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믿고 쓰는 미드필더-673화 (67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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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자포자기한 얼굴의 장용이 첸을 보고 말했다.

“그 임무가 뭡니까?”

장용을 상대로 간단히 판정승을 거둔 첸이 제이동이 말한 그대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장용에게 전했다.

“그러니까 오늘 중으로 화순항으로 가서 거기 들어 와 있는 중국 배중에 운룡호를 찾아가란 말이로군요.”

장용도 제주 화순항이 중국 밀수선들이 들어오는 곳임을 잘 알았다. 즉 밀수된 물건을 운룡호란 배에서 받아 놓으란 소리였다. 문제는 그 물건이 대체 뭔가 였다.

‘설마......’

만약 그 물건이 장용이 걱정하는 그 물건이 맞다면 문제는 심각해졌다. 그 물건은 광룡파에서 손대선 안 될 물건이었으니까.

‘만약 그 물건이 맞다면.......’

광룡파는 흑사회와 결별을 선언해야 할지 몰랐다. 그럼 당연히 흑사회에서 가만있지 않을 터. 하지만 이래죽나 저래 죽나 죽는 건 마찬가지였다. 이왕 죽을 거 개 죽음은 피하고 봐야 하지 않겠는가?

“알겠습니다. 일단 물건을 받도록 하지요.”

지금 장용과 광룡파가 할 수 있는 건 흑사회 지부장의 지시를 따르는 것이었다. 그 다음 일은 그 뒤 닥치면 해결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들은 흑사회 지부에 코가 꿰였기에 어차피 그들이 끄는 대로 따라 움직여야했다. 하지만 그 코뚜레는 얼마든지 뜯고 달아 날 수 있었다.

“그럼 전 지부장님의 전언을 다 전해드렸으니 이만 물러가도록 하겠습니다.”

첸은 곧장 일어나서 보스 방을 나섰다. 그러자 방 밖에 있던 상철이 그를 아지트 밖까지 배웅해 주었다. 첸은 타고 갈 차가 없었기에 그대로 큰 길로 나갔고 거기서 택시를 잡아타고 곧장 제주도 흑사회 지부가 있는 제주시내로 향했다.

첸을 아지트 밖으로 내 보낸 뒤 상철은 곧장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찾아 내.”

상철은 첸이 장용과 보스 방에서 얘기를 나눌 때 수하들에게 은밀하게 지시를 내렸다. 바로 도청기를 찾아내라고 말이다.

요즘은 하도 도청이 많아서 그걸 찾아내는 기기도 많이 팔았다. 그리고 그 기기를 광룡파도 보유하고 있었다. 그 기기로 상철의 수하들이 아지트 안을 샅샅이 뒤졌다.

삐삐삐삐삐삐....

“찾았다.”

그리고 찾기 시작한지 10분도 되지 않아서 흑사회에서 숨겨 놓은 도청기를 찾아 낸 상철은 구둣발로 그 도청기를 짓밟아 박살을 내 놓았다. 그리고 수하들에게 재차 말했다.

“도청기가 더 있을지 모르니까 더 찾아.”

그렇게 한 시간 넘게 광룡파 조직원들은 도청기를 찾았다. 하지만 처음 발견한 그 도청기 말고 더 이상 도청기는 나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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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하들이 도청기를 찾는 동안 상철은 보스 방의 장용을 찾았다. 장용은 혼자 무슨 고민이라도 있는지 상철이 방에 들어 왔는데도 몰랐다.

“형님!”

그래서 상철이 기척을 내자 그제야 장용이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어. 상철아. 너 잘 왔다. 이리 와봐.”

장용은 상철을 붙잡고 흑사회 지부장의 전언을 그에게 얘기했다.

“그러니까 레이펑이 받은 임무를 형님이 맡아야 한다는 말이군요?”

“그런 셈이지. 그런데 그 임무란 게 화순항에서 운룡호란 배에서 무슨 물건을 받는 것에서 시작을 한다.”

“화순항이요?”

장용의 화순항이란 말만 들도 상철의 얼굴이 벌써 굳었다. 상철도 화순항으로 들어 온 물건이 불법적인 물건이란 걸 알기에 그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우려 섞인 목소리로 장용에게 말했다.

“그 물건이 만약에 마약이라면........ 골치 아파집니다.”

“그럼 우리도 우리 살길을 찾아야겠지.”

장용은 만약 그 물건이 마약이고 임무란 것이 그 마약을 유통시켜야 하는 일이라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진 상철의 말에 장용의 얼굴이 당혹감에 물들었다.

“하지만 흑사회에서 그것도 염두에 두지 않고 임무를 내 줬겠습니까? 당장 놈들이 우리 가족들을 인질로 잡고라도 있다면.......”

그 말에 장용이 다급히 말했다.

“당장 조직원들에게 시켜서 가족과 연락을 취해 보도록 해.”

장용은 확인 차 그 지시를 내렸고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상철은 곧바로 그 지시에 따랐다. 수하들에게 가족들과 통화를 해 보라는 지시를 내리고 상철도 상해에 있는 자신의 가족들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런데 어제까지만 해도 재깍재깍 그의 전화를 받던 그의 와이프가 갑자기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그건 광룡파 다른 조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장용은 잔뜩 굳은 얼굴의 상철을 보고 질끈 두 눈을 감았다. 자신은 혼자였다. 그래서 언제 죽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광룡파 조직원들 대부분이 중국에 가족들을 두고 있었다. 그런데 그 가족들을 흑사회에서 인질로 잡고 있다면 광룡파 조직원들의 선택을 하나 뿐이었다.

“개새끼들....”

장용의 굳은 얼굴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 그 소리를 들은 상철은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당장 자신도 가족이 걱정이었다. 만약 가족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긴다면 상철은 살 수 없을 거 같았다. 때문에 그는 불나방처럼 불구덩이로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

광룡파 조직원들이 일제히 자신의 가족들에게 전화를 걸어 덴 것 때문일까? 흑사회 지부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나 제이동이요. 확인했겠지만 광룡파 조직원들의 가족은 흑사회에서 잘 보호하고 있소. 그러니 지부에서 시킨 대로 움직이시오. 괜한 수작 부릴 생각 말고.

장용도 흑사회 지부장 마롱의 최측근 수하 제이동을 알았다. 그 자가 나섰다면 상황은 더 어려워졌다고 보면 됐다.

곧 흑사회 요직을 꿰찰 녀석이 제이동이었다. 그런 만큼 그를 위해서 흑사회 조직 안에서 제대로 된 서포트를 해 주고 있었다. 한마디로 광룡파는 제대로 코가 꿰인 것이다. 장용은 비로소 광룡파가 절대 떼어 내지 못할 코뚜레를 꿰게 된 걸 알게 되었다. 그런 장용의 얼굴은 곧장 절망에 물들었다. 자신은 상관 없었다. 하지만 그의 수하들은 도대체 어째야 한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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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동과 통화를 끝낸 장용이 상철을 쳐다보았다. 상철은 장용이 복잡 미묘한 눈으로 자신을 빤히 쳐다보자 입을 열었다.

“화순항으로 갈 준비를 할까요?”

“..........”

장용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이 상황에서 상철은 장용에게 뭐라 말을 할 수 없었다. 그럴 것이 장용의 결정에 그의 가족의 생사가 달려 있었으니까. 상철은 화순항으로 가기 위한 준비를 하러 보스 방을 나섰다. 그때 혼자 보스 방에 남은 장용이 두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감쌌다.

“하아. 도저히 대책이 없어.”

그가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처한 위기를 극복해 내는 게 쉽지 않았던 것이다. 일단 그 물건이 마약이 맞다면 그것 하나 만으로도 광룡파는 핵폭탄을 끌어안은 셈이 된다.

“어떻게 유통까지는 시킨다고 하지만......... 그 다음은.........”

마약의 양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유통 시킬 마약이 30Kg만 되도 제주 경찰이 움직일 터였다. 그리고 제주 마약 시장을 어지럽힌 것에 대해서 마약 조직들도 가만있지 않을 것이고. 결국 광룡파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장용이 혼자 보스 방에서 걱정에 잠겨 있을 동안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형님. 준비 다 됐습니다.”

그 사이 광룡파 조직원들이 화순항으로 갈 준비가 끝나 있었다. 장용은 아지트를 지킬 인원 10명만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승합차에 태웠다. 그리고 자신은 상철과 같이 승용차에 타고 앞장서서 움직였다.

그렇게 한 시간 쯤 뒤 화순항에 도착한 장용은 운룡호를 찾았다.

“저깁니다.”

운룡호는 제법 큰 상선이었다. 그래서 장용은 혹시나 싶었다. 마약 말고 장물들이라면 광룡파에서도 어렵지 않게 처분이 가능했다. 하지만 운룡호 선장을 만나고 나서 장용의 얼굴이 바로 굳었다.

“가져가게.”

운룡호 선장이 장용을 보자마자 묵직한 가방 하나를 그에게 던진 것이다.

척!

얼떨결에 그 가방을 받은 장용은 그 가방 안에 들어 있는 게 뭔지 바로 눈치 챘다. 그런데 가방 무게가 너무 무거웠다. 족히 10Kg은 넘을 거 같았다. 하지만 가방 안에 마약 말고 다른 것들이 들어 있을 수 있었다. 그러니 가방은 열어 봐야 했다.

찌이이익!

바로 가방 지퍼를 내리고 가방 안을 살피던 장용의 얼굴이 벌레 씹은 얼굴로 변했다. 그런 그를 보고 운룡호 선장이 생글거리며 말했다.

“물건 다 확인했으면 이제 그만 가봐.”

그런 운룡호 선장을 장용이 매서운 눈으로 쏘아보았다. 하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운룡호 선장은 그런 장용의 살기등등한 눈빛을 별 대수롭지 않게 받아냈다. 운룡호 선장은 마치 네가 째려보면 어쩔 건데 하는 식으로 오만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딱 봐도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단 소리였다.

아니나 다를까? 배에 타고 있는 선원들이 면면이 다들 보통이 아니었다. 여기서 장용이 무슨 소란이라도 피우면 아마 몸성히 배에서 내리진 못할 터였다.

그걸 눈치 챈 장용이 이내 운룡호 선장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열어 둔 지퍼를 다시 잠갔다. 그리곤 그 가방을 챙겨 든 체 조용히 운룡호를 빠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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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룡호 밖에 있던 상철이 그 배에서 내리는 장용을 보고 곧장 그에게로 움직였다. 그런데 장용의 얼굴 표정이 좋지가 않았다.

“하아!”

상철은 장용의 손에 들려 있는 가방을 보고서는 길게 한숨을 내 쉬었다. 역시나 운룡호에서 넘긴 물건은 마약이 확실했던 것이다.

“주십시오.”

장용에게 다가간 상철이 말했다. 하지만 장용은 자신이 들고 있던 가방을 상철에게 넘기지 않았다. 그대로 그 가방을 들고 장용이 계속 걸으면서 상철에게 말했다.

“상철아. 큰일 났다.”

“네?”

상철이 아는 그의 형님 장용은 어지간한 일에는 꿈쩍하지도 않았다. 그런 장용이 큰일 났다고 하면 진짜 큰일이 난 것이다.

스윽!

그 말 후 장용은 들고 있던 가방을 상철에게 넘겼다. 상철이 그 가방을 받자 장용이 말했다.

“그게 다 마약이다.”

“네에?”

상철이 기겁하며 소리쳤다. 그가 장용에게 받은 가방은 제법 묵직했다. 그런데 이게 다 마약이라니. 많아도 너무 많았다. 만약 이걸 다 광룡파에서 처분하라고 하면........

상철은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런데 그때 장용의 핸드폰이 울렸다. 장용은 누군지 확인하고 바로 그 전화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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