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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678화 (678/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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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퍽퍽! 퍼퍽! 콰작! 쿵쿵!

“으아아악!”

둔탁한 타격 음과 파열음, 그리고 충돌 음이 곳곳에서 일며 뒤따라 처절한 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비명 소리가 울리는 쪽은 한쪽으로 한정 되어 있었다.

“저, 저런 악귀 같은 놈들.....”

바로 제일파 조직원들의 입에서만 계속 비명소리가 울리고 있었던 것이다. 반면 그 상대인 광룡파 조직원들은 완전 피에 미쳐서 날뛰고 있었다. 그들은 온 몸에 피칠갑을 하고 미친 듯이 칼과 도끼를 휘둘러댔다. 그런 그들의 광기를 제일파 조직원들이 감당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게 살인을 해 본자와 안 해 본자의 차이였다. 물론 제일파 조직원들 중에서 살인을 해 본자들이 있었다. 하지만 광룡파 조직원들은 살인을 밥 먹듯 이 저지르는 자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살인을 해 본자들도 안 해 본 자들이나 마찬가지였다.

바로 먹잇감. 광룡파 조직원들의 눈에 제일파 조직원들은 더 이상 적이 아니었다. 그들이 잡아야 할 먹이들일 뿐이었다. 그래도 쪽수에서는 여전히 제일파 조직원들이 많았다.

“야 이 새끼들아. 같이 싸워. 뭉치면 산다.”

그 이점을 알고 있는 제일파 보스 윤국일이 소리쳤다. 그러자 제일파 조직원들도 두 셋이 뭉쳐서 광룡파 조직원을 상대했다. 그러자 상황이 다시 팽팽해졌다. 아무리 광룡파 조직원이 미쳐 날 뛰어도 건장한 조직원 둘을 한꺼번에 상대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으니까. 그렇게 한 동안 싸움이 소모전 양상으로 흘렀다.

광룡파 조직원 하나가 당하면 제일파 조직원 2-3명이 쓰러졌다. 그렇게 두 조직 간에 피해가 시간이 갈수록 눈에 띠게 생겨 날 때였다.

“쳐!”

“와아아아!”

지원이 들어왔다. 30명 정도 되는 조직원들이 나타난 것이다. 그 소리에 제일파 조직원들의 얼굴은 환해졌고 반면 광룡파 조직원들의 얼굴은 굳었다. 당연히 지원 온 조직원들이 제일파 조직원들이라 여긴 것이다.

퍼퍼퍽! 퍽! 퍽!

“아아악!”

“이 새끼들 뭐야?”

“왜 우릴 공격해?”

그런데 그 지원 온 조직원들은 광룡파가 아닌 제일파 조직원들을 공격했다. 그로 인해 순간 싸움이 광룡파 쪽으로 확 기울었다. 수적인 우위가 사라진 제일파 조직원들은 광룡파 조직원들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형님. 어서 피하십시오.”

제일파 조직 보스인 윤국일에게 그의 측근 수하가 소리쳤다. 싸움의 승패는 이미 가린 거나 마찬가지였다. 남은 제일파 조직원들이 슬금슬금 몸을 빼는 모양새였다. 그걸 보고 윤국일은 이를 갈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의 수하들이라고 해서 꼭 그에게 목숨을 바칠 이유는 없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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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평소 윤국일이 알뜰히 챙겨 준 조직원 녀석들이 그래도 의리를 발휘했다. 하지만 그들만으로 분노한 광룡파 조직원들의 포위망을 뚫기가 불가능했다.

퍽! 퍼퍽! 퍽!

“크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수하들이 피를 뿌리며 쓰러지는 동안 윤국일은 자신의 배에다 칼침을 넣으려는 광룡파 조직원의 팔을 잡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한 조직의 보스란 자가 상대 조직원 하나도 어떻게 처리하지 못해 끙끙대는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퍽!

그때 광룡파의 다른 조직원이 윤국일의 옆을 발로 걷어찼다. 그러자 윤국일이 쓰러졌고 그런 윤국일에게 칼을 든 광룡파 조직원 셋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그리고 윤국일의 몸을 칼로 난도질 했다. 하지만 그들은 단숨에 윤국일의 숨통을 끊지 않았다. 허벅지며 복부와 어깨 위주로 칼침을 놓고 나자 윤국일은 손가락 하나 까닥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처척!

그때 윤국일 앞에 누가 나타났다. 무슨 악귀처럼 온몸이 피투성인 그 자가 자신과 비슷하게 온몸이 피투성인 상태의 윤국일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사도철이 시킨 거냐?”

“쿨럭...쿨럭....”

윤국일은 대답 대신 기침과 함께 입에서 피거품을 내물었다. 그런 윤국일에게 장용이 계속 말했다.

“사도철이도 곧 따라 보낼 테니 억울해 할 거 없어.”

같은 피투성이지만 장용의 몸에 피는 제일파 조직원들의 피였고 윤국일은 자신의 피로 피투성인 상태에서 지금 다 죽어가고 있었다. 장용이 윤국일에게 칼침을 놓은 녀석들 중 하나에게 턱짓을 했다. 그러자 그 조직원이 곧장 뻗어 있는 윤국일에게 가서 그의 머리끄덩이를 잡아 상체를 일으킨 뒤 칼을 그의 목으로 가져갔다.

서걱!

그리고 칼이 윤국일의 목을 훑고 지나갔다. 그 뒤 광룡파 조직원들은 살아 있는 제일파 조직원들에게 윤국일과 같은 짓을 저질렀다. 자신들의 동료를 죽인데 대한 보복 차원에서 제일파 조직원을 한 명도 살려 주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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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파가 제일파 조직원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걸 보고 홍양칭과 흑사회 조직원들이 다 눈살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건 광룡파의 일이었다. 그들이 나설 상황이 아니었기에 그들은 보고도 못 본척했다.

“고맙소.”

그때 광룡파의 새로운 보스인 장용이 홍양칭 앞에 나타나서 살짝 머리를 숙여 보이며 말했다. 그런 장용에게 홍양칭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지부장님 지시였소.”

홍양칭의 말은 고마움은 자신이 아니라 흑사회 지부장인 마롱에게 하란 소리였다. 그걸 못 알아먹을 장용이 아니었다.

“여기가 정리 되는 대로 지부장님께 전화를 드리겠소.”

“뭐 그러던지. 그런데 이제 어쩔 거요?”

흑사회는 당하면 곱절로 갚아 주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다. 사도철이 제일파를 움직여서 광룡파를 친 이상 광룡파에서 가만 있을 수는 없는 노릇.

“사도철이 잡으러 가야지요.”

장용의 입에서 홍양칭이 예상했던 대답이 바로 나왔다. 그 대답을 들은 홍양칭이 바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나다. 어. 어떻게 됐어? 제일파의 안전 가옥? 몇 놈이나 있어? 어. 위치가 어디라고? 어. 아아. 거기. 알았다.”

그렇게 장용 앞에서 어딘가 전화 통화를 한 뒤 홍양칭이 장용에게 말했다.

“사도철이 어디 있는 지 알아냈소.”

홍양칭의 말에 장용이 눈빛을 빛내며 바로 물었다.

“어딥니까?”

“대월읍에 수정봉이라고 아시오?”

수정봉은 제주도 서쪽 끝에 위치한 산봉우리였다. 등산을 좋아하는 장용이 자주 가는 등산 코스 중 한 곳이었다.

“잘 알지요.”

“그럼 거기에..............”

홍양칭의 위치 설명이 있고 장용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라면 잘 압니다.”

“거기 지키는 인원은 대략 20명 정도 된다고 하오.”

장용이나 광룡파에 있어서 거기를 몇 명이 지키고 있는 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 수가 얼마가 됐던 광룡파의 피의 복수는 피해 갈 수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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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사회 지부에서 내 준 임무와는 별개로 광룡파 조직원들은 피로 얼룩진 자신의 아지트와 그 인근을 대충 정리했다. 시간 관계상 시체들은 다 냉동 창고에 넣어 두었다. 급한 일부터 보고 시체를 처리할 요량으로.

“준비 다 됐습니다.”

장용은 그나마 멀쩡한 광룡파 조직원들을 3대의 승합차에 나눠태웠다. 제일파와의 싸움에서 광룡파의 피해가 없을 순 없었다. 특히 광룡파의 아지트를 지키다 죽은 조직원만 스물명이 넘었으니까. 그리고 제일파와 싸우다 다친 조직원도 그 정도 되었는데 의사인 김기수만 오늘 죽어나고 있었다.

“고맙소.”

장용은 그런 김기수에게만은 인사를 했다. 그런 장용에게 김기수가 길게 한 숨을 내 쉬며 말했다.

“어째든 목숨만 붙여 오시오. 그럼 내가 살려 줄 테니.”

김기수도 장용과 그의 수하들이 지금 뭘 하려는 지 아는 모양이었다. 하긴 조폭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체면과 위신이었으니까.

조폭은 자신들을 건드린 자를 반듯이 응징을 해야 한다. 아니면 사람들이 그들을 우습게보게 될 것이고 그럼 그 조폭은 더 이상 조폭이 아니었다. 제일파가 광룡파를 건드린 이상 제일파와 광룡파는 더 이상 제주도에서 공존 할 수 없었다.

잔뜩 굳어 있던 장용의 얼굴이 김기수의 말에 조금은 펴졌다. 장용은 다친 광룡파 수하들을 의사 김기수에게 맡기고 승합차에 대기 중인 수하들을 이끌고 제주도 서쪽 끝으로 움직였다.

그때 홍양칭은 광룡파가 떠나는 걸 지켜보다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또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어?

핸드폰 너머로 굵직한 흑사회 지부장 마롱의 목소리가 들려오자 홍양칭이 정중하게 말했다.

“늦지 않게 와서 광룡파와 같이 제일파를 처리했습니다.”

-잘했어. 뒤처리는?

“대충하고는.... 지금 막 사도철을 치러 가는 모양입니다.”

-뭐?

좀 당황했던지 잠시 말이 없던 마롱이 길게 한 숨을 내 쉬며 말했다.

-하아! 하긴 가만있을 수는 없지.

마롱도 조폭이기에 조폭의 이런 습성을 이해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중요한 일을 해야 할 광룡파가 자꾸 다른 일에 휩쓸리는 게 그로서는 불만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그 일을 광룡파가 맡았는데.

-홍양칭.

“네.”

마롱은 홍양칭에게 모종의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네. 네. 네에? 제가요? 알, 알겠습니다.”

그렇게 마롱과 통화를 끝낸 홍양칭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이런 개 같은..... 하아. 내가 조선족 놈들 뒤치다꺼리나 해야 하냐고?”

홍양칭은 불만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흑사회 지부장인 마롱이 그에게 직접 내린 지시였다.

홍양칭으로서는 싫어도 따를 수밖에 없었다. 홍양칭은 화를 삭이며 호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러자 그 옆에 있던 홍양칭의 수하가 재빨리 그 담배에 불을 붙였다

“후우!”

폐부 깊숙이 담배를 흡인한 후 그 담배 연기를 길게 내 뱉으며 홍양칭이 외쳤다.

“야. 빨리들 타.”

그러자 그 외침에 흑사회 조직원들이 우르르 대기 중인 승합차에 올라탔다. 홍양칭은 그들이 다 탄 걸 확인하고 나서 두어 모금 더 담배를 빤 뒤 그 담배를 버리고 승용차에 탔다. 그러자 어디로 가야 할지 아는 듯 운전석의 흑사회 조직원이 곧장 승용차를 출발 시켰고 흑사회 조직원들을 가득 태운 승합차들이 곧장 그 뒤를 쫓아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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