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0화 > 140. VR인데 자지가 진짜 만져진다고..?
"좀 더 오른쪽으로 딱 붙여서.."
"이렇게요?"
"네네. 좋아요. 마음에 드네요."
그녀의 사무실 안. 나는 책상의 위치를 옮기고 있다.
단순히 그뿐이라면 좋았겠지만, 컴퓨터나 여러 파일들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근데 이렇게 바꾸는 이유가 뭔가요? 별 차이 없어 보이는데요."
"음.. 그냥 이쪽이 더 안정돼서요."
"그런가요..?"
말 그대로 왼쪽 벽에 있던 것을 오른쪽에 밀었을 뿐이다.
한채아는 내 질문에 살짝 곤란한 얼굴을 하며 아까 샀던 식탁보를 가져왔다.
넓게 피더니 책상 끝에 고정을 시켰다.
그 용도는 다리 가림막.
책상 가운데가 뻥 뚫려있던 구조였기에 부담되었던 것 같다.
'저렇게 가릴 거면 책상은 왜.. 설마 몰래 자위하려고 이렇게 한 건 아니겠지?'
갑자기 그럴듯한 이론이 떠올랐다.
그러면 별 차이가 없는 저 책상 위치도 설명이 가능했다.
문을 열고 들어오면 바로 보였던 책상이었지만.
지금은 들어와서 고개를 돌려야 하는, 안정성이 조금은 높아진 자리였기 때문이다.
"우진 씨?"
"아, 네네."
"오늘 고마웠어요. 책상도 번쩍번쩍 옮기고.. 힘이 엄청나던데요?"
"이 정도야 기본이죠. 그렇게 무겁지도 않았는데요."
그 말에 한채아는 내 팔뚝을 한번 보더니 옆에 있던 쇼파를 가리켰다.
"저기서 쉬고 계세요. 저는 마실 것 좀 가지고 올게요."
"넵. 감사합니다.
20분 정도 잡담을 나누었을까.
한채아랑 더 얘기를 하고 싶었지만 한희진이 보낸 사진을 확인해야 했다.
눈물을 머금으며 돌아가겠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좀 더 있다 가셔도 되는데."
"계속 희진이 혼자였으니까 물건 좀 비어있을 것 같아서요."
"그럼... 어쩔 수 없네요. 다음에 얘기해요 라고 계속 말해도 시간이 안 나서."
진심으로 아쉬워하는 한채아.
얼굴을 익힌 지는 좀 됐지만 일하는 장소가 다르니 어쩔 수가 없다.
"그럼 알바 쉬는 날에 가끔 놀러 와도 될까요?"
"네? 그러면 제가 너무 미안한데.."
"괜찮아요. 이렇게 예쁘신 점장님이면 매일 올 수도 있어요."
내 말에 그녀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내게 다가왔다.
팔을 한대 툭 치며 책상에 있던 사탕을 하나 건네줬다.
"정말.. 말만이라도 기쁘네요. 그럼 가서 희진이 좀 잘 봐줘요."
"네에. 이따 봬요."
2호점으로 돌아가면서 채팅을 확인해 봤다.
-han_zazi123 : 사진.
-han_zazi123 : 됐냐?
유니폼 자크를 풀고 반팔을 입으로 물고 있는 한희진.
브래지어는 벗어놨는지 새하얀 가슴과 튀어나온 유두가 찍혀 있었다.
-tprtmgkrhtlvdj32 : 잘했어. 오늘 보지 한번 만져줄게.
-han_zazi123 : 그딴 거 필요 없어.
-tprtmgkrhtlvdj32 : 정말?
-han_zazi123 : 네가 시키니까 한 거지. 그런 거 바란 적 없어.
바란 거 같은데?
게다가 싫다고 말을 해도 숨길 수 없는 증거가 하나 있었다.
-tprtmgkrhtlvdj32 : 너 유두 섰잖아. 흥분한 거 맞지?
-han_zazi123 : 원래 이런데?
-tprtmgkrhtlvdj32 : 함몰인 거 다 알고 있어. 잔말 말고 이따 집에서 보지 벌리고 있어.
더 이상 오지 않는 답장.
나는 핸드폰을 끄고 더 빠른 걸음으로 이동했다.
띠링띠링.
"저 왔어요. 별일 없었죠?"
인사를 건네자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무언가를 숨겼다.
수상한 눈빛으로 쳐다보자, 한희진은 고개를 휙 돌리며 작게 말했다.
"별 일... 없었는데요."
"아닌 거 같은데요."
"비밀."
카운터로 들어가자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고로 사라졌다.
"저 좀만 쉬다 올게요. 바쁘면 불러요."
"저도 놀다 온 건 아닌데요."
"언니랑 데이트했으면 쉰 거지 뭐예요."
그것도 맞는 말이지.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니까 말이다.
한희진이 사라지자 나는 옆에 있는 cctv에 손을 댔다.
오나홀로 상황을 보지 못한 터라 어떻게 했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소리는 나오지 않았지만 고화질이라 그녀의 모습이 명확하게 저장되어 있었다.
채팅 보냈을 때로 시간을 돌렸다.
'찾았다.'
손님이 나가고 한적해진 매장.
한희진은 뒤로 돌아 반팔을 위로 올렸다.
주변을 둘러보더니 등 뒤로 손을 옮겼다. 힘없이 풀려나간 브래지어.
카운터 안에 숨긴 뒤, 빠르게 핸드폰을 들어 셀카를 찍었다.
그때 가게 안으로 손님이 들어왔다.
한희진은 소스라치게 놀라며 반팔을 내렸고, 그 뒤로 사람들이 끝없이 들어왔다.
배속으로 지금 시간까지 돌려봤지만 어딜 봐도 브래지어를 다시 입는 장면은 없었다.
'지금까지 노브라로 있는 건 아니겠지?'
혹시나 하고 카운터 안을 뒤적거렸지만 브래지어는 보이지 않았다.
그럼 창고로 들어간 이유가 설마..
"뭐 찾아요?"
"네!? 그.. 충전기요."
"그거 저기 있어요."
어느새 튀어나왔는지 한희진이 카운터 안으로 들어왔다.
아까랑 다르게 뭔가 친절해진 말투.
"...근데 기분 좀 풀리셨나 보네요?"
"흐응.. 스릴감을 좀 느꼈더니 괜찮아졌어요."
"스릴감이요?"
"그런 게 있어요."
아무리 봐도 얘는 마조히스트다.
변덕에 놀라고 있자 한희진이 말을 건넸다.
"아, 그리고 이제 저한테 말 놓아도 돼요."
"진짜요?"
"4살 차이 나는 사람한테 존댓말 들으니 뭔가.. 좀 그래서요."
"그럼 이름으로 불러도 되지?"
"당연하지. 그리고 '야' 라고 막 불러도 돼. 난 그런 거 신경 안 쓰니까."
갑자기 너무 편해진 거 같은데?
그래도 존댓말보단 반말이 편하니 받아들였다.
"알았어."
"근데 언니랑 뭐하고 왔어?"
"그냥 쇼핑하고 사무실 구조 좀 바꿔주고 왔지."
"별 거 없었네."
기분이 풀린 한희진과 대화를 나누며 알바를 마쳤고.
드디어 집에 도착을 했다.
*
사무실에 혼자 남아있는 한채아.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오후에 왔던 문자를 다시 읽었다.
'이벤트에 또 당첨됐다고? 도대체 운이 얼마나 좋은 거야.'
내용은 이랬다.
지금까지 한 번이라도 구매한 이력이 있는 모든 손님들을 대상으로 룰렛 이벤트를 실행.
거기서 자신이 1등을 했고, 그 상품으로 vr기기가 당첨됐다는 엄청난 행운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저번 사은품으로 왔던 딜도도 나름 만족 중이기 때문에.
이번 vr기기도 상당히 기대가 됐다.
평소보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도착했다.
문앞에 놓여있는 커다란 상자 하나.
희진이가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이거 언니가 시킨 거야?"
"어..응."
"엄청 크네. 뭐 시켰어?"
"vr기기."
"언니가 그럴 걸 다 시키고 신기하네.. 나중에 나도 해봐도 돼?"
"응. 당연하지. 일단 들어가자."
성인 사이트에서 준 물품이지만.
설마 내용물도 성인용일까 싶어 얼떨결에 허락을 했다.
휴식 후 뜯어본 상자.
매우 세련된 헬멧 하나와 장갑이 놓여있었다.
남들이 하는 건 몇 번 봤지만 직접 해본 적은 없기에, 먼저 설명서를 찾았봤지만 어디에도 없었다.
일단 헬멧부터 써보기로 했다.
"와아..엄청 가볍네.
맞춤 제작을 한 듯 머리에 딱 맞았다.
눈앞의 검은 화면이 아니었다면 착용했는지 안 했는지 모를 정도였다.
이어 장갑까지 끼자 눈앞이 밝아졌다.
[삐익...사용자 확인 중. 한채아 님 확인되었습니다.]
'무슨 게임이 있을까?'
기계음과 함께 시작된 로딩.
100%까지 채워지자 현실과 똑같은 시야각이 나왔다.
기술이 이렇게까지 발달했나 싶을 정도.
손과 몸을 움직이며 적응을 한 다음, 설명서에 들어갔다.
"남의 경험이 들어 있다고? 그리고 그걸 체험할 수 있다니? 무슨 말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설명을 나와 설정에 들어갔다.
[권한이 없습니다.]
제조사에서 잠가놓은 건지 자물쇠 이모티콘이 뜨며 들어가지지 않았다.
약간의 의문을 품으며 남은 메뉴인 재생에 들어갔다.
"백아영? 정혜윤?"
처음 듣는 사람의 이름이 떴다. 백아영을 눌러봤다.
"꺄악..! 이..이게..무슨!?"
살색으로 가득 찬 화면. 너무 놀라 소리를 질러버렸다.
성인용품 사이트에서 보낸 상품이라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진짜 야동이 들어있었다.
물론 사람인 이상 살면서 몇 번 본 적은 있지만, 딱히 찾아보는 편은 아니었다.
희진이는 절대 사용하지 못하게 해야겠다고 마음먹으며 다시 헬멧을 썼다.
요즘 부쩍 늘어난 그쪽 호기심이 부추긴 것이다.
수많은 썸네일들. 각각의 모습은 다 달랐다.
남자의 것을 빨아주고 있는 여자, 가슴으로..감싸주고 있는 여자.
그리고 키스하면서 행위를 하고 있는 두 남녀.
정지화면이지만 보기만 해도 몸이 달아올랐다.
아래쪽이 두근거리며 얼른 눌러보라고 재촉을 했다.
'확인해볼 뿐이니까..'
침을 삼키며 영상 하나에 손을 갖다 댔다.
"응흡..읏...오빠 좋아요? 벌써 자지 이렇게나 커져서.."
남자의 성기를 만지작거리며 유두를 핥고 있는 여자.
모델인지 엄청나게 예쁜 얼굴과 같은 여자가 봐도 감탄이 나오는 몸매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제일 눈에 띄는 건 자지였다. 손이 귀여워 보일 정도로 우람한 기둥.
어디서 많이 본 모양이었다.
핏줄과 힘줄. 그리고 저 엄청난 두께와 길이까지 말이다.
'저거 내가 가지고 있던 딜도 아니야? 완전 똑같은데?'
심지어 색깔마저 똑같았기에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다만 문제가 있었다. 왜 자지 모형이 사은품으로 왔는가.
영상 속 여자의 손놀림에 눈을 고정시키며 생각을 했다.
딜도와 vr기기 모두 같은 사이트에서 보낸 거고, 이 영상까지 있는 걸 보면..
콰과쾅.
순간 번개가 치며 한 가지 추측이 떠올랐다.
'이거 남배우랑 여배우의 성기 모형을 따서 만든 거구나! 이 영상도 직접 찍은 거고.'
머릿속이 맑아지자 눈앞의 영상에 다시 집중을 했다.
어느새 남자의 성기를 빨고 있는 여배우.
"쪼옥...쪽...으브읍..으응.."
귓속에 파고드는 리얼한 침 소리와 코를 찌르는 여자의 살내음 .
마치 바로 앞에서 구경을 하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두 배우들의 체온이 그대로 전해져 오는 느낌이라 다리 사이가 더 애달파졌다
저런 게 진짜 남녀의 관계구나. 자신도 저렇게 뜨겁게 하고 싶다는 열망.
참을 수 없어 손을 아래로 내렸다.
"아..."
장갑을 끼고 있다는 사실을 까먹었다.
피부와는 다른 부드러운 느낌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결국 달래는 것을 포기한 채 비몽사몽한 눈으로 영상을 계속 시청했다.
'나도 저거 만져보고 싶다.. 차갑고 반응 없는 딜도가 아닌, 맥박치고 움찔거리는 저 진짜를..'
자신도 모르게 자지에 손을 뻗었다.
만져지지 않을 걸 알고 있지만, 화면 속의 손은 착실히 성기에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기둥에 닿는 순간.
"어...!?"
뜨겁고 단단한 무언가가 손에 만져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