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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684화 (68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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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경찰청의 본청 고위 간부들 치고 사도철의 상납을 받지 않은 사람이 없었다. 그 중에서도 경찰청 차장인 민병도는 사도철과 제법 끈끈한 사이였다. 그런 민병도에게 조폭들이 사도철을 노리고 있단 사실이 알려졌을 때 그의 분노는 엄청났다.

“어떤 미친 새끼들이 감히......”

발끈한 민병도는 즉시 일선 강력반 형사들을 움직였다.

“그쪽으로 형사들 보냈으니까 그들하고 같이 공항으로 가.”

-공항?

“서울로 가 있어. 그 사이 그 새끼들은 내가 처리해 버릴 테니까.”

민병도의 의도는 혹시 모를 사태까지 고려해서 사도철을 서울로 보내 놓고 자신이 경찰의 공권력을 동원해서 그를 노린 조폭들을 일벌백계하는 것이었다.

-당장은 곤란해. 나도 벌려 놓은 일이 있으니까. 하지만 신경 써 줘서 고맙네. 형사들 오면 저녁 비행기로 서울로 가도록 하지.

민병도는 그나마 사도철이 오늘 밤 비행기로 서울로 간다는 사실 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었다. 그가 만약 제주도에서 뭔 일이라도 생긴다면.......

‘내가 서울로 영전하는 건 영영 끝이지.’

민병도는 제주도에서 경찰 생활을 끝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사도철과 친한 이상 그의 로비 능력이면 경찰청장은 되고도 남았다.

‘이제 두 단계만 더 거치면 되는 데......’

정상의 코앞인 민병도에게 있어 사도철이란 절대 놓쳐서도 안 될 단단한 동아줄이었다. 민병도는 그렇게 사도철과 통화 후 다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 강 경감. 나야. 사도철이 말인데. 무슨 일 생기면 알지? 너도 나도 여기서 쫑 치는 거야. 그래. 알아. 안다고. 그러니까 잘 지켜. 아니다. 출장 지시 내려 줄 테니까 아예 서울까지 같이 가.”

민병도는 제주 북부경찰서 소속 강력계장인 강성식에게 대 놓고 압력을 행사했다. 이에 강성식은 다른 강력계 일은 잠시 접어두고 직접 밑에 강력계 형사들을 이끌고 지금 사도철이 있는 제주도의 서쪽 끝 대월읍에 위치한 수정봉 아래 자락에 위치한 별장으로 향하는 중이었다.

“네. 네. 차장님. 제가 무슨 일이 있어라도 사도철이 잘 보호하겠습니다. 네. 네. 그럼요. 네. 하아. 서울까지요? 당연히 그래야죠. 네. 네.”

민병도와 전화 통화를 끝낸 뒤 강성식을 신경질을 내면서 들고 있던 핸드폰을 집어 던지려 했다. 하지만 그랬다가 민병도가 또 그에게 전화를 걸어 올 텐데 그 전화를 받지 않으면 민병도가 내일 당장 그의 옷을 벗겨 버릴 터였다.

민병도 차장의 별명이 달리 ‘커터(Cutter)’가 아니었다. 그의 말을 따르지 않는 수하는 단칼에 잘라버렸기 때문에 커터란 별명까지 붙은 민병도였다.

“하아. 시팔.....”

강성식은 건사해야 할 가족이 많았다. 그런 그가 옷 벗으면 당장 그들은 어쩌랴? 그래서 별수 없이 화를 삭이던 강성식은 월정사 바로 밑 주차장에 검은 차량들이 가득하자 그걸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 차들 뭐야?”

안 그래도 그 차들이 수상쩍었던지 형사 중 하나가 차량 조회를 한 모양이었다.

“대포찹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강성식을 기겁하게 만들었다.

“좆 됐다.”

얼굴이 하얗게 변한 강성식이 버럭 형사들에게 소리쳤다.

“빨리 기어 올라가서 사도철이 구해. 어서.”

강성식의 외침에 형사들이 우르르 산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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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로 천만다행으로다가 사도철을 무사히 구할 수 있었던 강성식은 형사들과 같이 산을 내려 온 사도철을 보고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강 경감까지 온 건가?”

“네. 어디 다친 데는 없습니까?”

“난 괜찮아. 그 보다 바로 공항으로 갔으면 하는 데?”

“물론이죠.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난 사도철은 곧장 경찰차에 탔다. 강성식은 그런 사도철을 보고 있다가 수하 형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제주 공항으로 바로 모셔.”

“네.”

그렇게 사도철을 태운 경찰차와 그 차를 앞 뒤에서 호위하는 형사차량이 출발하는 걸 보고 나서 강성식도 차에 올랐다. 그리고 그 차들을 따라 제주 공항으로 이동 중에 민병도 차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어?

자신의 전화를 기다리고 있었는지 민병도 차장이 바로 그의 전화를 받았다.

“사도철이 확보해서 지금 제주 공항으로 이동 중입니다.”

-휴우. 됐다. 이제 됐어. 서울 출장 잡아 뒀으니까 서울 가서 한 사흘 푹 쉬다가 와.

“네. 차장님.”

어떤 경찰서든 강력계는 바쁘다. 물론 계장인 강성식까지 현장에서 뛰지는 않는다. 하지만 고생하는 수하들을 생각하면 정시 퇴근을 할 순 없는 노릇. 그래서 강성식도 거의 쉬지 못하고 일을 해 왔다. 그런 그에게 사흘 동안의 서울 출장은 그야말로 꿀 같은 휴가 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휴가를 혼자 즐길 생각은 아니었다. 민병도 차장과 통화 후 강성식은 마누라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여보. 나야. 나 서울 출장 가는데 당신도 애들 데리고 와. 며칠? 사흘. 어. 뭐 짧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야. 애들 데리고 서울 월드도 가고 또..........”

아직 초등학교 다니는 두 딸, 딸딸이 아빠인 강성식은 사흘 동안 서울에서 딸들과 뭘 하고 놀지 마누라와 떠들었다. 그렇게 30분쯤 뒤 강성식의 눈에 제주 공항이 보였다. 강성식은 마누라와 통화를 끝낸 뒤 공항 입구에서 내렸다. 그 사이 먼저 공항에 도착한 사도철은 가장 빠른 서울 편 비행기 표를 끊어 놓고 있었다.

예약도 되어 있지 않았지만 일등석은 언제나 자리가 남았다. 덕분에 사도철과 같이 서울로 가야 하는 강성식도 일등석에 탑승하는 호사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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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경찰의 개입으로 사도철을 잡는 데 실패한 광룡파와 흑사회는 일단 산에서 철수를 했다. 기민하게 움직인 탓에 양쪽 모두 수하들이 경찰에 잡히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사도철이 지금 어디 있어?”

흑사회의 홍양칭은 즉각 흑사회 지부에 연락을 취해서 현재 사도철이 어디 있는지 알아내서 곧장 그를 쫓아 갈 생각이었다. 어째든 사도철이 제주도에 있는 한 그를 잡거나 제거해야 했으니까.

“뭐? 어디 있는지 몰라? 그 새끼들 도대체 뭐하는 놈들이야. 그것도 모르고. 하아. 알았어. 기다릴 테니까 연락 줘.”

흑사회는 이미 제주도에 깊숙이 뿌리를 내렸다. 그 말은 경찰 내부에도 프락치를 심어 뒀단 소리다. 그들 프락치들에게 들어가는 돈이 제법 많다는 걸아는 홍양칭은 고작 사도철의 행방조차 알아봐 주지 못하는 그들에게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들이 움직인 이상 사도철이 어디 있는지는 곧 알 수 있을 터였다.

그 사이 홍양칭은 흑사회 조직원들과 같이 제주시내로 이동 중이었다. 경찰들이 사도철을 데려 갈만한 가장 유력한 곳이 바로 경찰청이었으니까.

홍양칭이 흑사회 지부에서 연락이 오길 초조하게 기다리는 사이 그를 태운 차가 제주시내에 들어섰다. 그때 기다리던 전화가 왔다.

“어디야?”

홍양칭이 바로 묻자 흑사회 지부에서 곧장 사도철이 지금 어디 있는지 그에게 알려 주었다.

“뭐? 공항?”

홍양칭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사도철이 제주도를 떠버리면 광룡파나 흑사회는 닭쫓던개 지붕 쳐다보는 신세가 되고 말 터.

“야! 빨리 차 돌려. 공항으로. 밟아.”

홍양칭은 무작정 제주 공항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그들이 공항에 도착했을 때 사도철을 태운 비행기는 서울로 출발하고 있었다.

“젠장.....”

홍양칭은 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는 비행기만 넋 놓고 바라 봤다. 뒤늦게 연락을 받았는지 광룡파의 보스 장용이 수하들과 같이 공항에 나타났다. 장용은 홍양칭을 발견하고는 사도철을 놓친 걸 바로 깨달았다.

“서울에서 놈을 잡을 수 없소?”

그래도 흑사회였다. 서울의 흑사회 조직원들을 동원해서 사도철을 잡아 제주도로 끌고 올 수 있지 않을까 싶어 장용이 한 말인데 홍양칭이 바로 고개를 내저었다.

“서울의 흑사회 지부 조직원은 몇 명 되지 않아. 여기완 다르다고.”

그 말 후 홍양칭은 휑하니 장용 옆을 스쳐 지나서 공항을 빠져 나갔다. 인천의 경우는 항만 주위로 흑사회 조직이 제법 기틀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서울까지 그 세력을 키워가진 못하고 있었다.

한국은 치안 상태가 좋은 편이었다. 또 외국인에 대한 경계심도 커서 흑사회 같은 범죄 조직이 세력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서울 내 본토 조폭 조직들이 그걸 용납하지 않았고.

때문에 사도철이 서울 편 비행기에 탑승한 이상 그는 놓쳤다고 봐야 했다.

“가자.”

이미 떠나 버린 버스에 손을 흔들어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장용은 광룡파 수하들과 같이 미련 없이 공항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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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철로부터 제주도의 일에 대해 전부 다, 소상히 전해들은 현수는 힐끗 시간을 확인하고 그가 원하는 게 뭔지 바로 물었다. 그러자 사도철이 기다렸다는 듯 현수에게 말했다.

“제주도의 흑사회 놈들을 사그리 다 없애 줘.”

“뭐?”

사도철의 요구에 현수는 기가 차다는 듯 잠시 그를 쳐다보았다. 현수의 몸은 하나였다. 그리고 오늘 저녁에는 축구 시합도 뛰어야 하고. 그런 그에게 대뜸 제주도의 흑사회 조직을 몽땅 다 없애 달라니? 사도철의 얘기를 들어 보니 흑사회 놈들이 한 둘도 아니고 말이다.

“당신 눈에는 내가 그렇게 한가해 보여?”

현수가 기가 차다는 얼굴로 사도철을 쳐다보자 그도 자신의 요구가 강현수에게 너무 무리한 부탁임을 알았는지 살짝 꼬리를 내리며 말했다.

“그, 그렇다면 일단 광룡파 놈들이라도 처리 해줘.”

“광룡파라...”

사도철의 말에 현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어. 처리해 줄게.”

광룡파는 흑사회 지부에 속한 조직이었다. 다들 조선족으로 이뤄져 있다는데 그건 현수에게 있어서 아무런 문제가 될 것이 없었다.

한국 내 조폭들도 쓰레기 취급하면 다 때려잡아 죽인 현수였다. 그런데 중국에 사는 조선족이라고 해서 다를 건 없었다.

“하여튼 조폭 새끼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요.”

현수는 그 말을 하고는 몸을 일으켜서 사도철의 서재를 빠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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