 오빠나 단단히 준비하고 와."
그 말과 함께 그녀는 재빨리 창고 안으로 도망쳤다. 그동안 나는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통화음이 2번도 채 지나기 전에 따스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응. 우진아."
"저 한 20분 뒤에 도착할 것 같아요."
"오늘도 손님이 많았나 보구나... 알았어. 기다리고 있을게."
이제 언니한테 정액을 쥐어짜일 차례인가. 나는 화장실에서 긴 물소리가 끊길 때까지 멍을 때렸다.
그렇게 10분 정도 있자 손이 시뻘게진 한희진이 터벅터벅 걸어왔다. 얼마나 세게 문질렀으면 저렇게 됐을까.
나는 나머지를 잘 부탁한다는 말과 함께 밖으로 나왔다.
선선한 밤바람을 맞으며 도착한 1호점. 따로 언질을 했는지 알바생들은 나를 보고도 아무 제지를 하지 않았다.
똑똑.
"점장님. 들어가도 될까요?"
"아! 들어오렴!"
문을 열었다. 다른 향수 냄새. 어제는 달콤하고 성숙한 느낌이었다면, 오늘은 몽환적이고 간질간질한 무언가였다.
도대체 백화점에서 얼마 어치를 구매했길래 매번 향수가 달라지는 것일까.
오면서 진정됐던 몸이 천천히 달아오르는 게 느껴졌다. 안으로 들어서자 아까랑 똑같이 겉옷을 입고 있는 한채아가 있었다.
"아이 참, 오자마자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보면 부끄러운데.."
"누나가 워낙 예뻐서 저도 모르게 넋을 놨네요."
"또 아부는..."
대부분 진심이긴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조금이나마 더 좋은 플레이를 해주지 않을까 하는 사심도 있었다.
효과가 있었는지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소파를 가리켰다.
어제와 똑같은 상황. 자연스럽게 대딸 받았던 자리에 앉자, 그게 신호가 됐는지 한채아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오늘 우진이 열심히 일했니?"
그녀는 은근한 목소리와 함께 겉옷을 살랑이며 다가왔다. 나는 짧은 순간에 두 가지 대답을 생각해냈다.
첫 번째, 아주 열심히 일했으니까 상을 주세요. 두 번째, 누나 가슴 생각이 나서 집중이 안 됐어요.
후자다.
"누나 가슴이 자꾸 아른거려서 별로 못 했어요."
"그러니..? 이거 안 되겠네. 또 점장으로서 우리 알바생을 도와줘야겠어."
그 말과 함께 한채아는 베일에 쌓여있던 내부를 공개했다.
'오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