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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흑사회 조직의 간부 홍양칭은 전화기에 제법 긴 번호를 눌렀다. 그리고 잠시 기다리던 그의 귀에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헬로. 미스터 홍. 무슨 일이지?
상대는 유창하게 중국어를 사용했다. 홍양칭은 전화기에 대고 곧장 자신이 전화를 건 용건을 말했다.
“지금 서울에 쓸 만한 킬러가 있을까?”
-A급 말인가?
“아니. 특A급으로.”
-........
그러자 잠시 전화기 너머 남자가 말이 없었다. 홍양칭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렸다. 그렇게 몇 분 뒤 전화기에서 홍양칭이 기다리던 대답이 들려왔다.
-지금 서울에 특A급 킬러가 한 명 가 있긴 한데.......
그 말을 들은 홍양칭이 기뻐하며 말했다.
“누군데? 아니 바로 연결 해 줘.”
그러자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전화기 너머에서 굵직한 목소리가 말했다.
-500만 달러. 경비 일체와 뒤처리도 그쪽에서 해 주고.
그 말에 홍양칭이 눈살을 찌푸렸다.
“특A급 의뢰비가 300만 달러 아니었나?”
-맞다. 하지만 그건 정식으로 의뢰했을 경우고. 지금처럼 갑작스럽게 일을 맡게 되면 얘기는 달라지지. 싫은가? 그럼 말고.
“아, 아니. 하겠다. 일단 100만 달러를 보내지.”
-토니가 선수금을 원해. 200만 달러. 그러니까 300만 달러 보내.
“뭐? 하아..... 알았다.”
지금 아쉬운 건 홍양칭이었다. 홍양칭은 전화기를 계속 들고 있으면서 자기 옆에 대기 중인 수하에게 말했다.
“300만 달러. 지금 당장 쏴 줘.”
“네. 따거.”
송금은 금방 이뤄졌다. 수하로부터 돈을 보냈단 보고를 들은 홍양칭이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300만 달러 넣었다.”
그러자 전화기 너머에서 바로 굵직한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300만 달러. 입금 됐군. 토니가 곧 그쪽으로 연락 할 걸세.
그 말 후 전화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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띠띠띠띠......
홍양칭은 전화 끊김 음이 울리자 들고 있던 전화 수화기를 내려놓았다. 그런 그에게 그의 수하가 걱정스런 얼굴로 다가와서 말했다.
“따거. 500만 달러는 너무 많은 거 아닙니까?”
“그래. 많지. 하지만........ 그 킬러가 토니다.”
“토니? 가만 토니라면......바이퍼(Viper) 토니 말입니까?”
“어. 그 토니다. 녀석이라면 확실하게 사도철을 없애 주겠지.”
“바이퍼 토니라면 사도철은 죽은 목숨이군요.”
“그래도...... 아깝긴 아깝군.”
정식으로 의뢰했으면 300만 달러로 충분했으니까. 늘어난 200만 달러는 아무래도 홍양칭의 주머니에서 빠져 나갈 터였다.
어째든 그의 실수로 사도철을 놓쳤으니까 홍양칭으로서도 손해를 감수 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홍양칭의 안주머니 속에서 벨이 울렸다. 홍양칭이 확인하자 발신번호 제한이 걸려 있었다.
홍양칭은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웨이(喂. 여보세요)?”
그러자 상대가 어눌하지만 홍양칭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는 중국어로 말했다.
“토니다. 메일 주소 보낼 테니 타깃에 대한 정보를 그쪽으로 보내라.”
그 말 후 상대는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띠리링!
그리고 홍양칭의 핸드폰에 문자가 한통 날아왔다. 홍양칭은 자신의 핸드폰을 그대로 수하에게 넘기며 말했다.
“사도철이 정보를 여기 메일 주소로 토니에게 넘겨.”
“네. 따거.”
홍양칭은 수하로부터 토니가 보낸 메일 주소에 사도철의 신상 정보를 넘겼다는 얘기를 듣고 웃으며 말했다.
“이제 마음 편하게 쉴 수 있겠군.”
홍양칭은 제주도의 현지처에게로 가면서 수하들에게도 오늘 하루 마음껏 즐기라며 자신의 카드를 꺼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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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마피아의 배신자가 한국으로 도망을 쳤고 그 자를 제거하기 위해서 토니는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암살계에 바이퍼, 즉 독사로 유명한 토니는 본명이었다. 토니는 혼혈아로 태어났다. 모친은 베트남인이었고 부친은 한국인이었다.
상사맨으로 베트남을 찾은 부친과 모친이 눈이 맞아 토니를 낳은 것이다. 하지만 토니가 태어나던 해에 부친은 한국으로 갔고 깜깜 무소식이었다.
이에 모친이 백방으로 부친을 찾았지만 부친과 같은 사람은 없다는 게 한국 브로커의 답변이었다. 즉 부친이 애초 자신의 신분을 속였던 것이다.
그렇게 한국 사기꾼에 속으 모친은 살기 위해 몸을 팔았고 토니가 15살이던 해에 죽었다. 베트남 조폭 두목에 의해서.
모친이 죽은 이유는 그녀가 실수로 흘린 술이 베트남 조폭의 핸드폰을 망가트린 것이다. 모친은 그 자리에서 베트남 조폭 두목이 휘두른 주먹에 맞아 죽었다.
그렇게 혼자가 된 토니는 길거리를 배회하며 구걸로 연명을 하다가 킬러를 만났다. 그 킬러의 정보원 역할을 잠깐 하게 된 토니는 우연히 엿듣게 된 정보로 킬러의 목숨을 구해 주었다.
토니의 스승인 조르망과는 그렇게 인연을 맺게 되었다. 토니는 조르망과 같이 프랑스로 갔고 조르망이 그를 아들로 입양하면서 프랑스 국적을 취득하게 되었다.
그 뒤 토니는 프랑스 육군 특수부대인 Rpima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5년 동안 복무한 뒤 토니는 킬러인 조르망에게 본격적인 암살 수업을 받았고 더 이상 배울 것이 없게 되었을 때 토니는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베트남으로 갔다. 그리고 자신의 모친을 주먹으로 때려죽인 베트남 조폭 두목을 찾아가서 그의 몸뚱이를 토막내서 잔인하게 죽였다.
그 일을 시작으로 토니는 아시아에서 암살자로 활약을 했다. 그리고 지금껏 단 한 번의 실수 없이 암살을 성공 시켜오고 있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는 타깃의 위치를 귀신같이 찾아냈다.
“저기 있군.”
딴엔 위장을 한답시고 했지만 토니의 눈을 피할 순 없었다. 토니는 곧장 타깃에게로 접근했다. 하지만 타깃이 있는 곳은 번화가 한 복판. 총이나 칼로 그를 죽일 순 없었다.
“하하하하. 그래. 사고 싶으면 다 사야지. 가자.”
“아잉. 좋아. 자기가 최고야. 호호호호.”
그 자는 한국에서 벌써 여자를 꼬신 모양이었다. 타깃은 그 여자와 같이 근처 백화점으로 향했다.
그 타깃을 향해 접근해 가던 토니가 눈살을 찌푸렸다. 타깃 옆에 늘씬한 미녀가 너무 착 달라붙어 있었던 것이다. 딱 봐도 타깃이 위험해지면 언제든지 그 여자를 방패막이로 쓰려함임을 토니는 바로 눈치 챘다.
“남자 새끼가 비겁하게.....”
하지만 그렇다고 토니가 못 죽일 타깃은 아니었다. 독사란 별명답게 그에게는 치명적인 무기가 있었다.
토니는 태연하게 타깃에게 접근했고 타깃과 여자가 백화점에 들어갈 때 그들과 나란히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백화점 문은 세 사람이 나란히 들어갈 정도로 넓지 않았고 자연스럽게 몸끼리 접촉을 할 수밖에 없었다.
“죄송합니다.”
토니는 바로 사과를 했다. 그때 타깃 옆의 여자가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어딜 만져욧!”
“네?”
토니가 황당한 표정을 짓자 여자가 버럭 소리쳤다.
“저 새끼가 내 엉덩이를 만졌다고요.”
그러자 그 여자 옆의 타깃이 꼴에 남자랍시고 발끈해서 토니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타깃이 토니의 멱살을 잡았다.
“너 이 새끼 딱 걸렸어. 어디서.....어?”
토니는 누가 봐도 자연스럽게 멱살이 잡힌 타깃의 손목을 잡았다. 그때 토니가 끼고 있던 반지에서 독침이 튀어 나와서 타깃의 손목을 찔렀다. 타깃은 손목이 따끔거리자 흠칫 놀라며 잡고 있던 토니의 멱살을 놓았다.
“죄, 죄송합니다. 앞으로 조심할게요. 에잇!”
토니는 재빨리 허리를 굽실거리더니 이내 몸을 홱 돌려 백화점 밖으로 뛰쳐나갔다. 역시 누가 봐도 주위 시선이 민망해서 도망치는 모양새였다.
“쳇! 확 신고 해 버릴 걸 그랬나. 자기야. 어? 자기 왜 그래?”
그때 타깃의 여자가 그녀 옆의 창백해진 얼굴의 타깃을 보고 그를 만졌다.
털썩!
그러자 타깃이 썩은 그대로 고목나무 쓰러지듯 백화점 바닥에 꼬꾸라졌다. 그때 타깃의 두 눈은 이미 흰자위만 드러나고 있었다.
“아아아악! 자기야!”
여자의 비명성. 그리고 그 주위로 몰려드는 사람들. 그 사람들 중 몇 명이 핸드폰으로 어딘가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아마 구급센터에 연락을 취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늦었다.
토니의 치명적인 독침이 타깃의 손목에 꽂히는 순간 타깃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으니까.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독이었다. 아마 타깃의 사인(사인)은 심장마비로 밝혀질 터였다.
토니는 백화점 건너 도로에서 타깃이 쓰러지는 걸 확인하고 근처 지하철역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지하철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에 섞여서 유유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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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깃을 처리한 토니는 자신이 묵고 있는 호텔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토니는 실내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면서 썬 베드에서 서비스로 시킨 시원한 주스를 마셨다. 그리곤 핸드폰으로 어딘가 전화를 걸었다.
“타깃은 제거했다.”
그리고 짧게 중국어로 말한 뒤 곧장 전화를 끊으려 했다.
-잠깐 통화를 해도 되겠나?
그때 전화기 너머에서 중개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토니는 암살을 할 때 중개인을 끼고 했다. 비록 수수료를 줘야 하지만 그것이 혼자 활동하는 그에게 더 안전했던 것이다.
보통 암살을 의뢰하는 자들은 권력자나 부자들이었다. 그런 자들에게는 비밀이 많았고 그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사람 목숨쯤 아무렇지 않게 죽였다.
그런 자들이 암살자를 고용했을 때는 항상 위험이 따랐다. 아무래도 그 암살자까지 처리해야 그 비밀을 가장 깨끗하게 묻을 수 있을 테니까. 때문에 암살자가 고용인에게 노출 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래서 토니는 중개인을 끼고 일을 했고 지금까지 고용인 때문에 죽을 뻔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뭔가?”
-한국 쪽에 일이 들어왔다. 500만 달러짜리로.
“500만?”
-가능하겠나?
“........”
잠시 고민하던 토니가 고개를 끄덕였다.
“이왕 왔으니 맡도록 하죠.”
토니의 말에 중개인이 바로 말했다.
-타깃에 대한 정보와 의뢰인 연락처 보내도록 하지.
띠띠띠띠띠띠~
그리고 그 말 후 중개인은 전화를 끊었다. 토니는 곧장 몸을 일으켜서 수영장을 빠져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