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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671화 (67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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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류수창과 그를 에워 싼 보성과 그 수하들 간에 대치 국면이 잠시 이어졌다. 하지만 보성은 여기서 더 시간 끌 생각이 없었다. 어차피 덫에 걸린 사냥감이었다. 결국 류수창은 잡히게 되어 있었다.

“쳐!”

보성이 류수창을 향해 달려들면서 동시에 소리쳤다. 한 손으로 다섯 손을 막는 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물론 무공 고수들에게는 그게 가능했다. 내공을 쓰는 그들은 불가사의한 능력을 발휘하니까. 문제는 류수창이 무공 고수가 아니란 점이었다.

휙! 부웅! 서걱!

보성의 제일 먼저 류수창을 향해 칼을 찔러 넣었다. 그걸 류수창은 몸을 틀어 피하면서 바로 발차기를 가하려 했다. 하지만 보성은 오히려 그걸 노렸다. 보성에게는 칼과 함께 도끼가 들려 있었고 칼을 찌르면서 동시에 다른 손의 도끼를 준비하고 있었다. 류수창의 발차기를 가해 오면 그 다리를 도끼로 내려찍으려고. 하지만 보성의 그런 움직임이 자연스럽지가 못했다.

우뚝!

때문에 그걸 눈치 챈 류수창의 다리가 들어 올려 졌다가 끝에서 뻗지를 않았다. 때문에 그의 발차기를 노리고 있던 보성의 도끼가 허공만 갈랐다. 하지만 보성의 공격이 류수창에게 아예 먹혀 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공격은 보성 혼자 한 게 아니었으니까. 보성의 명령에 류수창을 사방에서 에워싸고 있던 그의 수하들이 득달같이 달려들었고 안 그래도 발차기 동작을 취하느라 중심이 무너진 류수창은 그 공격을 피하기 급급했다.

서걱! 서걱!

그 과정에서 보성의 수하들이 칼과 도끼에 팔뚝과 허벅지를 베인 류수창은 끝까지 붙어 들어오는 보성의 수하의 안면에 무릎을 찍어 넣었다.

콰직!

“켁!”

제대로 안면을 직격 당한 보성의 수하는 코뼈가 주저앉아서 쌍코피를 뿌리며 널브러졌다. 그리고 눈에 흰자위를 드러내는 게 딱 봐도 더 싸우긴 어려워 보였다.

“죽어!”

동료가 당하자 보성의 수하들의 기세가 더 흉흉해졌다. 그들은 악에 받쳐서 류수창을 향해 들고 있던 흉기를 마구 휘둘러댔고 류수창은 그 기세에 어쩔 수 없이 몸을 빼면서 피하기만 했다.

푹!

그때 류수창의 옆구리로 뭔가 섬뜩한 것이 그의 옷을 뚫고 들어왔다.

“크윽!”

류수창은 신음 소리와 함께 동시에 팔꿈치를 뒤로 돌려 휘둘렀다. 그를 등 뒤에서 찌른 놈을 그냥 둘 수 없었으니까.

휙!

하지만 류수창의 팔꿈치는 허공만 휘저었다. 그리고 그의 옆구리를 찌른 칼은 어느 새 빠져 나갔고 그 때문에 류수창의 옆구리에서 피가 터져 나왔다. 류수창은 재빨리 손으로 그 자상이 난 곳을 틀어막았다.

과다출혈은 당장 그를 쇼트 상태로 만들 수 있었다. 그럼 진짜 끝장이었다.

파파파팟!

류수창은 곧장 정면으로 뛰었다. 그곳에 보성의 수하가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비록 부상을 입었지만 한 놈 쯤은 간단히 상대할 수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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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수창은 일방적으로 보성의 수하들의 흉흉한 도끼질과 칼질에 밀리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달랐다. 그는 피하는 척 하면서 최대한 창고 입구 쪽으로 움직였던 것이다. 그리고 옆구리에 칼침을 맞자 바로 입구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 입구 쪽에는 보성의 수하 한 명이 자신을 향해 달려 오는 류수창을 향해 도끼를 휘둘렀다.

휙!

하지만 그 도끼에 그냥 맞아 줄 류수창이 아니었다. 슬쩍 몸을 옆으로 움직여 그 도끼를 피한 류수창은 가볍게 손등으로 보성의 수하 얼굴을 때렸다. 그리 강한 일격은 아니지만 눈을 때렸기에 보성의 수하는 얼굴을 찡그린 체 눈을 꼭 감고 뒷걸음질을 쳤다.

파팟!

그 사이 류수창은 뚫린 포위망 밖으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가 막 냉동 창고 입구에 도착했을 때 뭔가가 그의 옆을 덮쳐왔다.

류수창은 그걸 떼어 내기 위해서 손을 썼지만 상대는 그런 그의 손에 맞고도 기어코 그를 끌어 안았다. 그리고 달려온 기세 그대로 류수창을 끌어 안고 바닥에 쓰러졌다.

“크아아악!”

그런데 그자와 함께 바닥을 뒹굴던 류수창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럴 것이 그를 덮친 놈이 바닥을 뒹굴 때 손으로 류수창이 칼에 찔린 옆구리에 손을 쑤셔 넣은 것이다. 그러니 류수창의 입에서 비명소리가 나오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동시에 류수창은 자신을 끌어 안고 있는 놈의 머리를 주먹으로 쳤다. 하지만 끌어 안은 상태에서 바닥을 뒹구는 도중에 그것도 상대가 자신의 옆구리 안으로 손을 쑤셔 넣고 있는 상황이었다

제대로 된 타격이 이뤄질리 없었다. 잠시 뒤 류수창은 자신의 옆구리에서 장기가 죄다 빠져 나가는 느낌을 받고는 이내 몸을 축 늘어트렸다.

“크크크큭....”

그때 류수창과 같이 바닥을 뒹굴던 자가 웃기 시작했다. 류수창의 몸이 축 늘어지는 순간 뒹굴던 두 사람의 움직임도 이미 멈춘 상태였다. 그때 류수창과 같이 바닥을 뒹굴던 자가 류수창에게서 몸을 떼어냈다. 그런데 그의 손에 시뻘건 뭔가가 쥐어져 있었다.

그게 뭔지는 곧바로 알 수 있었다. 그것이 쓰러져 있는 류수창의 옆구리로 이어져 있었으니까.

철퍼덕!

그 자는 쥐고 있던 류수창의 장기를 바닥에 집어 던졌다. 그리고 주위를 살폈는데 류수창의 죽음을 본 탓일까? 끝까지 저항하던 류수창의 수하들이 맥없이 보성의 수하들에게 당하기 시작했다.

그걸 보고 있던 좀 전 류수창을 제거한 자가 말했다.

“담배 하나 줘.”

그 말에 근처에 있던 보성의 조직원이 들고 있던 도끼를 버리고 피 묻은 손을 슥슥 바지에 닦았다. 그 다음 바지 호주머니 속에서 구겨진 담배갑을 꺼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살짝 꾸부러졌지만 성한 상태의 담배를 꺼내서 그 자의 입에 물려 주었다.

칙!

그리고 그 자가 물고 있는 담배에 판촉용 가스라이터로 불까지 붙여 주었다.

“후우우!”

그 자는 길게 담배 연기를 내뿜으면서 뒤돌아서 죽어 있는 류수창을 쳐다보며 중얼거렸다.

“씹 새끼. 겨우 잡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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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 그러니까 류수창의 옆구리에서 장기를 끄집어내서 죽인 그 자의 정체는 바로 보성이었다. 그리고 류수창의 옆구리에 칼침을 놓은 것도 보성이었고.

보성은 류수창과 싸우면서 계속 틈을 봐왔다. 그리고 그의 수하들이 그를 몰아붙일 때 몰래 그 뒤로 돌아갔고 기어코 류수창의 옆구리에 칼침을 놓을 수 있었다. 그러자 류수창의 기세가 확 바뀌었다.

상처 입은 호랑이가 날 뛰듯이 몸을 날렸는데 그때 보성은 류수창의 의도를 바로 간파했다.

보성은 류수창이 자신의 수하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냉동 창고 입구 쪽으로 움직이고 있을 때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상을 당하자 여지 없이 자신의 본색을 드러낸 것이다.

보성은 입구 쪽으로 달려가는 류수창을 보고 그도 입구쪽으로 내달렸다. 류수창이 먼저 움직였지만 그는 곧 보성의 수하에게 가로 막혀 살짝 시간을 지연 당했다. 그 사이 보성이 먼저 입구쪽으로 갔고 자신의 수하를 벗겨내고 입구 쪽에 도착한 류수창에게 몸을 날렸다.

무기를 휘두를 수 있었지만 그럼 그걸 피해 낼 류수창이었다. 그리고 보성까지 벗겨내고 입구밖으로 나갈 녀석이었다. 그래서 보성은 무기를 휘두르지 않고 자신의 몸으로 류수창을 덮쳤다. 류수창은 그런 보성을 떼어내려 했다.

류수창의 주먹이 바로 급소인 관자놀이를 때린 것이다. 그러자 보성은 머리가 멍해지며 몸에 힘이 쫘악 빠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보성은 악착같이 류수창을 끌어 안고 버텼다. 그 결과 둘이 같이 뒤엉켜서 쓰러졌고 그때 보성은 직감했다. 무조건 움직여야 한다는 걸. 그래서 안고 있던 류수창과 같이 바닥을 뒹굴었다. 그때 그의 머릿속에 자신이 류수창의 옆구리에 제대로 칼침을 먹인 게 생각났다. 그래도 뒹굴면서 한 손을 빼내서 류수창의 옆구리 자상으로 손을 쑤셔 넣었다. 그때 류수창이 끔찍한 비명과 함께 악을 쓰며 보성을 떼어내려고 그의 머리에 주먹질을 해댔다. 하지만 그리 위력적인 공격은 아니었다. 그 사이 류수창은 더 손을 상처 안으로 쑤셔 넣었고 그의 손에 류수창의 장기가 잡혔다. 보성은 힘껏 그 장기를 자신의 손과 함께 밖으로 끄집어냈다. 순간 류수창의 몸에서 힘이 쭈욱 빠져 나가더니 이내 그의 몸이 축 늘어졌다.

‘끝났다.’

보성이 류수창의 장기를 빼내면서 그 과정에서 과다출혈로 인한 쇼크로 류수창의 심장 기능이 멈춰 버린 것이다. 그렇게 어렵게 류수창을 제거하는 데 성공한 보성은 담배 한 대를 다 피우고 나자 주위를 쳐다보며 말했다.

“수고했다. 다친 사람들은 치료 받고 성한 사람들은 뒤처리를 한다.”

보성의 외침에 그의 수하들이 각자 알아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크으윽!”

보성은 류수창에게 하도 두들겨 맞은 머리가 띵해서 똑바로 걸을 수가 없었다. 아무래도 뇌진탕인 모양이었다. 그래서 수하들의 부축을 받고 냉동 창고를 나선 보성은 곧장 아지트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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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성을 친 동생처럼 여기고 있던 상철은 보성이 피투성이가 되어서 수하들에게 부축 당해 아지트에 들어오는 걸 보고 놀라서 외쳤다.

“보성아! 너 괜찮아?”

그런 상철을 보고 보성이 손을 먼저 들었다. 그리고 웃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상철에게 말했다.

“전 괜찮습니다. 놈에게 머리를 좀 많이 맞아서 띵하긴 한데..... 쉬면 곧 괜찮아 질 겁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의사한테 진료 받아.”

상철은 보성보다 먼저 아지트에 들어 온 부상당한 수하들을 보고 이미 의사에게 연락을 취해 둔 상태였다. 이때 병원에 있던 광룡파 전담 의사 김기수는 전화를 받자 바로 여기로 오겠다고 했다.

사실 장용이 데려 간 광룡파 수하들의 수술은 다 성공적으로 끝났고 회복실에 잘 있는 상태였다. 그러니 김기수가 거기서 할 일은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그런데 광룡파에서 다친 사람들이 있다니 그 연락을 받자마자 바로 여기로 오겠다고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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