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2화 > 082. 멍한 날
언제부터 눈치를 챈 걸까?
신아영의 몸과 얼굴에 취해, 그리고 형체밖에 안 보인다는 점에 너무 방심한 탓인가.
이렇게 들켜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카페에서 신아영이 했던 말과 행동들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증거 확보와 그 방법까지 다 생각을 해뒀다니.
대놓고 선전포고를 할 정도로 자신만만한 걸 보니, 어떤 걸 준비했을지 약간 무서웠다.
그냥 이대로 가버려도 괜찮은 걸까...?
아직 시간이 남아 있으니 좀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 같다.
물론 방법은 없어 보였지만.
"...씨?
"우진..씨? 우진 씨? 우진 오빠?"
"아! 네네네. 왜 그러시죠?"
나를 부르는 소리에 정신이 팍 들었다.
서둘러 옆을 보자 한희진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참나..오빠라고 부르니까 대답하는 거봐. 그 요즘따라 되게 멍을 많이 때리는 것 같네요."
"아..죄송합니다. 최근에 일이 하나 터져서요. 그거 생각 좀 하느라 그랬어요."
"뭐 심각한 일이에요?"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긴 한데. 저한테는 심각하죠."
"그래요? 잘 해결되길 빌어요."
별로 관심이 없다는 말투.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핸드폰을 했다.
여기 지점의 주인이기도 하고, 손님이 많은 것도 아니었으니 딱히 거슬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나한테 신경을 안 쓰는 게 더 편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고 보니 신아영한테 정신이 팔려서, 요즘 한희진이나 한채아한테 자주 찾아가지를 못 했다.
실제로 근 4일 동안은 어떻게 지냈는지도 모를 정도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버리기도 했고.
오늘따라 한채아의 푸근한 가슴과 커다란 유두를 만지고 싶었다.
아무리 신아영한테 들키기 직전이라 해도, 즐긴 건 다 즐겨야 후회가 없지 않겠는가.
토요일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 말이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이런 명언도 있지 않은가.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닌가?
어쨌든 이번 주말에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기로 했다.
나는 마음을 다 잡고 한희진을 봤다.
"저 청소 좀 할게요."
"네. 부탁할게요."
나는 창고로 들어가며 안쪽 구조를 자세히 살펴봤다.
지형은 다 익혔지만 여기서 오나홀을 한번 사용해보고 싶었다.
내가 창고 정리를 하는 척하면서, 당황해하는 한희진의 모습을 생생하게 구경할 수 있다면?
벌써부터 재밌는 생각이 마구 떠올랐지만, 그러려면 일단 어디서 방송하는지부터 알아내야 한다.
금발 벽안에 전에 봤던 빠른 채팅 속도라면. 꽤나 유명인일 수도 있다.
나중에 반응을 슬쩍 떠보며 힌트를 얻기로 했다.
나는 대걸레를 빨아 매장으로 나왔다.
안쪽부터 청소를 하며 카운터 안쪽으로 슬그머니 들어왔다.
"저기, 여기도 닦게 다리 좀 들어줄 수 있어요?"
"아,네."
꽉 빠진 하얀 다리를 보다, 눈을 올려 그녀의 핸드폰 화면을 봤다.
뭐 작은 정보라도 얻을 수 있을까 해서 말이다.
결코 나쁜 의미로 본 건 아니다.
하지만 그냥 커뮤니티를 하고 있는지 별 다른 건 발견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좁은 카운터 안을 빠르게 닦은 뒤, 나는 화장실로 들어가 마무리를 했다.
10분 뒤. 손님의 계산을 마치고 흘러가듯 질문을 했다.
"요즘 뭐 재밌는 거라도 있나요?"
"네? 저요?"
"네. 저는 인터넷을 해도 막상 할게 없어서 금방 끄거든요."
"그거 뭐 핸드폰 오래 한다고 꼽주는 건 아니죠?"
"절대 아닙니다. 그냥 재밌는 거나 시간 때울만한 게 있으면 같이 공유하자는 뜻이죠."
"그래요..? 음...뭐 저는 인터넷 방송이나 뉴튜브 같은 거 봐요."
"보통 어떤 거 보나요?"
"말로 하긴 그런데..이런 거요."
그녀는 화면이 잘 보이도록 내 쪽으로 핸드폰을 돌렸다.
영상 제목을 보니 패션이나 코스프레에 관련된 것이었다.
"옷 쪽에 관심이 많으신가 보네요."
"뭐 그렇기도 하고요. 남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알아보는 조사랄까요."
"그냥 거적때기를 입고 가만히 있어도 남자들이 꼬일 거 같은데요."
"...그거 칭찬 맞죠?"
"물론이죠. 그만큼 예쁘다는 뜻이니까요."
"...흥. 갑자기 왜 아부예요? 맨날 언니한테만 그런 말을 하더니."
나도 모르게 또 칭찬이 나와버렸다.
순간 말 실수를 했나 싶어 바로 입을 닫았지만, 반응을 보니 싫어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점장님이 너무 압도적으로 예뻐서 그런 거지. 희진 씨도..."
"모두 잘하고 계셨나요? 저 왔어요."
그때 종이 울리며 한채아가 들어왔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싶어 시계를 봤다.
"아직 10시인데 요즘 빨리 오시네요."
"어머? 제가 보기 싫은 거예요? 전 우진 씨랑 친해지고 싶어서 빨리 오는데."
"그건 절대 아니고요. 그냥 점장님이 들어오시면 퇴근이다! 라는 공식이 머릿속에 잡혀있어서요."
"그럼 이제부턴 제가 오고 좀 있다 퇴근이라는 공식으로 바꾸면 되겠네요."
"이제부터 빨리 돌아오시는 건가요?"
"네. 저기서 딱히 할 일이 없기도 하고, 우리 희진이를 일찍 보고 싶어서요."
그러면서 싱긋 웃는 한채아.
보기만 해도 치유가 되는 것 같았다.
그녀는 대화를 마치자마자 매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방금 할 일을 다 끝내 놨기에 나는 자신만만하게 지켜봤다.
"음..좋아요. 역시 언제 봐도 깨끗하네요. 퇴근 때까지 편히 쉬어도 될 것 같아요. 고생했어요."
"감사합니다."
잠시 뒤, 3명이 또다시 카운터에 앉아있게 되었다.
역시 미인한테 둘러싸인 이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나는 뭐 재밌는 일이 없나 하고 눈동자를 굴렸다.
한희진은 뭔가 불만인 듯한 표정이라, 그쪽은 절대 쳐다보지 않았다.
그때 한채아가 오른손을 올려 어깨를 툭툭 두드리기 시작했다.
커다란 가슴이 반동으로 살랑살랑 흔들렸고, 내 눈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나는 바로 한채아를 향해 몸을 돌렸다.
"점장님 어깨 아프세요?"
"네. 예전부터 매일매일 그랬어요. 그냥 고질병이라 어쩔 수 없어요."
가슴이 큰 여자는 어깨가 결리다는데 한채아도 예외는 아닌 것 같았다.
근데 신아영은 별로 그런 기색이 없어 보이던데.
걔는 쳐진 것 없이 탱탱해서 그런가?
"그럼 제가 어깨 좀 주물러 드릴까요? 저 나름 자신 있는데."
"아 그래도 될까요? 부탁할게요."
허락이 떨어지자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의 뒤로 갔다.
풍성한 머리카락을 한쪽으로 치우고, 가슴에 비해 상당히 빈약해 보이는 어깨에 양손을 올렸다.
내 손바닥에 한채아의 어깨가 다 덮이자 바로 힘을 주었다.
"흐응..!"
순간 몸을 움찔거리며 야릇한 소리를 내는 한채아.
그녀는 뒤로 살짝 머리를 돌려 말을 했다.
"미안해요. 아픈 건 아니고, 남이 만져준 건 오랜만이라."
"이 세기로 할 테니까 아프면 말씀해 주세요."
"네에."
그렇게 시작된 마사지.
깨 있는 상태의 신음을 들으니 색다른 기분이었다.
수면 상태의 유두 자위는 날 것의 신음이었다면, 지금은 참는 듯한, 부끄러움이 가득 포함된 소리였다.
"흐읏..앗.. 거기, 좀 더 세게..하앗..! 읏."
듣는 사람이 더 민망할 정도였다.
민감한 건지, 남의 손길에 내성이 없는 건지.
그래도 기분은 좋은지 그만두라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아...잠깐, 이제 그만. 시원하네요."
큰 숨을 내쉬며 끝을 외쳤다.
나는 손을 떼고 자리에 앉았다.
"음..어깨 결리던 게 조금 나아졌네요. 앞으로 종종 부탁해도 될까요?"
"당연하죠. 점장님의 어깨 건강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흐응..그게 뭐예요."
한채아가 내 팔을 툭 치며 웃었다.
나도 같이 웃어주며 한희진 쪽을 돌아보며 말했다.
"희진 씨도 해줄까요?"
"됐어요."
차가운 말투.
갑자기 왜 화가 난 건지 잘 모르겠다.
그리고 내 의문은 풀리지 않은 채, 그날 알바가 끝나버렸다.
집에 가는 길.
나는 빨리 한채아의 가슴으로 힐링할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동안의 피로를 쫙 풀어 버릴 수 있을 듯한 극상의 가슴.
방에 도착해 빠르게 씻은 뒤, 대형 오나홀을 가지고 침대로 왔다.
한채아가 빨리 잠들기를 바라며, 그녀의 모습을 떠올렸다.
부으으응...!
예상과는 달리 집에도 도착을 하지 않은 두 자매.
한채아가 운전을 하고 한희진은 조수석에 앉아있었다.
잠시 어디에 들렀다 온 듯, 평소보다 늦은 시간이었다.
둘 모두 가슴이 커서 그런지 안전벨트가 가슴 사이로 푹 파묻힌 건 장관이었다.
차 내부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이라 두 자매와 정말 잘 어울렸다.
조용한 차 배기음만 들리던 중, 한희진이 입을 열었다.
"언니. 나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응. 뭔데?"
"언니는 왜 남자친구 안 사귀어?"
"갑자기 그건 왜? 언니가 남자친구 만들었으면 좋겠어?"
"그건 아니고...그냥 언니는 키도 크고, 예쁘고, 가슴도 크고..다 가졌는데 왜 안 만드나 해서."
"그동안은 바빠서 못 만들기도 했고, 이제 대학 졸업하고 편의점 운영하다 보니까 또 시간이 없어서."
"흥..그 몸으로 그렇게 살 거면 나 주지."
"어머. 우리 희진이도 엄청 예쁜데 왜 그렇게 불만이야?"
한채아는 달래는 말투로 부드럽게 말했다.
그러자 한희진은 반대쪽 창문을 보며 지나가듯, 아까보다 더 작게 말했다.
"됐어. 그리고 아까 우진 그 사람 마사지할 때 헤벌쭉하던데."
"그럴 수도 있지. 뭘 그러니. 나쁜 마음을 품은 것도 아니고."
대화를 듣고 있자니 대충 상황이 파악됐다.
한희진은 언니한테 약간의 부러움? 질투심? 을 품고 있는 것 같았고.
한채아는 7살 차이의 동생이다 보니, 대학 다니면서 챙겨주는 것에 바빠 남자친구 만들 시간이 없었다.
라는 것 같았다.
어느새 차는 지하 주차장에 들어섰고, 주차를 마친 둘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다.
나는 좀 더 밤이 깊어지길 기다리며,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색색...
잠시 뒤.
어두운 방안 속에서 귀여운 숨소리와 함께 이불이 위아래로 천천히 움직였다.
나는 잠든 걸 확인하고, 바로 가슴 위에 얼굴을 올려놓았다.
머리를 움직이는대로 가라앉으며 부드럽게 감싸주는 기분.
좋은 냄새가 나는 천연 마약 베개 같았다.
그 상태로 한참을 있으며 피로를 풀다, 손을 움직여 틈으로 다가갔다.
깰 수도 있었지만 오늘이 마지막일 수도 있으니 마음껏 만지기로 했다.
과감하게 손을 넣으니 바로 딱딱한 게 느껴졌다.
한채아를 처음 만질 때는 유두가 저 아래에 있었는데, 이 정도나 튀어나와 있다니.
그동안 오일을 바른 효과가 있었다는 거에 뿌듯했다.
무슨 작은 식물을 키우는 느낌.
조금만 더 노력하면 상시 발기 유두 조교가 완료될 것 같았다.
옷에 스치기만 해도 짧은 신음을 내뱉은 한채아라.
생각만 해도 꼴렸다.
이번에는 오일을 전보다 많은 양을 발랐다.
무럭무럭 자라기를 바라며 살짝살짝 눌러주기도 했다.
"흐응..♡ 하아아.."
덜컥.
그때 방문이 조용히 열렸다.
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나는 잠시 손을 멈추고 지켜보기 시작했다.
그 형체는 가까이 오더니 한채아를 관찰했다.
나는 갑자기 재밌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저 치녀를 골려줄 생각이.
나는 오일을 발라 밖으로 튀어나온 유두를, 양손으로 살짝 꼬집었다.
동시에 한채아의 허리가 살짝 들리며 거센 숨소리를 냈다.
"흐응..♡ 흣.."
그림자가 재빠르게 바닥으로 몸을 숨겼다.
가만히 진정이 될 때까지 기다리더니, 다시 얼굴을 침대 위로 빼꼼 내밀었다.
"흐하앗..! 흡♡"
아까보다 더 세게 쥐어짰다.
그러자 다시 숨는 한희진.
나는 그 짓을 몇 번 더 반복하고 나서야 그만두었다.
똑같은 걸 계속하다 보니 한희진도 적응을 한 것 같았기 때문.
"언니..자는 거 맞지? 무슨 꿈을 꾸길래..저런 소리를."
잠시 뒤,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한희진은 밖으로 나갔다.
나도 더 재밌는 구경을 위해 내 방으로 돌아왔다.
그전에 빨딱 서있는 유두를 한번 쓰다듬어주며 말이다.
"흐으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