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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을 확인한 현수는 곧장 전화를 받았다.
“네. 지희씨.”
이 시간에 현수에게 전화를 건 사람은 바로 사지희였다. 그의 여자인 사지희였기에 현수는 별 생각 없이 전화를 받았고 그녀 또한 자연스럽게 그에게 바로 물었다.
-원룸이에요?
“아뇨. 지금 잠깐 밖에 나와 있습니다.”
-오늘 시합 있죠?
“네. 이따 저녁에요.”
-혹시 지금 저 좀 볼 수 있어요?
“왜요? 무슨 일 있습니까?”
-그, 그게......
잠시 뜸을 들이던 사지희는 결국 얘기를 했다. 그만큼 그녀에게 현수란 존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컸던 것이다.
-아빠 때문에요. 아빠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 저 한텐 도통 얘기를 하시지 않으셔서.......
사도철에게 문제가 있다? 현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가 아는 사도철은 절대 문제가 생길 인물이 아니었다. 그만큼 철두철미하게 일처리를 해 나가는 그였으니까. 하지만 사지희가 보기에 그렇다면 문제가 있긴 한 모양이었다.
“알았어요. 지금 집으로 갈게요.”
사도철과 모르는 사이도 아닌지라 현수는 그를 만나보기로 했다. 그렇게 사지희와 통화를 끝낸 현수는 주위를 살피다 근처 빌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 비상 계단 쪽으로 향했다.
비상계단에서 아무도 없는 걸 확인 한 현수는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를 꺼내 바로 착용했다.
[마법 아이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포인트 소비형)]
일정 포인트 사용으로 텔레포트가 가능한 아이템이다.
1. 반경 10Km이내 텔레포트(+5,000)
2. 반경 50Km이내 텔레포트(+7,000)
3. 반경 100Km이내 텔레포트(+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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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서울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20,000)
8. 각 도별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15,000)
9. 대한민국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50,000). 단 섬 제외. 섬은 별도 구매
현수는 머릿속으로 사지희의 집 떠올렸다. 그러자 시스템에서 바로 반응이 왔다.
[띠링! 현 위치에서 사도철의 저택까지 반경 38Km에 있습니다.]
현수는 바로 반경 50Km이내 텔레포트를 선택했다.
[띠링! 7,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9,480,790]
그러자 결제 창이 뜨고 나자 바로 현수의 몸이 하얀 빛에 휩싸였고 머리가 아찔한 순간 현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제일 먼저 그의 눈앞에 사도철의 저택 높다란 담벼락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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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는 곧장 담벼락을 따라 걸었고 이내 대문이 나왔다. 그 대문 앞에 선 현수는 곧장 초인종을 눌렀다. 그러자 안에서 누군가 그를 확인하는 것 같더니 이내 대문이 열렸다.
철컹!
현수는 곧장 열린 대문 안으로 들어갔다. 몇 번 와 본 곳이지만 사도철의 저택의 마당은 참 조경이 잘 되어 있었다. 딱 봐도 돈을 쳐 바른 티가 팍팍 나는 마당을 가로 지른 현수가 막 저택 현관 앞에 도착했을 때 안에서 누가 먼저 현관문을 열었다. 현수는 저택 안에서 그 현관문을 연 사람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검은 정장에 딱 봐도 조폭스럽게 생긴 녀석이 그런 현수를 보고 말했다.
“따라 와라.”
녀석도 현수가 마음에 들진 않는 건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하지만 사도철에게 무슨 얘기라도 들은 듯 현수에게 무례하게 굴지는 않았다.
“현수씨!”
그때 저택 2층에서 내려오던 중이던 사지희가 현수를 발견하고 그에게 쪼르르 달려왔다.
“어떻게.... 벌써 왔어요?”
하긴 사지희와 통화 한지 채 5분도 되지 않아 현수가 그녀 앞에 나타났으니 그녀도 놀랄만 했다.
“근처에 있었거든요. 그보다 아버님은?”
현수는 재빨리 얘기를 돌렸다. 지금 그가 여기 온 건 사지희의 부친인 사도철을 만나기 위함이었다. 사지희 역시 그 때문에 현수를 불렀기에 의아함은 묻어 두고 시선을 그녀가 방금 내려 온 2층으로 돌리며 말했다.
“2층 서재에 계세요. 저랑 같이 가요.”
사지희가 슬쩍 현수 옆에 끼어들면 그의 팔짱을 꼈다. 그러자 현수를 안내하던 중이던 조폭 녀석이 그걸 보고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하지만 현수는 그런 조폭은 안중에도 없는 듯 저택 안을 훑어보고 나서 말했다.
“사람들이 다 바뀌었네요.”
현수의 그 말에 사지희가 놀란 얼굴 표정을 지었다.
“그걸 어떻게...... 요 며칠 사이 아빠 주위 경호 인력이 싹 바뀌었거든요.”
“내가 사람 얼굴은 잘 기억 하는 편이거든요. 가요.”
현수는 사지희와 같이 곧장 2층으로 올라갔다. 그런 현수를 곧 잡아먹을 듯 쏘아보던 조폭은 바득 이를 갈더니 누가 봐도 다정해 보이는 연인들의 뒤를 따라 계단을 올랐다.
“저기에요.”
현수는 전에 사도철의 2층 서재에 들어 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사지희는 사도철이 있는 서재까지 현수와 팔짱을 낀 체 같이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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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와 통화 후 사지희는 부친인 사도철이 있는 서재를 찾아갔다. 그리고 현수가 곧 올 거란 얘기를 그에게 했다. 그러자 사도철이 소스라치게 놀라며 벌떡 서재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뭐, 뭐라고? 그 녀석이 지금 여길 찾아온다고?”
사지희는 평소 볼 수 없었던 진짜 놀란 부친의 모습에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
“뭘 그렇게 놀라세요? 아빠도 현수씨 잘 알잖아요. 전에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고 저한테 말하셨고요.”
“그, 그거야..... 하아. 알았다. 그녀석이 온다는데...... 뭘 어쩌겠냐?”
“네?”
사지희는 현수가 온다는 데 자포자기한 얼굴 표정을 짓는 부친이 당연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부친에게 물으려 했는데 그럴 수가 없었다. 사도철이 핸드폰을 꺼내서 어딘가 전화를 건 것이다.
“곧 중요한 손님이 올 거다. 그래. 오는 대로 서재로 데려와라. 정중히.”
그렇게 통화 후 사도철이 사지희에게 말했다.
“그만 가 봐라.”
“아빠.”
“강현수에 관한 건 그녀석에게 물어라. 난 그녀석에 대해 더 할 말 없다.”
그 말 후 입을 꾹 다문 사도철은 아예 눈까지 감아버렸다. 더는 사지희와 얘기하고 싶지도 보고 싶지 않다는 말이었다.
“하아.”
그래서 사지희는 한숨과 함께 부친의 서재를 나왔다. 그리곤 곧장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가 이내 다시 나왔다. 그때 아래쪽에 인기척이 들렸다.
“누가 왔나?”
사지희는 곧장 1층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현관을 통해 거실로 들어오고 있는 현수를 봤다. 놀란 그녀는 현수에게로 뛰어 내려갔고 그를 부친의 서재까지 직접 안내 했다.
똑똑!
현수는 서재 문에서 노크를 한 후 사지희에게 말했다.
“얘기하고 나서 바로 지희씨 방으로 갈 테니까 먼저 방에 가 있어요.”
사지희는 당연히 현수를 따라 서재에 들어 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현수의 말을 듣자 그 생각이 바뀌었다.
“네. 그럴게요.”
왠지 현수가 하는 말은 무조건 따라야 할 거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현수 앞에서 말 잘듣는 순한 양이 된 사지희가 돌아서서 곧장 자기 방으로 향하는 걸 보고 현수는 바로 서재 문을 열었다.
현수가 노크를 했지만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없었다. 하지만 현수는 상관없다는 듯 ‘벌컥’ 서재 문을 열어젖히고 그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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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안에 들어간 현수 눈에 책상에 앉아 있는 사도철이 보였다. 그는 책상의 푹신한 의자에 등을 기대앉은 채 현수를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고 현수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안에 있으면서........노크를 했으면 무슨 반응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그 말을 하며 현수는 책상과 마주 보이는 위치에 있는 소파로 가서 앉았다. 그런 현수를 보고 사도철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어차피 들어 올 거면서 노크는 무슨.......”
현수는 사도철과 농담 따 먹기를 하려고 여기 온 게 아니었다. 그래서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지희씨 말로는 심각해 보인다던데. 무슨 일이야?”
현수는 자신의 여자인 사지희와 달리 그 부친인 사도철에게 말을 놓고 있었다. 하긴 현수 입장에서 사도철은 애초에 그의 아공간 부대 자루 속에 들어갔어야 할 인간 말종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은 건 순전히 사지희 때문. 그러니 현수 입에서 사도철에게 예의 갖춘 말이 나올 리 없었다. 사도철도 그런 현수의 반응에 별 불만이 없는 듯 바로 대답했다.
“심각하긴 무슨. 그냥 갱년기가 와서 그렇다.”
“갱년기? 네가?”
현수가 어이없다는 듯 사도철을 쳐다보자 사도철이 그런 현수의 눈이 부담스러운 듯 슬쩍 그의 눈을 피했다. 그런 그에게 현수가 말했다.
“객쩍은 소리 그만하고 사실대로 말해. 아니면 내가 알아낼까?”
앉아 있는 현수의 기도가 확 바뀌었다. 그걸 느낀 사도철의 두 눈이 공포에 물들었다. 현수에게 제대로 당한 적이 있었던 사도철이었다. 그때도 현수에게 저런 기운이 풍겼기에 사도철은 지레 겁을 집어 먹었다.
“그, 그게.... 사실은..................”
사도철은 자신의 고민을 현수 앞에 사실대로 전부 털어 놓았다. 현수는 묵묵히 사도철의 얘기를 전부 다 경청하고 나서 말했다.
“그러니까 제주도에 중국 애들이 설치고 있단 얘기로군.”
“설치는 정도가 아니다. 제주도가 놈들에게 빠르게 잠식당하고 있어. 이러다가는 몇 년 안에 제주도는 놈들의 수중에 떨어지고 말 거야.”
현수도 중국 사람들이 제주도 땅을 사들이고 있단 소리를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중국계 조직이 제주도의 각종 이권 사업까지 깊숙이 개입되어 있단 건 몰랐다.
“애국자 나섰군. 나셨어. 결국 제주도에 벌려 놓은 네 사업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거면서. 어디서 감성팔이를 하고 지랄이야.”
현수의 그 말에 자신의 속내를 들킨 사도철이 움찔하며 눈알을 굴릴 때 현수가 이어 말했다.
“나 시간 없어. 그러니 제일 골치 아픈 문제부터 말해.”
현수의 그 말에 사도철의 두 눈이 희번덕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