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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640화 (64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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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학 축구 왕중왕전의 주최 측인 대학축구연맹의 회장인 김조현이 자신을 불렀단 사실에 연신대 축구 감독 이명신은 살짝 긴장을 했다.

“이쪽으로....”

연맹 측 인사가 이명신을 데리고 간 곳은 서울 월드컵 경기장 내 VIP룸이었다. VIP, Very Important Person, 즉 요인을 말한다. 지금 이곳에서 요인이라면 다연 대학축구연맹의 회장일 터. 이명신은 연맹 측 인사와 같이 VTIP룸으로 들어갔다.

“하하하하. 어서 오게.”

풍채 좋은 앞머리가 훤히 드러난 노년의 남자가 환하게 웃으며 이명신을 반겼다.

‘김조현 회장!’

이명신도 몇 번 만난 적이 있는 분이었다. 올해 70살인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일하는 양반이었다. 그런데 그 열정이 단지 축구에 국한 되지 않았다는 게 문제였다.

‘욕심만 많아서는......’

이명신은 누구보다 김조현 회장이 탐욕스런 인물이란 걸 잘 알았다. 그럴 것이 이명신도 김조현에게 바친 뇌물이 꽤 되었으니까. 물론 그 덕에 이명신은 연신대 축구부 감독이 될 수 있었다. 서로 윈윈하는 관계 였기에 이명신을 딱히 김조현에게 불만은 없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이명신은 김조현이 내민 손을 두 손으로 공손히 잡고 머리를 숙여 보였다. 그런 이명신을 보고 김조현이 흡족한 얼굴로 웃었다.

“앉게.”

김조현이 자리를 권하자 이명신은 딱 봐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VIP룸의 가죽 소파에 살짝 엉덩이를 걸쳤다. 그런 그를 보고 김조현이 웃으며 소파 상석에 앉았다. 그리고 곧장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가 바쁜 이 감독을 여기로 부른 건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네.”

“부탁이라니요. 지시만 내려 주십시오.”

이명신이 바로 읍소했다. 그런 이명신의 보고 김조현은 기분 좋게 웃으며 말했다.

“연신대에 속해 있는 강현수 선수 말이야. 그 선수 이번 대회 결승전까지 계속 뛰게 해 줄 수 있지?”

“네?”

왕중왕전은 결승까지 모두 4경기를 치러야 했다. 그런데 그 일정이 일주일 안에 다 치러졌다. 즉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려면 일주일 동안 4경기를 치러서 다 이겨야 한단 소리였다. 말이 쉬워 4경기지 일주일에 4경기를 소화하는 게 쉬울 리 없었다. 때문에 이번 왕중왕전은 선수층이 두터운 쪽이 유리했다.

연신대는 주전 멤버가 많은 3학년 뿐 아니라 1, 2학년 선수층도 두터운 편이었다. 그래서 이명신은 남은 두 경기에 1, 2학년도 기용해 가며 결승까지 올라갈 생각이었다. 물론 이때도 다른 선수는 몰라도 강현수는 모든 경기에 다 뛰게 만들 생각이었다. 강현수가 빠지면 그건 최강 연신대 축구가 아니었으니까.

“왜? 안 되나?”

“아, 아닙니다. 안 되기는요. 됩니다. 돼.”

어차피 강현수 없이 왕중왕전에서 연신대가 이길 수 있는 팀은 없었다. 당연히 승리를 위해서 이명신은 무슨 수를 쓰던 강현수를 전 경기 출전시킬 터. 그러니 그의 입에서 강현수가 결승전까지 뛸 거란 말이 바로 튀어 나왔던 것이다.

“하하하하. 난 또 자네와 강현수 선수 사이가 좋지 않다는 소문이 사실인가 했네.”

“소문은 믿을 게 못 됩니다. 현수 그 녀석을 키운 게 바로 저 아닙니까? 녀석도 사람이면 그 은혜를 잊진 않겠죠.”

“그랬나? 이거 이 감독의 실력을 그 동안 너무 폄하해온 모양이로군. 안 되겠어. 내일 협회장님을 만나기로 되어 있는데 내 강력히 이 감독은 청소년 대표팀 감독에 추천해야지.”

“청, 청소년 대표팀 감독이요?”

이명신의 눈이 동그래졌다. 그럴 것이 고작 실업팀 감독이나 프로 팀 코치 자리를 노리고 있던 이명신이었다. 그런 그가 청소년 대표팀 감독이 된다? 그건 더 높은 곳으로 올라 갈 수 있는 튼튼한 동아줄을 잡는 것과 같았다.

“그래. 이 감독 같은 실력 있는 감독이 대표팀을 맡아야지. 그놈의 학연과 지연에 얽매여서 무슨 발전이 있겠나?”

“그, 그렇죠. 제게 맡겨만 주신다면 제 2, 제 3의 강현수를 만들어 내 보이겠습니다.”

이명신의 저 근거 없는 자신감에 김조현은 속으로 웃음이 났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비위를 맞춰 줘야 했다.

“우리 이럴 게 아니라 자리를 옮기지. 자네 같은 훌륭한 지도자와 술 한 잔 같이 나누며 대한민국 축구 미래를 얘기하고 싶어서 말이야.”

“좋지요. 제가 모시겠습니다.”

“그럴 텐가? 좋지. 가자고.”

그렇게 대학축구연맹 회장 김조현과 연신대 축구 감독 이명신은 연맹 쪽 간부 몇 명과 같이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나와서 강남으로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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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신이 김조현 회장과 연맹 간부들을 데리고 간 곳은 강남의 최고급 룸살롱이었다. 거기서 어리고 예쁜 여자들을 옆에 끼고 술을 마시는 김조현 회장과 연맹 간부들의 입은 귀에 걸려 있었다.

“자자. 마시자고. 대한민국 축구를 위하여!”

“위하여!”

그렇게 술판이 무르익어 갈 무렵 김조현 회장이 이명신에게 말했다.

“자네 때문에 오늘 좀 과음을 한 모양이야. 그래서 말인데 늙은이는 이제 그만 일어나야 할 거 같아.”

“네? 하지만 지금 회장님께서 빠지면 분위기가......”

“괜찮아. 괜찮아. 다들 나 없이도 잘들 놀아. 이런 게 어디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럼 난 이 아이와 같이 나가도록 하지.”

김조현 회장이 자신 옆에 이십 대 초반의 손녀 뻘 아가씨의 허리를 한 팔로 감싸며 말했다. 즉 아가씨를 데리고 2차를 가겠다는 말을 대 놓고 하고 있었던 것이다.

‘씨발. 그 나이에도 그게 서냐?’

이명신은 속으로 김조현 회장을 욕했다. 하지만 이명신의 얼굴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네. 제가 업소 측에 얘기 해 놓겠습니다.”

그러자 김조현이 흡족하니 고개를 끄덕이다 이명신을 보고 말했다.

“혹시 모텔 같은 데 가는 건 아니겠지? 난 호텔 아니면 안 되는 데.......”

‘씨발. 늙은이가 까다롭긴.......’

“아네. 호텔로 모시라고 업소 측에 얘기 하겠습니다.”

이명신은 속내와는 다르게 웃으며 대답을 그렇게 했지만 속이 쓰렸다. 보통 룸살롱에서 2차로 나가는 곳은 근처 모텔이 많았다. 그 만큼 업소에서도 2차비를 아낄 수 있었고 손님 입장에서도 그만큼 싼 가격에 이용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호텔로 가는 건 얘기가 달랐다. 적어도 백만 원 이상 웃돈을 줘야 할 판이니 이명신도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하지만 어째든 김조현 회장의 비위를 맞출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하. 역시 이 감독은 윗 사람을 공경 할 줄 알아.”

“그래서 말인데. 내일 협회장님 뵙게 되면 그 얘기를 꼭 좀 잘 말씀해 주십시오.”

“그 얘기? 아아. 청소년 대표팀 감독 자리 말이지? 당연히 잘 얘기해야지. 이건 자네뿐 아니라 우리 대한 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김조현은 장황하게 떠들었다. 그래야 이명신도 그의 말을 믿을 테니까. 하지만 김조현의 속내는 달랐다.

‘내가 미쳤냐? 협회장님께 그런 헛소리를 하게.’

김조현은 내일 대한축구협회에 가긴 했다. 하지만 거기서 협회장을 만날 수 있을지 그도 몰랐다. 협회장이 워낙 바빠서 그도 올해 들어서는 한 번도 협회장을 만난 적이 없었다. 그런 협회장에게 청탁이라니? 아예 말도 안 되는 헛소리에 불과 했다. 하지만 그걸 모르는 이명신은 청소년 대표팀 감독이란 말에 혹해서 김조현에게 간과 쓸개를 다 빼줄 기세였다.

‘오늘 계 탔군. 흐흐흐흐.’

김조현은 손녀 뻘인 아가씨의 가슴을 떡 주무르듯 주무르며 어서 빨리 아가씨가 걸치고 있는 몇 개 안 되는 옷들을 벗겨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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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신은 아가씨와 같이 룸살롱을 나서는 김조현 회장을 향해 숙이고 있던 허리를 폈다. 김조현은 룸살롱 밖에 대기 중인 고급 승용차에 아가씨와 같이 올랐다.

이곳 룸살롱에서 제공한 차량으로 지금 저들은 호텔로 향할 터. 거기에 들어간 비용이 5백만 원이나 됐다.

“씨발.....”

이명신의 입에서 절로 욕설이 튀어 나왔다. 룸살롱 안에는 김조현 회장이 두고 간 그의 똘마니들, 즉 대학축구연맹의 간부들이 이명신이 김조현 회장을 배웅하는 사이 아가씨들과 뒹굴고 있었던 것이다.

“아앙!”

“헉헉헉헉!”

“살살 좀 해요.”

“....헉헉......급해서 그래. 헉헉헉.....”

“아악! 아파요. 천천히.....아아악.....”

그들은 김조현 회장이 자리를 비우자 바로 안면을 몰수하고 아가씨들을 덮쳤던 것이다. 은밀한 룸살롱 안에서 그들은 아가씨들 옷을 벗기고 자신들의 허리끈을 풀었다. 그리곤 아가씨들에게 자신의 더러운 욕구를 분출시켰다.

문제는 그게 공짜가 아니란 것이다. 물론 모텔을 잡고 2차를 나가는 것보다 싸겠지만 아가씨들의 몸값은 지불해야 했다. 세상에 공짜가 없듯이 아가씨들도 늙은 아저씨들의 욕구를 해소시키기 위해서 자신의 몸을 제공한 이상 돈은 내야 했다.

“개새끼들......”

룸살롱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저들의 난잡한 모습을 이명신은 핸드폰 동영상으로 찍고 싶었다. 그리고 그 동영상을 검찰에 보내고 싶었다. 하지만 참았다. 저들을 여기 데려 온 것도 자신이었고 저들에게 섹스판을 벌리게 제공한 것도 자신이었다. 그러니 그의 잘못도 없다고 볼 수 없었다.

이명신은 룸살롱 앞에서 이를 갈며 몸을 돌렸다. 그리고 업소 측에 견적을 부탁했다. 즉 술값이 얼마 나올지 물은 것이다.

“헉! 2천 5백?”

김조현 회장의 접대비를 빼고 2천만 원이나 술값이 나온 것이다. 이명신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그가 술을 대접할 사람은 김조현 회장 한 명이었다. 그런데 회장을 따라 온 떨거지들 때문에 2천 만 원이나 더 돈이 들어가게 생겼다.

“안 되겠어.”

이명신은 이 술 값만큼은 혼자 독박 쓸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룸살롱에서 지금도 떡치고 있는 연맹 간부들을 찾아갔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들의 술값은 자신들이 내라고 말을 하려 했다.

“이 감독. 오늘 즐거웠어요.”

“잘 마셨습니다.”

“모레 경기장에서 봅시다.”

“경기장에서 연신대를 최우선으로 챙기도록 하겠소.”

하지만 연맹 측 간부들은 이명신의 머리 꼭대기 위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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