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698화 (698/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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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대의 편지성 감독은 윤명식에게 공격에 더 적극적으로 가담하라는 신호를 넣었다. 그걸 보고 윤명식이 하프라인을 넘어서 연신대 진영으로 움직였고 전방의 한영대 좌측 윙어에게 패스를 넣어 주었다.

“나이스!”

그 공을 잡은 한영대의 측면 윙어가 빠르게 페널티에어리어로 공을 치고 올라갔고 그걸 막기 위해서 연신대의 좌측 미드필드가 그를 끝까지 따라 붙었다.

그때 잘 달리던 한영대의 윙어가 급제동을 걸며 멈춰 섰다. 그가 갑자기 멈출 줄 몰랐던 연신대의 좌측 미드필더는 살짝 그를 지나쳤다.

순간 한영대의 윙어가 중앙으로 공을 툭 차 넣었다. 그 공을 패스 직후 연신대 진영으로 치고 올라 온 윤명식이 받아서 바로 페널티에어리어로 치고 들어갔다. 그러자 연신대 수비수들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쏠렸다.

“기찬아!”

연신대 골키퍼가 소리칠 때 센터백 이기찬은 이미 점점 안쪽으로 들어오는 윤명식을 확인하고 몸을 날리고 있었다.

그렇게 서봉연이 앞으로 달려 나가면서 한영대의 공격수 김영수를 마크하고 있던 연신대 수비수가 움직였고 그 짧은 순간 김영수가 움직였다.

윤명식은 그런 움직임이 자유로워진 김영수에게 바로 공을 찔러 넣었고 김영수는 그 공을 잡지 않고 바로 힐 킥으로 살짝 방향만 꺾었다.

“앗!”

연신대 골키퍼 방주혁이 그걸 보고 다급히 반응을 했지만 이미 늦었다. 그 공은 그대로 골포스트를 맞고는 데구루루 골대 안으로 굴러 들어가고 말았다.

현수는 윤명식이 김영수에게 패스를 넣을 때 김영수에게로 움직였다. 하지만 김영수가 그 공을 잡지 않고 바로 처리 한 탓에 천하의 현수도 그를 막지 못했다.

“제길....”

골을 먹은 연신대 골키퍼 방주혁이 신경질적으로 골망을 향해 공을 걷어찼다.

“그렇지! 하하하하!”

“좋았어. 동점이다.”

“이대로만 가자.”

그 골로 한영대 벤치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그때 한영대 편지성 감독은 터치라인 앞에서 고래고래 소리쳤다.

“빨리 내려가서 자리 잡아. 넘어 오면 타이트 하게 압박하고.”

편지성 감독은 한영대 선수들에게 연신대 선수들이 하프라인을 넘어 오는 즉시 압박을 가해서 공이 페널티에어리어 근처로 오지 못하게 만들라고 요구했다. 그 말은 그 만큼 많이 뛰라는 소리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한영대 선수들은 그 요구에 따라 움직였다. 예상 밖으로 스코어도 2대 2 동점 상황인데다가 그들의 압박에 연신대 선수들이 허둥지둥 거리는 게 그들의 압박이 제대로 먹히고 있다 싶었기도 했고. 그래서 한영대 선수들은 평소보다 오버해서 뛰었다. 연신대 선수들이 느릿하니 공을 센터 라인으로 가져가며 킥 오프를 준비하는 사이 이미 한영대 선수들은 자기들 진영으로 넘어가서 각자 자신들의 자리에 위치해 있었다.

“삐익!”

그 때문인지 몰라도 주심은 연신대 공격수 나진목이 공을 센터 스팟에 놓기 무섭게 바로 휘슬을 불었다. 이기찬은 휘슬 소리에 곧장 공을 뒤로 찾고 그 공을 받은 연신대 또 다른 공격수 고동찬이 다시 뒤로 공을 넘겼다. 그 공은 중앙 미드필더 강현수에게 넘어갔다. 현수는 그 공을 받아 세운 뒤 전방을 날카로운 눈으로 쏘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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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의 눈에 좀 전 날카로운 패스와 함께 쇄도해 들어와서 결정적인 어시스트로 골을 만들어 낸 한영대의 중앙 미드필더 윤명식이 보였다. 아무래도 김영수와 같이 윤명식도 자신이 신경을 좀 써야 할 듯 싶었다.

“용식아!”

현수가 자기 왼쪽에 위치한 연신대 미드필더 조용식을 불렀다.

“어. 현수야. 왜?”

조용식이 고개를 돌려 현수를 쳐다보자 현수가 말했다.

“윤명식이 하프라인을 넘어오면 네가 바로 마크 해.”

현수는 윤명식에게 마크맨을 붙였다. 그 뒤 현수는 패스를 돌리며 경기를 운영해 나갔다. 현수의 그 처방은 곧바로 효과를 발휘 했다.

마크맨이 붙은 윤명식에게서는 더 이상 날카로운 패스가 나오지 않았던 것이다. 거기다 부상으로 인해 예전보다 속도와 민첩성이 크게 떨어지는 윤명식이 마크맨인 조용식에게 공까지 뺏기면서 오히려 공격의 맥을 끊어 놓았다. 그걸 보고 현수의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번졌다.

한영대는 미드필더 윤명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려 했지만 오히려 그것이 약점을 드러냈다.

파팟!

“헉!”

후방으로부터 패스를 받은 현수가 하프라인을 넘자 바로 중앙을 돌파했고 너무도 쉽게 돌파를 허용한 것이다.

한영대의 윤명식으로는 빠른 발에 개인기까지 갖춘 현수를 막을 수가 없었다. 이에 즉시 한영대의 센터백이 달려 나왔고 그 틈을 보고 현수가 앞쪽으로 킬 패스를 넣었다.

그 공을 연신대 포워드 나진목이 잡아서 페널티에어리어를 돌파했고 골키퍼와 1대 1 상황에 특히 강한 그가 로빙슛으로 골키퍼 머리를 넘기며 골을 터트렸다. 동점골을 넣고 기뻐하던 한영대 벤치에 찬물을 끼얹은 것이다.

문제는 그게 끝이 아니란 점이었다. 상대의 약점을 간파한 현수는 사정없이 그 약점을 후벼 팠다.

보란 듯 다시 중앙을 돌파했고 윤명식의 느린 발로는 현수를 막을 수 없었다.

“이잌!”

별수 없이 현수를 막기 위해 센터백이 움직였고 현수는 다시 빈틈으로 공을 찔러 넣었다.

이번에 현수의 킬 패스는 고동찬에게로 향했고 고동찬은 수비의 방해가 없는 상태에서 현수의 공을 차분히 인프런트로 다시 감아 찼다.

철썩!

고동찬의 환상적인 바나나킥에 한영대의 나동기 골키퍼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가 몸을 날린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슛이 아니었던 것이다.

불과 5분 사이에 중앙이 무너지며 2골을 내어준 한영대는 허겁지겁 중앙에 미드필더를 더 보강 시켰다. 그러자 그걸 기다렸다는 듯 현수가 좌우로 패스를 찔러 넣었고 한영대의 미드필더와 수비들은 연신대의 측면 공격을 막기 급급했다.

현수는 미드필드 진을 끌어 올리면서 파상적으로 한영대를 몰아 붙였다.

“헉헉헉!”

나진목은 숨이 조금 가쁘고 땀이 비 오듯 했지만 컨디션을 최고였다. 공격수인 그는 벌써 한 골 넣었다. 때문에 부담 없이 한결 가볍게 뛸 수 있었다.

대학리그 왕 중 왕 전에서 제대로 된 공격수로 활약을 한다면 더 좋은 조건에 프로 팀에 스카우트 될 수 있었다. 그걸 알기에 나진목 뿐 아니라 고동찬 역시 오늘 경기에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었다. 그렇게 둘은 경쟁하듯 강현수의 킬 패스를 받아서 골을 넣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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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이 5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연신대는 한영대를 4대 2로 리드했다. 그런데 전반에만 무려 6골이 터지고 있었다. 그로 인해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만 신이 났다.

“역시 연신대야.”

“이러니 내가 직관하러 여길 올 수밖에.”

“맞아. 다른 시합은 많아 봐야 2-3골 터지는 데 연신대 경기는 보통 6-7골씩 터지거든.”

“그 중 강현수가 5-6골을 넣잖아. 근데 오늘 강현수가 어째 조용한데?”

“딱 보아하니 오늘 전반전은 공격수들에게 도움만 주기로 한 모양이야. 하지만 후반 되면 슬슬 골게터의 본능이 살아나겠지.”

“뭐야? 그럼 오늘 적어도 10골 이상 터진단 소리잖아?”

“골 넣는 거 원 없이 보고 가겠네.”

그렇게 서울 월드컵 경기장의 관중들이 흐뭇하니 경기를 지켜보는 가운데 측면을 뚫고 올라온 연신대 윙어를 한영대 측면 미드필더가 태클로 저지하면서 터치라인 밖으로 공이 나갔다.

그 공을 스로인으로 받은 나진목은 고동찬과 패스를 주고받다가 언제 올라왔는지 페널티에어리어에서 자기에게 공을 달라고 손을 들고 있는 현수를 발견하고는 바로 그에게 크로스를 올렸다.

그때 현수와 비슷한 키와 다부진 체격의 한영대의 센터백이 현수를 압박했다.

“어딜.....”

퍽! 퍽!

아직 공은 허공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한영대 센터백이 현수와 몸싸움을 시작했다.

강하게 차징하는 것은 물론이요 손으로 현수의 유니폼을 잡는 건 예사였다. 하지만 현수는 쉽게 한영대 센터백에게 밀리지 않았다. 이때 공이 떨어져 내렸고 둘이 동시에 점프를 했다. 하지만 몸싸움에서 우위를 차지한 현수가 좀 더 빨리, 그리고 높이 솟구쳐 올랐고 공을 타깃은 현수에게 정확히 날아왔다.

툭!

현수는 허공에서 정확히 이마에 공을 갖다 대면서 살짝 공의 방향을 틀었다.

한영대 골키퍼가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그 공의 방향을 쫓아 몸을 날리는 걸 보고 현수는 그라운드로 내려섰다.

그때 그와 같이 뛰었던 한영대 센터백이 뒤늦게 현수의 유니폼을 잡아챘다.

찌이이익!

어찌나 세게 잡아 당겼는지 현수의 유니폼이 찢어졌다. 하지만 두 팔을 그라운드에 내딛고 있던 현수는 꿈쩍도 하지 않았고 오히려 현수의 유니폼을 찢은 한영대 센터백가 찢겨져 나간 유니폼 조각과 함께 볼썽사납게 그라운드에 나동그라졌다.

그 광경을 본 주심은 호각을 입으로 가져갔다. 하지만 막상 휘슬을 불지 않았다. 반칙을 선언하기 전에 골이 먼저 터졌기 때문이었다. 현수의 기어코 헤딩으로 추가골을 터트린 것이다.

현수의 머리를 맞은 공이 절묘하게 골대 사각지역으로 날아갔고 한영대 골키퍼가 다급히 몸을 날렸지만 아슬아슬하게 골키퍼의 손끝을 스친 공이 결국 골망을 가르고 만 것이다.

스코어 5대 2!

점수 차가 3점으로 벌어지자 한영대 선수들은 물론 벤치의 분위기도 암울하게 변했다. 주심은 현수의 찢겨진 유니폼을 보고 바로 갈아입고 오라고 사인을 주었다. 그렇게 라커룸으로 뛰어간 현수가 유니폼을 막 갈아입고 그라운드로 복귀해 들어가고 나서 몇 십초 지나지 않아 주심이 길게 휘슬을 불었다.

“삐이이익!”

그렇게 연신대의 대학리그 왕 중 왕 전 두 번째 경기인 한영대와의 시합의 전반전이 끝났다.

“헉헉헉헉.....”

연신대 선수들은 다들 호흡이 가팠지만 3점 차로 이기고 있었기에 얼굴이 다들 밝았다. 하지만 반면 3점 차로 뒤지고 있는 한영대 선수들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그 때문일까? 벤치에서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 연신대 선수들과 달리 한영대 선수들은 편지성 감독과 같이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아무래도 라커룸에서 편지성 감독의 호된 질책을 받을 게 확실한 한영대 선수들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들처럼 다들 잔뜩 풀이 죽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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