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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707화 (70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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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철은 현수의 전화를 받고나서 곧장 제주도의 민병도 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무슨 일이요?

민병도 차장은 시큰둥하니 사도철의 전화를 받았다. 그럴 것이 올해 정기 인사에서 그의 이름이 빠져 있다는 소식을 바로 어제 본청의 경무관에게서 전해들은 것이다.

아무래도 한 동안 제주도에 계속 있어야 할 모양이었다. 하긴 제주도로 올 때 차장으로 승진해서 온 그였다. 그 다음이 청장인데 지금 그의 기수에서 청장은 아무도 없었다. 큰 공훈을 세운다면 또 모를까 그가 청장이 되려면 적어도 4-5년은 차장 자리를 지켜야 할 터.

그걸 알면서도 인사에서 자신이 배제 된 것이 못 내 아쉬운 민병도 차장이었다.

“부탁 좀 합시다.”

그런 그에게 사도철이 마치 돈이라도 맡겨 놓은 사람처럼 말하자 민병도 차장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하지만 전화상으로 사도철이 민병도 차장의 안색을 확인할 수는 없는 노릇.

“흑사회에 대해 잘 아는 정보통 경찰이 필요합니다.”

-흑사회요?

사도철의 입에서 흑사회란 말이 나오자 일그러져 있던 민병도 차장의 얼굴이 바로 펴졌다.

“네. 지금 제주 시내의 임페리얼 호텔 앞으로 그 경찰을 보내 주십시오. 거기가면 젊은 남자가 하나 있을 텐데 그 자에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야 어렵지 않소만. 그 자가 누군지 말해 줄 수 있소?

“그건 곤란합니다. 그자가 필요한 건 흑사회에 대한 정봅니다. 경찰은 그것만 그자에게 알려주면 됩니다.”

-으음. 알겠소.

“쓰시는 그 계좌로 큰 거 한 장 보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사도철은 정기적으로 민병도 차장에게 돈을 보내 주고 있었는데 그 금액은 월 500만원 수준이었다. 민병도 차장은 그 돈으로 자신의 상급자들에게 충분히 로비를 했고 그 결과 제주경찰청의 2인자 자리를 꿰 찰 수 있었다. 그런 민병도에게 사도철이 이 일을 해 주는 대가로 큰 거 한 장을 보냈다.

민병도는 사도철과 통화 후 자신의 핸드폰을 확인했다. 통화를 끝내자 은행에서 그에게 문자를 보내 온 것이다. 민병도는 곧장 그 문자를 확인하고 입을 쩍 벌렸다.

“헉! 일, 일억.....”

사도철이 민병도에게 부탁한 일은 사실 별거 아니다. 중국 최대 범죄조직인 흑사회가 제주도에 뿌리를 내리자 제주경찰청은 그들에 대한 감시를 철저히 해 왔다.

때문에 흑사회에 대해 잘 아는 경찰들은 꽤 많았고 그 중 한 명을 사도철이 말한 자에게 보내는 건 제주경찰청 2인자인 민병도 차장에게는 일도 아니었으니까.

“사도철. 대체 무슨 일을 꾸미고 있기에.....‘

민병도 차장은 일억이 송금 되었다는 자신의 핸드폰 문자 메시지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열심히 잔머리를 굴렸다.

“이거 냄새가 난단 말이야.”

민병도 차장은 핸드폰을 끄고 꼴깍 군침을 삼켰다. 민병도 차장도 경찰 경력만 20년이었다. 웬만한 사건은 그 개요만 들어도 어떤 식으로 일 처리를 해야 할지 다 알았다.

“사도철이 보낸 자가 흑사회의 정보가 필요하다면.......”

뻔했다. 사도철은 지금 자신을 납치하려 한 흑사회에 대해 모종의 조치를 취하려 하고 있었다. 그 조치는 결코 평화스럽지는 않을 터.

“히트맨인가?”

민병도 차장은 사도철이 전문 암살자를 고용한 게 아닌가 생각했다. 즉 암살자로 하여금 흑사회 수뇌부를 죽여서 흑사회에게 경고를 보내려 한다고 말이다.

“으음. 이거 잘만 엮으면 꽤 쓸 만한 작품이 나올 거 같은 데 말이야.”

민병도 차장의 오른 손이 그의 턱을 쓸었다. 그렇게 몇 분 동안 곰곰이 생각에 잠겨 있던 민병도 차장의 입 꼬리가 슬쩍 위로 올라갔다.

“후후후후. 그래. 그러면 되겠어. 사건 사고야 이쪽에서 만들어 내면 될 일이고.”

민병도 차장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생각을 정리한 뒤 핸드폰을 켰다. 그리고 제주 북부경찰서 소속 강력계장 강성식에게 전화를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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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만에 서울에서 가족들이 전부 모여 저녁을 먹고 노래방을 찾은 강성식은 민병도 차장에게 전화가 걸려오자 눈살을 찌푸렸다.

“잠깐만....”

강성식은 시끄러운 노래방을 나와 곧장 전화를 받았다.

“네. 차장님.”

-지금 바로 제주 시내에 있는 임페리얼 호텔로 가.

강성식은 뜬금없는 민병도 차장의 말에 얼굴을 찌푸렸다. 평소에도 그랬지만 민병도 차장은 자신을 마치 노비처럼 부려 먹었다. 뭐 물론 그래서 강성식이 그의 덕을 봐서 진급이 빠른 건 사실이지만 지금처럼 시도 때도 없이 지시를 내릴 때는 짜증이 났다. 하지만 그 짜증을 대 놓고 말 할 강성식이 아니었다.

“차장님. 저 지금 서울인데요.”

-뭐? 서울...... 아아! 맞다. 서울 파견 나갔지.

“무슨 일입니까?”

강성식은 차분히 민병도 차장에게 그 이유를 물었고 민병도 차장의 설명을 듣고 나자 곧바로 그 해결책을 제시했다.

“흑사회라면 제 밑에 최 반장이 제일 잘 알고 있습니다. 최 반장을 그쪽으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그래 줘. 아아. 아니다. 최 반장에게 내가 직접 연락을 하도록 하지.

그 말 후 민병도 차장은 먼저 전화를 끊었다.

“응? 뭐지?”

민병도 차장만큼이나 눈치가 빠른 강성식이었다. 평소 자신이 승진 하는 일 외에 다른 일에 엮이는 걸 극도로 싫어하는 민병도 차장이었다. 그런 그가 스스로 일을 만들려 하고 있었다. 그 말은 곧 제주도에 큰 사건이 벌어 질 거란 걸 암시했다.

“이거 빨리 내려가 봐야겠군.”

민병도 차장이 차린 밥상에 숟가락이라도 얹으려면 서둘러 제주도로 가야 할 거 같았다. 그래서 강성식은 가족들은 두고 내일 아침 비행기로 일찍 제주도로 가기 위해서 항공사에 연락을 취해 먼저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그렇게 아침 8시 제주발 비행기 표를 예매한 후 가족들이 놀고 있는 노래방에 들어간 강성식은 남은 시간을 신나게 놀았다. 하지만 강성식 머리 꼭대기에 올라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그의 와이프였다.

“무슨 일이에요?”

서울에 있는 집으로 갈 때 강성식의 와이프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왔고 강성식은 민병도 차장의 일을 얘기했다. 그 얘기를 듣자마자 그의 와이프가 말했다.

“그럼 빨리 제주도로 돌아가야죠.”

그러자 와이프가 더 난리였다. 강성식은 자신이 내조를 하겠다며 설치는 아내를 겨우 달랬다.

“당신은 내일 아이들과 같이 용인에 가. 난 아침에 먼저 제주도로 바로 갈 테니까.”

내일은 아이들과 같이 용인 놀이공원에 가기로 되어 있었다. 그 약속을 깨는 건 와이프도 어려웠던지 그러겠다고 했다. 그렇게 서울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간 강성식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내일 새벽같이 일어나 공항으로 가야 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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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석 반장은 자신의 차에 젊은 남자를 태웠다. 그리고 그자가 궁금해 하는 흑사회에 대한 정보를 그에게 알려 주었다.

“알겠습니다.”

최기석 반장의 설명을 다 듣고 난 젊은 남자는 그 말을 하곤 곧장 그의 차에서 내렸다. 그리곤 근처 편의점으로 들어갔다. 최기석 반장은 그걸 확인하고 곧장 소지 중인 무전기로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그 자는 확인 했나?”

-치직. 네. 편의점 들어가는 거 봤습니다.

“그럼 놓치지 말고 잘 미행 해.”

-치익. 네. 반장님.

최기석 반장은 무전을 끝내자 곧장 차를 몰고 그곳을 떠났다. 하지만 그의 차는 교차로에서 좌회전 후 계속 좌회전을 했고 몇 분 뒤 임페리얼 호텔 입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 그가 다시 무전기를 들었다.

“그 자는?”

-치직. 편의점에서 아직 안 나왔습니다.

“그래?”

최기석 반장은 젊은 남자가 편의점에 들어간 지 거의 10분이 다 되어 가는 데 나오지 않고 있다는 보고를 듣고 약간 의아심이 들었다. 하지만 편의점에서 컵 라면 하나 먹어도 10분은 더 걸리는 터라 그런가 보다 했다.

그러면서 최기석 반장은 불과 한 시간 전에 갑자기 자신에게 걸려 온 민병도 차장의 전화와 그와 나눈 대화 내용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러니까 아까 그 젊은 놈이 히트맨이거나 그 히트맨과 연결 된 자란 말인데......”

민병도 차장은 그 히트맨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고 그 자 뒤를 경찰로 하여금 무조건 쫓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히트맨이 흑사회 주요 간부를 암살 하면 그걸 지켜만 보라고 했다.

그러다 흑사회의 마약 조직 쪽 간부가 제거 되면 그때 어수선한 상황의 흑사회 마약 조직을 경찰이 급습해서 그들을 일망타진 하겠다는 게 민병도 차장이 그리고 있는 빅 픽처 였다.

그 말대로 된다면야 제주 경찰은 엄청난 공훈을 세우게 될 터였다. 흑사회의 마약 조직이 소유한 마약의 양이 정확히 얼마나 될지 모르지만 홍콩과 마카오, 대만에 유통 되는 마약이 제주도를 거쳐 간다는 정보가 사실이라면 그 양은 어마어마할 터였다.

만약 그 마약을 제주 경찰이 확보한다면 그 사건을 진두지휘한 민병도 차장의 승진은 따돈 당상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사건에 기여한 경찰들 역시 1계급 특진은 당연할 테고.

“이왕이면 마약 조직 간부부터 처리해 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젊은 남자가 민병도에게 물은 흑사회 조직의 간부는 제주 흑사회 조직의 행동대장격인 홍양칭이었다. 아마도 사도철이 고용한 히트맨은 그 홍양칭부터 처리할 게 확실했다.

“그 다음은 마약 조직 간부인 우진쳉이 있는 곳을 알려 줘야지.”

최기석 반장은 자신과 자기 밑에 강력반 형사들이 밤새도록 히트맨의 꽁무니만 쫓아다니게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그래서 사도철이 고용한 히트맨이 홍양칭을 제거하고 나면 그 다음 타깃을 마약 조직 간부로 아예 정해 줄 생각이었다.

“응?”

그런데 그 젊은 남자가 편의점에 들어간 지 20분이 지나도 그곳에서 나오지 않고 있었다. 편의점의 입구는 한 곳 뿐이었다. 때문에 그 자가 편의점에 들어간 이상 나오려면 입구를 통할 수밖에 없었다.

“새끼. 뭘 그렇게 많이 처먹는 거야.”

최기석 반장은 좀 더 인내심을 발휘했다. 하지만 그 젊은 남자가 편의점에 들어 간지 30분을 넘어가자 그 인내심도 바닥이 났다. 그래서 곧장 무전기를 들었다.

“야. 안에 들어가서 그 새끼 있는 지 확인 해 봐.”

-치익. 네. 알겠습니다.

무전기로 답변이 들려 온 뒤 편의점에서 족히 50미터는 떨어진 거리에 정차 중이던 차에서 형사 한 명이 내려서 곧장 편의점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그 형사가 편의점에 들어가고 10여초 뒤 그 형사가 황급히 편의점 밖으로 뛰쳐나와서는 두 팔로 X자를 만들어 보였다.

그걸 도로 건너 임페리얼 호텔 입구 앞에서 확인한 최기석 반장은 황급히 무전기를 켜서는 외쳤다.

“빨리 주변 샅샅이 뒤져.”

그의 외침에 근처 잠복 중이던 형사들이 전부 뛰쳐나와서 편의점 주위를 살폈지만 그 젊은 남자는 하늘로 솟았는지 땅으로 꺼졌는지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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