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3화 > 163. 너랑 나는 하나라니까?
내가 말하고도 어이없었다. 하물며 듣는 입장인 그녀한테는 어떻게 느껴질까?
더하면 더했지. 결코 덜하지 않을 것이다.
"네..네? 뭐라고요? 건강 지킴이?"
당황, 어이없음, 혼란이 섞인 말투. 솔직히 나도 막말한 거라 얼떨결에 튀어나온 단어였다.
근데 어쩌겠는가. 한 번 뱉었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야지.
-맞아. 요즘 건강이 나빠지는 것 같아서 잠깐 나와봤어.
최대한 밝게 말했지만 한채아는 핸드폰을 들어 화면을 터치했다.
아주 간단하고 짧은 번호. 112.
경찰이 와도 난 상관이 없지만 처음부터 이런 만남은 곤란하다.
일단 극단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그녀의 손이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 나는 내 가슴에 싸대기를 날렸다.
"아앗..! 아파.."
찰진 소리와 함께 한채아가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나를 두려움와 아픔이 섞인 눈동자로 마주 봤다.
부작용이 발생한 것 같다.
그래도 행동은 멈췄으니 바로 전음을 보내며 진정을 시켰다.
-난 네 몸에서 나온 건강 지킴이라니까? 잠시 멈춰봐.
"아니아니아니. 잠깐만요. 그걸 어떻게 믿죠? 그리고 방금 그 느낌은.."
-우린 하나니까 당연하지. 방금 난 털끝 하나 손대지 않은 거 직접 봤잖아. 머릿속에 목소리가 전달되는 것도 그렇고.
"그렇긴 한데..."
이상함을 느꼈는지 그녀는 말을 흐렸다. 그러면서 나를 위아래로 쳐다보는 한채아.
그때를 놓치지 않고 또 다른 증거를 제시했다.
- 너랑 완전 똑같은 이 몸도 마찬가지지. 이런 가슴 어디 가서 보기 힘들잖아? 아니, 애초에 있긴 한가? 이 가슴 괴물아.
"괴물 아니에요."
콤플렉스가 있는지 바로 반박했다. 나는 작게 웃으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대화가 통하자 생긴 조금의 여유. 그동안 가슴을 구경하기로 했다.
발끝이 보이지 않는 엄청난 크기. 인터넷에서 듣기만 했지, 실제로 보니 색다른 느낌이었다.
이걸 보고 참을 수 있으면 그건 사람이 아니다.
손을 들어 가슴을 받쳐봤다. 모양이 살짝 망가지며 흔들렸지만 역시나 아무 감각이 없었다.
"흐읏..."
하지만 한채아한테는 아닌 모양이었다. 작은 소리를 내며 자신의 가슴을 보는 그녀.
세게 주무르며 유두가 있는 쪽까지 올라오자 몸서리를 쳤다.
"아..알았어요. 믿을 테니까 일단 멈춰봐요."
-어차피 똑같은 나인데 반말 써도 돼.
"...알았어. 근데 건강이 이상해져서 나왔다고? 내 몸은 평소랑 똑같은데?"
나도 몰라요. 솔직히 이 가슴을 달고 멀쩡하게 생활하는 한채아가 튼튼하면 튼튼했지.
절대 약해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생각해야 한다. 나는 뇌를 풀가동하며 아는 정보를 죄다 끄집어냈다.
-최근에 자위를 많이 했잖아? 근데 그 횟수가 너무 많아서 몸에 무리가 가는 중이야. 아직은 모르겠지만.
찔리는 게 있는지 한채아가 눈을 피했다. 이럴 때 밀어 붙어야 신뢰도가 높아진다.
그녀가 생각할 틈을 갖지 못하게 계속 말을 꺼냈다.
-가끔씩 자위하는 건 괜찮아. 인간이라면 당연한 거고, 스트레스를 풀 수도 있으니까.
"마..맞아. 하고 나면 스트레스가 확 풀려서 좋던데?"
- 문제는 딜도랑 vr을 사용하면서지. 시작하면 몇 번이고 가버릴 때까지 멈추지 않았잖아?
"그건..."
-그 전에도 그랬어.
나는 속사포처럼 말을 하다 잠시 멈췄다. 여기부턴 확신이 80%, 추측이 20% 섞인 발언이기 때문.
생각을 정리 한 다음 다시 입을 열었다.
-자위 하느라 편의점 쉰 적도 있고, 사무실에서도 로터 가지고 놀고, 밤에도 한참 하다 지쳐서 잠들고.
-최근엔 애널에 맛 들렸더라? 처녀를 지키려고 뒷구멍을 사용하다니.. 정말 대단하네.
-게다가 방 안을 보라고. 이게 사람이 사는 곳인가? 청소도 하루 종일 걸리겠네. 생활패턴이 와장창! 무너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린다.
고개를 푹 숙이는 그녀. 반박하지 못하는 걸 보니 다 맞는 듯 했다.
'사생활인데 너무 심하게 말했나? 좀 미안하네.'
마음이 아팠지만 할 건 해야 한다.
다 넘어온 것 같자 나는 묵직한 추가타를 날렸다.
-이대로 간다면 곧 과로로 쓰러져서 병원에 가게 될 거야. 그것 때문에 이런저런 합병증에 걸릴 수도 있는데, 그럼 편의점은 누가 보지? 동생?
한희진을 슬쩍 들먹이자 그녀의 표정이 진지하게 변했다.
가슴 위에 올려놨던 이불이 흘러내렸지만 한채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그럼 이제 어떡해야 하는 건데? 네가 나왔다는 건 그 해답이 있다는 거 아니야?"
-자위 횟수를 줄여야지. 생활 패턴도 정상적으로 돌리고.
"그치만.. 알았어."
그녀는 옆에 있는 딜도를 잠깐 쳐다봤지만 바로 수긍을 했다.
쾌락이 아무리 좋다 해도 건강이 최우선인 건 누구나 똑같을 테니 말이다.
근데 한채아를 여기까지 변하게 만들었는데 원래대로 돌아가게 하는 건 옳지 않다.
나는 스쳐가듯 애매하게 힌트를 흘렸다.
-대신 타협점은 있지.
"뭔데?"
-한 번 할 때 엄청 기분 좋게 가버리면 되는 거야. 머리가 새하얘지도록, 다음이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말이야. 바로 지쳐 잠들 수 있게.
"말이 쉽지. 거기까지 도달하는데 준비할 거랑 체력이 얼마나 소모되는데.. 그럼 똑같잖아.
-내가 도와주면 되지.
나는 내 가슴을 가리키며 자신감 있게 말했다. 그래봤자 한채아의 가슴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제대로 먹혔는지 그녀는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네가? 왜? 어떻게?"
-본체가 아프면 나도 꽤나 골치 아프다고. 그러니까 내가 좀 손을 써주겠다 이 말이지. 방법? 방법도 걱정하지마. 아까도 느껴봤잖아?
가슴을 다시 한번 주무르자 몸을 떠는 그녀.
이어 아래로 손을 내려 보지가 있을만한 곳을 문질렀다.
"으흐읏... 그렇게 세게 비비지마.."
살짝 했다고 생각했는데. 민감한 터라 아픈 모양이었다.
역시 감각이 느껴지지 않는 이 몸은 불편하다.
어차피 살색과 형태가 잘 드러난 몸은 눈앞에 있고, 딱히 계속 이 상태를 유지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이미 건강 지킴이라는 걸 완전히 믿는 눈치이기도 하고 말이다.
근데 원래 내 몸으로 돌아가려면 적당한 핑계가 있어야 하는데. 이번엔 뭐라 말하지?
조용해진 틈을 타 다시 머리를 풀가동.
수많은 빅 데이터를 살펴보고 있자 괜찮은 돌파점이 나왔다.
그녀가 그런 취향을 가지고 있다면 말짱 꽝이지만,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그런 낌새는 전혀 없었다.
자신감을 가지고 침대 위로 올라갔다.
한채아의 옆으로 다가가 가슴을 팔에 비볐다. 동시에 목덜미를 핥으며 허벅지 사이에 손을 넣었다.
"아흣... 으으응.."
바로 소리를 내며 반응을 하는 한채아. 하지만 나를 밀어내는 거에서 확실한 거부감이 느껴졌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빙고다.
"잠깐 멈춰봐."
-왜? 기분 좋게 해주려 했는데?
"좋긴 한데...그.. 나한테 받는 건."
-나랑 똑같은 사람한테 받기는 싫다 이거지?
"어... 좀 그렇달까.."
-하긴, 본인한테 애무를 받고 있는데 기분 좋다기보다는 신경이 쓰이겠지. 이해해.
원하는 대로 분위기가 흘러갔다. 그 미묘한 기류에 탑승한 한채아가 조심히 말했다.
"그럼 지금까지 말한 건 전부 취소해야겠네. 일단 생리적으로 무리야."
-그 부분은 걱정하지 않아도 돼. 나는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거든.
"응?"
-맨 처음 내가 나타났을 때를 생각해봐. 나는 형체가 정해지지 않아서 몸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거든. 잘 봐봐.
바로 내 몸으로 돌아오게 했다. 아래 시야를 막는 두 덩어리가 사라지며 감각이 돌아왔다.
마치 쥐가 났다가 풀린 느낌. 시원하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했다.
"꺄아아... 잠깐.. 그거 뭐야."
잠시 감각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자 한채아가 작게 비명을 질렀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지만 손가락 사이로 보이는 강렬한 시선.
그 방향은 당연히 뻔했다. 내 자지다.
아까부터 계속 발기한 상태라 20cm의 거대함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었다.
크게 한 번 껄떡이자 눈동자가 그대로 따라왔다.
움직임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본능과 의지가 전해졌다.
-자지 처음 봐? 어차피 푸른색이라 실제처럼 리얼하지도 않은데.
"아...아니. 그게 살아 움직이고 있잖아. 맥박 치면서."
-vr에서 지겹도록 봤으면서 내숭은.
그보다 vr에서도 보고 자지 모형 딜도도 있는데, 혹시 알아채지 않을까 걱정이 들었다.
아무리 푸른색이라 해도 직접 만지면 금방 티가 날 게 분명했다.
"근데.. 엄청 크다... 야동 배우랑 똑같은 크기라니."
-자지 큰 사람은 생각보다 많아. 당장 네 주변에도 있잖아.
"내 주변? 나 아는 사람 없는데. 알몸 본 적은 더더욱 없고."
-아니, 알고 있잖아. 그 2호점에서 알바하는 남자애.
"어..? 우진이?"
-빙고. 네 머릿속에 남아있는 사람 중 가장 인상이 좋은 사람을 골랐어. 어때? 애라면 딱히 거부감 들진 않지?
아니라고, 당장 치우라 하면 정신적 충격이 클 것 같다. 나름대로 긴장을 하며 그녀의 입에 집중을 했다.
하지만 대답 대신 나온 건 놀란 듯한 혼잣말.
"우진이가... 저렇게 크다고? 거짓말.."
내 평가가 높아지는 건 좋지만, 그래도 보험을 하나쯤은 걸어놔야 할 것 같다.
아무리 그래도 모양과 크기 전부 똑같은 건 위험하니 말이다.
-아 물론 몸은 똑같아. 키나 몸무게 그리고 근육 같은 것도. 근데 여기는 잘 몰라.
"방금 우진이의.. 자지 크다고 하지 않았어?"
-보통 저렇게 생긴 사람은 자지가 크다~라고 생각만 하는 거지. 너도 실제로 본 적 없잖아?
"응."
-그래서 vr에서 봤던 자지랑 거의 일치하게 만들어봤어. 어때. 마음에 들어?
그녀는 내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보기 시작했다. 평가를 하듯 천천히.
바로 눈을 피하지 않는 걸 보면 합격점 이상은 들어간 것 같다.
잠시 후, 그녀는 마지막으로 자지를 쓰윽 보더니 고개를 다시 숙였다.
귓불이 빨개진 걸 보니 이상한 상상을 한 것 같다.
"응.. 괜찮아."
-그럼 이제 이 몸으로 도와줄게. 잘 부탁한다고 본체.
"나도 잘 부탁해. 건강 지킴이."
악수를 하자 분위기가 어느 정도 편해졌다. 한채아도 긴장이 풀렸는지 먼저 궁금한 점을 꺼냈다.
"근데 다른 방법으로 소통할 수는 없어? "
-왜?
"그냥... 내 목소리가 머릿속에 직접 울리는 게 싫어. "
-목소리 좋기만 한데 왜.
아무리 목소리가 좋은 사람이라도 자기한테는 별로라 하더니. 한채아가 딱 그 꼴이었다.
나긋나긋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톤인데도 말이다.
-그럼 몰입감을 위해 박우진의 목소리로 바꿀게. 아아. 마이크 테스트.
"...아까부터 느낀 건데 너 나 맞지? 왜 이렇게 성격이 다른 거 같이 느껴지지?"
-그야 똑같으면 재미 없잖아.
어물쩍 넘기며 그녀의 가슴에 손을 올렸다. 손가락이 안쪽으로 가라앉으며 푸근하게 감싸줬다.
-어때. 이러니까 진짜 알바 남자애가 만지는 거 같지?
"이상한 말 하지마.. 괜히 신경 쓰이니까."
-뭐 어때. 현실에서만 티 안내면 되는 건데.
"그래도..."
부끄러운지 한채아는 뒤로 몸을 뺐지만 나는 그대로 따라가며 계속 주물거렸다.
"으읏... 하아아.."
눈을 감고 느끼고 있는 게 상당히 귀여웠다.
자고 있을 때랑 vr을 꼈을 때도 많이 만져봤지만, 역시 의식이 있을 때 반응을 보며 하는 게 최고다.
-일단 맛보기로 자위 도와줄게. 다리 벌려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