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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현수가 모습을 드러냈을 때 곱창집 앞으로 지나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수는 곧장 가게 입구로 향했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고소한 곱창 굽는 냄새와 함께 가게 안 열기가 현수를 반겨 주었다. 뒤따라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모습과 함께 그들이 만들어 내는 소음이 현수의 귀에 웅성거리는 소음으로 들려왔다. 현수는 바로 고개를 돌리며 가게 안을 훑었다. 그런 그의 시선에 가게 한 쪽 구석에 혼자 앉아 있는 미인이 보였다. 그런 그녀 앞에 종업원이 서 있었다. 현수가 그쪽으로 다가가자 이혜나가 메뉴판을 보고 주문을 하고 있는 게 보였다.
“.......하고 소주랑 사이다 한 병 주세요.”
“네.”
종업원은 이혜나가 건네는 메뉴판을 챙겨서 그 테이블을 떠났고 그가 사라진 시야에 현수가 나타났다.
“어. 왔네.”
그런 현수를 보고 이혜나가 반갑게 웃어 주었다. 현수는 곧장 그녀가 앉아 있는 테이블로 가서는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
“10분이면 온다고 했잖아요.”
그 말에 자신의 시계를 확인한 이혜나가 말했다.
“딱 10분이네. 좋아. 아주 좋아. 마음에 드는 게 하나 더 생겼어.”
“네?”
“난 호불호가 확실한 편이거든. 그래서 마음에 들고 안 들고 에 따라서 만나는 기간이 바뀌어.”
“어떻게요?”
“마음에 드는 점이 하나라도 있으면 적어도 6개월은 만나. 하지만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으면 그걸 얘기 하는데 세 번까지 얘기해서 안 고치면 바로 헤어져.”
“그럼 저는 두 개가 마음에 들었으니까 1년은 혜나씨와 사귈 수 있는 거네요.”
“적어도 그런 셈이지.”
“근데 제가 뭐가 혜나씨 마음에 든 건데요?”
“하여튼 남자들은 다 똑같다니까. 내가 이 얘기를 하면 꼭 물어요. 자기 뭐가 좋냐고. 뭐 다른 사람들에게도 다 얘기 해줬으니까. 공평하게 너에게도 얘기해 줄게.”
그 말 후 이미 따라 놓은 물 컵의 물을 한 모금 마신 이혜나가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내가 너에게서 가장 마음에 든 건 그거야.”
“그거요?”
“그거.”
말을 하는 이혜나의 시선이 앉아 있는 현수의 밑을 향했다.
“아아!”
현수는 그녀의 시선에서 뜨거운 성적 욕망의 기운을 읽고서야 그녀가 한 말이 이해가 되었다. 이혜나가 현수에게 제일 마음에 든 건 바로 그의 섹스 능력이었다.
“그 다음은요?”
“약속 시간을 잘 지킨다는 거?”
“에이. 그거야 시간 개념이 있는 남자들이라면 잘 지키잖아요.”
“아니. 원래 잘난 놈들은 시간 개념이란 게 없어. 적어도 내가 아는 한.”
“네?”
“그런데 특이하게도 내가 만나 본 잘난 남자들 중에서 최고인 남자가 시간 개념도 있네. 그러니 더 마음에 들 수밖에.”
이혜나가 지금 말하고 있는 그 최고의 남자가 자신이란 것쯤은 현수도 눈치껏 알 수 있었다.
“너무 띄우지 말죠. 그러다 떨어지면 엄청 아플테니까.”
“내가 볼 때 넌 아직 자신이 얼마나 대단한 남자인지 모르는 거 같아. 뭐 그러는 게 나한텐 더 좋은 일이겠지만. 파리들이 꼬이는 건 딱 질색이거든.”
그렇게 이혜나와 시답잖은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그녀가 주문한 음식들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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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나는 곱창을 다양하게 시켜 놓았다. 그 양이 족히 4-5인분을 될 듯했는데 그렇게 시킨 이유는 금방 알 거 같았다.
곱창은 굽기 무섭게 이혜나의 입으로 사라졌다.
“쩝쩝쩝.....뭐해..... 너도 먹어.”
현수에게 먹으라면서 이혜나는 굽은 곱창을 족족 자기 입으로 가져갔다. 그렇게 어느 정도 배를 채우고 나자 이혜나는 그때부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자. 마셔.”
그렇게 현수는 이혜나와 둘이서 소주 5병을 비웠다. 그러자 이혜나도 취기가 오른 듯 횡설수설 거렸다.
“.....잖아. 그래서 확 때려치워 버렸지. 거기 말고 갈 때는 많거든. 이 누나가 보기보다 유능해서 말이야.”
현수는 아까부터 할 말 많아 보이는 이혜나의 말을 차분히 들어 주었다. 그랬더니 역시나 그녀에게 오늘 큰 일이 있었다. 다니던 로펌을 그만 두고 다른 로펌으로 옮기기로 했는데 오늘이 다니던 로펌을 나오는 날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하루 쉬고 대서양 로펌으로 가게 됐어. 너도 들어 봤지? 대서양 로펌? 국내 로펌 중에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큰 로펌이야. 전에 다닌 로펌이 중소기업이라면 거긴 대기업인 셈이지. 어때? 나 출세 했지?”
“네. 출세 했네요. 축하해요.”
“호호호호. 그래. 이건 축하할 일이지. 마셔,”
그렇게 소주 한 병을 더 비우고 나자 이혜나는 결국 뻗어 버렸다. 곱창진 테이블에 머리를 박고 잠든 이혜나를 보고 현수를 혀를 차다 먼저 일어나서 카운터로 갔다. 그리고 계산부터 한 뒤 돌아와서 이혜나를 챙겼다. 그 과정에서 현수는 상태창을 열고 음주 해소 마법인 드링킹 어날먼트(Drinking annulment)를 자기 몸에 걸었다. 그러자 그가 마신 술이 확 다 깼다.
그렇게 멀쩡해진 현수는 술 취한 이혜나를 들쳐 업고 곱창집을 나섰다. 그때 그에게 업혀 있던 이혜나가 소리쳤다.
“2차 가자. 그래. 노래가 좋겠다. 노래방으로 고고!”
현수는 노래방보다 근처 모텔에 가고 싶었다. 그래서 이혜나에게 말했다.
“혜나씨. 그냥 모텔로 직행하죠.”
그러자 이혜나가 현수의 귀를 잡아당기며 말했다.
“시끄럽고. 빨리 노래방에 가. 하여튼 남자란 다 짐승들이라니까.”
“아아! 아파요.”
천하의 현수도 여자를 업은 상태에서 귀를 잡아당기게 되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었다. 생각 같아선 마법으로 이혜나를 잠재운 뒤 모텔로 갈까 했는데 이혜나의 다음 말에 그럴 수가 없었다.
“나 노래 너무 부르고 싶단 말이야. 지금 꼭 불러야 할 노래가 있다고.”
이혜나가 그렇게까지 노래방에 가고 싶다니 현수도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오늘 다니던 직장을 그만 둔 그녀가 아니던가.
‘그래. 노래방에 갔다가 모텔로 가지 뭐.’
현수는 결정을 내리자 곧장 이혜나를 엎고 근처 노래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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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방에 간 현수는 곧장 자신의 결정을 후회했다.
“우워어어어.......나와 결혼을 해 줘......우어어어...........”
이혜나는 음치였다. 그것도 보통 음치가 아닌 울트라, 슈퍼, 캡장 음치였던 것이다. 그녀와 노래방에 같이 있는 거 자체가 스트레스를 받는 짓이었다. 그러니 현수도 후회가 될 수밖에.
현수가 보유하고 있는 마법 중에는 소음을 차단하는 마법은 있어도 소음을 없애는 마법은 없었다. 그래서 정말 소음을 없애는 마법을 구입하고 싶었다. 하지만 귀를 막으면 될 일을 가지고 아까운 포인트를 쓸 생각은 없었다. 그래서 현수는 두 손으로 귀를 막고 있었다. 그 사이 혼자서 30분을 쉬지 않고 노래를 부르던 이혜나도 지쳤는지 더 이상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대신 현수에게 마이크를 넘겼다.
“너 이 새끼. 나 노래 부를 때 귀 막고 있었지? 그래 어디 얼마나 노래를 잘 부르나 보자.”
“저 노래 못 불러요. 그러니까 부르려면 그쪽이나 계속 불러요.”
“같이 노래방 왔으면서 빼긴. 좋아. 노래 잘 부르면 이 누나가 네가 부탁하는 거 다 들어 줄게.”
“네?”
“단, 여기에서 만 가능해. 나가면 끝이야.”
이혜나의 그 말에 현수는 잠시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래도 자기 한 말에 대해 조건까지 다는 걸 봐선 노래를 부르는 동안 취기가 많이 가신 모양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취기로 인해 불그스름한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있던 현수의 얼굴 표정이 장난스럽게 변했다.
‘그래. 어디......’
“알았어요. 노래 부를게요. 대신 잘 부르면 소원 들어줘야 합니다?”
“그래. 알았어. 알았으니까 빨리 부르기나 해.”
현수는 곧장 노래부터 선곡했다. 당연히 부르기 어렵고 가창력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노래로다가. 그래야 이혜나도 현수가 노래를 잘 부른다고 인정을 할 테니 말이다.
“뭐? 눈꽃? 에이. 말도 안 돼. 네가 이 노래를 부른다고?”
이혜나는 현수가 선곡한 곡을 보고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눈꽃은 워낙 부르기 어려워서 웬만한 가수들도 부르길 꺼려하는 노래였다. 그런 노래를 현수가 부르겠다니 정말 기가 찰 노릇이었다. 그때 현수는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게임 단기 무료이용 쿠폰 사용 할 때 그 방법이 학습능력, 게임, 몸 쓰는 게임, 노래방, 단기 가수, 가수 뺨쳐 순으로 선택 하면 된다고 했었지?’
현수는 그렇게 떠오른 기억에 따라 머릿속으로 학습능력을 생각했다. 그러자 그의 눈앞에 학습능력 창이 알아서 떴다.
[학습능력]
이름: 강현수
학습능력: 70/100
1. 공부(지식 능력 향상): 전체 50/100, +1 상승 2,000포인트(단, 60까지)
2. 게임(놀이 능력 향상): 전체 80/100, +1 상승 12,000포인트(단, 90까지)
3. 상상(잠재 능력 향상): 전체 80/100, +1 상승 12,000포인트(단, 90까지
4. 애정(연애 능력 향상): 전체 90/100, +1 상승 17,000포인트(단, 100까지)
5. 모략(음모 능력 향상): 전체 50/100, +1 상승 2,000포인트(단, 60까지)
오랜만에 보는 학습능력 창을 보고 잠깐 감개무량해 하던 현수는 바로 2번 게임을 클릭했다.
[게임-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놀이]
1. PC 게임
2. 몸 쓰는 게임
그리고 기억에 따라 몸 쓰는 게임을 선택했다.
[몸 쓰는 게임]
술래잡기, 비석치기, 윷놀이, 포커, 고스톱...... 장기, 바둑........노래방, 보도방, 스크린 골프방..........
또 몸 쓰는 게임 창에서 노래방을 찾아 선택했고.
[노래방]
1. 초보 -노래방에서 갓 마이크를 잡은 상태
2. 좀 하는 수준 -노래방 점수 80점 이상
3. 잘 하는 수준 -노래방 점수 90점 이상
4. 곧 잘 하는 수준 -노래방 점수 100점
5. 가수 뺨쳐 -준 가수 수준의 단계
6. 가수 - 가수 수준의 단계
7.단기 가수 - 하루 동안 가수 수준으로 노래를 부르게 해 준다.
노래방 창에서 바로 7번 단기 가수를 선택했다.
[단기 가수]
1. 가수 뺨쳐 - 하루 동안 가수 뺨칠 실력의 노래 수준 유지. +1,000포인트(쿠폰 이용 시 공짜)
2. 가수 - 하루 동안 가수 실력의 노래 수준 유지. +5,000포인트 (쿠폰 이용 시 +1,000)
3. 전설의 가수 - 하루 동안 전설 급 가수의 노래 수준을 유지. +10,000포인트(쿠폰 이용 시 +3,000)
기억 난 대로 단기 가수에 ‘가수 뺨쳐’를 선택 한 후 현수의 머릿속에 곧바로 시스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띠링! 하루 동안 노래를 부를 때 가수처럼 부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단기 가수 사용 중.]
그 소리에 현수의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리고 곧장 노래 시작 버튼을 눌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