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4화 > 204. 업그레이드
그녀는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리며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체액으로 절여진 후드티를 억지로 껴입고는 성큼성큼 아파트 입구로 다가갔다.
요상한 냄새를 폴폴 풍기며 걸어가는 다리 사이에는 하얀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보지 조임이 상당했는데 벌써 모습을 드러낸 걸 보면 아래쪽에 신경 쓸 정신이 없는 모양이었다.
위급한 상황이 생길 수도 있으니 뒤따라 가주기로 했다. 벤치에서 일어나자 익숙한 물건이 또다시 눈에 띄었다.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딜도. 2번이나 남겨져서 그런지 이번엔 더 많이 흘리고 있었다.
-야, 이거 가져가. 옷만 챙겨가면 어떡해?
"좆같은 거 너나 가져."
-이거 남이 보면 허공에 떠다니는 걸로 보일 텐데? 소환술사냐? 딜도 소환술!
나는 한희진 주변에서 딜도를 휘리릭 돌리며 춤을 췄다. 그녀는 처음엔 이를 악물고 무시했지만 아파트가 다가오자 결국 포기를 했다.
획하고 뺏어가더니 주머니에 쑤셔 넣으며 1층에 들어갔다.
-지금 보지에서 줄줄 흘러나오는 것 같은데 딜도로 막는 건 어때?
"알아서 할게. 가만히 좀 있어."
-그냥 걱정돼서 그랬지. 딜도를 소환수로 부리는 변태녀가 나타났다고 소문이라도 나봐. 주민들이 얼마나 공포에 떨겠어.
"그래서 지금 몰래 계단으로 올라가고 있는 거 아니야. 최대한 들키지 않게."
얘기를 주고 받고 있으니 어느새 4이라는 숫자가 보였다. 앞으로 3층이나 더 올라가야 하는 상황.
하지만 체력이 다했는지 한희진은 계단 손잡이를 잡으며 헐떡였다.
"하아... 하아..."
-나보고 10번도 못하냐 뭐라 하던 사람이 누구였더라? 이제 절반 왔는데 벌써 그런 꼴이면 어째?
"다리 아프니까... 말 걸지마.
-내가 말했잖아. 더하면 네 체력이 못 버틴다고.
"알았으니까 좀 닥쳐."
슬슬 장난은 그만두기로 했다. 늦은 시간이기도 하고 진짜로 힘들어 보였으니까.
나는 그녀 앞에 등을 보이며 쭈그려 앉았다.
-업혀라. 집까지 데려다 줄게.
"...혼자 갈 수 있어."
-그럼 난 바로 사라진다? 잘해줄 때 빨리 올라와. 이런 기회 흔치 않으니까.
잠시 우물쭈물하던 한희진.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천천히 다가왔다.
"빨리 가."
물컹물컹하면서 축축한 게 등을 덮었다. 나는 엉덩이를 한 번 쓰다듬어준 후, 자매의 집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도착할 때까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그렇게 문 앞에 내려준 뒤 바로 연결을 종료했다.
다음 날. 잠에서 깨자마자 바로 핸드폰을 켰다. 어제부터 계속 생각해왔던 점수 확인.
꽤 오랫동안 안 봤으니 얼마나 올랐을지 기대가 됐다.
현재 한채아의 게이지는 180(+100)점입니다.
나이 : 27살
키 : 170.1cm
몸무게 : 53.6kg
쓰리 사이즈 : 104 - 68 - 105
성향 : 중도
약점 : 클리토리스, G스팟, 가슴, 허리, 유두, 회음부, 애널, 자궁.
좋아하는 자세 : 정상위, 대면 좌위, 뒷치기.
저번보다 많이 오르긴 했지만 역시 질내 사정이 안되다 보니 속도가 더디긴 했다.
계속 절정을 느끼게 해주며 점수를 빠르게 올리고 싶어도 체력의 한계가 있다 보니 좋은 선택지는 되지 못했다.
그래도 곧 200점이기도 하고, 점수가 까이는 것도 아니니 조급해하지 않기로 했다.
[한희진]
현재 한희진의 게이지는 177(+100)점입니다.
나이 : 20살
키 : 159.5cm
몸무게 : 43.7kg
쓰리 사이즈 : 85 - 61 - 89
성향 : 극M
약점 : 클리토리스, G스팟, 둔덕, 배, 가슴, 겨드랑이, 목, 보지, 자궁.
좋아하는 자세 : 뒷치기, 교배 프레스, 정상위, 기승위.
얘는 언제 이렇게 점수가 많이 올랐을까? 시작할 땐 한채아랑 50점 넘게 차이 났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젠 차이가 없을 정도로 비등비등했다.
꼴찌였던 애가 여기까지 큰 걸 보니 나름 뿌듯하달까. 확실히 질내 사정의 유무가 큰 게 느껴졌다.
'하룻밤 사이에 거의 50점 넘게 올린 거 같은데?'
정확히는 하룻밤도 아니다. 불과 몇 시간 동안 벌어진 일이니 말이다.
잠시 계산을 하고 있자 총 점수가 900점을 훌쩍 넘은 게 보였다.
'혹시 업그레이드라도 됐으려나.'
상단바를 내리니 알람이 도착해있었다. 마침 문의할 것도 있었는데 좋은 타이밍이다.
바로 확인해봤다.
[총 점수 900점 기능 업데이트 안내]
등록된 여성분들과 꽤나 가까워진 모양이군요. 점수 상승률이 엄청난 걸 보면 말입니다!
900점에서는 더욱 뜨겁고 즐거운 생활을 위한 선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자세한 건 아래 내용을 확인해주세요.
[체액의 미약화]
박우진 씨의 체액에 약한 미약 성분이 포함되게 됩니다. 범위는 침과 땀, 쿠퍼액과 정액이 포함됩니다.
물론 이건 오나홀에 등록된 여성에 한해서만 발동하고, 그 효과는 아직까진 미미합니다.
혹시 오일만큼이나 민감해지는 걸 기대한 건 아니겠죠? 저희도 먹고 살려면 물건을 팔아야 하니 그것까지는 참아주세요!
[잠재력 활성화]
잠깐! 여기서 말하는 잠재력이란 초능력 같은 게 아닙니다.
물론 오나홀을 이용한 관음 모드나 아바타 모드도 어떻게 보면 초능력이라 말할 수 있겠지만요.
이런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을 겁니다. 인간의 뇌는 일평생 10%도 다 사용하지 못한다는 걸요.
그 미지의 부분을 조금 개방시켜 주는 게 이번 능력입니다.
정확히 어떤 부분이 바뀔지는 직접 사용해보면서 느껴보세요!
"새로운 능력이랑 신체 업그레이드인가? 나 점점 사람이 아니게 되어 가는 것 같은데."
요즘 부쩍 이런 생각이 많이 들긴 하지만 뭐 어떤가. 좋다면 좋은 거지, 결코 나쁜 점은 없으니까.
그보다 동시 연결 같은 걸 조금 기대하긴 했는데 이번 업그레이드에는 나오지 않았다.
일단 어플을 킨 김에 문의를 넣어보기로 했다.
체액의 미약화는 딱 봐도 무슨 능력인지 알 수 있었고, 잠재력 활성화는 애매하긴 하지만 일상 생활을 하다 보면 느껴질 것 같았기 때문.
[혹시 동시 연결 같은 기능은 없을까요?]
-신경 써야 할 사람은 많은데 한 번엔 한 명한테 연결은 너무 적습니다.
현실에서 아바타를 꺼내면 여러 명이 동시에 즐길 수 있긴 하지만, 이게 오나홀에도 적용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짧게 문의를 남겼다. 그리고 언제나처럼 보내자마자 도착하는 답변.
이젠 놀랄 단계는 한참 지났지만, 꽤나 장문의 글이 있는 탓에 절로 감탄이 나왔다.
타자로 치면 한 2000타 정도 되지 않을까?
자세를 제대로 잡고 첫 문장부터 집중해서 읽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박우진 고객님. 문의해주신 내용은 잘 봤습니다. 오나홀의 동시 연결에 대해 문의를 주셨는데요.
직접 점수를 올려 앞으로 추가될 기능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겠지만, 이미 아바타를 2개나 사용하고 계시니 말씀해드리겠습니다.
한 번에 2명을 상대해보셔서 아실 겁니다. 일반적으로 느낄 수 있는 쾌감보다 훨씬 수치가 높다는 것을요.
따라서 사용자 보호 목적도 있고 기능 자체도 어렵기 때문에, 후반부에 열리도록 해놨습니다.
그러므로....
아래에 더 있긴 하지만 요약하자면 대충 이렇다.
동시 연결은 한 번엔 몸을 2개나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난이도도 있고, 쾌감의 정도도 높기 때문에 보호를 걸어놨다.
어차피 점수가 낮을 때는 경험도 별로 없을 테니 일부러 잠가뒀다. 이런 얘기였다.
"어쨌든 기능이 있긴 있다는 거네. 부정하지 않는 걸 보니."
900점 때 열린 잠재력 활성화도 이걸 위한 기초 기반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관음 모드를 2개 사용하면서, 아바타도 2개를 움직여야 하는 고난도 기술이니 말이다.
뇌를 언급한 걸 보면 그럴 가능성이 농후했다.
"지금 점수는...957점이네. 그럼 1000점에 오픈되려나?"
4자리. 예전엔 두루뭉실하게 어떻게든 되겠지 했던 상징적인 숫자. 이제 눈앞으로 다가오니 의문점이 하나 생겼다.
이 점수의 끝은 어딜까? 그리고 계속 업그레이드가 되면 어디까지 가능할까?
한 사람당 최대 점수는 300점이니 현재 등록된 신아영, 윤혜윤, 한채아, 한희진 4명으론 1200점이 한계이다.
물론 새로운 여자를 등록하면 1000점 찍는 건 식은 죽 먹기다. 그 이상 가는 것도 가능하고.
하지만 아영이와 약속한 것도 있고 이 이상 늘리는 건 약간 부담이 됐다. 눈에 차는 여자도 없고 말이다.
이건 차차 생각해보기로 하고 일단 체액의 미약화부터 실험해보기로 했다.
한채아랑 한희진은 어제 고생했으니 쉬게 내버려 두기로 하고...
어플을 나와 통화기록에 들어갔다. 지금 당장 볼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밖에 없다.
이름을 클릭하고 몇 번의 통화음을 듣고 있자 맑고 귀여운 목소리가 나를 반겼다.
"응, 오빠."
"어제 잘 쉬었어? 혜윤아?"
"네, 어제는 진짜 오자마자 자고, 밥 먹고 자고를 반복한 거 같아요."
활짝 웃으며 말하는 그녀. 기분 좋은 목소리를 들으며 본론을 꺼냈다.
"곧 점심시간인데 같이 밥 먹을래? 지금 집이지?"
"네. 저도 시켜먹을까 해먹을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잘 됐네요."
"그럼 20분 뒤에 복도에서 만날까?"
"네에. 전 괜찮아요."
"그래. 이따 보자."
아무리 모든 걸 깐 사이라도 기본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위생 쪽이라면 더더욱.
난 방금 일어나 부스스한 머리를 긁으며 화장실로 들어갔다.
잠시 후, 깔끔하게 옷을 차려 입고 현관문을 열었다. 아직 준비 중인지 복도는 텅 비어 있었다.
바깥을 보며 기다리고 있자 뒤에서 끼익하는 소리가 들렸다.
"아!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아니야. 집이 답답해서 내가 일찍 나온 건데 뭐. 그리고 지금도 약속시간 전이니까 괜찮아."
옅게 화장을 하고 귀여운 원피스를 입고 나온 윤혜윤. 푹 잤는지 얼굴빛이 확실히 밝긴 했다.
그녀가 옆에 서자 허리를 살짝 감으며 내 쪽으로 당겼다.
은은하게 나는 향수 냄새를 맡으며 질문을 했다.
"나 뭐 달라진 거 없어?"
"오빠요? 음.... "
그녀는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며 관찰을 시작했다. 하지만 별 다른 점을 찾기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되물었다.
"잘 모르겠는데요?"
아직 땀을 흘리지 않아서 모르는 건가? 적용 범위가 땀, 침, 쿠퍼액, 정액이라고 했으니까 냄새로는 안 되나 보다.
미세하게 나는 체액의 냄새 이런 걸 조금 기대하긴 했지만 역시나다.
애초에 효과가 미미하다고 했으니 땀이 왕창 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른다.
나는 햇빛이 쨍쨍 내리쬐는 밖을 보며 엘리베이터로 향했다.
"일단 밥부터 먹으러 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