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697화 (69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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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현수가 이기찬에게 다가가면서 묻자 이기찬이 힐끗 주위를 살피다 이명신 감독이 라커룸 밖으로 나간 걸 확인하고 현수에게 말했다.

“너 진짜 왕 중 왕 전에서 우승할 생각이냐?”

“그래. 근데 그게 왜?”

“아니. 갑자기 왜 생각이 바뀌었나 싶어서.”

“생각이 바뀌다니?”

“너 왕 중 왕 전 관심도 없었잖아. 그러니 훈련도 빠지고 시합 날도 겨우 경기 시작 전에 오고 말이야.”

“그건.....하아. 맞아. 나 이번 왕 중 왕 전에 관심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승할 생각이 없었던 건 아냐. 그랬으면 아예 왕 중 왕 전에 뛰지도 않았겠지.”

현수의 말을 듣고 이기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아무튼 우승할 생각이라니 고맙다. 너 때문에 올해 3학년들 대부분 실업이나 프로 팀에서 뛸 수 있을 거 같다.”

이미 굵직한 대회에서 우승을 한 연신대였다. 하지만 대학 축구에서 왕 중 왕 전 우승이 같는 무게는 다른 대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과 달랐다. 한 마디로 대학 축구의 최강팀 자리에 오르는 셈이니까. 그 최강팀에서 뛴 선수들이 갖는 메리트를 실업과 프로 팀에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도 연신대가 이번 왕 중 왕 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면 올해 3학년들은 다 프로에서 뛸 수 있을 터였다. 물론 실력이 떨어지는 몇몇은 실업팀에서 뛰게 되겠지만. 어째든 100% 취업을 달성 할 것이 확실했다. 그러니 주장이자 3학년인 이기찬이 현수에게 고마워 하는 건 당연했다.

“뭘. 그래도 나와 같이 3년을 함께 뛴 녀석들인데 다들 잘 돼야지.”

“그렇게 말해 주니 더 고맙다.”

그때 연신대 선수들이 다들 라커룸을 나갔고 마지막으로 나가던 나진목이 둘을 돌아보며 말했다.

“야! 빨리 나와.”

“어. 그래. 간다. 가자. 현수야.”

이기찬은 오랜 만에 활짝 웃으며 현수에게 어깨동무를 했다. 현수는 그런 이기찬을 보고 따라 웃으며 그와 나란히 라커룸을 나섰다.

연신대 선수들은 라커룸 밖 복도에서 친하게 어깨동무를 하고 나오는 주장 이기찬과 연신대 축구부의 실세 강현수를 보고 다들 밝게 웃었다.

평소에도 친한 둘이지만 요즘 들어 냉기가 흘렀던 두 사람이었다. 아무래도 팀에 비 협조적인 강현수에 대해 이기찬이 불만을 드러 낸 것이었는데 어째든 오늘 저 둘이 예전의 친한 사이로 돌아왔다는 건 팀워크에 틀림없는 플러스 요인이 될 터였다.

“자. 다들 모여 봐.”

경기장으로 나가기 전 복도 끝 홀에서 연신대 선수들은 둥글게 원을 그리며 어깨동무를 했다. 그리고 주장 이기찬이 선창을 했다.

“천하무적 연신대. 파이팅!”

그러자 연신대 선수들이 일제히 큰소리로 외쳤다.

“파이팅!”

그리고 어깨동무를 푼 연신대 선수들은 보무도 당당하게 경기장으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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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10여분 뒤 양측으로 나뉜 연신대와 한영대 선수들이 그라운드에 자리를 잡고 주심과 부심들이 배치되자 바로 시합이 시작 되었다.

“삐이익!”

주심의 휘슬에 연신대가 킥오프를 했다. 나진목이 공을 뒤로 빼자 그 공을 받은 고동찬이 바로 뒤로 공을 차고 하프 라인을 넘어갔다.

고동찬의 백패스를 받은 현수는 공격수인 나진목과 고동찬이 한영대 진영으로 들어가다 바로 개인 마크를 당하는 걸 보고 공을 옆으로 돌렸다.

한영대가 나름 철저히 준비를 해 온 것이다. 그로 인해 당장 빈틈을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초반이었다. 아무리 단단한 진영도 흔들어 대면 틈은 생기기 마련. 현수는 측면 미드필더에게 패스를 넣으면서 그들을 좌우 윙어로 활용했다.

“막아!”

연신대의 좌측 미드필더 임호룡이 터치라인을 따라 과감하게 돌파를 시도하자 역시나 한영대 진영에 역시 틈이 생겨났다. 한영대의 좌측 풀백과 함께 센터백이 같이 따라 움직이면서 중앙이 빈 것이다.

파파파파팟!

현수는 한영대의 시선이 좌측 미드필더에게 쏠려 있을 때 하프 라인을 넘어서 곧장 페널티에어리어로 달려 나갔다.

그때 임호룡이 용케 공을 뺏기지 않고 페널티에어리어 근처까지 돌파해 와서는 공격수 고동찬에게 땅볼로 깔아서 패스를 넣었다.

“잡아!”

그런 고동찬을 한영대 수비수 둘이 밀착 마크를 했는데 고동찬이 기막히게 힐 백으로 그들 머리 위로 공을 넘겼다. 연신대에서 공격수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고동찬은 강현수의 성공을 지켜보면서 그 동안 많은 노력을 경주해 왔다. 그리고 그 노력의 결실을 지금 거두고 있었다.

퉁!

“헉!”

하지만 뒤에서 한영대 수비수 중 한 명이 교묘하게 심판의 눈을 피해 고동찬의 유니폼을 잡아 당겼다. 그 때문에 고동찬이 주춤 거를 때였다.

파팟!

고동찬이 힐 백으로 넘긴 공이 한 번 그라운드에 튀어 오를 때쯤 언제 움직였는지 강현수가 그곳에 나타났다. 그리고 하프 발리킥을 찼다.

빠앙!

그리 강하게 찬 것 같지 않았건만 공에서 나는 소리가 우렁찼다. 그리고 날아가는 속도 역시 빨라 순식간에 골대에 다다랐다.

터엉!

빨랫줄처럼 뻗어 나간 공은 골포스트를 때렸다. 하지만 안쪽을 때린 탓에 공은 굴절되면서 운 좋게 골대 안에 떨어져서 골대 안의 골망을 갈랐다.

출렁!

골대 맞고 들어가는 공을 골키퍼인들 무슨 수로 막을까? 그야말로 엄청난 중거리 슛이 아닐 수 없었다.

“우와아아!”

연신대의 공격수 나진목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현수에게 뛰어왔고 고동찬 역시 환하게 웃으며 현수에게 엄지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한영대 선수들은 다들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느꼈다. 강현수와 자신들의 레벨의 차이를 말이다.

현수는 골을 넣었다고 기뻐하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연신대 선수들을 보고 후다닥 몸을 뺐다.

“저리 가!”

하지만 끝까지 현수를 쫓아와서 자신을 껴안으려는 나진목을 현수는 겨우 밀쳐 내고는 이내 자신의 자리인 미드필더 위치로 돌아갔다. 그런 현수를 벤치의 이명신 감독과 선수들이 흐뭇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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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반전이 시작 되고 채 5분도 되지 않은 빠른 시간에 강현수가 골을 넣은 연신대는 고구려대와의 첫 시합처럼 쾌조의 출발을 선보였다. 하지만 한영대도 대학 축구 왕 중 왕 전에 참여 할 만큼의 실력은 가지고 있었다.

“한 골 넣자.”

“좋았어. 나이스 패스!”

풀백과 미드필더를 거친 뒤 정교한 패스 두 번에 스트라이크 김영수에게 공이 배달되었다. 김영수는 연신대 수비수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 먼저 빠르게 돌파를 시도했다.

파팟! 휙! 파앗!

힘과 기술에서 연신대 수비수들 보다 우위인 김영수는 연신대 수비 2명을 간단히 뚫었고 황급히 달려 나오는 골키퍼 방주혁의 가랑이 사이로 공을 차 넣었다.

툭!

데구르르!

방주혁의 가랑이 사이를 통과 한 공은 그대로 굴러가서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갔다.”

“우와아아! 동점이다.”

골을 터트린 김영수는 웃으며 뒤돌아서 자기 진영으로 가며 동료 한영대 선수들과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그걸 팔짱을 낀 체 지켜보던 현수는 한영대 공격수가 제법이다 싶었다.

하지만 이미 김영수가 뛰는 축구 성향을 현수는 이미 다 간파해 버렸다. 그 말은 김영수가 이제 현수의 밥이 됐단 소리다.

“아앗!”

그걸 현수는 바로 그라운드에서 증명해 보였다. 김영수에게 들어가는 패스를 죄다 현수가 중간에서 끊어먹기 시작한 것이다.

뻐엉!

거기다 수비에 가담한 현수가 별 대수롭지 않게 걷어 한영대 진영 쪽으로 걷어 찬 공이 크게 바운드 되면서 한영대 미드필더의 키를 훌쩍 넘겼고 그걸 공격수 고동찬이 잡아서 그대로 페널티에어리어 안으로 치고 들어갔다.

“막아!”

한영대의 골키퍼 나동기가 다급히 소리를 치며 골에어리어 밖으로 달려 나올 때 고동찬은 그의 앞을 막고 있던 수비를 가볍게 제치고 인 프런트로 로빙패스를 할 때처럼 공을 감아 찼다.

“헉!”

골대를 비우고 나온 나동기는 공이 날아가는 방향대로 고개를 돌렸고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철썩!

고동찬이 감아 찬 공이 왼쪽 골포스트와 크로스바 사이의 구석진 곳으로 빨려 들어가며 골 망을 때린 것이다. 추가골이 터지면서 연신대가 다시 한영대를 상대로 2대 1로 앞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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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수의 뻥 축구에 맥없이 한 골을 헌납한 한영대가 센터서클에서 선축으로 시합이 재개 되었다.

한영대는 공격수 김영수에게 찔러주는 빠른 패스가 번번이 현수에게 막히자 좌우 측면을 활용해서 돌파를 감행했다. 아무래도 한영대 벤치에서 그렇게 하라는 사인이 들어간 모양이었다.

툭툭! 파파파팟!

그렇게 한영대 사이드 윙어를 통해 측면에서 올라 온 공은 정확히 공격수 김영수에게 크로스가 되었다.

그 공을 김영수가 잡는다면 공격수로써 강력한 피지컬을 가진 그가 직접 돌파를 하거나 다른 한영대 선수에게 공격 찬스를 내어 줄 터였다. 하지만 당연히 그걸 내버려 둘 현수가 아니었다.

휙!

언제 뛰어 왔는지 현수가 김영수 앞에서 머리 하나 더 떠올라서 크로스 된 공을 헤딩으로 걷어 냈다.

“젠장.....”

그걸 본 김영수가 사납게 얼굴을 찌푸렸다. 그럴 것이 어디로든 패스가 넘어오면 현수가 나타나서 다 막아버리니 김영수는 하프라인을 기점으로 연신대 페널티에어리어 사이를 오고 가기 바빴던 것이다. 무슨 똥개 훈련시키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한영대는 득점원인 골게터 김영수가 막히자 공격에서 답답한 양상을 선보였다. 그걸 개선해 보려고 좌우 측면으로 계속 돌파는 시도했지만 그 공을 받아 골을 터트려 줄 공격수가 저렇게 강현수에게 가로 막혀 절절 매고 있으니. 그렇다고 대 놓고 진영을 끌어 올렸다간 아까처럼 강현수의 뻥 축구에 당할 게 겁났다.

이럴 때 한영대의 편지성 감독이 믿을 건 주장인 윤명식이었다. 김영수의 만회골이 터질 때 그 패스의 시발점은 바로 미드필더인 윤명식이었다.

윤명식은 올해 봄에 한영대 축구를 이끌었다. 탁월한 시야와 날카로운 패싱 능력을 지닌 그는 대학리그에서 무려 7개의 도움을 기록했다.

강현수 때문에 빛이 바랐지만 강현수가 없었다면 어시스트(도움)상은 그의 몫이었을 터였다. 하지만 연습 시합 중 부상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열심히 재활훈련을 통해 이렇게 왕 중 왕 전에 출전하게 된 그는 어떡하든 한영대를 왕 중 왕 전 우승팀으로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자신이 아직 건재함을 세상이 알아주길 바랐다. 하지만 첫 번째 상대인 안산대를 상대로 윤명식은 제 몫을 해 내지 못했다. 물론 한영대가 넣은 한 골의 어시스트를 윤명식이 했다. 그러나 역전골을 만들어 내지는 못했다. 이번엔 체력이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아무래도 재활훈련에 집중하다보니 체력까지 신경 쓰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어느 정도 체력적으로도 자신이 생긴 윤명식이었다.

‘연신대는 강하다. 하지만 쉽게 지진 않아. 왜냐하면 한영대에는 나 윤명식이 있으니까.’

파파팟!

연신대 측면 미드필더가 전방으로 한 번에 찔러 넣어 주는 패스를 중간에서 끊은 윤명식이 툭툭 공을 차며 하프 라인을 넘어섰다. 그런 그의 시선은 연신대 진영을 빠르게 훑었고 빈틈을 발견한 듯 곧장 거기로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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