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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665화 (665/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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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펑은 평소대로 조용히 사도철을 작업할 생각이었다. 먼저 그를 잡아서 겁 좀 주고 그가 장악하고 있는 제주도의 대부업을 자신이 다 먹이 치우려 했다. 하지만 사도철은 녹록찮은 자였다. 그에 대한 작업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레이펑도 뒷일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때문에 어차피 레이펑은 흑사회 지부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너희들은 아지트로 가 있어. 절대 밖으로 나돌아 다니지 말고 거기 처 박혀 있으라고. 알았지?”

“하지만 다친 녀석들은.....”

“의사 보낼 테니까 그만 칭얼거려. 에이씨. 그거 하나 똑바로 못 처리해서....”

레이펑은 짜증을 내고는 수하들을 두고 혼자 차를 타고 사라졌다. 그런 그를 쳐다보고 레이펑의 오른팔이자 그와 같은 조선족 흑사회 조직 간부 장용이 투덜거렸다.

“그렇게 잘났으면 지가 나서던가.”

그 말 후 장용은 침울한 얼굴로 자신의 수하들을 쳐다보았다. 장용 휘하의 조선족 흑사회 조직원들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진짜 조폭들이었다. 그래서 흑사회 내에서도 조선족 광룡파 하면 다들 한 수 접어 줄 정도였다. 그런 용맹한 자신의 수하들인 건만 오늘 최악의 상대를 만났다.

“사도철이라고 했었지?”

제주도 대부업계의 대부로 알려진 그 자가 그렇게 싸움을 잘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 사도철이란 자의 경호원들을 처리 할 때까지만 해도 장용이나 그의 수하들은 아무 걱정도 없었다. 그들은 포식자였고 피식자들은 그들 앞에서 벌벌 떨어야 했다. 그런데 갑자기 그들보다 더 무서운 포식자가 나타났다.

그 포식자에게 당한 장용의 수하만 다섯이었다. 그 중에 넷은 외상없이 기절만 한 상태라 깨어나니 괜찮아 보였다. 하지만 한 녀석은 놈의 도끼에 팔이 잘려 버렸다. 다행히 잘린 팔은 잘 챙겨 왔기에 서둘러 봉합 수술이 필요한 상황.

자신의 수하를 끔찍이 아끼는 장용에게 있어 의사를 기다리는 시간은 너무 길었다.

“씨발. 왜 이렇게 안 와?”

팔이 잘린 수하는 지혈은 된 상태였지만 출혈이 심한 탓에 얼굴이 창백했다. 거기가 열이 펄펄 끓어올랐다. 지혈제를 먹였지만 소용없었다. 저러다 위험할 수 있겠단 생각에 장용이 그 수하만이라도 병원으로 데려 가려 할 때였다. 레이펑이 부른 의사가 그들 아지트에 나타났다.

“빨리 좀 오지.”

“나도 연락 받고 바로 온 거요.”

제주도에서 페이 닥터로 일하는 외과 의사 김기수를 광룡파에서는 손쉽게 구했다. 김기수는 도박쟁이에다가 마약중독자였다. 그러니 광룡파가 내민 손을 김기수는 잡지 않을 수 없었다.

광룡파에서는 치료비 대신 마약을 김기수에게 넘겼다. 때문에 김기수는 광룡파가 부르면 이렇게 열 일 젖혀 두고 즉시 달려왔다.

“이게 뭐야?”

김기수는 광룡파 조직원 중 한 명의 팔이 잘린 걸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잘린 팔을 제대로 봉합하려면 병원에 가야 했다. 하지만 딱 봐도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

“푸어억!”

그때였다. 사도철에게 맞아 기절했던 조직원 중 한 명이 갑자기 입에서 피를 토했다. 그리고 그 피를 보자 기다렸다는 듯 다른 세 명의 조직원들도 피를 내뿜었다. 그걸 보고 김기수가 재빨리 청진기로 그들을 진찰했다. 그리곤 굳은 얼굴로 말했다.

“장기들이 손상을 입었어. 다섯 명 다 수술이 불가피해.”

“뭐? 하지만.......”

“수술 못하면 저 넷은 죽어. 그리고 저 녀석도 제대로 된 병원의 수술대에 올라야 팔을 붙일 수 있을 거야. 운 좋게 신경이 살아난다면 팔을 쓸 수도 있을 테고.”

김기수가 사도철에 당해 기절했던 네 명의 조직원에 이어 턱짓으로 팔 잘린 조직원을 보고 말하자 장용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그런 장용을 보고 김기수가 결정타를 날렸다.

“한 시간. 그 안에 수술 못하면 저 넷은 죽는다고 봐야 해.”

김기수가 피를 토한 장용의 수하들을 보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피를 토한 뒤 핼쑥해진 네 명의 수하들이 간절한 눈빛으로 장용을 쳐다 보았다. 그런 수하들의 눈빛을 보고 장용은 이를 꽉 깨물었다.

“씨발. 그래도 사람은 살고 봐야지. 가자.”

장용은 결심을 한 듯 승합차 한 대를 준비 시켰다. 그리고 자신은 운전석에, 김기수는 보조석에 태우고 나머지 다친 그의 수하 다섯을 승합차 뒷좌석에 태우게 했다. 그리고 남은 수하들에게 말했다.

“나 혼자 조용히 갔다 올 테니까 너희들은 여기 얌전히 있어.”

“하지만 두목이 이 사실을 아시면......”

남은 수하들은 다들 걱정스런 얼굴로 장용을 쳐다보았다. 그런 수하들에게 장용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고 애들 죽일 순 없잖아?”

레이펑은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는 수하는 살려주지 않았다. 때문에 이 사실을 알면 장용도 죽이려 들 터였다. 그걸 모를 장용이 아니었다.

장용도 흑사회 간부였지만 광룡파를 결성할 때 그는 레이펑을 두목으로 모시기로 맹세를 했다. 때문에 레이핑이 자신을 죽이려 들면 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용은 죽어가는 자신의 수하들을 살리기 위해서 목숨을 걸고 있었다. 그런 장용에게 광룡파 수하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부우웅!

장용이 모는 승합차가 떠나는 걸 지켜보던 광룡파 조직원들에게 자신들이 모셔야 할 진짜 보스가 누군지 확실해 지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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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펑은 제주시 번화가의 한 건물 지하 주차장으로 차를 몰고 들어갔다. 그곳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서 엘리베이터 쪽으로 움직이자 흑사회 조직원들이 그의 앞을 가로 막았다.

레이펑은 그들 앞에서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그러자 흑사회 조직원들이 그의 몸을 수색했다. 이어 금속 탐지기까지 동원해서 그의 몸에 무기가 없음을 확인하자 일제히 그에게서 물러났다.

띵동! 촤르르르!

그 사이 눌러 놓은 엘리베이터가 지하층에 내려왔다. 그 엘리베이터를 탄 레이펑은 10층을 눌렀다. 엘리베이터는 멈춤 없이 그대로 10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 살벌한 인상의 흑사회 조폭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 중 레이펑도 아는 얼굴이 있었다. 바로 흑사회 제주 지부장 마롱을 모시고 있는 녀석이었다. 이름까지 생각나지 않았다. 굳이 알 필요도 없었고.

“지부장님은?”

“안에 계십니다.”

자신이 여기 올 거란 걸 아지트를 나설 때 전화로 지부에 알린 터였다. 그래서 레이펑은 곧장 지부장실로 발걸음을 내 디뎠다.

“잠깐만....”

그런 그의 앞을 지부장의 따까리가 막아섰다. 그런 그를 보고 레이펑이 눈살을 찌푸리자 그가 바로 말했다.

“지부장님께서 지금 손님을 만나고 계십니다.”

선객이 있단 말에 레이펑은 찡그리고 있던 이마를 폈다.

“그럼 기다리지.”

“이쪽으로.”

지부장의 따까리가 레이펑은 안쪽 응접실로 안내했다.

“여기서 기다리고 계시면 손님 나오는 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지부장의 따까리는 레이펑을 최대한 공손히 대했다. 레이펑은 그를 지부장의 따까리가 폄하하고 있지만 사실 그도 엄연히 흑사회의 간부였다. 레이펑 보다야 급은 떨어지지만.

레이펑은 자신에게 친절한 지부장의 따까리에게 호의적으로 물었다.

“이름이 뭐였지?”

레이펑의 그 물음에 지부장의 따까리가 일체 표정 변화 없이 대답했다.

“제이동입니다.”

“그래. 기억해 두지.”

지부장 따까리는 그 말을 듣고 곧장 레이펑에게 머리를 숙여 보인 뒤 응접실을 나왔다. 그런데 응접실을 나온 순간 지부장 따까리, 제이동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대가리에 욕심만 가득 차 있으니 기억력이 그 모양이지.”

제이동은 지금 같은 경험을 벌써 여덟 번이나 했다. 그때마다 레이펑은 제이동에게 그의 이름을 물었고 제이동은 그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 주었다. 하지만 레이펑은 제이동의 이름 따윈 기억조차 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는 말이 맞을 터였다.

“네가 언제까지 잘 나갈 거 같지?”

제이동은 힐끗 레이펑이 있는 응접실을 쏘아보고는 지부장실로 움직였다. 지금 레이펑은 흑사회 본부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간부였다. 그만큼 그가 이끌고 있는 광룡파가 제몫을 해 주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언제까지 레이펑이 잘 나갈지 그건 아무도 모른 법.

제이동은 유독 레이펑이 싫었다. 그는 다른 간부들과 달리 지부장의 오른팔인 자신을 우습게 여겼다. 그건 그가 자신을 쳐다보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제이동은 레이펑이 우습게 봐도 될 존재가 아니었다.

제이동의 숙부가 바로 흑사회의 장로였다. 흑사회는 2년 주기로 회장을 바꾼다. 이때 회장의 자리에 도전할 수 있는 자는 제한 적인데 장로급 인사는 얼마든지 회장 자리를 노릴 수 있었다. 그 만큼 흑사회에서 장로란 직책은 대단한 위치였던 것이다.

그런 제이동의 숙부에게는 아들이 없었다. 그래서 제이동이 그의 양자가 되었고. 즉 제이동은 흑사회 조직에 있어서 로얄 패밀리쯤 되는 자였던 것이다.

그런 그가 제주도에 와서 마롱 지부장을 모시고 있는 것도 다 경험을 쌓기 위함이었다. 때문에 이곳에서 흑사회가 목적한 바를 다 이루면 제이동은 마롱 지부장과 함께 중국으로 돌아갈 터였다. 그리고 흑사회 본부에서 본격적인 엘리트 코스를 거쳐서 곧 고위 간부 자리에 오를 것이고.

그때 조선족 나부랭이들을 이끌고 있는 레이펑 쯤 없애 버리는 건 그에게 일도 아닐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어째든 바짝 몸을 낮추고 있어야 했다. 사자도 새끼 때에는 하이에나의 먹잇감 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성인이 될 때까지 하이에나의 눈치를 살필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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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흑사회 지부장인 마롱이 지금 만나고 있는 손님은 운룡호의 선장이었다. 운룡호는 상해에서 제주도로 온 상선인데 그 상선이 보통 배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배의 소유주는 대운상사였는데 그 대운 상사의 실 소유주가 바로 흑사회였다. 즉 운룡호 선장은 흑사회 본부에서 제주도로 보낸 조직 간부였던 것이다.

“콴 회장님께서 여기 거는 기대가 큽니다.”

“잘 알고 있소. 그래서 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고.”

“그런 분이 이번 달 실적이 전 달에 비해 두 배나 오릅니까?”

“그거야 내가 잘 해서라기보다 밑에 녀석들이 분발한 거고. 또 본토 부자들이 여기 투자를 늘리면서 생긴 풍선효과 덕도 봤고.......”

마롱이 겸손을 떨자 운룡호 선장이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듣던 대로 마롱은 무공의 고수이면서 인덕까지 갖추고 있었다. 그러니 흑사회 회장이 중요한 제주도 지부를 그에게 맡긴 걸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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