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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668화 (668/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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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아지트를 옮겨야 할 상황이었다. 하지만 레이펑은 당장 이성적인 판단보다 화풀이 할 대상부터 찾았다.

“상철이, 보성이. 너희들 이리 나와 봐.”

레이펑이 부른 두 조직원은 바로 장용의 최측근 수하들이었다. 한마디로 보스인 레이펑의 말보다 장용의 말을 더 따르는 녀석들이란 소리다.

“너희들. 장용이 오른팔, 왼팔이지?”

“..........”

레이펑이 불러서 그 앞에 나오긴 했지만 상철과 보성은 대답 없이 푹 고개를 숙인 체 서 있기만 했다. 그들도 레이펑이 자신들을 왜 불러냈는지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할 말이 없었다.

“그런 새끼들이 말렸어야지. 안 그래?”

쫘악! 쫙!

레이펑의 손이 사정없이 두 사람의 뺨을 때렸다. 어찌나 세게 때렸던지 두 사람 다 고개가 홱 옆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레이펑은 뺨 때리는 것 정도에 만족하지 않았다.

퍽! 퍼억!

아예 대 놓고 주먹을 휘둘렀고 주먹에 맞은 상철과 보성은 픽픽 나가 떨어졌다. 레이펑도 그저 한 조직의 보스가 된 게 아니었다.

복싱한 경력이 있는 레이펑의 펀치는 상당해서 그의 주먹에 제대로 안면을 맞은 상철과 보성은 그 충격에 비틀거리며 제대로 일어서지를 못했다.

“이 개새끼들....”

뻐억! 뻑!

그런 둘을 향해 레이펑이 몸을 날리며 발로 재차 그들의 만면을 찼다. 체중이 제대로 실린 그의 발차기에 상철과 보성의 얼굴에서 피가 튀었다. 그리고 기절한 듯 뻗어 버린 그 둘에게 다가간 레이펑이 사정없이 발로 그들의 머리와 몸을 짓밟기 시작했다.

퍽! 퍽! 퍽! 퍽!

“죽어! 죽어! 죽어!”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 된 레이펑은 광기 들린 얼굴로 광룡파 두 조직원을 번갈아 가며 발로 내리 찍었다. 그때마다 피가 튀었고 그 잔인한 광경을 차마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는 광룡파 조직원들이 속출했다.

그 동안 광룡파 조직원들은 숱하게 피를 뿌려왔다. 때문에 이런 장면은 그들에게 일상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런 그들도 차마 같은 동료가 저렇게 참혹히 당하는 건 두 눈 뜨고 볼 수 없었던 것이다.

“그만!”

그때 레이펑의 뒤쪽에서 누군가의 일갈이 아지트 안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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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막 상철의 얼굴을 내리찍으려던 레이펑의 발이 그 소리에 우뚝 멈췄다. 그리곤 피로 물든 레이펑의 구둣발이 천천히 밑으로 내려갔다. 레이펑은 곧장 소리가 난 뒤쪽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자 딱 봐도 흥분한 얼굴의 장용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장용은 똑바로 레이펑을 쏘아보면서 그를 향해 다가왔다. 그걸 보고 레이펑이 버럭 소리쳤다.

“장용!”

그 기세에 장용도 움찔했다. 하지만 그는 레이펑과 두 엇걸음 까지 거리를 좁힌 체 그 앞에서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장용은 사과부터 했다. 어째든 그가 광룡파 보스인 레이펑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레이펑은 장용의 사과 따윈 받을 생각이 없었다.

휙!

바로 레이펑이 발이 나왔다. 서슴없이 자신의 안면을 향해 날아오는 레이펑의 발을 보고 장용은 두 손을 내뻗었다.

원래라면 보스가 때릴 때 수하가 막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장용은 그런 하극상을 저질렀다. 그럴 것이 레이펑이 발차기를 할 때 의도적으로 구두 앞 뾰족한 부분이 장용의 눈을 향했던 것이다. 그대로 뒀다간 눈이 맞아 눈알이 빠져 버릴 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장용은 반사적으로 두 손을 뻗어서 레이펑의 발을 막았다. 하지만 워낙 위력적인 발차기라 손으로 막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그 충격을 완화시키기 위해서 장용은 뒷걸음질을 쳤다.

“씩! 씩! 지금 막았어? 장용. 너 이 새끼........”

레이펑은 장용이 자신이 찬 발을 막자 제대로 꼭지가 돌아 버렸다. 그래서 곧장 물러난 장용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리고 무차별적으로 주먹을 휘둘렀다.

휙! 휙! 휙!

하지만 분노한 레이펑의 주먹은 장용을 맞추지 못하고 허공만 갈랐다. 장용은 비록 무공 고수만 못하지만 인민해방군 북부전구 소속 특수부대 출신으로 격투 실력은 광룡파 조직원들 중 최고였다.

그런 장용이기에 레이펑의 주먹세례쯤 피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장용은 레이펑의 주먹을 피하기만 할 뿐 반격 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헉헉......이 씨발놈이.....”

그런 장용을 향해 레이펑은 계속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나 그의 주먹은 번번이 장용을 맞추지 못했다. 그러다 서서히 지쳐 가던 레이펑이 결국 주먹질을 멈췄다. 그리곤 장용을 손짓으로 가리키며 소리쳤다.

“저 새끼. 잡아. 어서!”

광룡파 보스인 레이펑의 명령이었다. 그의 명령과 동시에 광룡파 조직원들이 우르르 장용을 잡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그게 당연한 반응이었으니까.

“............”

그런데 레이펑의 명령에도 정작 움직이는 광룡파 조직원은 하나도 없었다.

“뭐, 뭐야?”

그 때문에 정작 당혹스러워진 건 레이펑이었다. 레이펑이 어처구니 없다는 얼굴로 아지트 안에 있던 광룡파 조직원들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광룡파 조직원들이 그와 눈빛을 마주치지 않게 눈길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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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펑은 당장 장용을 때려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주먹을 휘둘러도 장용을 맞추지 못하자 서서히 돌아버린 꼭지가 정상으로 돌아오면서 이성적인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개 새끼. 그렇다고 한 대도 안 맞아 주냐?’

지금 상황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레이펑의 체면만 깎였다. 그걸 깨닫고 난 레이펑은 무분별한 주먹질을 멈췄다. 그리고 한 조직의 보스로서 당연한 명령을 내렸다. 눈앞에 보스의 명령을 어기고 제 멋대로 행동한 장용을 잡으라고 한 것이다. 그런데 어째 분위기가 싸했다. 그리곤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보스인 자신의 명령인데도 말이다.

“너, 너희들......”

레이펑은 재빨리 주위를 훑었다. 하지만 광룡파 조직원 중 그와 눈을 마주친 조직원은 한 명도 없었다. 다들 그를 회피하고 있었다. 레이펑이 곧장 날카로운 눈빛으로 장용을 쏘아보며 말했다.

“지금 쿠데타를 일으킨 거냐?”

“...........”

레이펑의 입에서 쿠데타란 말이 나오자 오히려 장용이 당혹스런 얼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런 장용의 반응이 오히려 레이펑의 눈에는 가식적인 모습으로 밖에 비춰지지 않았다.

“개새끼. 그 동안 날 제치려고 손톱을 숨겨 온 거구나. 나는 그것도 모르고 널 믿었는데.....”

레이펑이 곧 죽일 듯 장용을 쏘아보며 으르렁 거렸다. 하지만 정작 장용은 황당한 얼굴 표정을 지었다.

“아, 아닙니다. 형님. 쿠데타라니요.”

장용은 레이펑의 말을 부정하며 주위를 살폈다. 갑자기 광룡파 조직원들이 왜 이러는지 모르지만 이런 식의 하극상은 조직에서 일어나지도, 일어나서도 안 될 일이었다.

“이 사실을 흑사회에서 알면 가만있을 거 같아? 너희들은 다 죽었어.”

고립무원 신세인 레이펑이 오히려 장용과 광룡파 조직원들에게 큰소리를 쳤다. 하지만 그 말이 장용과 광룡파 조직원들의 정신을 번쩍 들게 만들었고 결속 시키는 역할을 했다.

광룡파의 보스는 레이펑이었다. 그걸 허락한 건 흑사회였고 그런 레이펑의 명령을 따르지 않았단 것은 곧 흑사회에 대한 도전이었다.

흑사회에서 하극상은 목숨을 내 놓아야 할 만큼 큰 죄였다. 그 하극상을 지금 장용과 광룡파 조직원들이 저질렀던 것이다. 이 사실이 흑사회에 알려진다면............

‘우린 다 죽은 목숨이다.’

흑사회가 자신들에게 도전한 광룡파 조직원들을 그냥 둘리 없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게 다 나 때문이다.’

딱 보아하니 광룡파 조직원들은 장용을 따르기로 한 모양이었다. 장용 입장에서 자신을 믿고 보스를 배신한 그들을 다 죽게 만들 순 없었다.

‘그렇다면......’

장용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레이펑에게로 향했다. 자신과 광룡파 조직원들을 가소롭게 쳐다보고 있는 레이펑에게 장용이 말했다.

“나 하나로 끝냅시다.”

장용은 자신을 희생시켜 나머지 광룡파 조직원들의 구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레이펑은 그것만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개새끼들. 내가 그렇게 챙겨 줬는데...... 이렇게 날 배신 해?”

레이펑은 원독에 찬 눈으로 주위 광룡파 조직원들을 쏘아보았다. 레이펑의 눈에 광룡파 조직원들은 중국인들에 치여 하루하루 먹고 살기 바빴던 조선족, 버러지들이었다. 그런 그들을 자신이 거둬서 지금의 흑사회 소속 광룡파 조직원이 되게 만들어 주었다. 그랬는데 그 은혜도 모르고 이렇게 자신의 뒤통수를 치다니.

레이펑의 입장에서 어떻게 이런 놈들과 같이 미래를 함께 하겠는가? 하지만 지금 처한 그의 상황 상 레이펑은 그런 자신의 속내를 광룡파 조직원들 앞에서 드러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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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펑은 일단 수하들에 대한 송곳니를 숨긴 채 광룡파 조직원들에게 아량을 베푸는 척 말했다.

“생각 같아서는 흑사회에 얘기해서 다 없애 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우린 같은 조선족이잖아. 그래서 이번 한 번만 봐 주도록 하겠다.”

그 말 후 레이펑은 시선을 장용에게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

“하지만 내 명령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해서 조직을 위태롭게 만든 장용의 죄는 용서할 수 없다. 권총 가져 와.”

레이펑이 명령에 힐끗 주위 눈치를 살피던 광룡파 조직원 중 하나가 안주머니 속에서 권총을 꺼내서 레이펑에게 가져갔다. 레이펑은 그 조직원으로부터 권총을 받아서 그 권총을 장용에게 내밀며 말했다.

“너도 흑사회 간부인 점은 고려해서 자결할 기회를 주겠다.”

장용은 잠시 레이펑이 내민 권총을 내려다 보다 이내 결심을 한 듯 그 권총을 받았다. 그리곤 권총의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고 선 그 총구를 자신의 머리로 가져갔다. 그런 장용을 주위 광룡파 조직원들이 안타까운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그런 광룡파 조직원들을 천천히 돌아보며 장용이 웃는 얼굴로 말했다.

“먼저 간다. 지옥에서 보자.”

그 말 후 장용이 막 권총 방아쇠를 당기려 할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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