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5화 > 135. 마주 보며 자위하고 싶어요
이틀 뒤. 자존심을 지키려고 하는지 한희진한테 메시지가 온 건 없었다.
그래도 관음 모드를 종료하고 15분 뒤에 업로드 된 걸 보면, 말을 듣긴 들을 모양인 것 같다.
물을 쏟아버린 듯한 엄청난 양의 애액과 충혈된 보지가 담긴 사진 한 장.
그걸 보니 별 걱정은 들지 않았다.
오일의 쾌감을 한번 맛봤으니 연락이 오는 건 시간문제일 게 뻔하니 말이다.
나는 오늘의 할 일을 마치고 헬스장을 가기 위해 준비를 했다.
그동안 꾸준히 가긴 했지만, 몸이 어느 정도 만들어지자 주 3회 정도로 빈도를 줄인 상태였다.
물론 편의점 알바를 시작한 것도 어느 정도 지분은 있다.
'그러고 보니 혜윤이랑 만난 지 좀 됐네. 요즘 잘 안 보이던데.'
윤혜윤도 시간대가 맞으면 1~2번은 꼭 마주치기에, 그때마다 같이 운동을 하며 즐겁게 지냈다.
근데 요즘은 조금 멀어진 느낌이 든다.
저번 학기가 끝난 날 이후로 마주친 적도 없고, 연락을 해도 다 씹었기 때문.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얘기를 해볼 필요가 느껴졌다.
헬스장 내부.
워밍업을 끝내고 상체를 조지고 있자 저 멀리 반가운 얼굴이 보였다.
방금 왔는지 땀을 하나도 흘리지 않은 윤혜윤.
평소에 보던 것보다 천의 면적이 넓은 스포츠 브라를 입고 있었다.
예상이 맞는 듯, 그녀는 스트레칭을 하며 런닝머신에 올라갔다.
나는 하던 걸 멈추고 그녀의 옆으로 다가갔다.
"안녕. 오랜만이네."
"아, 오빠. 안녕하세요."
"요즘 못 본 거 같은데 무슨 일 있었어?"
"맞다.. 말 못 했는데 저 이번에 본가에 가서 좀 쉬다 왔어요. 일주일 정도요."
"근데 연락은 왜 다 씹었어?"
"정말 미안해요. 저 핸드폰이 고장 나서 고치는 데 좀 오래 걸렸거든요. 주말이 자주 끼여서."
"그럼 정확히 언제 온 거야? 어제?"
"아뇨. 방금 도착했어요."
"근데 바로 헬스장에 왔다고?"
"네. 일주일 동안 계속 운동을 쉬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래도 다행이었다. 연락을 일부러 씹은 건 아니니 말이다.
나는 속으로 안도를 하며 런닝머신을 켰다. 옆에서 같이 뛰며 대화를 이었다.
"집에선 뭐하면서 지냈어?"
"별다른 건 안 했어요. 음...쇼핑하고 동네 친구 만나고..자고. 그게 끝이에요."
"그 옷도 새로 산 건가 보네."
"알아봤네요? 사람들이 쳐다보는 게 좀 신경 쓰여서 많이 가려지는 걸로 샀어요."
"그럼 이제 혜윤이 맨살을 볼 수 있는 건 나뿐이네?"
"아..좀 조용히 말해요."
그녀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주변을 빠르게 둘러봤다.
물론 주위에 사람이 없으니까 한 말이었지만 말이다.
"후우..그래도 오랜만에 보니까 좋네요."
"나도 마찬가지야."
"뭐, 저 없이도 오빠는 즐거워 보이던데요?"
"그럴 리가 없잖아."
"으음..."
갑자기 샐쭉한 표정을 지은 윤혜윤.
그녀는 런닝머신을 멈추고는 바닥에 내려왔다.
같이 따라 내려와 옆에 서자, 윤혜윤은 주머니를 뒤져 핸드폰을 꺼냈다.
잠시 이것저것 누르더니 나에게 화면을 내밀었다.
"이래도요?"
"어..."
이게 왜 윤혜윤한테 있는 거지? 아니 그보다 이건 언제 찍은 거야.
곤히 자고 있는 나와 v자를 하고 있는 신아영.
단 한 장의 사진이었지만 많은 것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불을 한껏 올렸지만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맨 어깨는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충분히 유추가 가능했고.
어두스름한 불빛은 그 장소가 어디인지 알려주었다.
"아영이 언니가 보내주더라고요. 오빠 귀엽지? 라면서요. 들어보니까 데이트 했다면서요?"
"응. 저번 주말에 했어."
"제가 본가에 가 있는 사이에...으음."
말하는 걸 보니 대뜸 보낸 건 아니고, 평소에도 둘이 연락하고 지낸 듯했다.
슬쩍 그녀의 눈치를 보자 윤혜윤이 핸드폰을 회수해갔다.
"뭐라 하는 건 아니에요. 그냥 부러워서 그런 거니까..다음에는 저랑 같이 데이트해줄 거죠?"
"알았어. 약속할게."
손도장을 찍자 윤혜윤은 방긋 웃으며 입꼬리를 떨었다.
저렇게 기뻐하는 걸 보니 귀여워 죽을 것 같다.
"그럼 오늘은 같이 운동해요. 오랜만에."
"그래. 난 상체하고 있었는데 어떻게 할래?"
"옆에서 같이 할게요. 가요."
그렇게 서로의 몸을 만져가며 약 1시간 동안 운동을 했다.
계속 부러운 시선을 받은 건 덤이고 말이다.
"오빠. 여기서 씻고 갈 거죠?"
"집에서 같이 씻을래?"
"으으..조용히 말하라니까요. 저 땀이 너무 많이 나서 지금 하고 갈래요."
"그럼 나도 할 테니까 이따 만나자."
"네에."
샤워를 끝내고 로비에 나오니 아무도 없었다.
여자 샤워실 쪽에서 물소리가 들리는 걸 보면 아직 씻는 중인 것 같았다.
기다리는 동안 핸드폰을 뒤적이고 있자 어플에서 알림이 와있었다.
-안녕하세요. 박우진 고객님. 새로운 이벤트가 시작되어 알림 하나 남깁니다.
그건 바로바로 페이백 이벤트! 지금까지 저희 상점을 이용해주신 금액의 무려 20%를 마일리지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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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로 구매할 경우 적립은 되지 않습니다.
일반적인 광고였지만 그 내용은 평범하지 않았다.
20%의 페이백. 거기다 지금까지 사용한 금액도 포함이었다.
'근데 내가 지금까지 총 210만 원을 썼다고?'
나는 주문 내역에 들어가 구입 목록을 쭉 살펴봤다.
무선 연결 오나홀이 50만 원, 오일이 20만 원, 정력제와 영양제를 합쳐서 70만 원인데 2번.
맞네.
4개월동안 210만 원이라니.
모아 보니 대학생 치고는 꽤 큰돈을 사용했다.
물론 그동안 한 생활들을 생각하면, 이것도 상당히 싸게 먹힌 거지만 말이다.
마일리지도 생겼겠다.
시간도 남은 김에 상점에 들어가 봤다.
저번과 비슷한 물건이 상단에 위치했지만, 바뀐 것도 몇 가지 보였다.
그중 가장 눈에 띄는 건 vr기계.
옆에 빨간색 글씨로 강추가 붙어있어 손이 절로 갔다.
[vr 기기.]
가상현실을 꿈꾸시나요? 단순 시각뿐만이 아닌, 촉감 청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도 실제와 똑같을 정도로 말이죠. 아니, 어쩌면 현실일 수도요?
그보다 후각과 미각은 어디 갔냐고요? 미완성이 아니냐고요?
그건 사용자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달라지지 않을까요? 상상력을 최대한 발휘해보세요!
가격: 50만 원.(마일리지 사용 가능.)
무선 연결 오나홀과 같은 가격.
물론 오나홀은 50만 원도 특가 할인한 가격이었지만.
'vr기계라..재밌어 보이는데.'
이런 물건 한 번쯤은 사고 싶긴 했는데, 마침 마일리지도 있으니 상당히 끌렸다.
이 회사의 기술력을 가진 vr기계면 어떤 세상을 보여줄까.
"오빠. 저 나왔어요. 오래 기다렸나요?"
"응? 아아. 아니야."
구매를 누르려는 순간 윤혜윤이 옆에서 튀어나왔다.
나중에 다시 보기로 하며 핸드폰을 끄고 일어났다.
"근데 뭐 보고 있었어요?"
"그냥 쇼핑하고 있었지. 뭐 살 거 있나 하고."
"살 거요? 아! 맞다. 살 거라고 하니까 생각났는데요. 저 2주 뒤에 생일이에요."
"생일? 정말?"
"네. 그날 기대해도 되겠죠?"
"정확히 2주 뒤인 화요일 맞지?"
"네!"
생일이라. 그러고 보니 신아영의 생일도 모르고 있었네.
내 생일을 알려준 적도 없고.
"알았어. 최대한 성대하게 준비해볼게. 서프라이즈로."
"모른 척하고 있으면 되죠? 근데 오빠 생일은 언제예요?"
"나는 멀었어. 11월 중순. 정확히는 16일이고."
"11월 16일.."
그녀는 숫자를 되새기며 중얼거리더니, 핸드폰을 꺼내 메모를 했다.
"절대 안 까먹을게요."
그렇게 건물 밖으로 나왔다. 걸을 때마다 손이 살짝살짝 닿는 미묘한 분위기.
손을 잡는 것보다 더 간질간질한 게 있었다.
띠링. 5층입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먼저 내리자 윤혜윤이 뒤를 따라왔다.
바로 내 방에 들어올 것 같은 분위기였지만, 그녀는 나를 지나쳐 자기 방에 섰다.
"나중에 또 봐요."
"응. 그래. 헬스장 갈 때 연락해. 같이 가자."
"알았어요."
손을 흔들며 방으로 들어간 그녀. 아쉬움을 느끼며 비밀번호를 눌렀다.
'아까 vr기기나 다시 한번 봐볼까.'
혹시 누가 볼까 설명만 대충 본 상태라 제대로 읽어보기로 했다.
머리 뒤쪽으로 고정시키며 눈 전체를 가리는, 마치 사이보그 같이 생긴 헬멧 하나.
그리고 양손에 낄 수 있는 장갑 2개가 한 세트였다.
-현실에서 했던 것을 다시 한번 즐길 수 있습니다.
-착용 시 당신이 바로 주인공!
약간 이해가 가지 않는 문장. 하지만 이랬던 적이 한두 번은 아니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나는 구매 버튼과 함께 그동안 사고 싶었던 물건도 함께 담았다.
신아영, 윤혜윤, 한희진, 한채아한테 줄 것들.
페이백 이벤트도 있겠다 눈감고 질러버렸다.
[마지막 배송지인 xx아파트 702호로 배송시키겠습니까?]
이걸 점장님 집에 보내다간 큰일 나지. 아니요.
나는 내 집 주소를 꼼꼼히 확인한 다음 최종 결제를 했다.
그러자 언제나 같이 바로 택배가 발송됐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기대감에 가득 찬 미소를 지으며 침대에 누워있자 초인종이 울렸다.
설마 시키자마자 10초 만에 도착했을 리는 없고, 떠오르는 선택지는 하나였다.
"혜윤이니?"
"아! 네. 오빠. 저예요."
목소리를 듣자마자 문을 열었다. 거기엔 아까와 똑같은 차림을 한 윤혜윤이 있었다.
저 하얀 크로스백도 같이 말이다.
"일단 들어와."
"네에.."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태도가 급 변했다.
그래도 캐묻지는 않으며 편하게 분위기를 주도했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아...그."
그녀는 꼼지락거리며 가방을 내게 건네줬다.
손에 들자 뭔가 플라스틱 같은 것들이 덜그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열어도 돼?"
끄덕끄덕.
뭐가 들어있길래 저러는 걸까.
지퍼를 시원하게 열자 어디서 많이 본 장난감들이 들어있었다.
대형 딜도, 소형 딜도, 저주파 마사지기, 로터.
그리고 처음 보는 전기 마사지기까지.
가방 안의 물건들에게 눈을 떼지 못하고 있자, 긴장한 목소리가 앞에서 흘러나왔다.
"저 일주일 동안 자위 한 번도 안 했어요."
"어..?"
"딱 일주일 참고 나서 오빠랑 하면 엄청 기분 좋을 거 같아서.. 참았어요. 저 성욕 많은 거 알죠?"
팔을 들어 윗옷을 벗어내고, 돌핀 팬츠마저 벗어낸 그녀.
내 쪽으로 다가와 대형 딜도를 하나 꺼냈다.
"그래서 상으로 평소부터 해보고 싶었던 플레이.. 해보고 싶은데 괜찮아요?"
싫을 리가 있겠는가. 요염한 윤혜윤의 모습을 보니 뭐든지 들어주고 싶었다.
"뭐든지 말만 해."
"저.. 오빠랑 마주 보면서 자위하고 싶어요."
그 정도야 쉽지. 그녀와 똑같이 반팔을 벗으려던 순간.
이어지는 말에 나도 모르게 흠칫했다.
"저는 딜도로, 오빠는 오나홀을 이용해서요. 예전에 그거 아직 가지고 있죠?"
그렇게 말하는 윤혜윤의 눈은, 그 어떤 때보다 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