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5화 > 065. 정체가 무엇일까
그렇게 평화로운 하루가 지나고 다음날.
나는 언제나처럼 10분 전에 카페에 도착을 했다.
테이블에 가보니 웬일인지 조원들이 다 모여있었다.
서아린과 장민혁이 안쪽에, 신아영은 서아린 옆자리에 앉아 각자 핸드폰을 하고 있었다.
나는 가까이 다가가며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이번엔 제가 꼴찌네요."
"어서 와요. 오빠!"
"오셨어요. 형."
"안녕하세요."
같이 과제를 한지 한 달 차가 되자 다들 어느 정도 친해져 자연스럽게 말을 놓고 있었다.
나는 남은 빈자리에 가방을 푼 다음, 목 스트레칭을 하며 조원을 한 명씩 쳐다봤다.
평소와 같이 밝은 모습을 한 서아린과 장민혁.
그리고 범접할 수 없는 분위기를 풍기고 있는 신아영까지.
나는 슬쩍 가슴을 보고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저희 일단 커피 좀 사올까요?"
"네. 가요."
신아영과 내가 동시에 일어나자 조원들한테 주문이 들어왔다.
"전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전 라떼로 해주세요."
머릿속에 시킬 것을 되뇌며 카운터로 가는 도중, 신아영이 말을 걸어왔다.
"조장님. 어제 보내주신 풀이 있잖아요. 그거 어떻게 푼 거예요?"
"그냥 인터넷도 보고 답지도 참고하면서 혼자 머리 싸매면서 풀었죠."
"대단하네요. 저는 매번 중간에 막혀서요. 어제 풀이 주신 것도 겨우겨우 이해했어요."
"어제 그 문제 푸셨으면 정말 잘하신 거예요. 지금까지 중에 가장 어려운 문제였으니까요."
나는 처음 듣는 척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더니 피식 웃었다.
"사실 글씨체가 특이해서 못 알아볼 뻔했어요."
"제 글씨체가 어때서요?"
"음...뭐랄까. 되게 특이한 것도 있는데, 제가 아는 사람과 필체가 비슷해서요."
"그 사람 엄청 명필인가 보네요."
"그건 아닌 거 같아요."
단호하게 끊는 신아영.
나는 마음속 상처를 삼키며 말을 했다.
"...제가 글씨를 못 쓴다는 것처럼 들리네요."
"못 쓰는 건 아닌데 그냥 기호들을 신기하게 써서 다른 것과 헷갈린 것뿐이에요."
"어떤 면에서요?"
"그냥..윗꼬리를 비튼다거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런 게 있어요."
"이게 필기체다 보니 그런 면이 있긴 하죠. 그래도 교수님들은 다 알아보실 걸요?"
"그런가요?"
잡담을 하다 보니 주문한 커피가 나왔다.
테이블로 돌아가는 길에 신아영은 궁금증이 다 풀리지 않았는지 또 다시 질문을 해왔다.
"그럼 그건 어디서 익힌 거예요? 혼자?"
"저는 그냥 기호를 정확히 표현하고 싶은 것도 있고, 멋있기도 해서 혼자 익혔죠."
"그럼 조장님이 한 것처럼 쓰려면 최소 공대 3년 이상은 다녀야 하는 거겠죠?"
"그렇겠죠? 아무래도 3학년 때 새로 나오는 기호니까 말이죠."
내 말에 그녀는 조금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 있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게 중얼거렸다.
"공대 3학년 이상이라..."
잠시 후, 커피를 마시며 본격적으로 모임이 시작됐다.
각자 공부한 것들을 책상 위에 꺼내고, 나는 그걸 하나씩 살펴보았다.
솔직히 백지여도 별 상관은 없었지만 모두들 꽤나 노력한 흔적들이 보였다.
특히 서아린과 장민혁은 같이 공부를 했는지 비슷한 곳에서 막혀있었다.
"혹시 둘이 같이 풀었어요?"
"어!? 어떻게 알았어요? 귀신도 아니고.."
"그냥 딱 보면 알죠. 틀린 수식을 똑같이 쓴 걸 보면 알 수 있어요."
그 말에 둘은 멋쩍은 듯 머리를 긁적였다.
"딱히 뭐라 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여서 좋아요."
나는 신아영 것까지 다 확인한 다음, 내 풀이를 테이블 한가운데에 올려놓았다.
한눈에 봐도 복잡해 보이는 풀이에 다들 고개를 앞으로 내밀며 감탄을 자아냈다.
"와..이걸 다 푸신 거예요?"
"진짜 대단해요. 형이 같은 조라 정말 다행이에요."
내 풀이를 미리 봤던 신아영도 원본을 보자 되게 신기해하는 눈치였다.
나는 그런 조원들을 보며 설명을 시작했다.
꽤나 오랜 시간을 소비해 여러 번 반복을 한 후에야 마칠 수 있었다.
상당히 어려웠는지 다들 잔뜩 질린 표정을 하며 등받이에 몸을 눕혔다.
나는 조원들에게 힘을 주기 위해 한 마디를 덧붙였다.
"이게 제일 어려운 문제니까 풀이만 외워도 A는 가져갈 수 있을 거예요. 교수님은 보통 숫자만 바꿔서 내시니까요."
"외우는 게 불가능해 보이는데요?"
"이 문제는 포기하고 다른 문제를 다 외우는 게 나을 것 같아요."
"다시 봐도 어렵네요.."
조원들의 절망적인 반응에 살짝 웃음이 나왔다.
나는 분위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박수를 한번 치며 말을 이었다.
"먼저 풀이를 베끼고 나서 쉬는 시간을 가지도록 할게요. 그 다음 다시 질문을 받겠습니다."
내 말에 다시 펜을 들며 각자 끄적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나는 잠시 멍을 때리며 카페를 구경했다.
"저기, 오빠. 뭐 좀 물어볼 게 있는데요. 이거 어떻게 써요?"
얼마 지나지 않아 서아린한테 질문이 들어왔다.
고개를 돌려 보니,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특정 기호를 펜으로 가리키고 있었다.
내 시선을 느꼈는지 그녀는 공책에 따라 그리며 다시 말을 했다.
"이거 쓰는 순서라도 있어요? 진한 부분도 있고 아닌 곳도 있어서 엄청 어색한데."
"그건 이렇게 쓰는 거야. 먼저 위에서부터 아래로 긋고.."
내가 펜을 들고 시범을 보여주자 다들 내 손에 집중을 했다.
특히 신아영의 눈빛이 강렬했다.
"어때? 알겠어?"
"그냥 쓱쓱 긋는 걸로 보이는데요? 그냥 폰으로 찍을래요. 나중에 프린트하는 게 더 보기 좋을 것 같아요."
"아, 나도 그래야겠다!"
열심히 필기를 하던 장민혁은 서아린의 아이디어를 듣더니 똑같이 핸드폰을 들었다.
찰칵 소리가 여러 번 들리고 더 이상 들리지 않자, 나는 공책을 회수하기 위해 손을 뻗었다.
"잠깐만요. 그거 다시 한번 써줄 수 있나요?"
진지한 표정을 한 신아영.
그러면서 자신의 공책을 내밀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기에 나는 빠르게 그려주었다.
"다시요. 천천히."
그러더니 몸을 앞으로 내밀어 내 손의 움직임에 집중을 했다.
그렇게 나는 총 3번을 그리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미안해요. 필기체를 이렇게 쓰는 사람은 처음 봐서 신기했거든요."
그녀는 너무 많이 요구했다는 걸 깨달았는지 바로 사과를 했다.
나는 괜찮다고 고개를 저으며 쉬는 시간을 알렸다.
"그럼 다들 풀이는 베낀 거죠? 지금부터 10분 동안 쉬는 시간 가질게요."
각자 잡담과 화장실을 갔다 오며 10분이 지났고, 나는 조원들의 질문에 답을 다 해주었다.
그렇게 다들 어느 정도 이해를 한 것 같자 슬슬 모임을 마치기로 했다.
"다음 주는 한 명당 1문제씩 맡아서 설명을 해보는 시간을 가질 거예요. 물론 제일 어려운 4번은 제가 맡을 거고요. 발표하는 건 조원 모두 참여를 해야 한다 하니, 각자 자신 있는 문제를 골라주세요."
"그럼 제가 3번을 맡을게요."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아영이 선뜻 손을 들었다.
나도 3번 문제는 그녀가 맡아주었으면 했는데 스스로 한다 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어려운 건 공부 잘하는 사람이 맡는 게 나았으니 말이다.
"그럼 제가 2번을 맡을게요."
"그럼 제가 1번을 할게요!"
장민혁과 서아린이 차례대로 말했다.
서로 눈치 보지 않고 빠르게 순서가 정해지자 나는 바로 끝을 외치며 해산을 알렸다.
"그럼 오늘은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고생하셨어요."
"고생하셨습니다!"
오늘은 4명이 동시에 카페 문을 나서며 각자 갈 길을 갔다.
나도 바로 집에 와 적당히 시간을 보낸 다음 밤이 되길 기다렸다.
날이 저물고 완전히 어둠으로 잠겼을 때, 나는 신아영을 찾아갔다.
그녀는 피곤했는지 이미 침대에서 잠들어 있었다.
나는 깨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책상 의자에 앉으며, 무드등을 가장 약한 세기로 켰다.
밝아진 책상 위에는 전공 책과 공책, 필기도구로 어지럽혀져 있었다.
아마 자기 직전까지 공부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시간이라도 때울 겸 나는 그녀의 공책을 열어봤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복잡한 수식들과 낙서를 구경하다, 구석에 작게 메모가 되어있는 페이지를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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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씨의 정체..? 전생에 어떤 사람이었을까?
1. 남자
2. 한국인.
3. 공대(최소 3학년 이상, 공부 잘하는 듯함, 필기체 사용.)
4. 키는 대략 178cm 정도..?
5. 몸무게는...70kg 정도 되는 거 같고.
6. 엄지 세우면서 칭찬해줌..머리도 쓰다듬으면서.
7. 자지는 20cm..♡
8. 속궁합도 최고♡
목소리...들어보고 싶어.
뭘 좋아하는지 알고 싶어.
설마 계속 이 상태인 걸까? 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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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체를 유추하는 내용이었다.
정확한 몇 가지 정보들과 얼추 비슷한 키와 몸무게.
그걸 보자 머리가 복잡해졌다.
등받이를 뒤로 쭉 눕히며 생각에 잠기자, 뒤에서 뒤척이는 소리가 났다.
"으음...몇 시지?"
갈라진 목소리로 핸드폰을 찾는 신아영.
나는 의자를 끌어 침대 머리맡으로 이동했다.
드르륵 거리는 소리에 그녀는 빠르게 몸을 돌려 그 정체를 확인했다.
하지만 나인 걸 보자 바로 긴장을 풀며 힘없는 목소리로 반겨주었다.
"아, 오셨어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괜찮다는 표시로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녀는 기분 좋은 듯, 눈을 감고 미소를 지으며 내 손길을 느꼈다.
얌전한 고양이를 만져주는 느낌이었다.
나는 손을 내려 살짝 땀에 젖은 앞머리를 위로 올려 보았다.
그러자 신아영은 내 팔을 잡고는 침대 쪽으로 잡아당겼다.
"여기 옆에 누워줘요. 꼭 안으면서 있고 싶어요."
침대 안쪽으로 몸을 최대로 붙인 그녀는 내가 누울 공간을 최대로 만들어주었다.
의자에서 일어나 천천히 옆에 눕자, 길고 하얀 팔이 내 몸을 감싸 왔다.
"킁킁."
그녀는 내 목덜미에 얼굴을 꼭 붙이고는 냄새를 맡았다.
그래 봤자 살 냄새밖에 나지 않을 텐데 말이다.
나도 손을 뻗어 그녀의 얇은 허리를 내 쪽으로 붙였다.
그러자 신아영은 기분 좋은 신음을 내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흐응...오늘 또 늦게 잘 거 같으니까, 미리 자고 있었어요. 섹스 오래 하고 싶으니까..♡"
그녀는 허벅지을 올려 내 자지에 비벼왔다.
그리고 비밀을 말하듯, 점점 끈적한 목소리로 변해갔다.
"어제 제 엉덩이에 있던 거 기억해요? 사실...오늘 하루 종일 계속하고 있었어요. 조별 과제 때도."
그녀는 내 손을 잡고 자신의 엉덩이에 갖다 대게 했다.
엉덩이골 사이로 들어가니 어제와 똑같은 플라스틱이 손가락에 느껴졌다.
그걸 꾸욱꾸욱 누르며 자극을 하자 엉덩이를 조이며 나한테 더 붙어왔다.
"그리고...깨끗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물밖에 안 마셨어요."
"몸에 힘도 없고 구멍도 적당하게 넓혀져서 엄청 기분 좋을 텐데...♡ 한 번..넣어서 확인해볼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