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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 연결 오나홀로 따먹기-71화 (71/615)

< 71화 > 071. 평화로운 날

아침은 굶었으니 점심은 든든하게 먹었다.

어젯밤 격렬하게 운동을 했으니 오늘 헬스는 쉬기로 했다.

알바 가기 전까지 과제를 하던 중, 핸드폰이 울렸다.

까톡.

바로 확인을 해보니 조별 과제 단톡에 메시지가 와 있었다.

질문인가 싶어 들어가 봤다.

-서아린 : 조장님! 저 정말 죄송한데 이번 주 모임을 참여 못할 것 같아요. ㅠㅠ

-박우진 : 무슨 일 있나요?

-서아린 : 저도 방금 알았는데, 토요일에 친척 결혼식이 있다고 해서요. 무조건 참석을 해야 될 것 같아요.

-박우진 : 그럼 토요일은 아예 안 되나요? 저녁쯤에도?

-서아린 : 네..저녁에도 따로 친척들끼리 모임을 가질 것 같아서요..

토요일은 아예 시간이 안 된다는 것 같았다.

-박우진 : 그럼 언제 시간이 되나요?

-서아린 : 토요일 빼고는 다 널널해요.

-박우진 : 다들 일요일은 어떤가요? 이번 모임은 빨리 끝날 것 같으니까, 조금만 시간 내줄 수 있나요?

지금 모두가 톡을 보고 있는 상태라 바로 물어봤다.

-장민혁 : 저는 괜찮아요.

-서아린 : 일요일은 괜찮아요!

-신아영 : 저도 일요일은 될 것 같아요.

-박우진 : 그럼 일요일 오후 1시, 똑같은 장소에서 만나도록 해요.

어차피 토요일이나 일요일이나 같은 주말이니, 다들 별로 상관없어하는 것 같았다.

나는 다시 핸드폰을 내려놓고 공부를 시작했다.

적당히 쉬면서 하다 보니 어느새 알바를 가기 40분 전이 되어있었다.

저녁을 미리 먹고, 오늘은 한채아의 모습이 보고 싶어 조금 더 일찍 출발을 하기로 했다.

띠링띠링.

"안녕하세요. 저 왔습니다"

"어머!? 어서 와요. 우진 씨는 빨리 오셔서 참 좋다니까."

"별 거 아니에요. 예쁜 점장님 보러 일찍 온 거죠."

"아이 정말. 그렇게 칭찬해도 시급은 똑같아요."

아까 관음 모드로 봤던 생얼보다 더 예뻐진 한채아가 나를 반겼다.

나는 살짝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툭 튀어나온 앞쪽을 봤다.

저 커다란 가슴을 반팔과 브래지어. 그리고 니플 패치로 3중 보호하고 있단 사실은 전 세계에 단 둘밖에 모를 것이다.

아까 그 장면을 생각하자, 자지에 잠깐 힘이 들어가 버렸다.

나는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 한희진한테도 인사를 했다.

유니폼을 입으며 준비를 마치자, 손에 핸드백을 든 한채아가 말을 걸었다.

"저 이제 1호점으로 넘어 가볼게요.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하고, 어제처럼 잘 부탁해요."

"걱정 마세요."

싱긋 미소를 지으며 한채아는 나갔다.

다시 둘이 되어버린 편의점 안.

나는 어제처럼 몰려드는 손님들을 상대하기 위해 자리를 잡았다.

"계산 제가 할까요?"

"아니요. 제가 할게요. 이것도 익숙해져야 하니까요."

기특한 소리를 하는 한희진.

물론 내가 하는 게 더 빠르겠지만, 열정을 봐서 옆에서 보조해주기로 했다.

정신없을 정도로 많은 손님들이 방문했고, 드디어 한산한 시간이 되었다.

나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며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여기 원래 이렇게 사람 많이 와요?"

"매일 이 정도가 기본이에요. 지금 언니가 있는 1호점은 이것보다 더 해요."

"저 오기 전에 잠시 혼자 했다고 하지 않았나요?"

"그랬었죠."

"이걸 혼자 했다고요? 힘들지 않았어요? 손님들 많이 화났을 거 같은데.."

"다들 친절하시던데요? 담배 위치도 직접 가리켜주시고, 먹을 것도 주고.. 그냥저냥 할만했어요."

내 말에 공감이 안 간다는 표정이었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였지만, 얼굴을 보자 바로 이해가 갔다.

외모가 개연성이라 했던가.

저 얼굴을 보고 화낼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저는 진열이나 하고 있을게요."

"네, 저도 상황 봐서 여유되면 도와드릴게요."

저녁시간 동안 음료수가 상당히 많이 팔렸기에, 여유분을 가지러 창고로 들어갔다.

종류 별로 바구니에 담은 뒤, 매장의 냉장고에 채우기 시작했다.

귀찮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이게 은근 재밌는 일이었다.

냉장고가 보기 좋게 가득 채워지고, 창고가 깨끗하게 비워져 가는 걸 보면 말이다.

아님 말고.

하나하나 채우고 있자 누가 옆에서 이온 음료를 2개 꺼내갔다.

저거 방금 채운 건데, 바로 가져가니 기분이 묘했다.

"저기요, 이거 안 시원한데 안쪽에 있는 걸로 가져갈게요."

"네. 네?"

익숙한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거기엔 윤혜윤이 방긋 웃으며 음료수를 흔들고 있었다.

"열심히 하네요. 이거 하나 마시면서 하세요. 사드릴 테니까."

"아, 감사합니다. 잘 마실게요."

방금 헬스를 갔다 왔는지 체육복과 크로스백을 매고 있었다.

그 모습에 정말 감탄밖에 나오질 않았다.

나야 정력제와 영양제의 도움을 받고 있었지만, 그녀는 순수 체력이었기 때문에 놀라움은 더 컸다.

나는 건네준 음료수를 들고 그녀와 같이 카운터로 갔다.

그러자 한희진이 묘한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봤다.

애써 무시하며 계산을 하는 동안 윤혜윤과 대화를 주고받았다.

"설마 헬스장 갔다 오신 거예요?"

"네. 공부하다 집중이 안돼서 땀 좀 흘릴 겸 잠깐 갔다 왔어요."

"체력이 넘치시네요. 어제도 격렬하게 했잖아요."

내 표현에 그녀의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그리고는 윤혜윤도 똑같이 되받아쳤다.

"그건 우진 씨도 마찬가지죠. 지금도 이렇게 멀쩡하게 알바하고 있잖아요."

"알바랑 헬스는 체력 소모 자체가 다르잖아요."

"그게 그거죠. 저는 이만 가볼게요. 화이팅!"

계산을 마친 윤혜윤은 손을 흔들며 문밖으로 나갔다.

나는 뒷모습이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기다린 다음 의자에 앉았다.

혹시나 했는데 이제 나를 피해 다니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사준 음료수 캔을 따 몇 모금 마시고 있자, 한희진이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나 궁금한 게 많아요 하는 표정.

시선이 살짝 부담스러워 먼저 말을 걸었다.

"왜 그렇게 쳐다봐요."

"진짜 궁금한 건데 혹시 저 언니랑 사귀는 사이예요?"

"아니요. 그냥 헬스장 친구예요."

"...진짜요? 분위기는 전혀 안 그러던데. 그럼 썸 타는 사이?"

"진짜 아무 감정 없는 사이예요. 넘겨짚지 마세요."

"흐음..."

밤새 섹스를 했으니 분위기가 달라진 건 맞는 말이다.

근데 한희진이 바로 눈치챌 정도로 많이 바뀌었나 싶은 건 아니었다.

관찰력이 좋은 건지, 관심이 많은 건지.

"기분 탓이에요. 기분 탓."

"어제 콘돔에 맥주..달라진 분위기.."

아주 작게 중얼거리는 걸 들었지만, 못 들은 척 다른 주제로 돌렸다.

"사귄다고 하니까 생각났는데, 희진 씨는 남자 친구 없어요?"

"매일 이렇게 바쁜데 사귈 시간이 어딨어요. 애초에 괜찮은 사람도 없고요."

"고백이나 번호는 엄청 따여봤을 것 같은데요."

"그렇긴...하죠. 근데 싫어요."

단호한 표정.

내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듯했다.

민감한 곳을 건드린 것 같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하긴 바쁘면 그럴 수도 있죠."

다시 어색한 분위기가 되었기에 다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시간이라도 때울 겸 창고로 들어가며 말했다.

"저는 청소 좀 할게요."

"네. 부탁할게요."

화장실에 들어가 대걸레를 빨고 나오니, 매장에 노랫소리가 들렸다.

한희진이 노래를 틀은 모양이었다.

조용한 것보다는 나았기에 박자에 맞춰 바닥을 닦았다.

열심히 광을 내고 있자 그녀가 손걸레를 들고 내 옆으로 왔다.

그리고 앞쪽 진열대부터 깨끗하게 닦기 시작했다.

슬쩍 눈을 돌리니, 몸의 움직임에 따라 찰랑거리는 금발이 눈에 띄었다.

그냥 노란색이 아닌 자체 발광하는 듯한 빛나는 황금색.

이미 한채아한테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뭔가 말을 걸고 싶어 질문을 했다.

"그 금발. 염색한 거 아니죠?"

"네? 아..이거요. 이거 자연이에요."

"금발이 자연으로 나올 수 있나요? 아니면 혼혈?"

"맞아요. 저 혼혈이에요. 금발 엄청 눈에 띄죠? 예전부터 다들 궁금해하더라고요."

"금발까지는 그렇구나 했는데 푸른 눈을 보고 대충 예상은 했어요."

"신기하죠? 이런 외모를 가지고 한국어를 유창하게 하는 게?"

머리를 손가락으로 베베 꼬며 눈을 살짝 내렸다.

자신감이 살짝 없어진 모습.

직감적으로 이쪽으로 트라우마가 있다는 걸 알아챌 수 있었다.

더 깊게 들어가지 않고, 무한 칭찬으로 넘어가기로 했다.

"아니에요. 잘 어울리는데요. 그리고 한국어 잘하면 좋은 거죠."

"아.."

띠링띠링.

한희진이 뭐라 하려 입을 열었을 때 손님이 들어왔다.

카운터에서 내가 가까운 위치에 있었던지라, 나는 대걸레를 벽에 기대 두고 계산대로 들어갔다.

남자 손님이었는데 나를 보자마자 대놓고 실망하는 얼굴을 지었다.

"저거 골드 하나 주세요."

"4500원입니다."

결제가 되기를 기다리는 도중, 손님이 은근하게 질문을 했다.

"그..원래 있던 알바생은 그만뒀나요? 금발인 얘요."

"지금 청소하고 있어요. 저기 뒤쪽에서요."

"아 그래요? 잠시만요."

그는 카드를 리더기에 그대로 꽂은 상태로, 내 손이 가리킨 곳으로 향했다.

cctv로 확인해보니 주변에서 물건을 고르며 한희진을 흘끗흘끗 보고 있었다.

잠시 후 음료수를 골라 온 그는, 나에게 하나 건네주며 부탁을 했다.

"이거 저 알바생한테 전해주세요. 방금 손님이 줬다는 것도요."

"알겠습니다. 잘 마시겠습니다."

무미건조하게 대답을 했다.

그 손님은 바로 나갔고, 나는 음료수를 들고 그녀에게 다가갔다.

"이거 마시면서 하세요. 아까 그 손님이 마시라고 사주던데요."

"아, 고마워요. 잠시 이것만 닦고요."

곧 손을 털고 음료수를 받은 그녀는 바로 마시기 시작했다.

고개가 뒤로 젖혀서 예쁜 목울대가 울리는 게 보였다.

"인기 많네요. 2일 차부터 선물 공세를 볼 줄은 몰랐는데."

"흥...공짜는 좋지만 너무 부담스러워요."

"좋은 건 좋은 거죠. 저는 6개월 하면서 딱 3번 받아봤는데."

"전 하루 만에 3번 받아본 적도 있어요."

갑자기 씨익 웃으며 자랑을 했다.

그러자 갑자기 주변이 밝아진 느낌이 들었다.

빛나는 금발에, 하얀 피부, 그리고 빛에 반사된 치아까지.

또 그와 별개로, 웃는 모습은 처음 봤기에 약간 놀랐다.

저 얼굴을 더 보고 싶다는 생각과 망가트리고 싶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다.

잠시 멍을 때리고 있자 다시 편의점 종이 울렸다.

"어머? 다들 어디 있나요? 카운터에 아무도 없네."

한채아였다.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나?

아직 할 일을 다 못 끝냈는데.

서둘러 시계를 보니 아직 9시 30분이었다.

무슨 일이 있나 싶었지만, 일단 인사를 하러 앞쪽으로 나갔다.

"어서 오세요. 손님이 없는 동안 청소 좀 하고 있었어요."

"아! 그렇군요. 오늘은 저쪽 일이 빨리 끝나서 일찍 넘어왔어요. 우리 희진이도 잘 있었지?"

"응 언니. 열심히 하고 있었지!"

확실히 나하고 말할 때랑은 목소리 톤이 달랐다.

당연한 건가?

그렇게 인사를 하고, 청소와 진열을 마친 우리는 카운터에 나란히 앉게 되었다.

미인들 사이에 껴있는 건 좋았지만 뭔가 뻘쭘했다.

가만히 진열대만 쳐다보고 있자 한채아가 말을 꺼냈다.

"우진 씨는 평소에 뭐하고 지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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