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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81화 (81/615)

< 81화 > 081. 다음 주까지.. 기다려요♡

"네? 그건 갑자기 왜.."

"대답 먼저 해주세요. 빨리."

어젯밤의 꿀이 떨어지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신아영이 이렇게 무서운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봤다.

같은 사람인지 의심이 될 정도.

"178이요."

"그럼 몸무게는요?"

"그게 왜 궁금한데요. 문제 물어보려고 한 것 아니었어요?"

"그냥요. 그리고 그 정도는 대답해 줄 수 있잖아요?"

"...72kg 정도 나가요."

대답해주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잴 기세였다.

그보다 이건..저번에 공책에 써져있던 질문들 아닌가.

아무리 봐도 나를 유령으로 의심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래요? 그리고 운동했다고 하셨는데 팔 좀 만져봐도 되나요?"

점점 대담한 요구를 하는 신아영.

거절해야 할까, 아니면 의심을 피하기 위해 들어주어야 할까.

끝없는 고민 속에 나는 허락하기로 했다.

설마 팔 근육만으로 들킬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래요. 여기 한번 만져보세요."

나는 앞으로 팔을 쭉 뻗었다.

그러자 신아영은 바로 내 손목을 잡아 주물거리기 시작했다.

두 손으로 하나하나 눌러보며 팔뚝까지 천천히 올라오더니, 의자에서 살짝 일어나 내 어깨까지 만져댔다.

"한번 힘줘 보실래요?"

"아, 네."

주문이 많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제대로 안 하거나, 이상하게 했다가는 의심만 더 늘어날 것 같았다.

그대로 팔을 내주며 빨리 끝나기를 빌 수밖에.

주물주물..

만지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내 마음속의 불안감도 커져갔다.

창밖을 구경하다 곁눈질로 그녀의 표정을 보고를 반복하다, 드디어 손이 떨어졌다.

의미심장한 얼굴.

그녀는 아직 미련이 남아있는지 계속 질문을 해왔다.

"혹시 어젯밤에 뭐 하셨나요?"

"그냥 공부하다가 잠들었는데 모기 때문에 잤다 깼다를 반복했죠."

"정말요?"

"정말이죠. 여기 제 목에 모기 자국 있는 거 아까 보셨잖아요."

나는 목을 가리키며 당당하게 말했다.

그러자 신아영이 입가를 가리며 살짝 웃었다.

"푸흡.."

이런 반응이 나올 리가 없는데?

뭔가 실수를 했나 싶어 나는 괜스레 목을 만져봤다.

"요즘 모기들은 틴트를 바르고 다니나 봐요?"

"예..?"

뜬금없는 말에 나도 모르게 반문을 했다.

틴트라니..

그게 갑자기 왜 나오는 거지?

내가 얼빠진 표정을 하고 있자 신아영이 가방에서 파우치를 꺼냈다.

잠시 뒤적거리더니 작은 손거울을 내게 내밀었다.

"어디 직접 확인해보세요. 아침에 바빠서 거울 한번 못 봤나 보죠?"

뭔가 이상함을 느끼며 손거울을 받아 내 목에 비추었다.

거기엔, 약간의 이빨 자국과 함께 옅은 키스마크가 찍혀 있었다.

방금 목을 만진 손에 미세하게 묻은 건 덤이고 말이다.

순간 머리가 띵했다.

장민혁이 분명...모기 자국이라고 말하지 않았는가.

그것도 모르고 나는 목을 한껏 세워서 자랑했는데.

"분명 모기 자국이라고.."

"누가 봐도 모기 자국은 아니었는데, 개네들도 분위기 망치기 싫어서 그냥 돌려서 말한 거죠. 눈치 못 챈 사람은 조장님밖에 없어요."

나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거 말 한번 잘못했다가는 바로 나락행이다.

천천히 빠져나갈 구멍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일단 사과부터 하고.

"거짓말해서 죄송합니다. 그런데 이 자국이 어떻다고 그런 거죠?"

"정말 몰라서 물어요?"

"전날 밤에 여자친구랑 같이 놀아서 그랬어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찍혔나 봐요."

그 말에 잠깐 멍한 표정은 짓는 신아영.

하지만 이내 다시 웃음을 참는 듯한 얼굴을 했다.

"저기요, 그거 알아요?"

"뭐요?"

"그 틴트색...제가 쓰는 거랑 똑같은 거라는 거."

"그게 뭐 어째서요. 제 여자친구도 같은 걸 쓰는데. 그럴 수도 있죠."

"흐음.."

이건 좀 위험하다.

빠져나갈 구멍이 하나씩 없어지고 있다.

계속 변명을 하며 머리를 굴리고 있자, 신아영이 먼저 입을 뗐다.

"그럼 여자친구 사진이라도 보여줄 수 있어요?"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건 곤란하네요."

"계속 그렇게 빠져나가겠다 이거죠?"

"정확히 뭘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왜 그렇게 꼬치꼬치 캐묻는 거죠?"

"하...!"

답답하다는 한숨을 쉬었다.

그녀한테도 심증만 가득하지. 확실한 물증은 없었기 때문이다.

우리 사이에는 침묵으로 휩싸였고, 나는 창밖을 보며 딴짓을 했다.

신아영은 검지와 중지로 테이블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

잠시 그 상태를 유지하더니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좋아요. 그럼 이건 제 지인의 얘기인데 이 정도는 들어줄 수 있죠?"

"네. 말씀해보세요."

"제 친구가 인터넷에서 사람을 하나 만났어요. 처음엔 되게 싫었지만 점점 대화도 하고, 공부도 도와주고 하면서 점점 호감이 갔다고 하더군요?"

"그것 참 바람직하네요."

"서로 성격도 잘 맞고 하니까 그 마음이 점점 깊어졌다고 해요. 그래서 적극적이게 되었고... 그 다음은 어떻게 됐을 것 같나요?"

"사귀게 되었나요?"

"아니요. 그건 아니고요. 결국 성적인 부분에서 오픈을 했다고 하더군요. 아 물론 섹스 말하는 거에요. 섹스."

섹스를 강조해서 말하는 신아영.

현실에서 그녀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내 얼굴을 계속 쳐다보며 그녀는 말을 이었다.

"온갖 변태적인 플레이도 다 했데요. 야외 노출이라든가, 애널이라든가 말이에요. 이상하지 않아요?"

"뭐, 그럴 수도 있죠."

"그런가요? 어쨌든 남자의 정력이 좋아서 하루에 10번이나 싼 적도 있다고 하고, 나름 매너도 괜찮다고 해요. 그래서 제가 물었죠. 거짓말 아니냐고."

"친구가 뭐라 하던가요."

"전부 다 사실이라고 하더군요. 근데 제일 웃긴 게 뭔지 아세요?"

"뭔데요?"

되물음과 동시에.

그녀는 목이 타는 듯, 반 이상 남아있는 커피를 몇 모금 마셨다.

생각을 정리하는 듯 입안을 오물거리더니 내용물을 꿀꺽 삼켰다.

그리고 다시 나를 보며 대답을 했다.

"그 남자의 얼굴도 모른다는 거예요. 심지어 목소리도 말이에요. 아는 건 몸의 체형이랑 거기의 크기 정도?"

"그거 좀 이상하긴 하네요."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근데 어쩌겠어요. 이미 푹 빠져버렸다는데. 되돌릴 수가 없데요."

"그거야 개인의 자유니까 뭐라 할 수는 없죠."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얼굴도 목소리도 모르는 남자한테 어떻게 그런 것들을 할 수가 있냐? 하고 물었죠."

"그랬더니?"

"그래서 더 즐길 수 있다고 했어요. 오히려 아무것도 모르니까, 자신의 성적 판타지를 다 드러낼 수 있어서 아주 만족하고 있다고 해요."

"일리 있는 말이네요."

"그렇죠? 이 친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

잔뜩 기대감을 품은 얼굴.

이거 그냥 나를 유령이라고 확정한 거 아닌가.

정체를..말해야 하나?

더없이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그녀가 말하는 걸 보면, 현실의 나를 생각보다 나쁘게 생각하지는 않는 것 같은데.

인생 최대의 고민이었다.

만약, 드러냈다가 갑자기 돌변..할리는 없을 것 같고.

무엇보다 지금의 관계가 무너질까 제일 무서웠다.

약 70% 이상 확률의 아이템 강화가 있지만, 실패하면 무참히 깨져버리는.

그런 상황 같았다.

나는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몰라 고개를 숙였다.

대답 여하에 따라 내 미래는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뭐, 바로 말할 거라 기대는 하지도 않았어요."

그녀는 그럴 줄 알았다 라는 표정으로 손을 턱에 괴었다.

커피를 빨며, 훈계를 하듯 진지하게 말했다.

"어쨌든, 그 뒷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아요? 그 친구가 어떻게 행동했을지?"

"궁금하네요. 더 있나요?"

"연인 이상의 관계를 가지다 문뜩 이상함을 느꼈데요."

"어떤 점에서 말이죠?"

"자신의 주변에 그 남자랑 비슷한 사람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거예요."

"그건 어떻게 눈치를 챘다는데요?"

"걔도 바보는 아니에요. 당연히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 뭘 좋아하는지, 어떤 특징을 가졌는지 생각을 하다가 우연히 발견했데요. 여자의 감이라는 게 은근 무섭거든요."

쪽쪽.

다시 커피 한 모금을 빨고.

그녀는 말을 이었다.

"예를 들어 키가 몇 이상이다, 몸무게가 얼마쯤 나갈 것 같다. 무슨 행동을 반복한다. 공대 3학년 이상이라든가. 이런 것들이요."

"음..."

"혹시나 하고 특징을 하나씩 비교를 해봤데요. 그랬더니 아주 놀라운 결과가 나왔어요. 뭐 일 것 같아요?"

"잘 모르겠네요."

"자신의 행동반경이랑 매우 비슷했다는 점이죠. 그건 당연한 거지만 말이에요. 등잔 밑이 어둡다라는 속담이 딱 들어맞았죠."

"우연의 일치 아닐까요?"

"그럴 리가요. 그래서 사소한 것 하나하나 확인을 시작했어요. 글씨체라든가, 키.스.마.크라든가?"

마지막 말을 할 때.

그녀는 씨익 웃으며, 달콤한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그걸 보니 완전히 이해가 됐다.

내가 완전히 걸려들었다는 걸.

목에 이 자국은 어제..일부러 남긴 게 틀림이 없다.

그동안은 다 알고 속아 넘긴 거였다.

이쯤 되면.

변명할 것도 없다.

그냥 솔직하게 말하고 용서를 구하든가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하며 내가 입을 열려고 할 때.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물론 아직 심증만 있고 확실한 물증이 없어서 문제라네요. 키스 마크가 진짜 여자친구의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조그마한 가능성이라도 남겨두면 안 되죠."

그 말과 함께 의자를 테이블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래서 완벽하게. 아예 변명도 하지 못할 정도의 증거를 확보할 거라고 했어요. 물론 그 계획도 다 짜 놨다고 하네요."

"그것 좀 무섭네요."

나는 진심이었다.

물론 그녀는 반 장난으로 알아들은 모양이지만.

"꼬리가 길면 잡힌다고 하잖아요? 딱 그 모양이죠."

"그럼 그 꼬리를 자르고 도망가야 하나요?"

그러자 신아영은 다시 무서운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건 절대 있을 수가 없어요. 조장님은 머리도 좋고, 몸도 좋고, 키스마크도 있고, 그것도 잘하는 사람이니 다 알아들었겠죠?"

"...."

"다음 주에...도망가면 끝일 줄 알아요. 늦지도 말아요. 제 시간에 오세요. 알았어요? 아, 물론 조별 모임 얘기예요. 오해 말아요."

"그거야...당연하죠."

"이해한 것 같아 좋네요.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어제 좀 무리를 했더니 피곤해서요. 조장님도 그렇지 않나요?"

"모르겠습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네. 조장님도요."

그녀는 짐을 다 싸고 나에게서 등을 돌렸다.

나는 그 행동 하나하나를 다 지켜보고 있었다.

신아영이 카페 입구로 나가, 그 그림자조차 사라졌을 때.

나는 테이블에 엎드리며 창문 밖을 멍하니 쳐다봤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상상해봤지만,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일단 집에 가서 잠이라도 잘까 하고 팔을 풀고 일어났다.

그때.

신아영이 창문 밖에 나타났다.

정확히 내 앞에 서서, 나를 쳐다보며, 입을 크게 움직였다.

물론 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유추 정도는 가능했다.

그녀는 다시 입을 닫고 손가락을 쓱쓱 움직였다.

그리고는 바로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나는 헛웃음을 내뱉고 천천히 입모양을 기억하며 따라 해 봤다.

입모양을 까먹을까 봐 공책에도 적으며 기록을 했다.

잠시 후, 나는 내가 적은 글자에 소름이 돋아버렸다.

유.령.씨. 기.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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