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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좀 전에 들었던 목소리가 장용의 귀에 들려왔다.
-운룡호에서 물건 챙겼다면서요. 그럼 뭘 해야 할지 알겠지요?
“하지만 물건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니까 빨리 팔아야죠. 기간은 한 달입니다. 판매한 돈은 지부로 바로 보내 주시고요. 그 판매 대금 다 들어오면 가족들은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겁니다. 그럼 전 바빠서 이만.
제이동은 자신의 할 말만 일방적으로 통보하듯 장용에게 전하고 먼저 전화를 끊어 버렸다.
“이런 개 새끼....”
콰직!
장용이 들고 있던 핸드폰은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평소 진중한 성격의 장용이건 만 제이동이 그의 꼭지를 제대로 돌게 만들었던 것이다. 어차피 저들이 광룡파 조직원들의 가족들을 인질로 잡고 있는 한 광룡파는 그들이 시킨 대로 할 수밖에 없었다. 장용은 그걸 알면서도 답답한 마음에 한 동안 멍하니 바다만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런다고 별 뾰족한 대책이 생각 날리 없었다.
“가자.”
결국 장용은 맡은 임무를 수행하기로 하고 수하들과 같이 아지트로 돌아갔다. 그런데 아지트 앞에 웬 놈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 피투성이가 된 광룡파 조직원들이 무릎 꿇려 있는 게 보였다. 장용과 광룡파 조직원들은 곧장 차에서 내려서 그쪽으로 향했다. 그때였다.
우우우웅!
기계음이 울리고 광룡파 아지트 근처 고물상의 집게가 광룡파 조직원들이 있는 쪽으로 움직였다. 그런데 그 집게에 사람이 매달려 있었다.
“보성아!”
장용은 자신의 왼팔인 이보성을 바로 알아봤다. 그런데 보성은 장용의 부름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 축 늘어져 있는 게 아무리 봐도 살아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때였다.
“죽여!”
무릎 꿇고 있던 광룡파 조직원들 뒤에서 섬뜩한 소리가 들려왔다.
서걱!
칼을 든 녀석들이 무릎 꿇고 있던 광룡파 조직원 뒤에서 나타나서 그들 목을 그어 버린 것이다.
“동철아!”
“진우야!”
그걸 보고 장용의 뒤에 있던 광룡파 조직원들이 소리쳤다. 하지만 동료들에게 자신의 이름이 불린 광룡파 조직원은 대답을 해 줄 수가 없었다. 대신 목에서 피분수를 내뿜으며 땅바닥을 꿈틀거리다 이내 축 몸을 늘어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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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두어 시간 전까지 같이 있었던 동료들이었다. 중국에서부터 친했지만 제주도에 함께 오고 나서 더 친해진 사이였다. 사실 가족이나 마찬가지인 동료들이 너무도 허망하게 죽어 가는 걸 보고 광룡파 조직원들은 먼저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화가 났다.
“씨발 새끼들! 다 죽여!”
“죽이자!”
피를 보면 돌변하는 광룡파 조직원들이 제대로 화가 났다. 그들은 늘 자기 몸에 지니고 다니던 칼과 도끼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의 새로운 보스인 장용의 명령도 없이 곧장 동료를 죽인 놈들에게 달려들었다.
“와아아아아!”
자신을 지나쳐서 일제히 달려나가는 광룡파 조직원들을 보며 장용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때 장용의 오른팔인 상철이 장용에게 말했다.
“형님. 보성이 데려 오겠습니다.”
그 말에 장용이 그러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상철이 자기 밑에 수하 둘을 데리고 아지트 옆쪽 고물상으로 움직였다. 상철이 움직이자 장용도 수하들을 따라 놈들에게로 달려갔다.
장용은 놈들이 누군지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중국 놈들은 아니었다.
“짱깨들 다 조져부러!”
“이 씹새끼들 허벌라게 찡하네.”
중국 놈들이 한국말로 저렇게 사투리를 쓸리는 없으니까. 그 사이 광룡파 아지트 앞에 공터는 치열한 싸움터로 변해 있었다. 놈들도 광룡파에 대해 잘 알고 온 듯 제대로 연장들을 갖추고 있었다. 때문에 아무리 깡다구가 좋은 광룡파 조직원들이지만 평소처럼 압도적으로 놈들을 몰아붙이진 못했다. 그때 장용이 싸움에 끼어들면서 팽팽하던 기세가 조금씩 광룡파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빠악!
“크아아악!”
장용의 도끼에 어깨를 찍힌 녀석이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볼 것도 없이 어깨 쇄골이 박살났을 터. 그 상태로 더 싸우긴 틀렸다.
푹푹푹푹!
그때 장용의 다른 손에 쥐어져 있던 칼에 배를 4방이나 찔린 녀석이 하얗게 질린 얼굴로 뒷걸음질을 치다가 벌러덩 뒤로 쓰러졌다. 아마 빨리 치료 받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장용도 그렇고 광룡파 조직원들 중 상대가 죽는 것에 대해 두렵게 생각하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들에게 싸움은 언제든지 죽을 수 있는 전쟁터였다. 그렇게 자신이 죽을 각오로 싸우니 상대가 광룡파 하면 질겁할 수밖에. 그건 지금 싸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광룡파 조직원들은 악귀 같이 싸웠고 잔인했다. 그 때문에 상대는 광룡파 조직원들에게 기세를 빼앗겼다. 그리고 놈들이 광룡파 조직원들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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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철의 지시로 그를 습격한 자들을 알아 봤더니 광룡파 놈들이었다. 그리고 광룡파 놈들의 배후에는 흑사회가 있었고.
원래 제일파 보스 윤국일도 흑사회의 행사가 그 동안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사도철이 절대 먼저 흑사회를 건드리지 말란 명령 때문에 지금까지 참아왔다. 그런데 사도철이 흑사회 소속 광룡파의 습격에 당한 뒤 친 중국 성향을 버렸다.
“흑사회고 뭐고 당장 그 광룡파 놈들 잡아 와. 특히 거기 보스 녀석은 반드시 살려서 내 앞에 끌고 와야 할 거다.”
“네. 형님.”
제일파 보스 윤국일은 일단 사도철 앞에서는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사채업자 사도철과 달리 뼈 속까지 건달이었다. 때문에 언제고 사도철의 그늘에서 벗어나서 제대로 된 자신의 조직을 갖고 싶어 했는데 그 동안 사도철이란 존재가 워낙 거대해서 그 벽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늘 기회를 엿봤다. 그런데 드디어 윤국일에게도 그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제주도의 토종 조폭 조직의 우두머리 격인 사도철과 제주도에 진출한 흑사회의 사이가 완전히 틀어 진 것이다.
윤국일은 이 기회를 최대한 이용해서 사도철을 제거하고 자신이 명실공히 제주도 어둠의 제왕이 될 꿈을 꿨다.
“그 전에 일단 사도철이 시킨 대로 움직여 줘야겠지.”
윤국일은 사도철의 비위를 맞춰주기 위해서 수하들을 소집시켰다. 그러자 그 수가 500명을 훌쩍 넘겼다. 윤국일은 그 중에서 최정예로 100명의 조직원들만 따로 추렸다. 그리고 그들에게 제대로 싸울 수 있게 연장을 준비 시키는 한 편 놈들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알아보니.......광룡파 놈들. 깡다구가 대단합니다. 그러니 정면으로 붙으면 승산이 없습니다.”
“그래서?”
“놈들을 유인해서 포위 한 뒤 처리하는 게 최선일 거 같습니다.”
그리고 놈들을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분석도 끝났다. 그렇게 모든 준비가 갖춰지자 윤국일은 직접 100명의 조직원들을 이끌고 놈들의 아지트로 향했다. 그런데 거기 도착하니 놈들이 어디 갔는지 아지트 안에는 부상자를 비롯해서 20여명의 광룡파 놈들만 남아 있었다.
“쳐!”
윤국일은 별 생각 없이 그들을 정리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랬더니 20여명의 광룡파 놈들을 제압하는 데 50명이나 되는 그의 조직원들이 당해 버렸다. 그래서 윤국일은 즉시 연락을 취해 남은 100명의 조직원을 이곳으로 더 불러 들였다. 그리고 광룡파 놈들 중 끝까지 저항을 하다가 붙잡힌 보성이란 놈을 본보기로 때려 죽였다. 그러자 잡혀서도 전혀 굴복하지 않고 있던 광룡파 놈들도 그 기세가 확 죽었다.
“그러니까 저 놈이 여기 보스 최측근 수하 중 한 명이란 말이지?”
윤국일은 잘 됐다며 보성의 시신을 옆 고물상 집게에 매달아 놓게 했다. 아마 그걸 보면 광룡파 놈들의 눈이 더 돌아갈 터였다. 하지만 그걸 로는 부족했다. 그래서 윤국일은 50명의 피해를 입으면서도 잡아 놓은 광룡파 놈들을 기꺼이 미끼로 쓰기로 했다.
어차피 죄다 죽일 놈들이었다. 그런 놈들을 광룡파 조직원들이 보는 앞에서 죽인다면 아마 광룡파 놈들이 이성을 잃고 미쳐 날 뛸 터. 그런 놈들을 자신의 수하들이 포위해서 다 죽여 버리면 끝날 일이었다.
그렇게 모든 준비를 끝내 놓고 나자 딱 맞춰 광룡파 놈들이 그들 아지트로 돌아왔다. 윤국일은 계획대로 놈들을 도발시켰고 그 도발에 놈들이 바로 넘어갔다. 단지 문제라면 놈들이 생각보다 더 빨리 덤벼들었다는 점. 하지만 문제 될 건 없었다. 어차피 수적으로 이쪽이 유리한 상황이었으니까.
“지금이다. 숨겨 놓은 녀석들 불러.”
윤국일은 싸움이 거의 팽팽하게 전개 될 때 안전하게 나머지 50명의 수하들을 불러내라고 했다. 그 수하들이 뒤를 치면 단숨에 광룡파 놈들을 포위해서 놈들을 다 죽여 버릴 생각이었다.
“..........”
그런데 윤국일의 명령이 내려졌음에도 숨어서 대기 중이던 그의 수하 50명은 어떻게 된 것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이, 이게 어떻게 된 거야?”
그때 광룡파와 제일파의 팽팽하던 싸움의 균형이 무너졌다. 그걸 보고 윤국일은 불길한 느낌이 확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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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국일과 제일파는 광룡파를 찾는데 너무 요란을 떨었다. 당연히 그런 그들을 흑사회에서 간파했고 흑사회 지부장 마롱은 그림자들을 통해 제일파를 감시케 했다. 그 결과 제일파가 광룡파의 아지트를 친 사실이 흑사회 지부장 마롱에게 전해졌다. 이에 마롱은 흑사회 조직원들을 즉시 광룡파 아지트로 보냈다.
마롱의 최측근 제이동이 요즘 워낙 바쁜 탓에 마롱은 그가 제이동 다음으로 신뢰하는 수하 홍양칭에게 그 일을 맡겼다.
홍양칭은 30명의 흑사회 조직원들을 이끌고 광룡파 아지트로 향했고 거기 도착했을 때 광룡파와 제일파의 싸움도 막 시작 되고 있었다.
“어? 저것들 뭡니까?”
“뭐야? 왜 안 싸우고 저렇게 숨어 있는 거지?”
홍양칭은 즉시 수하를 시켜 알아보게 했다. 그러자 숨어 있는 놈들이 바로 제일파 조직원들임을 알 수 있었다.
광룡파와 제일파의 싸움이 시작 되고 나면 기회를 봐서 광룡파의 뒤를 치기 위해 제일파가 준비 해 놓은 조직원들이 분명했다.
그 수는 대략 50명 정도. 하지만 홍양칭의 눈에 그들은 별거 없는 건달들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가자.”
홍양칭은 놈들이 싸움에 끼어들기 전에 휘하 흑사회 조직원들을 이끌고 되레 그들을 뒤를 칠 생각이었다. 홍양칭이 흑사회 지부장 마롱에게 들은 명령은 광룡파를 지키는 것. 그걸 위해서 광룡파의 뒤통수를 치려고 숨어 있는 쥐새끼들은 그가 대신 처리해 줘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