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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664화 (66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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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 모서리는 직각으로 그 앞에 사도철이 버티고 서면 그는 90도 시야의 적들만 상대하면 됐다. 하지만 상대는 칼과 도끼를 들고 있었기에 내공이 없는 상태에서 사도철이 그들을 상대하는 건 여전히 까다로웠다.

“죽어!”

하지만 싸울 때 상대의 무기는 언제든 나의 무기가 될 수 있었다. 흑사회 조직원 중 성급한 녀석이 사도철을 향해 겁도 없이 달려들었다.

두 눈이 시뻘겋게 충혈 된 녀석은 대 놓고 살기를 뿌리고 있었다. 그리고 피가 잔뜩 묻은 도끼를 사도철을 향해 휘둘러왔다.

턱! 척! 우두둑!

사도철은 녀석이 휘두른 도끼를 힐끗 쳐다보다 앞으로 움직였다. 그리곤 도끼를 쥔 녀석의 팔목을 한 손으로 잡아채고 다른 손으로 녀석의 팔뚝을 잡고는 그대로 꺾었다. 그러니까 허공에서 오로지 두 팔의 힘으로 상대 팔꿈치 관절을 아작 내 버린 것이다. 그건 보통 사람의 힘으로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사도철은 보통 사람은 아니었다. 비록 내공을 잃었지만 무도인으로서 무공을 수련해 온 사도철이었다. 순수하게 두 팔의 힘으로 사람의 신체 관절쯤은 얼마든지 꺾어 버릴 수 있는 힘이 사도철에게 아직 남아 있었던 것이다.

“크아아악!”

팔꿈치가 역으로 꺾인 흑사회 녀석은 알아서 들고 있던 도끼를 떨어트렸다.

툭!

그 도끼를 발로 찬 사도철은 잡고 있던 흑사회 녀석의 팔을 놓아 주고 대신 도끼를 한 손에 받아 쥐었다. 그때 눈치 빠른 흑사회 조직원이 사도철의 시선이 도끼에 가 있는 사이 소리 없이 뛰어들어서 칼을 내찔렀다.

스윽!

하지만 사도철은 모든 기척을 귀로 듣고 있었다. 때문에 옆에서 찔러 들어오는 칼을 느끼고 이미 몸을 옆으로 뺐다. 그러자 칼이 사도철의 옆구리를 스쳐 지나갔는데 그때 사도철이 무심히 도끼를 내려쳤다.

그의 옆구리 옆을 통과 한 칼이 아닌 그 칼을 쥔 흑사회 조직원의 팔목을 향했다. 비록 내공이 가미 되진 않았지만 상당한 힘이 실린 사도철의 도끼는 흑사회 조직원의 팔목을 뎅강 잘라 버렸다.

“아아아악!”

팔이 잘린 흑사회 조직원은 사방으로 피를 뿌리며 난리법석을 떨어댔다. 그로 인해 잠깐의 틈이 생긴 사도철은 팔이 잘린 흑사회 조직원이 떨어트린 칼을 챙겨 들었다. 그렇게 한 손에 도끼, 다른 한 손에 칼을 쥔 사도철은 입가에 회심의 미소가 지어졌다. 그의 귀에도 경찰 사이렌 소리가 확연히 들려 온 것이다.

“젠장. 빨리 튀어.”

그때 흑사회 조직원들의 뒤에 있던 놈들의 우두머리가 소리쳤다. 사도철은 우르르 그의 눈앞에서 사라지는 흑사회 조직원들을 가만히 지켜봤다. 그때 수하들을 따라 도망을 치던 흑사회 우두머리 녀석이 뒤돌아 사도철을 보고 외쳤다.

“두고 보자.”

그런 녀석을 향해 사도철이 비웃음과 함께 들고 있던 칼을 버리고 가운데 손가락을 펼쳐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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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철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눈앞의 경찰들을 쳐다봤다. 순찰차 2대에 경찰은 달랑 4명. 그게 다였다. 매년 경찰에게 수억의 돈을 뿌리고 있는 사도철로서는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렇게 그의 저택에 달려 온 경찰들이 한 일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119에 신고하는 거뿐이었다. 그 뒤 아직 근무 시간인데도 불콰하게 취한 얼굴로 나타난 형사 과장이란 녀석의 말이 가관이었다.

“안 다쳐서 천만다행이네. 알다시피 이런 일은 세상에 알려져 봐야 좋을 게 없거든. 그러니까..........좋은 게 좋은 거라고............”

조용히 사도철이 알아서 뒤처리를 하란 소리였다. 아마도 경찰서장 녀석이 형사 과장에게 시킨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사도철을 잘 몰랐다. 다른 사람이라면 경찰의 공권력을 두려워해서라도 그들의 말을 따랐을 터였다. 하지만 사도철은 아니었다.

“좆 까!”“뭐?”

“좆 까라고 이 새끼야.”

사도철은 그 말 후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곧장 제주지방경찰청에 전화를 걸었다.

“거기 김경호 차장 좀 바꿔 줘요.”

사도철의 말에 형사 과장은 술이 확 깼다.

“김경호?”

제주지방경찰청의 부청장의 이름이 김경호였다. 그리고 그는 제주지방경찰청의 심의관으로 직위는 차장으로 불렸다.

“어. 김 차장. 대체 밑에 애들 관리 어떻게 하는 거야? 내가 사는 곳에 경찰서장 말이야. 내 돈만 처 받아먹고 일처리는 엉망이야.”

사도철이 사는 곳의 관할 경찰서는 제부 서부 경찰서였다.

“어. 맞아. 서부서. 응. 감사팀 보내겠다고? 알았어. 탈탈 털어서 옷 벗겨. 그리고 거기 형사 과장 녀석도 같이.”

사도철이 힐끗 이미 사색이 된 형사 과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그리곤 히죽 웃더니 통화를 끝냈다.

“자, 잠깐만.....”

형사 과장이 다급히 사도철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그 사이 사도철이 부른 자들이 나타나서 형사 과장 앞을 가로 막았다.

“야! 비켜! 이것들이.... 내가 누군 줄 알고........”

형사 과장은 딱 봐도 조폭 같은 녀석들에게 마구 폭력을 행사했다. 주먹으로 치고 발로 차고. 하지만 그 조폭들은 두들겨 맞으면서도 절대 형사 과장을 통과 시키지 않았다. 그 사이 사도철은 대기 중인 차에 올랐고 그가 출발하자 형사 과장을 막고 있던 조직원들도 곧장 대기 중인 승합차에 올라서 그대로 조용히 사라졌다.

형사 과장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듯 한 동안 넋을 놓고 사도철이 사라진 쪽을 쳐다보다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어떻게 됐어?

경찰서장도 걱정이 되긴 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는 경찰서장이었다. 한낱 대부업자가 그를 어쩔 수 있을 거란 생각은 추호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그의 심복인 형사 과장이 좆 된 상황을 설명했다.

-뭐, 뭐라고? 씨발. 그 새끼가 김경호 차장은 어떻게 아는 거야?

“감사팀 보낸다던데 준비 단단히 하십시오.”

형사과장은 이미 자포자기한 듯 말했다.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자신과 경찰서장은 털면 먼저가 풀풀 날렸다. 그러니 둘이 잘리는 건 시간 문제였다. 그 말 후 형사과장은 귀에서 핸드폰을 떼어 냈다. 경찰서장이 뭐라 계속 씨불이고 있었지만 그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형사과장은 경찰 때려치우면 뭐 해먹고 살지를 걱정하며 사도철의 저택을 나섰다.

아무래도 오늘은 계속 술을 마셔야 할 거 같았다.

“어째 평소와 달리 낮술에도 취기가 빨리 오르지 않더니만......”

이렇게 경찰복을 벗어야 할 모양이었다. 뭐 워낙 해 처먹은 게 많아서 미련은 없었다. 다행이라면 자기만 해 처먹은 게 아니라서 감옥에 가진 않을 터였다. 아마도 자신이 옷을 벗는 선에서 조용히 해결이 될 터였다. 그게 아니면 제주지방경찰청의 고위 간부 절반 이상이 뇌물죄로 그와 같이 옷을 벗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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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대부업계의 큰 손 사도철은 당연히 제주도 조폭들과 친했다. 그 중 제일파의 보스 윤국일은 사도철을 형님으로 모시고 있었다. 즉 실질적인 제일파의 보스가 사도철이란 소리였다. 실제 제일파가 관리하는 제주도 업소들의 실소유주는 사도철이었다. 그러니까 제일파의 자금줄은 사도철이 쥐고 있단 소리였다. 그러니 제일파에게 사도철은 그들의 뒷배였다.

그런 사도철의 부름에 윤국일이 직접 애들을 이끌고 그가 사는 별장으로 달려갔다. 거기에 경찰들이 몇 명 있었지만 윤국일은 신경도 쓰지 않고 곧장 사도철 앞으로 움직였다.

“형님. 괜찮습니까?”

윤국일은 먼저 사도철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그런 그에게 사도철이 말했다.

“난 괜찮아. 일단 여기를 뜨자.”

“네. 형님.”

윤국일은 사도철에게 묻고 싶은 게 많았지만 여기서 그와 얘기를 나눌 순 없었다. 그래서 자신의 차로 사도철을 데려가서 같이 그 차에 올랐다. 차는 바로 출발했고 윤국일은 사도철을 자신이 가끔 쓰는 안전 가옥으로 데려갔다. 이동 중 윤국일이 사도철에게 물었다.

“어떻게 된 겁니까?”

“짱깨들이었어.”

“짱깨요?”

“한국말을 유창하게 잘 쓰는 거 보니까 조선족 놈들이었어. 그 새끼들. 당장 찾아 내.”

“당연하죠. 이것들이 감히......”

분노한 윤국일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어. 나야. 지금 당장 애들 풀어서 짱깨들 위치 파악 해 놔. 그리고 그 중에 조선족 애들 있잖아. 어. 그 새끼들 중에 애월읍 쪽으로 움직인 놈들. 그 놈들 어디 있는지 제일 먼저 알아내서 바로 연락 줘.”

제주 제일파는 제주 전역에 걸쳐 조직망을 갖추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이 움직이면 사도철을 친 흑사회 조직원들을 찾아내는 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사도철도, 윤국일도 그들을 찾긴 하지만 정작 그들을 어쩔 거란 말은 입에 담지 못했다.

그럴 것이 상대는 공산당이 장악하고 있는 중국에서도 끈질기게 살아남아 그 명맥을 이어 나가고 있는 세계 최대 범죄 조직이었다.

아무리 제주도에서 대부업의 큰손으로 불리는 사도철이라도, 또 제주도 토종 조직으로서는 최대 조직을 자랑하는 제일파 보스 윤국일이라도 흑사회를 건드린다는 건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제기랄..... 내가 내공만 있었어도.......”

예전의 사도철이라면 이런 일을 두고 고민 같은 건 하지 않았다. 힘으로 눌러 버리면 될 일이니까. 그의 압도적인 무력이면 흑사회도 감히 그럴 어쩌지 못했다.

사도철도 흑사회에도 무공 고수가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았다. 하지만 자신 있었다. 그들에 견주어 자신은 절대 약하지 않았으니까. 흑사회에서 어떤 무공 고수를 보내도 사도철은 그 자를 꺾을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었다. 내공이 없는 지금의 그는 흑사회에서 보낸 무공 고수가 누구든 그 자에게 당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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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두려울 게 없는 흑사회 조직원들도 중국에서 공안은 두려워했다. 그들은 흑사회 조직원들을 잡아다가 재판대에 올렸다. 그 재판은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했고 흑사회 조직원들은 바로 공개 처형 되었다.

그렇게 죽어 나간 흑사회 조직원이 얼마던가? 그 때문인지 몰라도 제주도에 온 흑사회 조직원들은 여기 경찰을 무서워했다. 그래서 경찰 싸이렌 소리에 흑사회 조직원들은 바로 동요를 했고 그들을 이끌고 있던 레이펑 역시 지금은 철수 할 때란 결론을 내렸다.

생각 같아서는 사도철을 잡아가고 싶었는데 녀석의 실력으로 봐서 쉽사리 잡혀 갈 거 같지 않았다. 그래서 사도철을 그냥 두고 그의 저택을 빠져 나가면서 레이펑이 중얼 거렸다.

“사도철. 보통 대부업자가 아니었어.”

레이펑이 본 사도철은 싸울 줄 아는 자였다. 특히 맨 주먹으로 자신의 수하들을 그렇게 쉽게 쓰러트리다니.

“혹시....... 고수?”

레이펑은 아무래도 이 사실을 제주도 흑사회 지부장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아는 이곳 지부장이라면 사도철이 고수인지 아닌지 바로 알아 볼 터였다. 왜냐하면 그는 흑사회의 고위 간부이면서 또한 무공 고수이기도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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