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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647화 (647/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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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비서는 김조현 회장의 조카였다. 그뿐 아니라 연맹의 핵심 부서에는 김조현 회장의 인척들이 즐비했다. 그래서 대학축구연맹이 김조현 회장 일가의 사조직이란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었다. 하지만 누구도 김조현 회장을 건드리지 못했다. 김조현 회장의 형이 바로 야당 당 대표 김부성이었으니까. 형 만한 아우가 없다고 김부성 대표보다 못한 처지의 김조현은 그래도 축구에 관심이 많았다.

그걸 아는 형인 김부성이 그런 그를 축구협회 쪽에 밀어 넣었고. 하지만 협회 쪽의 라인은 그리 호락호락하지가 않았다. 김부성 대표의 힘만으로 그곳에서 버티지 못한 김조현은 결국 협회 임원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대학축구연맹 회장으로 좌천을 당하고 말았다. 하지만 막상 취임해 보니 대학축구연맹이 오히려 김조현의 입맛에 맞았다.

“용꼬리보다 뱀 대가리가 낫지.”

그렇게 대학축구연맹의 회장이 된 김조현은 자기 멋대로 연맹을 이끌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비리들이 양산 되었지만 축구협회에서는 그냥 모른 척 했다. 그들에게도 김조현은 계륵과 같은 존재였으니까.

아무리 잘 나가는 축구협회라도 야당 당 대표의 눈치는 볼 수밖에 없었다. 그랬기에 잘 살고 있는 김조현을 아무도 건드리지 않은 것이고.

그 때문에 대학축구에서 김조현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오늘도 모 대학의 축구 감독과 점심을 즐기며 비싼 회정식을 먹고 협회로 돌아 온 김조현은 회장실 앞에서 초조한 기색으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총무 부장을 발견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보나마나 연맹 일로 그에게 할 말이 많이 보이는 그를 보고 김조현이 말했다.

“어지간한 일은 양 전무와 상의해서 처리 하라니까 그러네.”

골치 아픈 일은 딱 질색인 김조현은 연맹 일을 가장 잘 아는 그의 최측근 인사인 양현종 전무에게 사실상 연맹 운영을 맡기고 있었다.

“연맹 내 일이라면 그랬겠지요. 하지만 이건 다른 문제라.....”

김조현은 총무 부장의 그 말에 의아해 하며 말했다.

“연맹 내 일이 아니면?”

“그건 안에 들어가서.....”

밖에서 떠들 일은 아니란 말이다. 즉 중요한 얘기가 있단 건데 김조현은 회장실에 들어가면서 자기와 왔는데도 가만히 앉아 있는 여비서를 보고 한 소리 했다.

“현숙아. 얼굴에 신경 쓰는 거 1/10만 비서 일을 해라.”

“쳇! 또 잔소리네.”

“저, 저.....”

여동생이 겨우겨우 부탁해서 비서랍시고 저 자리에 앉혀 놨는데 상전이 따로 없었다. 비서로서 하는 일은 거의 없고 자리만 지키다가 퇴근 시간 되면 광속으로 사라지는 녀석이었다. 그래 놓고 월급은 따박따박 타 먹는. 그 야말로 잉여인간이 바로 자신의 조카인 저 녀석이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손이 안으로 굽을 수밖에. 김조현은 저 녀석이 언제 인간이 될까 한숨을 내 쉬면서 회장실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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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뭐라고?”

총무부장의 보고를 받은 김조현의 얼굴이 확 일그러졌다. 그럴 것이 어제까지만 해도 신경 쓸 거 없다며 다 된 일처럼 말해 놓고 오늘 갑자기 딴 소리를 해 댄 녀석 때문에 말이다.

“강현수가 못 뛰면 어떻게 되는 거야?”

“당연히 MBS방송국에서 생 지랄을 다하겠죠. 그리고 중계도 하지 않으려 들 테고.”

“그건 안 돼! 이게 어떻게 찾아 온 기횐데.”

김조현도 말은 안하고 있었지만 사실 축구협회의 눈치를 봤다. 대학축구연맹의 회장으로 그가 보여 준 성과는 전무하다시피한 상황. 이러다 축구협회에서 덜컥 딴 놈을 대학축구연맹의 회장으로 보내면 김조현은 그야말로 끈 떨어진 연 신세였다.

때문에 이번 대학축구 왕중왕전을 성대하게 치러서 축구협회에 보여 줄 필요가 있었다. 대학축구연맹의 김조현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그런데 그 일에 연신대 축구부에서 딴죽을 걸고 나왔다.

“연신대 감독에게 당장 전화 넣어.”

“네.”

총무부장이 연신대 감독에게 전화를 거는 동안 김조현은 씩씩거리며 화를 삭였다.

“이 감독님. 연맹에 김 부장입니다. 네. 회장님께서......”

“이리 줘.”

김조현은 총무부장 김재구에게서 핸드폰을 뺐었다. 그리고 큰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이봐 이 감독! 지금 나하고 장난치자는 건가?”

상대의 기선을 제압하기 위해 김조현이 언성을 높였는데 어째 그게 제대로 먹혀들지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 이 감독. 그럼 우리보고 어쩌란 건가? 뭐? 아니 감독이 선수 하나 못 다뤄서야......뭐? 영구제명 시키라고 했다고? 그 새끼가 뭘 잘못 처먹었나........그래. 이 감독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야. 하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었어. 방송국에서 저녁 7시에 생중계를 하겠다는 걸 어쩌겠나?”

딱 봐도 김조현 회장은 연신대 이명신 감독에게 말리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처한 상황이 그렇게 갈 수밖에 없었다.

내일 시합에 강현수가 출장하지 않으면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건 연맹 측이었으니까.

“.......니까. 자네가 잘 좀...... 이봐. 이 감독. 이 감독!”

보아하니 연신대 이명신 감독이 또 자기 할 말만 하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린 모양이었다.

“이런 개자식이......”

김조현은 그런 이명신을 욕해 댔다. 그때 총무부장 김재구가 조심스럽게 김조현에게 물었다.

“이 감독이 뭐라던가요?”

“그 미친 새끼가 내일 오전에 한영대와 시합을 하게 해 달라네. 그럼 강현수를 출장 시킬 수 있다고. 아님 강현수 없이 저녁에 시합을 하던지 나보고 알아서 하라고는 전활 끊어 버렸어.”

김조현은 총무부장에게 핸드폰을 넘기며 다시 이명신에게 전화를 걸게 했다. 하지만 이명신은 아예 전화를 받지 않았다.

띠링!

그리곤 이명신이 총무부장의 핸드폰으로 문자를 보내왔다. 문자 내용은 내일 시합을 오전에 하기로 결정이 내려지지 않는 한 자신은 연맹 측 전화를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연신대 쪽의 일방적인 통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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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조현은 긴급회의를 열고 그 문제를 연맹 간부들과 상의했다. 하지만 강현수가 오전 시합이 아니면 뛰지 않겠다니 어쩔 도리가 없었다. 그래서 연맹 측에서 MBS방송국 측에 연락을 넣었다. 그리고 사정을 얘기하자 방송국 측에서 난리가 났다.

-지금 와서 이게 무슨 소립니까. 하아. 제가 그리로 가겠습니다.

그리고 MBS방송국 스포츠국 장일영 책임 PD가 대학축구연맹을 직접 찾아왔다. 그리고 김조현 회장과 간부들과 만나서 대책을 강구했는데 방송 시간은 변경이 불가능했다.

“내일 연신대와 한영대의 경기를 7시에 MBS 스포츠에서 생중계 한다고 다 알려 놓은 상탭니다. 그걸 바꾸는 건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MBS 스포츠 장일영 책임 PD는 다음 말은 굳이 하지 않았다. 아마 이들과 그가 법정에서 만나야 할 테니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장PD님께서 강현수 선수를 좀 만나서...... 아무래도 방송 관계자라면 강현수 선수도 생각을 바꿀 수 있을지 모르니......”

장일영은 슬쩍 자신들의 일을 자신에게 떠넘기려는 연맹 측의 행태에 피식 웃었다. 일정을 바꿔 주겠다고 한 건 연맹 측이었다. 그래놓고 이제 와서 딴 소리 하는 그들의 행태에 어처구니가 없었다. 하지만 내일 중계 방송에 강현수가 뛰지 않으면 끝일 나는 건 자기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결국 한심하지만 저들과 같이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알겠습니다. 지금 강현수가 어디 있는지 알아 봐 주십시오. 제가 가서 만나 보겠습니다.”

장일영의 그 말에 굳어 있던 연맹 측 분위기가 확 풀렸다. 그리고 강현수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 연맹 측에서 난리법석을 떨어댔다.

그 과정에서 연신대 이명신에게 연락이 취해졌고 이명신도 연맹 측의 설명을 듣고 나서 강현수를 찾는 데 한 팔을 걷어 붙였다.

그 결과 연신대 주장인 이기찬이 강현수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가 어디 있는지 알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 소식을 전해들은 장일영은 연신대 주장인 이기찬에게 직접 강현수의 전화번호를 물었다. 그리곤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현수 선수? 네. 저는 MBS 스포츠국의 책임 PD 장일영이라고 합니다. 네. 내일 경기에 출장하지 않겠다고 하셨다고요? 네. 아네. 그래서 말인데 직접 만나서 얘기를 좀 나눴으면 해서요. 네. 네. Sj엔터테이먼트요? 알죠. 네. 지금 바로 그쪽으로 가겠습니다.”

강현수와 통화를 끝낸 장일영은 곧장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강현수를 만나러 차를 몰아 강남으로 향했다. 이동 중 장일영은 후배 PD에게 강현수와 Sj엔터테이먼트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게 했다. 그랬더니 Sj엔터테이먼트 사옥 앞에서 후배 PD에게 전화가 걸려왔다.

“어. 이PD. 음. 그러니까 강현수가 Sj엔터테이먼트와 에이전트 계약을 맺었단 말이로군. 그런데 Sj엔터테이먼트가 에이전트 사업까지 진출 했었던가? 응. 아아. 강현수 한 명뿐이란 말이지? 알았다. 수고했어. 이따 방송국 들어가면 맛있는 거 사줄게.”

후배 PD와 통화를 끝낸 후 장일영은 Sj엔터테이먼트 사옥에 차를 대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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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신 감독과 대판하고 학교를 나선 현수는 집 밥에 생각나서 집으로 향했다.

“현수 왔니?”

집에선 어머니가 반갑게 현수를 맞아 주셨다.

“점심은?”

“아직요.”

“씻고 와. 밥 차려 줄 테니.”

어머니는 그 말 후 부엌으로 가셨고 현수는 화장실로 가서 손을 씻었다. 그리고 부엌으로 향하니 벌써 맛있는 냄새가 풀풀 났다. 그 사이 어머니는 냉장고의 반찬들을 꺼내 놓고 국을 데우고 계셨다. 그러다 현수에게 물었다.

“계란 후라이라도 해 줄까?”

“네. 좋죠.”

그 말에 어머니께서 프라이팬을 꺼낼 때 현수가 물었다.

“장대....아니 외삼촌은요?”

“오빤 누구 좀 만나러 간다고 아침부터 나갔는데....... 여태 소식이 없네. 너 밥 차려 주고 전화 한 번 걸어 봐야겠다.”

현수에게는 아직 외삼촌이란 칭호보다 장대인이란 소리가 더 입에 붙은 장충석이었다. 그가 누군지 아는 현수 입장에서 그의 안위는 걱정 되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걸린 상대가 걱정 될 뿐.

현수는 2시가 넘어서 점심을 먹었다. 아침을 늦게 먹었기에 그때쯤 점심을 먹으니 시간도 적당했다.

“한 그릇 더 주랴?”

“아뇨. 됐습니다.”

현수는 적당히 밥 한 공기를 비우고 식탁에서 일어났다.

“저 좀 쉴게요.”

그리곤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전망 좋은 자기 방의 창가에서 잠깐 밖을 쳐다보던 현수는 어차피 에이전트 백성조를 만나기로 한  6시까지 할 일도 없었던 터라 침대에 벌러덩 누웠다.

새벽에 쪽 잠을 잔 터라 정신적으로 피곤했던 현수는 눈을 감았다. 그러자 자기도 모르게 꼬빡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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