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3화 > 213. 한채아의 휴일
같은 날인 월요일. 고급스런 방 안에 한 미녀가 알몸으로 잠들어 있었다.
그 정체는 전날 격렬하게 애널 섹스를 했던 한채아. 여행 갔다 온 여파도 아직 남아있는지 곤히 잠든 모습이었다.
"흐응..."
커튼 사이로 햇빛이 내리쬐자 그녀는 작은 신음을 내며 몸을 뒤척였다. 동시에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떠졌다.
눈곱이 껴져 있지만 맑은 그것은 느리게 깜박이며 상황 파악을 시작했다.
"그냥 잠들었었나..."
이질적인 배의 느낌과 미약하게 남아있는 밤꽃 향에 기억이 났는지 한채아 손을 아래로 내렸다.
몇 시간 전과 다르게 잘 닫혀있는 애널. 주변부를 쓰다듬자 쓰린 감각에 미간을 좁혔다.
"어제 좀 많이 하긴 했지.. 그만큼 좋았으니 됐지만."
씻지 않고 그냥 잠든 것을 의식했는지 한채아는 애널에 힘을 주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바로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킨 뒤 시계를 봤다. 12시 10분. 휴일이라 언제 기상을 하든 상관없었지만, 평소와 비교하면 확실히 늦은 시간이긴 했다.
"그냥 앉아있기는 찜찜하니까...일단 씻을까?"
뱃속에서 꿀렁거리는 게 느껴질 정도로 많은 양의 정액. 몇 번을 쌌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지만 이렇게나 많은 건 예상외였다.
물론 그녀도 몇 번이나 가버렸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중간에 필름이 끊겼기 때문.
'우진이도... 이렇게나 많이 싸는 거겠지? 우진이 몸으로 했다고 했으니.'
싫다는 건 아니다. 안이 가득 채워지는 그 느낌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따뜻하고 좋았으니까.
단지 현실도 그러할지 궁금이 앞설 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화장실에 들어갔다.
쏴아아아...
멋진 인테리어와 빛나는 조명. 그에 어울리지 않는, 상스런 자세를 하고 있는 한채아.
그녀는 샤워기 앞에 쭈그려 앉아 엉덩이를 활짝 벌리고 있었다. 그 사이에 숨어있는 귀여운 애널.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더니 이내 하얀 액을 내뱉기 시작했다.
정액이 꿀렁거리며 흘러나왔다. 따뜻하게 잘 보관되어 있어서 그런지 굳어있지 않았다.
쌌을 때의 상태 그대로인, 끈적하고 농도가 짙은 채로 말이다.
"흐읏... 진짜 많이 나온다..."
뒤쪽 구멍으로 정액을 내보내는, 몇 번을 해봐도 익숙해지지 않는 감각. 손가락으로 벌리며 빨리 나오게 유도하자 더욱 많은 양이 흘러나왔다.
어느 정도 빠져나온 것 같자 그녀는 직접 손가락을 넣어 안쪽을 긁어냈다.
평소의 이미지와 비교하면 절대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행동. 혹여 누가 볼까 점점 속도를 올렸다.
"하아...읏... 흐응..."
예전과는 달리 민감해진 엉덩이 구멍은 지금의 행위를 쾌감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씻어내기 위한 움직임은 자위로 바뀐 지 오래.
손가락은 더욱 기분 좋아지는 곳을 찾아 절로 쑤셔댔다.
"이러려고...한 건 아닌데.. 하읏..."
어젯밤 일을 생각하자 아랫배가 찌잉 울렸다. 흥분한 몸은 클리를 단단하게 만들며 애액을 생산해냈다.
두 구멍을 같이 만지면 몇 배로 좋다는 걸 배운 그녀는 나머지 한 손을 앞으로 향하게 했다.
클리를 빙글빙글 돌리며 보지의 얕은 곳을 문질렀다. 달콤한 목소리가 절로 튀어나왔다.
"하앙...! 하으응...읏..."
투명한 물을 질질 흘리는 앞쪽과 걸쭉한 하얀 물을 흘리고 있는 뒤쪽. 환상의 콜라보였다.
씻으러 들어온 목적은 이미 잊어버렸다. 지금의 최우선 목표는 가버리는 것뿐.
그녀는 다리를 더 벌려 손을 움직이게 쉽게 했다. 절정까지 남은 방해물은 전부 치웠다.
이제 신나게 성감대를 애무하며 가버리면 끝이다.
찌걱찌걱...
화장실에 울려 퍼지는 물소리와 신음 소리. 밖에 들리지 않을까 걱정이 될 쯤에 반응이 왔다.
갈수록 허리가 앞으로 내밀어지며 위아래로 떨리기 시작한 것.
"간다...간...닷...! 가아아..."
갈 때는 간다고 말하는 게 습관이 된 그녀. 혼자 자위하는 것도 예외는 없었다. 허벅지를 부르르 떨며 잔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손을 움직이기를 잠시.
벌어진 M자 다리 사이에서 약한 조수가 튀어나왔다.
"하흐으으.... 흐으응...!"
여러 차례 발사하는 동안 한채아는 머리를 살짝 뒤로 젖히며 절정의 기쁨을 느꼈다. 입을 벌리고 가뿐 숨을 들이쉬는 그녀.
하지만 쾌감의 정도가 약했는지 곧 흐려졌던 눈동자가 맑게 돌아왔다.
"해버렸네... 어젯밤에 그렇게 했는데 또.."
욕실 바닥에 싼 애액과 정액. 그녀는 방금 행위를 없었던 걸로 하려는 듯, 재빨리 샤워기의 물로 치워버리며 몸을 마저 씻었다.
잠시 후, 수증기와 함께 화장실을 빠져나온 한채아. 살짝 어지러운 듯 잠깐 비틀거렸지만 얼굴 자체에는 만족감이 가득했다.
그녀는 수건으로 물기를 제거하며 스케줄을 떠올렸다.
'일단 밥 먹고... 멀리 좀 나갈까? 여기 주변은 다 둘러봤으니까.'
휴일이지만 할 일은 미리 정해둔 상태. 그녀는 핸드폰을 들어 검색창을 클릭했다.
자동으로 나열되는 검색 기록들. 전부 비슷한 주제들이었다.
[남자가 좋아하는 옷]
[섹시한 옷]
[남자 꼬시는 옷]
[예쁜 속옷]
[유명 백화점]
우진이가 알바를 하는 건 수요일이니 기회는 오늘뿐. 마침 어제 결심을 했던 터라 결정은 빨랐다.
'그동안 평범하게 입었던 것들 말고 괜찮은 걸로 사자.'
물론 지금 인터넷으로 주문해도 화요일까지는 충분히 도착한다.
그럼에도 직접 가서 고르는 이유는 간단했다. 시착을 해야 하기 때문.
170cm의 늘씬한 키와 압도적인 가슴과 엉덩이. 이 몸매에 맞는 옷은 생각보다 많이 존재하지 않았다.
인터넷 쇼핑몰에서는 예쁜 모델들이 직접 입은 사진들이 많았지만 몸매까지 같을 순 없다.
직접 보고 입으며 옷핏이 어떤지를 봐야 한다는 걸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었다.
낭패를 본적이 한두 번이 아니니 말이다.
생각을 마친 그녀는 거실로 나갔다. 희진이랑 같이 밥을 먹을까 했지만 동생의 방은 조용했다.
아마 자고 있는 모양. 어차피 휴일이니 새벽 늦게까지 뭘 했든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혼자 간단하게 점심을 차려먹었다. 유명 백화점에 가는 만큼 멋들어진 옷을 입고, 가장 비싼 자동차 키를 챙겨 주차장으로 향했다.
"날씨 좋네..."
보관함에 둔 선글라스를 끼고 안전벨트를 맸다. 옷을 깊게 파고들어가는 검은 줄. 매번 신경이 쓰였지만 이젠 그러려니 한다.
그렇게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시동을 걸었다.
월요일이라 나름 한산한 백화점 내부. 그 적은 사람들조차 한채아가 지나갈 때마다 눈을 떼지 못했다.
그녀는 마음속으로 우월감을 느끼며 여성 의류 매장으로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찾으시는 게 있을까요?"
"혼자 둘러볼게요."
"네~ 필요하면 언제든지 불러주세요."
명품 매장의 직원이라 그런지 귀신 같이 돈 냄새를 맡고 다가왔다. 바로 물린 뒤 천천히 첫 라인부터 쇼핑을 시작했다.
'이건... 별로네.'
가슴이 깊게 파인 반팔 티셔츠. 대놓고 야한 것보단 은근슬쩍 드러나는 게 더 좋다고 들었다.
하지만 한채아한테는 적용이 되지 않는 말이었다. 뭘 입어도 상체가 강조되는 몸매. 은근슬쩍이 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고개를 내려 자신의 가슴을 바라봤다. 발끝이 보이지 않는 엄청난 크기와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골.
무엇이 어울릴까 고민을 했다.
'이것보다 노출이 덜한 어깨가 나오는 옷? 씨스루? 아니면 딱 달라붙는 옷?'
한채아는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뭐가 가장 효과가 좋을까 데이터를 뽑아내던 중, 가장 좋은 방법이 떠올랐다.
"예뻐 보이는 건 다 고르자. 어차피 나중에 데이트할 때나 서비스로 입어줄 수도 있으니까... 언젠간 입을 날이 오겠지."
자신이 생각해도 명답이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 지갑도 두둑한지라 문제는 없었다.
머릿속이 깔끔해지자 할 것도 명확해졌다.
괜찮아 보이는 건 죄다 손에 들었다. 그리고 탈의실에 들락날락을 반복하며 마음에 드는 최종 후보들을 계산대로 가져갔다.
"...전부 사시는 건가요?"
"네. 전부 주세요."
놀란 직원의 얼굴. 나름 명품 매장이라 이 정도는 면역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나 보다.
직원은 바코드를 찍으며 한채아를 흘끗흘끗 쳐다봤다. 그도 그럴게 옷들이 전부 야했기 때문.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했는지 카드를 건네받으며 은근슬쩍 말을 건넸다.
"남자친구분이 정말 좋아하시겠어요."
"네?"
"옷들이 정말 다 예쁘셔서요. 데이트 때 입고 오면 남자분이 끔뻑 죽겠어요."
조금 주제넘은 걸 알았는지 입을 가리며 조용해진 직원. 하지만 한채아는 어떤 단어에 꽂혔는지 눈을 반짝거렸다.
"그쵸? 남자들은 다 이런 옷 좋아하겠죠?"
"네? 물론이죠. 특히 손님이시라면 더.."
가슴을 곁눈질한 여점원. 기분이 나쁠 만도 했지만 그녀는 못 본 척 그냥 넘어갔다.
오히려 상체를 조금 내밀며 당당하게 자세를 취했다.
"사실 이번에 제대로 꼬시려고 마음 먹었거든요."
"아...! 손님이라면 무조건 넘어오죠. 그 남자분이 정말 부럽네요. 이렇게 미인이신 분이 꼬시다니."
"고마워요. 그랬으면 정말 좋겠네요."
90% 진심과 10%의 아부를 담은 즐거운 계산이 끝났다. 한채아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매장 밖을 나왔다.
손에 든 쇼핑백을 보며 미소 짓기를 잠시. 또 다른 매장을 향해 몸을 옮겼다.
왜냐고 묻는다면 방금은 '상의' 만을 구매했으니까이다.
아직 하의와 속옷은 구경 하지도 않았으니 쇼핑을 이어가는 건 당연한 수순.
"다음은... 저기로 가볼까?"
가벼워진 발걸음과는 반대로 무거워진 짐들. 하지만 한채아는 그 무게를 전혀 못 느끼는 듯,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돌아다녔다.
얼마나 지났을까? 자동차로 돌아온 한채아의 손에는 쇼핑백이 처음보다 더 증식되어 있었다.
하나하나가 다 고급져 보이는 걸로 말이다.
"흐응... 오랜만에 돈 좀 쓰니까 재밌긴 하네."
뒷좌석을 가득 채우고 있는 옷들을 보며 그녀는 흐뭇하게 웃었다. 집에 가서 입어볼 걸 생각하니 손이 근질근질했다.
"저번 펜션에서 내 가슴 엄청 뚫어지게 봤으니까... 틀림없이 먹힐 거야."
한채아는 자신만만한 한 마디와 함께 시동을 걸었다. 미소가 떠나지 않는 얼굴.
백미러로 마지막 확인을 한 뒤, 중후한 배기음과 함께 주차장을 빠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