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9화 > 219. 이것도 누나 보고 커진 거야?
내 입만을 쳐다보는 애타는 눈빛. 더 보고 싶은 마음에 일부러 가만히 있자 점점 울먹이는 표정으로 바뀌었다.
곧 눈물이 떨어질 것 같다. 더 버티면 어떻게 될지 궁금하긴 하지만 슬슬 말하자.
"알았어요. 스트레스 같이 풀어줄게요."
대답과 함께 밝아지는 얼굴. 저게 27살의 귀여움인가? 솔직히 별로 어려운 것도 아니다.
가슴 마사지 같은 걸 예상했는데 그보다 훨씬 소박한 데이트가 나왔으니까. 물론 전자는 내 욕망이 그득하게 들어간 것이지만.
"흠흠... 혹시나 해서 말하는 건데 이건 누나의 스트레스를 푸는 거니까 결코 바람피는 거 아니다? 알지?"
"알죠. 저도."
"그래그래. 지금까지 맨날 혼자 다녀서 심심했는데 이제 그럴 일은 없겠네. 만약 거절했으면 시급 좀 깎아버릴까 생각했었거든."
"...그건 정말 다행이네요."
마지막 말에 힘을 준 걸 보니 진심 같기도? 뻘쭘하게 웃고 있자 한채아가 의자에서 일어났다.
아래는 찢어진 짧은 청바지. 탄탄한 허벅지와 잘빠진 다리가 시선을 잡아끌었다.
흘끗 훔쳐보자 그녀는 몸을 한 바퀴 돌리며 전신 모습을 자랑했다.
"그것보다 이 옷은 어때? 예쁘지 않니?"
"예뻐요."
"고마워. 근데... 아까 파괴력이 엄청나다고 한 건 어떤 부분이야? 여기 어깨?"
한채아는 상체를 숙이며 반들거리는 상체를 내밀었다. 가슴골이 다시 훤히 보였다. 약간의 출렁임도 함께.
알면서도 넘어갈 수밖에 없는 저 극악무도한 몸매. 핵폭탄급이다.
근데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누나 가슴이 존나 커서 눈이 안 떼어져요. 라고 말하면 좋아...하겠지?
하지만 나는 정상인이기에 그 선택지는 바로 삭제했다. 대신 둥글게 둥글게 비껴나가도록 대답했다.
"전체적으로요. 평소엔 노출이 별로 없었는데 이런 옷을 보니 놀라워서요."
"그래? 오랜만에 기분 좀 내봤는데 정답이었나 보네. 우진이는 이런 옷 좋아해?"
"저야 언제나 환영이죠. 아주 취향이에요."
"혹시 누나 비위 맞춰 주려고 없는 말 하는 건 아니겠지?"
"절대 아니에요."
누가 저런 옷을 싫어하겠는가. 솔직히 저 빛나는 외모라면 거적때기를 입어도 난 찬성이다.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지만, 이 사람한테 옷은 그저 몸을 가리기 위한 도구일 뿐이니까.
기분 좋아졌는지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한채아. 내 볼록한 자지를 한 번 쓰윽 보더니 다른 주제로 얘기를 꺼냈다.
"근데 우진이는 어떻게 지내고 있어? 곧 방학도 끝나는데 계획이라도 있니?"
"그냥 똑같죠. 적당히 공부하고 놀고. 개강해도 과제하고 시험 보고 별 거 없어요."
"그렇구나... 혹시 개강해도 알바는 계속할 수 있는 거지?"
"물론이죠. 점장님 같이 예쁜 분이랑 근무할 수 있는데 제가 어딜 가요. 시급도 센데."
"아이 참, 그렇게 아부 안 해도 된다니까. 그리고 시급은 우진이가 일을 잘하니까 높은 거야. "
한채아는 입가를 가리며 눈을 곱게 휘었다. 그러더니 싱글벙글한 얼굴로 내게 다가왔다.
옆자리에 풀썩 앉으며 기지개를 켜는 그녀. 또 가슴이 출렁인다.
계속 가슴 얘기만 하는 것 같아 미안하지만 계속 눈에 보이는 걸 어떡하겠는가.
좋은 냄새도 한 층 강해진 탓에 반발기 된 자지가 좀 더 커지려 하고 있었다.
"흐으응.... 매번 느끼는 거지만 나는 우진이가 참 부러워. 예쁜 여자친구들과 즐거운 대학 생활도 즐기고, 알바에서는 예쁜 점장님과 근무도 하고. 복 받았어 아주."
"이번 봄부터 갑자기 잘 풀려서 저도 놀랍긴 해요. 전에는 안 그랬거든요."
"그러니? 지금 모습 보면 신입생 때부터 인기 많았을 것 같은데."
"전혀 아니에요. 좀 꾸미고 운동하니까 지금처럼 된 거지, 그 전에는 처참했어요."
"뭐, 관리해서 지금의 모습이 된 것도 본판이 되니까 그런 거 아니겠니."
칭찬일색. 대놓고 비행기를 태워주는 의도였지만 기분 좋은 건 어쩔 수 없었다.
무안하게 웃고 있자 한채아가 몸을 꼼지락거리며 엉덩이를 내게 붙였다. 이어 머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좋은 냄새를 사방에 풍겼다.
그녀가 이렇게 적극적이었나? 얌전한 편의점 점장의 모습과 집에서 자위하는 것과는 딴판이었다.
나를 꼬시겠다고 마음먹은 것 하나로 이렇게 달라지다니.
"전에도 말했지만 누나는 공부랑 희진이 신경 쓰느라 별로 놀지도 못했거든. 그래서 그런데.."
내게 몸을 더 붙이며 귓가에 얼굴을 대는 그녀. 이렇게 밀폐된 공간에서 초근접은 위험하다.
야릇하고 간질간질한 분위기. 혹시 이대로...
"대학 생활 얘기 좀 해줄 수 있어?"
"...네?"
바로 진도를 빼려는 건가 싶었지만 그런 건 없었다. 아쉬웠지만 지금도 충분히 좋은 상황이었다.
맨 허벅지가 닿을락 말락 하며 나를 툭툭 쳤고, 내 쪽으로 돌린 몸 덕분에 물컹한 가슴이 조금씩 닿았기 때문.
의식하지 않으려 해도 이 정도로 느껴지는데 그녀 입장에선 어떻겠는가. 애가 탈 듯 말듯하게 일부러 부딪치는 게 분명했다.
"우진이가 인기 많은 건 알겠는데 그 둘이랑 어떻게 친해졌는지 궁금해서 말이야. 물론 본인들이 알아서 하겠지만, 일반인 눈으로 보면 평범한...관계는 아니잖아?"
평범하진 않지. 물론 그 관계도 평범하지 않은 능력 덕분이겠지만 말이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자 한채아가 작게 손사래를 쳤다. 민감한 주제인 걸 알고 있나 보다.
"미안. 말하기 싫으면 말하지 않아도 돼."
"괜찮아요. 간단하게만 말해도 괜찮죠?"
"응, 괜찮아."
"음... 아영이라고 하면 기억나나요? 검은 머리카락."
"엄청 예쁜데 당연히 기억하지."
"아영이랑은 같은 학과에 다니고 있어요. 같은 수업을 듣긴 하는데, 군대 갔다 왔으니 후배라고 볼 수 있죠."
"로맨틱하네. 학과cc라니."
박수를 짝 치며 감탄하는 그녀. 이런 것에 로망이라도 있는 듯했지만 과정을 알아도 그런 말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무선 연결 오나홀로 몰래 따먹다 들킨 건데.
"그렇긴 하죠...? 깨질 일만 없으면 cc만큼 좋은 것도 없으니까요. 매일 얼굴도 보고 공부도 같이하고."
"그치그치. 그럼 그 갈색머리.. 혜윤이라고 했나? 걔는?"
혜윤이는 유령으로 자위 도와주면서 발정 나도록 유도하다 헬스장에서 자지 큰 걸로 꼬셨어요.
그리고 바로 현실에서 첫 섹스를 했죠.
...이렇게 요약하니 내가 봐도 어메이징하긴 하다. 혹시 헛소리가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 바로 삭제.
"혜윤이도 같은 학교에 다니는데 옆집에 살기도 하고, 취미도 헬스 하는 거라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어요."
"그렇구나..."
내가 했던 말을 되새기는 그녀. 이제 제일 중요한 질문이 들어올 차례이다. 어떻게 3명이 같이 사귀게 되었냐.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한채아의 입은 더 이상 열리지 않았다. 대신 나를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싸악 훑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얼굴, 어깨, 팔뚝, 허벅지. 그리고 제일 시선을 오래 뒀던 바지춤까지.
커다란 눈동자가 한 차례 왕복하자 숨결이 약간 거칠어졌다. 조용해서 그런지 더 선명하게 귀에 꽂혔다.
나는 침묵을 깨며 역으로 질문을 시작했다.
"그럼 누나 대학 생활은 어땠어요? 인기 엄청 많았을 것 같은데."
"나? 인기... 별로 없었어. 수업 끝나면 바로 집 가고 그래서."
"거짓말하지 마요. 술자리나 모임 약속 계속 들어왔을 게 딱 보이는데."
"어머. 들켜버렸나?"
한채아는 살짝 웃으며 기억을 더듬듯, 턱을 쓰다듬었다. 입술을 살짝 내밀고 천장을 바라보는 그녀.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얼굴을 획 돌렸다.
"하루가 멀다 하고 연락이 오긴 했어. 근데 그땐 주변에 별로 관심이 없기도 했고, 우진이 같이 멋진 남자도 없어서 다 거절했지."
"오히려 그게 더 거짓말 같은데요."
"아니, 이건 진짜야."
눈을 보니 진심 같다. 평소에도 나한테 호감을 보인 걸 알고는 있었지만, 그건 일을 잘하고 몸이 좋으니까 생기는 호감이지.
결코 이성으로 보는 건 아니었다.
근데 지금은 좀 다르다고 해야 하나. 내 입으로 말하긴 좀 그렇지만 호감 이상의 감정이 들어있었다.
농밀하고 끈적한 무언가.
'이름 부르며 애널 섹스한 게 이렇게나 위력이 컸던 건가?'
그런 거 있지 않은가. 호감이 지속되다 보면 어느새 상대를 생각하고 바라보고 있는 거.
떡정이라 불러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한채아는 딱 그런 상태인 것 같았다.
"그렇게 봐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사실만을 말한 건데 뭘."
대화가 끊겼다. 먼 산을 바라보고 있자 허벅지에 따스한 손이 올라왔다.
동시에 그녀의 어깨가 내 어깨에 부딪쳤다. 소파의 반동이 아닌 자의로 힘을 주어 닿게 한 것.
맨살끼리 닿는 부드러운 감각을 느끼고 있자 다시 공기가 이상해졌다. 많이 느껴봤던 그 분위기.
야릇한 상상을 절로 피어오르게 하는 상황이었다.
"우진아."
"네?"
"오늘 누나 옷 입은 거 예쁘다고 했지?"
"네. 예쁘죠."
"그러엄..."
그녀는 말을 길게 끌며 손을 움직였다. 허벅지 옆에 닿고 있던 손을 점점 위로.
뱀이 기어 오는 듯한 아찔한 감각에 자지가 조금 더 커졌다. 이젠 숨기는 게 무의미할 정도.
바지가 움찔한 걸 본 한채아는 미소를 지었다. 허벅지에 올라온 손은 텐트의 초입부에 도착해있었다.
조금만 더 안쪽으로 움직이면 자지를 만질 수 있는 위치.
그에 멈추지 않고 그녀는 내부의 모습을 상상하듯 주변부를 더듬었다. 여기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아침에 다짐했던 한 번쯤은 튕겨줘야지 했던 생각은 날아간 지 오래.
침을 삼키며 한채아와 눈을 마주쳤다.
많은 의미가 담긴 시선 교환. 기다렸다는 듯 그녀의 입이 열렸다. 오늘 들었던 것 중 가장 끈적하고 색기 넘치는 목소리와 함께.
"이것도 누나 보고 커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