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0화 > 130. 야스하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방
보지 키스를 할 때마다 떠오르는 허리.
자세 때문에 금방 내려올 만도 했지만, 클리에서 올라오는 쾌감은 그걸 허락하지 않았다.
"하아악..! 흐윽. 그냥 찌르는 것뿐인데.. "
딜도가 너무 긴 탓에, 그녀는 손잡이가 아닌 중간 지점을 잡고 있었다.
덕분에 정밀한 컨트롤이 가능했지만 그것도 초반뿐이었다.
처음엔 정확히 구멍에 골인시켰지만, 갈수록 넘쳐흐르는 애액 때문에 이상한 곳에 부딪치기 시작했다.
쭈욱 미끄러진 딜도는 소음순을 세게 긁으며 올라갔고. 그건 클리토리스에 닿아 큰 충격을 주었다.
"으학..! 하흐으으.. 으흐읏.. 읍.."
예상치 못한 쾌감에 팔딱 몸을 튕기는 한채아. 그럼에도 딜도를 놓지 않았다.
오히려 가는 도중인데도 조금씩 움직이며 자극을 주었다.
"흐윽..으핫..! 흡.. 읏."
끊어지는 신음을 내며 여운을 즐기기를 잠시.
그녀는 아까보다 더 깊고 세게, 보지를 누르며 자위를 재개했다.
더 들어가다가 처녀막이 찢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로 말이다.
"흐으응..단단하고 커서 밀고 들어오는 거... 조하아."
입구에 대고 딜도를 회전시키는 한채아.
로터는 골반 옆에 내버려 둔 채. 두 손으로 열심히 돌렸다.
"이거..안쪽까지 들어온다면... 어떤 느낌일까?"
그걸로는 부족했는지 자신의 하복부에 손을 올렸다.
뱃속을 뚫고 들어와 자궁을 톡톡 치고, 민감한 속살을 긁어주는 미지의 감각.
상상했는지 침을 꿀꺽하고 크게 삼켰다.
하지만 처녀의 중요성이 더 컸는지 바로 정신을 차렸다.
"안돼.. 더 이상은 진짜.. 이상해져 버려."
그녀는 딜도를 빼냈다. 애액으로 코팅된 딜도의 앞부분.
미세한 달빛에 반사된 그 모습은 실제보다 더 실제 같았다.
나도 그렇게 느끼는데 하다못해 처음 본 한채아의 입장에서는 어떻겠는가.
그녀는 홀린 듯이 얼굴 앞으로 딜도를 가져왔다.
귀두 앞쪽의 갈라진 부분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입을 점점 크게 벌렸다.
"으읍.. 써어."
보짓물이 묻은 걸 까먹었는지 바로 표정을 찌푸렸다.
한채아는 침대 옆에 있는 휴지를 꺼내 쓱쓱 닦아냈다.
더러움을 느끼고 그만둘 줄 알았는데. 그녀는 다시 딜도를 잡더니 입을 벌렸다.
"으응.. 그래도 남아있네. 쪼옥.."
새끼 고양이가 물을 핥아먹듯. 혀를 조금만 내밀어 귀두에 침을 묻혀갔다.
보는 내가 감질날 정도로 느렸지만 야한 분위기 하나만큼은 일품이었다.
"음..읏..엄청 크다.. 남자는 원래 다 이런 크기인가?"
귀두 전체가 반들반들하게 빛나자, 그녀는 입술을 둥글게 말아 입안에 조금 넣었다.
곧 작았던 원의 반지름이 커지기 시작했다.
"읍...읍! 푸하아... 숨막혀."
귀두를 다 삼키기 직전. 힘이 드는지 밖으로 뱉어냈다.
입과 딜도 사이에 끈적하게 실이 이어졌다.
한채아는 그걸 몽롱한 눈으로 쳐다보며 다리를 개구리처럼 활짝 벌렸다.
발바닥을 모으며 다이아몬드 형태가 되게 말이다.
계속 지잉거리는 로터를 끄고, 클리토리스에 딜도를 갖다 대었다.
껍질을 까고 나온 음핵이 망가지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꾸욱 눌렀다.
"으흥..흣.. 이것도..좋아."
하지만 이미 최고로 흥분한 한채아한테는 쾌감으로 느껴진 모양이었다.
보지 키스에 이은 클리 키스.
5분 정도 문지르고 있자 숨결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딱 붙이고 있던 발바닥이 점점 떨어지고, 발가락을 꼼지락거리며 몸의 변화를 알렸다.
곧 한채아는 허리를 들며 딜도를 마구 흔들었다.
"하아..나..간다..간다. 가앗..! 하아아악!"
참았던 숨을 한번에 내보내며 절정에 올랐다.
동시에 보지가 빠르게 벌렁거리며 애액을 내보냈다.
그 투명한 액체는 회음부를 따라 흘러내렸고, 애널을 지나 침대를 적시었다.
"흐윽..끕.. 아히익..!"
허리가 제멋대로 흔들리는 듯 제어를 하지 못하는 한채아.
그 반동으로 가슴도 같이 출렁이며 더욱 꼴리는 상황을 연출해냈다.
그녀는 팔로 얼굴을 가리며 한참을 누워있었다.
지쳐서 잠든 것이라 생각할 때. 팔로 몸을 지탱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버리는 건..보류."
땀에 젖은 이마를 쓸어 올리며 작게 혼잣말을 했다.
그녀는 화장실에 들어가 정성껏 딜도를 씻은 뒤, 아무도 발견하지 못할 곳에 숨겨뒀다.
물론 난 알고 있다. 침대 머리맡의 빈 공간이라는 걸.
*
다음 날. 늦게 잠들었는데도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기대한 일을 앞두고 있으면 모두 이런 일을 겪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옷을 잔뜩 꺼내두고 입고 갈 조합을 생각했다.
"이 색이랑..이 색은 안 어울리나?"
파란 반팔과 검은 바지를 연결해보며 내 모습을 상상해봤다.
키도 나름 큰 편에 속하고, 헬스로 다져진 잔근육 때문에 옷빨이 잘 받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최대한 잘 꾸며보고 싶었다.
나는 인터넷에 검색을 곁들이며 코디를 짰다.
이리저리 분주한 아침을 보내고, 최후로 결정한 옷을 입고 밖으로 나갔다.
약속 장소는 여기서 2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곳이었다.
10분 일찍 도착하는 게 내 모토이기 때문에 조금 일찍 출발했다.
주말이라 붐비는 지하철역.
인파를 헤치며 지상으로 올라가니 놀러 온 사람으로 가득했다.
까톡에 들어가 혹시 뭐라도 왔나 확인해봤지만. 도착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주변을 돌며 지형을 익히기로 했다.
'저기에 카페가 있고.. 저기로 가면 음식점이 많고.'
대충 한 바퀴를 돌고 오자 지하철 역 입구에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무슨 일인가 싶어 가까이 가봤다.
"와 존나 예쁘다. 연예인이야?"
"연예인 이상인데? 나 저렇게 생긴 사람 처음 봐."
"번호 따볼까?"
"등신아 니 같으면 주겠냐?"
"안 해보면 모르는 거지."
"맘대로 해라. 까이면 난 도망갈 거니까 아는 척하지 마라."
바로 앞에 있는 남자 둘의 대화.
귀를 기울여 보니, 주변에서 들려오는 얘기도 별 반 다를 게 없었다.
솔직히 예상은 갔지만 눈으로 직접 보기 전까지는 모르는 일이다.
나는 좀 더 앞으로 나가봤다.
"저기요. 아까부터 지켜봤는데요. 혹시 번.."
"싫어요."
"너무 예쁘셔서 그러는..."
"싫다고요. 그리고 저 기다리는 사람 있으니까 비켜주세요."
"네. 죄송합니다."
남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무정하게 쳐내는 여자.
아까 튀어나갔던 남자는 다시 이쪽으로 되돌아왔다.
"내가 뭐랬냐. 주제를 알고 살아라."
"0.01퍼라도 당첨되면 대박이잖아. 가자. 쪽팔려 뒤지겠네."
두 명이 떠나자 내 주변은 텅 비어졌다.
앞에 있던 여자는 핸드폰을 보더니,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관중을 쓰윽 쳐다봤다.
고개가 돌아가다가 딱 멈췄다. 정확히 내 쪽에서 말이다.
그녀는 입가를 올리더니 핸드폰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까톡.
-신아영 : 거기서 뭐해요.
-박우진 : 그냥 주변 둘러보고 왔는데 나갈 타이밍을 놓쳐서.
-신아영 : 그냥 당당하게 나오면 되지. 첫 데이트부터 관음이에요?
마지막 메시지가 도착하자마자 입구에 서있던 신아영이 발걸음을 옮겼다.
"오빠아~ 왔어요?"
"어? 어."
끈적한 목소리로 나를 부르며 바로 팔짱을 끼는 신아영.
주위의 시선이 몰리는 게 느껴진다.
아마 내가 당황해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러겠지. 그 뜻대로 해주진 않을 거다.
나는 팔을 뺸 다음, 대신 그녀의 허리를 부드럽게 감았다.
"일단 가자. 뭐라도 마시면서 얘기하게."
"아. 네."
신아영은 이게 아닌데 싶은 표정을 지었지만, 내가 이끄는 대로 따라왔다.
우린 놀라는 사람들을 뒤로 한 채 번화가로 들어갔다.
같이 걸던 중. 나는 그녀의 옷차림을 쓰윽 살펴봤다.
팔을 올리면 겨드랑이가 보일 것 같은 짧은 소매의 검은 블라우스.
그리고 발목까지 내려오는 민무늬의 베이직색 치마를 입고 있었다.
무슨 파티장에 갈 때 입을 것 같은 상당히 고급스러운 패션이었다.
내가 입은 거랑 비교하면, 산불 앞에서 촛불을 든 것만큼이나 차이가 났다.
거기에 귀걸이에 목걸이에 향수까지.
가만히 서있어도 머리가 어지러울 정도로 엄청났다.
그러 나를 보며 신아영이 먼저 말을 꺼냈다.
"맞다. 오빠 아까 주변 둘러보고 왔다고 했잖아요?"
"응. 그랬지."
"그럼 언제 온 거예요?"
"난 약속시간 10분 전에 도착했지."
"으응..?"
고개를 갸웃거리는 신아영.
"근데 왜 못 봤지?"
"아영이는 언제 왔는데?"
"전 15분 전이요. 잠깐 화장실 갔다 온 사이에 엇갈렸나 봐요."
"뭐, 그래도 재밌는 구경 했으니까."
"전 하나도 재미 없었는데."
"남들이 하나같이 칭찬 하니까 내가 다 으쓱하던데? 원래 밖에 나오면 이래?"
"오늘은 사람이 많아서 특히 이런 거였고요. 음.. 뭐 그래도 분위기 자체는 비슷해요."
"대단하네. 이런 걸 매일 겪고."
"그러니까 저한테 더 잘해주세요. 저 같은 여자 어디 없다고요?"
"알았어. 그건 당연한 거지."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는지 신아영의 텐션이 한층 더 올랐다.
"좋아요. 그럼 일단 저기부터 가요. 점심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딱 좋을 거예요."
그녀가 가리킨 곳에는 이렇게 써있었다.
[방탈출 카페]
"재밌어 보이네. 나 이런 건 처음이거든."
"제 친구들도 이걸 추천 많이 하더라고요. 뭐, 저도 처음이니 열심히 해봐요."
"근데 미리 예약해야 되는 거 아니야? 자리 없을 거 같은데."
"당연히 미리 해놨죠. 오빠는 따라오기만 하면 돼요."
내부로 들어가니 카운터 옆에 가격표가 있었다.
공포, 판타지, 대저택 등등.
간단한 소개들을 구경하고 있자 신아영이 점원에게 말을 걸었다.
"11시에 예약했어요. 신아영이요."
"네에. 잠시만요... 아, 확인됐어요. 야스하지 않으면 열리지 않는 방 맞으시죠?"
무슨 방? 엄청난 단어를 들은 거 같은데.
알 수 없는 대화를 하는 두 명을 쳐다보자, 신아영이 당당하게 대답을 했다.
"네. 맞아요."
"따라오세요. 안내해 드릴게요."
그녀는 나를 쳐다보며 웃었고, 나는 요상한 느낌을 받으며 뒤를 따라갔다.
"자, 여기 들어가시면 됩니다. 제한 시간은 1시간이고, 이걸 누르시면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cctv 같은 건 없으니 편안히 즐겨주세요."
무언가 버튼 같은 걸 하나 주는 점원.
받자마자 바로 문이 닫혔다.
쾅.
분홍빛 방과 빨간 조명이 나를 반겼다.
미심쩍은 눈초리로 방안을 관찰하고 있자, 신아영이 뒤에서 속삭였다.
"그럼 시작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