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700화 (700/712)

<-- 베이징 올림픽 -->

“크하하하. 동점이다.”

“우와. 이거 한 번 해볼 만하겠는데?”

후반전이 시작되고 채 절반의 시간도 흐르지 않았는데  3골을 따라 잡아서 5대 5 동점을 만든 한영대의 기세가 무서울 정도로 치솟았다.

반대로 연신대 벤치는 난리가 났다. 특히 이명신 감독은 초조한 얼굴로 연신 자신의 손톱을 물어 뜯었다. 그리고 자신에게 후반전 선수 교체를 제안했던 3학년 녀석을 매서운 눈으로 쏘아보았다. 그 눈길에 그 3학년 선수는 안절부절 못했다. 아마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그 안에 뛰어들고 싶었을 터. 하지만 벤치 주위는 트랙과 그라운드 밖에 없었다.

역시나 이명신 감독이 믿을 사람은 강현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벤치에서 몸을 일으킨 이명신 감독이 터치 라인으로 다가가서 강현수를 향해 큰소리로 외쳤다.

“현수야. 네가 잘 좀 해 봐.”

뭘 어떻게 하란 말은 없고 뜬금없이 떠벌리는 이명신 감독의 외침에 현수는 속으로 혀를 찼다. 그리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향상 사고는 자기가 다 치고. 별수 없지. 우승 시켜 주겠다고 약속한 건 나니까.”

현수는 가볍게 목을 돌리고 어깨를 움직여 푼 뒤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현수가 본격적으로 경기에 관여하기 시작하자 거짓말처럼 연신대의 전력이 되살아났다.

좌우 미드필더와 풀백들이 현수의 지시에 따라 민활하게 움직이면서 먼저 수비가 빠르게 안정을 되찾았다. 그렇게 수비가 안정 되자 공격수들도 하프라인 밑으로 내려오지 않고 공격에 더 집중하기 시작하면서 공수에 걸쳐 팀워크가 살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자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 생각하고 경기를 풀어 나가보자고.”

현수의 독려 속에 연신대는 빠르게 강팀의 면모를 되찾았고 그걸 확인한 한영대 편지성 감독의 얼굴이 서서히 굳기 시작했다. 그리곤 이를 악물고 중얼거렸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편지성 감독은 뭔가 준비해 둔 게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히든카드를 바로 꺼내 들었다. 편지성 감독이 연신대를 상대로 대비해 둔 숨겨진 카드는 바로 1대 1 대인 방어 전술로 연신대 선수들을 강하게 프레싱 하기 시작했다.

“물고 늘어져. 놓치면.......지옥이 너희를 기다릴 것이다.”

편지성 감독은 대 놓고 한영대 선수들에게 협박을 해 댔다. 그 효과 탓일까? 한영대 선수들의 처절하기까지한 대인 압박에 연신대 선수들이 꽤나 당황한 듯 허둥지둥 거렸다. 그때 현수가 보란 듯 한영대 진영으로 빠른 속도로 드리블해 들어갔다.

“어디를!”

한영대의 윤명식이 그런 현수의 앞을 적극적으로 막아섰다. 보아하니 현수의 마크맨으로 윤명식이 낙점 된 모양이었다. 하지만 전반전에도 현수의 빠른 스피드에 농락당했던 윤명식이었다.

파팟! 파파팟!

현수가 옆으로 공을 툭 차 놓고 내달리자 윤명식은 현수를 따라 잡지 못했다.

“젠장.....”

그렇게 윤명식이 현수에게 맥없이 뚫리는 걸 본 한영대의 센터백이 나섰다.

여기서 현수에게 뚫리면 또 실점할 공산이 컸기에 한영대의 센터백을 몸을 사리지 않고 현수에게 태클을 가했다.

촤아아악!

파앗!

하지만 현수는 태클 위로 공을 살짝 띄우고는 자신도 몸을 날렸다. 그렇게 태클이 지나가자 공과 같이 그라운드 위에 착지한 현수는 툭하니 공을 골대 방향으로 차  놓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저, 저......”

한영대의 센터백은 현수가 너무 쉽게 자신의 태클을 피해 달려가는 걸 허탈한 얼굴로 뒤돌아보았다. 그때 김영수가 현수에게 뛰어드는 게 보였다.

파파파팟!

공격수로 개인기가 뛰어난 김영수라면 현수의 돌파를 막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수는 김영수가 접근하기 전에 먼저 슛을 때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보기에도 20미터가 훌쩍 넘는 거리. 하지만 문제없었다. 현수는 골대 사각지점을 보고 그대로 강하게 공을 찼다.

빠앙!

제대로 현수의 발등에 얹힌 공은 풍선 터지는 소리와 함께 눈 깜짝할 사이 골대에 다다랐다. 사선으로 쭉 뻗은 공은 그대로 크로스바 위를 넘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골대 근처에서 그 공이 뚝 떨어졌다. 그리곤 현수가 노린 골대 사각지점으로 슉 들어갔다.

철썩!

그리곤 골망이 흔들렸다. 그야말로 완벽! 환상적이라고 밖에 표현 할 수 없는 무회전 슛이었다.

한영대의 골키퍼는 또 다시 아무런 반응도 하지 못한 체 멍하니 서 있었고 주위 모든 선수들이 다들 떡 벌어진 입으로 강현수를 멀거니 쳐다보았다.

현수는 그 골로 자신의 수준을 또 한 번 입증 했다. 또한 그 골로 인해 한영대의 1대 1 대인 방어 전술도 제대로 빛도 보지 못하고 끝났다.

현수처럼 혼자 그라운드를 마구 휘젓고 다니는 개인기가 뛰어난 선수가 있을 때 1대 1 대인 방어 전술은 효과를 보기 어려웠다. 좀 전처럼 개인기로 다 뚫고 들어가서 보란 듯 슛을 때려대면 답이 없었으니까.

그래서 편지성 감독은 바로 그 전술을 접고 패스로 계속해서 공의 소유권을 이어나가면서 동점골을 넣을 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연신대 선수들도 비록 한 골 앞서 있지만 자만하지 않고 바삐 몸을 움직이며 한영대 선수들을 역으로 압박했다.

그런 적극적인 노력이 통했던지 순간적으로 당황한 한영대의 측면 미드필더가 패스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 그 선수의 발에 빗맞은 공이 터치라인 밖으로 나간 것이다.

“미, 미안....”

“괜찮아. 긴장 풀고 차분하게 경기에 임해.”

한영대의 허리를 책임지고 있던 중앙 미드필더 윤명식이 나름 그 선수를 다독였다. 하지만 한 번 흔들리기 시작한 한영대의 팀워크는 점점 빠르게 무너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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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대의 고동찬이 터치라인에서 공을 들고 어디로 던질지 고개를 돌리고 있을 때였다. 현수가 접근해 오는 걸 보고 바로 그쪽으로 공을 던졌다.

현수는 가슴으로 그 공을 트래핑 한 뒤 몸을 홱 틀면서 터치라인을 따라 뛰기 시작한 고동찬을 향해 정교한 땅볼 패스를 연결했다.

고동찬은 절묘한 볼 컨트롤로 그 공을 잡아서는 옆을 돌아보았는데 그때 나진목 대신 교체 되어 들어 온 장민철이 큰 키로 슬금슬금 한영대의 페널티에어리어에 들어서는 걸 보고는 바로 그쪽으로 크로스를 올렸다.

고동찬을 쫓던 한영대의 측면 미드필더가 발을 뻗었지만 공은 이미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고동찬이 공을 차는 순간 장민철은 한영대 수비수들과 자리싸움을 하고 있었고 공이 날아오자 점프를 하려는 데 수비수 중 하나가 그의 팔을 잡아챘다. 그러자 장민철은 오히려 등으로 수비수를 밀며 최대한 자기 앞에 공간을 만들었다.

2학년이지만 훈련만큼은 꾸준히 해 온 장민철이었다. 그래도 강현수란 천재 선수가 있는 연신대에서 뒹군 장민철이다 보니 강현수의 골 결정력만큼은 누구보다 많이 보아온 그는 이럴 때 강현수가 어떤 식으로 골을 만들어 냈는지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장민철이 힘들게 만든 그 공간으로 고동찬의 크로스가 날아왔다.

“좋았어.”

장민철은 쾌재를 외치며 그 공을 향해 발을 내뻗었다. 그 발에 공이 맞고 골대로 날아갔다.

틱!

그때 그 공이 한영대 선수의 무릎에 맞고 각도가 꺾였다. 공은 골키퍼가 움직인 역방향으로 날아갔고 운 좋게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한영대의 골키퍼는 장민철이 공을 찰 때 그 방향으로 제대로 몸을 날렸다.

중심이 무너진 체 날아오는 공에 발을 갖다 댄 것뿐이기에 공은 힘없이 날아왔다. 한영대 골키퍼가 얼마든지 잡을 수 있는 공이었다.

“헉!”

그런데 갑자기 한영대의 공격수가 그 앞에 불쑥 나타났고 그의 무릎에 공이 맞으면서 공의 방향이 바뀌며 골인이 되었다.

졸지에 자살골을 넣은 한영대 공격수는 잠시 황당해 하다가 잔뜩 화난 얼굴로 누군가를 쏘아보았다. 그때 강현수가 슬그머니 골에어리어 밖으로 나갔다.

현수는 한영대 공격수의 홀딩 파울로 인해 몇 차례 김영수를 놓쳤고 김영수는 그때마다 골을 넣었다. 그 골들은 사실 한영대 공격수가 반칙을 하지 않았다면 넣지 못했을 골들이었다.

현수는 고동찬에게 공을 패스하고 페널티에어리어로 움직였다. 그리고 그곳에서 수비를 돕고 있던 한영대 공격수를 발견했다.

그때 고동찬의 크로스가 날아왔고 장민철이 뛰어난 피지컬로 수비수들과의 몸싸움에서 지지 않고 버티면서 찬스를 맞았다.

현수는 장민철이 어렵게 고동찬의 크로스에 발을 갖다 대는 걸 보고 골대 근처에 있던 한영대 공격수를 슬쩍 밀었다.

현수에 밀린 한영대 공격수는 골대로 움직였고 그때 그의 무릎에 장민철이 발로 찬 공이 가 닿았고 공을 방향이 틀어지며 골대 안으로 들어 간 것이다.

현수의 홀딩 파울이지만 심판이 보지 못했으니 반칙이 아닌 셈이었다. 한영대 공격수가 심판에게 거칠게 항의를 했지만 심판의 판정이 번복 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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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7대 5!

연신대가 다시 앞서 나갔고 한영대는 어떡하든 추격 골을 넣으려 했지만 현수가 이끄는 연신대의 수비가 워낙 견고해서 더 이상 골을 뽑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공격에 집중하느라 무모하게 공격 라인을 끌어 올린 게 화근이 되었다.

빵!

멀리 골킥으로 이어진 공이 전방에 나가 있던 공격수 고동찬에게 이어졌고 고동찬은 자신을 마크하던 한영대 수비수의 태클을 피하고는 그대로 페널티에어리어를 넘어갔다.

다른 수비수가 득달같이 달려오고 골키퍼도 뛰어 나올 때 고동찬은 가볍게 공 밑을 찍어 찼고 허공에 떠 오른 공은 골키퍼를 넘어서 골대를 향해 굴러갔다.

그걸 보고 수비수가 다급히 골대 안으로 슬라이딩을 하며 발을 뻗었지만 공은 골대 안으로 들어갔고 수비수와 같이 골망을 갈랐다.

8대 5!

후반전 남은 시간이 채 5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승부를 결정짓는 골이었다. 그래도 한영대는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연신대를 골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비록 후반에 교체 되어 들어 온 센터백 이국진이 헛발질과 패스 미스를 좀 해댔지만 현수가 가담한 연신대의 수비라인은 더 이상 한영대에 골을 허용하지 않았다. 역시나 후반에 교체 되어 들어 온 미드필더 유동석은 그나마 큰 실수는 하지 않았지만 창의적인 플레이는 전혀 펼쳐 보이지 못했다. 그래서 현수는 유동석에게 패스를 하면 바로 패스 해 준 그 공을 자신이 돌려 받아서 플레이를 이어 나갔다. 그리고 공격수 장민철은 현수에게 합격점을 받았다. 큰 키를 이용한 장민철의 고공 플레이로 인해 한영대 수비들이 고전을 했고 전방에 짱 박힌 장민철로 인해 한영대 수비들은 감히 하프 라인을 넘지 못했다. 그렇게 시간이 쏜살 같이 흘렀다.

삐이익!

후반전의 종료를 알리는 심판의 휘슬소리가 그라운드에 가득 울려 퍼졌다.

연신대와 한영대의 대학리그 왕 중 왕 전의 두 번째 경기는 무려 13골이 터지는 난타전으로 결국 연신대의 승리로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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