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2화 > 122. 추가 사항
나는 바로 아바타 모드를 종료했다.
전후 사정이 어찌 됐든 일단 지금의 위기를 넘기는 게 먼저다.
"왜 그래. 혜윤아. 갑자기 귀신이라니?"
"오..오빠랑 언니는 저거 안 보였어요? 방금까지 저기에.."
"나는 모르겠는데?"
내가 발뺌을 하자 신아영은 눈치 빠르게 나한테 동조했다.
그새 무슨 상황인지 파악을 한 모양.
"혜윤아. 언니한테 뭐 있었니?"
"아..아니. 언니 뒤에 푸른 귀신같은 게 있었는데.."
"그런 건 전혀 못 느꼈는데. 정확히 뭐였어?"
"그..사람 형체를 한 달걀귀신이.. 언니한테 자지를 넣으려고."
불안해 하는 것 같자 나는 윤혜윤은 세게 껴안았다.
가슴에 얼굴을 묻게 하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진정을 시켰다.
그러자 신아영이 나를 쳐다보며 소리 없이 입을 움직였다.
유추해보면 대충 이런 뜻인 것 같았다.
[뭐예요? 왜 보이는 건데요?]
오히려 내가 묻고 싶다.
분명 신아영을 생각하며 아바타 모드를 꺼냈고, 이건 다른 사람 눈에는 절대 보이지 않을 텐데.
어떻게 된 일이지?
생각을 해봤지만 기능 오류라는 결론밖에 나오지 않았다.
신아영과 윤혜윤은 오나홀에 등록된 상태고, 아바타도 오나홀에서 파생된 모드이니 말이다.
이건 빠르게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혜윤아. 괜찮아?"
"오..오빠. 혹시 예전에 말했던 그 귀신이..돌아온 건 아닐까요?"
"잘못 본 거겠지. 나는 안 보였는데."
"근데 분명 저기에.."
"일단 많이 놀란 거 같으니 침대에 누워서 쉬고 있어."
"옆에 있어줄 거죠..?
"당연하지."
더 이상 섹스를 이어갈 분위기는 아니었기에, 나는 빠르게 시트를 갈아 잠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많은 체력 소모와 음주, 긴장이 풀린 게 합쳐졌는지 윤혜윤은 곧 잠에 들었다.
나는 조심히 책상으로 향했다.
신아영도 나를 따라 바닥으로 내려왔고, 조용히 말을 건넸다.
"오빠. 그 아바타 저한테만 보이는 거 아니었어요?"
"모르겠어. 나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서."
"이상하네요... 일단 전 씻고 올 테니까 혜윤이 좀 봐주세요."
"알았어. 갔다 와."
화장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나는 핸드폰을 들었다.
일단 어플에 들어가서 확인해봐야..
화면을 켜자 어플에서 온 여러 알림들. 방금 상황과 관련에 있는 게 분명했다.
메뉴에 들어가자 윤혜윤 칸이 계속 반짝이고 있었다.
클릭을 해봤다.
[윤혜윤]
현재 윤혜윤의 게이지는 300점입니다.
나이 : 21살
키 : 162.5cm
몸무게 : 45.5kg
쓰리 사이즈 : 87 - 62 - 88
성향 : M
약점 : 클리토리스, G스팟, 가슴, 겨드랑이, 자궁 입구, 목 뒤, 허리, 키스.
좋아하는 자세 : 뒷치기, 정상위, 기승위.
첫 문장을 읽자 눈을 의심했다. 윤혜윤이 벌써 300점이라니?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244점인가 그랬는데.
나는 며칠 전에 관계를 맺었던 날을 떠올려봤다.
분명 피임약을 먹어서 질내 사정을 해도 괜찮다고 했고, 나도 꽤나 많이 사정을 했으니.
저렇게 점수가 오른 것도 이해가 가긴 했다.
하지만 윤혜윤이 아바타 모드를 볼 수 있는 거랑은 관련이 없어 보였다.
나는 아직 남아있는 다른 알림을 눌렀다.
[오나홀 2차 업그레이드 안내]
축하드립니다! 오나홀에 등록된 여성 중 두 분이 300점에 도달했습니다.
저번의 총점수가 500점이 넘었을 때랑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새로운 사항이 있습니다.
자세한 건 아래를 확인해주세요!
신아영과 윤혜윤 둘다 최대 점수인 300점을 찍었으니, 그에 대한 무언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빠르게 스크롤을 내렸다.
[추가 사항 1]
300점이 된 여성들은 누구한테 연결이 되어있든 아바타의 모습을 볼 수가 있습니다.
그 점수가 되었으면 서로에 대한 애정이 상당히 깊어졌겠죠? 그러면 별 문제는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이걸로 좀 더 다양하고 재밌는 플레이를 즐겨 보세요!
아! 물론 300점이 아닌 다른 여성들한테는 여전히 보이지 않으니 안심하세요.
이래서 윤혜윤이 내 아바타를 봤던 건가.
오늘 술을 마시기 전에는 이런 알림이 오지 않은 걸 보면.
저번 섹스 이후 290대 후반을 달리고 있다, 방금 안에 싼 걸로 300점을 돌파한 게 틀림없다.
타이밍이 참 묘했다.
그래도 이런 건 미리 알려줘야 하는 것 아닌가?
[추가 사항 2]
두 명의 여성을 300점으로 올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정력을 소비했습니까?
어쩌면 더 늘어날지도 모르는데 혼자서 감당이 가능할까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오나홀에 등록된 여성과 관계를 맺을 땐, 정액의 양이 20% 증가하고 피로감은 30% 감소합니다!
이제 체력 소모를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관계를 맺어보세요!
무슨 원리냐고요? 영업 비밀입니다!
"오..."
이건 상당히 좋은 내용이었다.
정액의 양 증가는 그렇다 치고, 피로감이 감소한다니?
남자라면 누구나 원할 능력이었다.
나는 귀에 걸린 입꼬리를 내리며 처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혹시 잘못 이해한 내용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오빠.. 그거 뭐예요?"
"으아악!"
신아영이 옆에서 얼굴을 불쑥 들이밀며 말을 걸었다.
언제 나온 거지? 인기척은 전혀 못 느꼈는데.
"왜 그렇게 놀라요? 못 볼 거라도 봤나? 음..오나홀의 2차 업그레이드? 이게 뭐예요?"
"아..아니야."
"뭐가 아니에요. 또 뭐 숨기고 있죠? 느낌상 뭔가 아까 일이랑 관련되어 있어 보이는데."
그녀는 내 폰을 훑어보더니 손을 내밀었다.
"우리 사이에 숨길 게 뭐가 있어요. 보여주세요."
"...보여줄 테니까 목소리 좀만 죽여줘."
어차피 신아영이라면 무슨 수를 내서라도 궁금증을 해결할 터이니.
나는 순순히 핸드폰을 건네주었다.
그녀는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읽더니 황당한 얼굴로 말했다.
"300점..? 2명? 정액의 양 증가? 이게 다 뭐예요? 게임도 아니고."
"그..오나홀에 대한 설명인데."
이걸 이해시키려면 모든 걸 말해야 한다.
0~300점까지의 모드들의 효과와 업그레이드, 상점 등등을 말이다.
이젠 말할 때가 되긴 했으니 천천히 설명을 시작했다.
그녀는 내 말을 끝까지 들어주더니 마지막에 한 마디를 했다.
"지어낸 거 아니죠?"
"지어낸 건 절대 아니야. 그리고 아까 혜윤이가 아바타를 본 것도 있잖아."
"그렇긴 하네요..근데 이걸 어떻게 설명하게요?"
"솔직히 잘 모르겠어. 혜윤이는 아직 귀신이 나라는 것도 모르고, 오나홀에 대한 존재 자체를 모르거든."
"....생각보다 많이 복잡하네요. 일단 그 어플이란 거 좀 살펴봐도 될까요?"
"그래."
핸드폰을 책상에 올려놓은 신아영은 메뉴에 들어갔다.
"여기 제 이름이 적혀있네요? 한번 눌러볼게요."
그러자 좌르륵 나오는 그녀의 신체 스펙과 약점들.
신아영은 그걸 보더니 눈을 휘둥그레 떴다.
"이게 무슨."
"하하.."
"쓰리 사이즈랑 키, 몸무게 다 정확하고... 아하."
샐쭉한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신아영.
약점과 좋아하는 자세를 가리키며 무언가를 깨달았다는 얼굴을 했다.
"이래서 오빠가 섹스를 잘하는 거였군요. 어쩐지 느끼는 곳만 집요하게 문지르더니."
"모든 곳이 약점인 아영이가 문제인 게 아닐까?"
"뭐라고요?"
"아니야."
그녀는 나를 흘겨보며 다음 칸을 눌렀다.
이번엔 윤혜윤.
"혜윤이도 300점이네요."
"방금 전에 됐어."
"흥.. 저만 300점이면 모른 척 넘어가 주려 했는데.. 제가 모르는 사이에 많이도 했네요?"
"그래도 아영이는 두 달 전 쯤에 도달했었어."
"..뭐 그만큼 제게 사랑을 많이 넣어줬다는 뜻이니까.. 봐줄게요."
그녀는 손가락을 넘기며 다음으로 넘어가려 했다.
잠깐, 다음 칸은..
미처 제지하기도 전에 화면이 바뀌었고. 신아영은 핸드폰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빠르게 내용을 스캔하더니 나를 휙 돌아봤다.
"오.빠? 이거 설명 좀 해주실래요? 이게 뭔지 전혀 이해가 안 가는데..?"
활짝 웃으며 평온한 어조로 말했지만 그게 본심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활활 불타고 있는 눈. 저게 바로 증거였다.
"설명하자면 좀 긴데..."
"괜찮아요. 전부 다 말해주세요."
"...그 두 사람은."
"오빠 잠깐 일로 와봐요."
신아영은 내 팔을 잡더니 화장실로 들어갔다.
윤혜윤이 자고 있는 모습을 확인한 뒤 그녀는 문을 닫았다.
"여기라면 소리가 새어나갈 일은 없겠죠. 이제 말해보세요. 아까 그 한희진이랑 한채아라는 사람은 누군지."
*
언니랑 오빠가 화장실에 들어갔다.
방금까지 들리던 말소리가 없어진 걸 보니 확실했다.
'그보다 오나홀? 300점?'
알 수 없는 대화를 주고받던 두 명.
귀를 최대한 기울여봤지만 그 이상은 알기 힘들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두 사람은 내가 자고 있는 줄 알겠지만 사실 그 반대였다.
아까 봤던 귀신이 언제 또 나타나서 내 몸을 만질지도 모르니, 긴장하며 자는 척을 하고 있었다.
만약 만지면 바로 저항할 생각으로 말이다.
'이제 우진 오빠 말고는..아무도 만지게 하지 않을 거야.'
없어진 지 꽤 오래됐고 오빠를 만났으니 완전히 잊고 살았는데.
하필 왜 오늘 나타났을까..?
그렇게 생각하자 의심스러운 점이 하나 떠올랐다.
아까 처음 봤을 때, 마치 귀신한테 대주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던 언니.
마치 익숙하다는. 처음이 아닌듯한 그런 묘한 느낌을 받게 말이다.
귀신의 자지가 언니한테 닿았다면 소리를 지르든 했을 텐데. 그러지도 않았고.
혹시 내가 모르는 뭔가를 알고 있는 건가?
점점 의심의 싹이 커져갔다.
그리고 얼마나 중요한 얘기길래 화장실에서 둘이 쑥덕거리는 걸까?
깊게 생각을 하고 있자 화장실에서 소리가 났다.
빠르게 다시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
곧 오빠랑 언니가 나오는 소리가 들으며 상황을 지켜봤다.
적당히 일어날 타이밍을 재며 계속 생각을 이어나갔다.
분명 아까 언니랑 작전을 짤 때 '오나홀'을 언급하기도 했고. 이번에 둘이 대화할 때도 같은 단어가 튀어나왔다.
우연이라 하기에는 너무 겹치는 게 많았다.
'먼저 단서는...오나홀.'
예전에 오빠의 집에서 봤던 그 핑크색 물건.
그것부터 조사를 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