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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안 됩니다.”
온통 피투성인 채로 등장한 두 조직원을 보고 장용은 차마 방아쇠를 당기지 못했다.
“너, 너희들은......”
바로 광룡파 조직 내 장용의 오른팔, 왼팔로 불리던 상철과 보성이었다. 그들이 왜 저 모양 저 꼴인지는 딱 보는 순간 장용도 알 수 있었다. 장용의 시선이 레이펑에게로 향했다.
“당신 짓이요?”
“뭐, 뭐? 당신? 너 이 새끼....”
자신을 당신으로 칭하는 장용을 보고 레이펑이 발끈 할 때였다.
척!
장용이 들고 있던 권총의 총구를 레이펑에게 겨눴다. 그리고 대 놓고 살기등등한 눈으로 그를 쏘아보자 레이펑도 움찔했다.
“너, 너..... 이 새끼.... 지금 무슨 짓을.....”
“쏘십시오.”
“쏴 죽여요.”
그때 상철과 보성이 장용을 향해 소리쳤다. 그 소리에 사색이 된 레이펑이 그 둘을 곧 죽일 듯 쏘아 볼 때였다. 상철이 외쳤다.
“저 새끼 여기서 살아나가면 저흰 다 죽습니다.”
그런 상철의 말을 옆에 보성이 거들었다.
“레이펑이 언제 자기를 배신한 놈을 살려 준 적 있습니까?”
상철과 보성이 등장하기 전까지 장용은 죽을 생각이었다. 어차피 보스의 명령을 거슬렀을 때 이미 죽을 각오는 했었다. 그런데 상철과 보성이 말이 장용의 생각을 바꾸게 만들었다.
장용이 죽기를 각오한 건 그의 수하들 때문이었다. 그들을 살릴 수 있으면 자신의 죽어도 좋았다. 그런데 자신이 죽고 나서 그의 수하들도 다 죽는다? 그렇다면 자신이 죽을 이유가 없었다. 그리고 보성의 말처럼 레이펑은 지금껏 자신의 배신한 자는 살려 준 적이 없었다.
레이펑은 자신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는 장용의 눈에서 살기가 번뜩이자 다급히 외쳤다.
“자, 잠깐만.... 내 말을 좀.....”
타앙!
하지만 레이펑은 계속 자신의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장용이 방아쇠를 당기자 그의 총구에서 총알이 발사 되었고 그 총알은 레이펑의 가슴 한 복판에 구멍을 내 놓았다. 장용은 굳이 두 번째 총알을 쏘지 않았다. 그건 레이펑에게 너무 편안한 죽음을 선사하는 걸 테니.
털썩!
그러나 이미 심장을 관통 당한 상태의 레이펑이었다. 두 번 째 총알은 필요 없었다. 쓰러진 레이펑은 즉사 한 듯 두 눈을 부릅뜬 체 꼼짝도 않고 바닥에 누워 있었다. 그렇게 누운 그의 등 뒤로 진득한 피가 계속 흘러나와서 바닥을 붉게 물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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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룡파 조직의 아지트 근처에서 그들을 감시하고 있던 흑사회 그림자들 중 하나가 쓰고 있던 헤드폰을 벗더니 옆에 있던 그림자에게 말했다.
“안에 문제가 터졌다.”
그러자 차 안에서 밖을 감시하고 있던 그림자가 바로 헤드폰을 들고 있는 그림자를 돌아봤다.
“문제?”
“응. 아무래도 레이펑이 제거 당한 거 같다.”
“뭐?”
“레이펑이 쿠데타 운운하고 나서 얼마 뒤 총성이 일었거든. 그리고 레이펑의 목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아.”
“이런.....”
그림자는 황급히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광룡파의 일을 보고했다. 그러자 바로 지시가 내려졌다.
“네. 네. 알겠습니다. 확인해 보고 맞으면 그렇게 전하겠습니다.”
심각한 얼굴로 통화를 마친 그림자가 옆에 동료 그림자를 보고 말했다.
“넌 바로 철수 해.”
“그럼 너는?”
“놈들을 만나봐야겠다.”
“뭐?”
그림자가 노출 된다는 건 반길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가끔 중요한 일이 생길 때 그림자는 조직을 위해 노출이 불가피했다. 대신 살아 남는다면 그림자에게는 3달이란 긴 휴가가 주어졌다
그 기간 동안 그림자는 새로운 사람으로 완벽히 신분 세탁이 이뤄졌다. 그 말은 그 동안 정든 이곳 동료 그림자들과 헤어져야 한다는 소리였다.
“정들자 이별이네.”
“그러게. 잘 지내라.”
“또 보자.”
그들은 쿨 하게 헤어졌다. 각종 도청 장치를 싣고 있던 승합차가 떠나고 그 차에서 내린 그림자는 곧장 광룡파 조직의 아지트로 향했다.
“누구냐?”
당연히 그림자의 행보를 아지트 입구를 지키고 있던 광룡파 조직원이 막아섰다.
“흑사회 지부장님의 전언을 가지고 왔다. 그러니 비켜.”
흑사회란 말이 그림자의 입에서 나온 순간 광룡파 조직원들은 그에게서 일단 한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뻣뻣이 들고 있던 고개로 확실하게 밑으로 숙이고.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안에 연락 하겠습니다.”
아무리 흑사회 지부장의 말을 전하러 왔지만 이곳은 광룡파의 안방이다. 남의 집 안방을 함부로 들어 갈 순 없는 노릇. 그림자는 그렇게 하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안에서 연락이 오기를 차분히 기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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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은 레이펑을 죽인 뒤 한 동안 넋 나간 사람 마냥 서 있었다. 그런 그에게 그의 오른팔과 왼팔인 상철과 보성이 다가왔다.
“잘 하셨습니다. 어차피 놈이 죽지 않으면 저희가 다 죽었을 겁니다.”
“맞습니다. 저 놈이 배신한 우릴 살려 둘 리 없을 테니까요.”
“..........”
장용 옆에 다가 온 상철과 보성이 각기 말했지만 장용은 묵묵부답 아무 말도 없이 죽어 싸늘히 식어가는 레이펑의 시체만 쳐다보았다. 그런 그에게 상철이 말했다.
“형님. 그 총은 저에게 주십시오.”
아무래도 장용이 권총을 계속 들고 있는 게 걱정이 된 모양이었다. 그럴 것이 충직한 성격의 장용이라면 보스를 자기 손으로 죽인 데 대한 죄책감에 자살을 선택할 가능성도 컸으니까.
하지만 장용은 상철의 말에 바로 들고 있던 권총을 상철에게 넘겼다. 상철은 그 권총을 챙겨 받고서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그런 상철을 보고 장용히 힘겹게 말했다.
“좀 쉬고 싶다.”
“네. 쉬셔야죠. 뭐해? 형님 안으로 모시지 않고.”
상철의 말에 그 옆의 보성이 재빨리 장용을 부축해서는 그를 아지트 안으로 데려갔다. 아지트 안쪽에 조폭들이 쓰기엔 호사스러워 보이는 공간이 나왔는데 그곳 소파에 보성은 장용을 앉혔다.
“여기는....”
장용은 그때까지 넋이 나가 있다가 푹신한 소파에 앉으면서 주위를 살피고는 놀란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벌떡 몸을 일으켰는데 그런 그를 보고 보성이 말했다.
“이제 여기가 형님 방입니다.”
보성으로부터 그 말을 듣고 난 장용의 입에서 절로 탄성이 흘러나왔다.
“아아!”
여기는 광룡파 보스인 레이펑의 방이었다. 하지만 그는 좀 전 장용의 총에 죽었다. 그러니 보성의 말처럼 이제 이 방은 조직의 2인자인 장용의 방이 되었다.
“보이 차 한 잔 가져 올까요?”
중국에서 살아 온 장용은 차를 즐겼다. 그 중에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차가 바로 보이 차였다.
“어. 그래.”
이럴 때 보이 차 한 잔 마시면 심신이 진정 될 터. 장용의 대답에 보성이 차를 준비하러 움직이고 잠깐 방안은 장용 혼자 남았다.
“어쩌지. 이 사실을 흑사회 지부에서 알면...........”
레이펑을 죽인 뒤 장용은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자기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이 모시고 있는 보스를 죽일 거라고는 단 한번도 생각해 본적이 없었으니까. 하지만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었다.
레이펑은 죽었고 그는 살아 있었다. 그리고 그의 수하들도 그가 챙겨야 했다. 그러려면 이제 머리를 굴려야 했다. 그도 살고 수하들도 살 수 있는 방법을 반드시 찾아 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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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이 죽은 레이펑의 방에서 보이 차를 마시며 향후 광룡파의 운명을 결정짓고 있을 때 그의 오른팔과 왼팔인 상철과 보성은 신속히 뒤처리를 해 나갔다.
이미 광룡파 조직원들 대부분이 레이펑이 아닌 장용을 따르기로 결정을 본 상태였지만 그 중에는 꼭 반골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 반골 중에서도 가장 골치 아픈 녀석이 바로 레이펑과 동향인 류수창이었다. 마침 그와 그의 수하들이 광룡파 아지트에 없기 망정이었지 녀석이 있었다면 상황이 어떻게 변했을지 몰랐다. 아마도 아지트 안에서 총격전이 벌어졌을 공산이 컸다. 레이펑을 지키기 위해서 류수창이 절대 가만있지 않았을 테니까.
“형님. 류수창은 제가 제거 하겠습니다.”
“네가?”
“네. 이번에 진 빚도 갚고요.”
상철은 대 놓고 살기를 내뿜고 있는 보성을 보고 말했다.
“조심해. 류수창 그 새끼 눈치 빠른 건 너도 알지? 자칫 놓쳤다간..... 골치 아파진다.”
“걱정 마십시오. 어차피 냉동 창고 안에 몰아넣고 작업할 텐데 뭐가 걱정입니까?”
자신에 찬 보성을 보고 상철은 알았다며 류수창을 제거하는 일을 보성에게 일임했다. 그러자 보성이 밑에 수하들을 데리고 아지트 뒤쪽에 위치한 냉동 창고로 움직였다. 그러면서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로 연락을 취했다.
“어. 어. 그래. 지금 오고 있다고? 10분? 알았어.”
통화를 마친 보성이 수하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좀 있다가 온다니까 다들 준비 해. 들키지 않고 조심해서 숨어들 있으라고.”
“네. 형님.”
보성은 칼과 도끼를 든 광룡파 조직원들을 최대한 냉동 창고에서 보이지 않게 숨겨 놓았다. 그리고 자신은 옆에 한 명의 수하만 대동하고 냉동 창고 앞을 지키고 서 있었다.
“담배 하나 주라.”
“네. 형님.”
옆의 수하가 재빨리 담배를 꺼내서 보성에게 건네고는 지포 라이터를 꺼냈다.
찰칵! 칙!
“후우우우!”
담배 연기를 폐부 깊게 빨아들인 보성은 눈앞으로 흰 연기를 내뿜었다. 그리곤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씨발. 이제는 사람 죽이는 게 아무렇지도 않아.”
조금 뒤 보성은 류수창을 비롯한 그의 수하들을 제거해야 했다. 그런데 하나도 긴장이 되지 않았다. 그가 지키고 서 있는 냉동 창고는 그냥 푸줏간이었다. 그는 곧 도축할 가축을 사람을 기다리는 인간 백정이고.
“너도 그러냐?”
갑자기 보성이 시선을 옆에 수하에게 돌렸다. 그러자 그 수하가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저는 좀 떨립니다. 아직 덜 여문 모양입니다.”
말은 저렇게 해도 막상 싸움이 벌어지면 제일 미쳐 날 뛰는 놈이었다. 하긴 광룡파 조직원들은 다 그랬다. 피만 보면 광기에 휩싸였다. 그들도 처음부터 그러진 않았다. 살기 위해서 싸우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일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