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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629화 (629/712)

<-- 베이징 올림픽 -->

그 정도는 대학축구연맹 회장의 영향력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다. 하지만 방송국에서 요구한 강현수의 출장 여부까지는 그가 호언장담할 수 없었다. 팀과 선수의 사정이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김조현 회장은 강현수가 출장할 거라 방송국 측에 확답을 해버렸다. 그렇지 않으면 방송국에서 중계를 해 줄 거 같지 않아서 말이다.

“연신대 감독이 누구라고 했지?”

“이명신 감독입니다.”

“이명신?”

“왜 회장님 생일 전날 찾아뵙고 술 한 잔 같이 하셨잖습니까?”

“아아. 그 친구. 잘 됐군. 그 친구라면 얘기가 통하겠어. 경기 끝나면 나 좀 보자고 기별해 둬.”

“네. 회장님.”

어렵사리 방송국 측에 비위를 맞춰가며 성사 시킨 방송 중계였다. 그런 만큼 연신대의 강현수는 남은 왕중왕전 두 경기와 결승전에 반드시 출장해야 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올림픽이 끝났지만 올림픽 대표 팀에서 맹활약하며 금메달을 선사한 강현수에 대한 관심은 여전히 식을 줄 몰랐다.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강현수에 대해 더 알고 싶어 했다.

MBS방송국의 스포츠국 국장인 변제일은 바로 그 점을 알고 있었기에 대학 왕중왕전을 생중계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강현수가 뛰는 모습을 보기 위해서 많은 시청자들이 그 방송을 봐 줄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런 결정이 내려진 걸 인터넷을 통해 흘리자 뜨거운 반응이 왔다.

[믿고 쓰는 미드필더 강현수가 뛴다는데 당연히 본방 사수해야지.]

[올림픽이후 강현수의 거취가 궁금했는데 이번 기회에 어디로 갈지 얘기해 줬으면 좋겠다. 참고로 나는 강현수가 EPL무대에서 뛰는 걸 봤음 한다.]

[올림픽도 찜 쪄 먹은 강현수다. 국내 대학무대가 웬 말이냐? 어른과 아이가 축구하는 거랑 뭐가 다를까. 하지만 강현수가 뛰면 본다.]

[강현수 대학무대에서 10골도 넣을 각.]

[10골이라니. 축구가 무슨 야구냐? 그래도 강현수라면 넣을지도........]

인터넷상에 강현수에 대한 관심은 엄청났다. 그리고 그 관심이 대학축구 왕중왕전 생방송의 시청률과 직결 될 것은 뻔한 일.

MBS방송국의 스포츠국 국장인 변제일은 MBS 스포츠 장일영 책임 PD과 그 밑에 PD들을 불러 놓고 일장 연설을 늘어놨다.

“..............하도록 하고. 4경기뿐이지만 특집편성인 만큼 잘 들 찍어 송출해. 특히 강현수를 집중 조명하고. 무슨 말인지 알지?”

“네.”

장일영 책임 PD를 비롯한 스포츠국 PD들이 자신있게 대답하자 그제야 변제일 국장의 잔소리도 끝이 났다.

“일영이. 너만 믿는다.”

변제일 국장은 그 말 후 자리를 떴고 남은 장일영 책임 PD는 자기 밑에 PD들과 같이 중계 일정을 다시 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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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수에 의해 3골 차로 앞서 있던 고구려대는 스코어가 8대 7로 뒤집어지자 그라운드의 선수들 모두 멘붕 상태에 빠졌다. 그런 가운데 강현수는 노련하게 고구려대의 약점을 공략했다. 이번엔 측면으로 돌아 들어가며 돌파를 시도했고 그런 강현수를 막는 다는 건 고구려대 선수들의 역량으로는 불가능했다.

올림픽을 통해 카멜레온 축구복의 장착 스킬을 상급으로 끌어 올린 강현수였다. 하급 일 때도 대학 리그를 주름 잡았던 강현수가 아니었던가? 그래서 지금 강현수는 카멜레온 축구복에 장착 된 스킬은 전혀 사용하지도 않고 고구려대 선수들을 간단히 제쳐 냈다. 역전 당한 뒤 멘붕 상태에 빠져 있던 고구려대 선수들은 애초 현수를 막을 수 있는 상태가 전혀 아니었다.

“이이....”

별수 없이 현수를 막기 위해 고구려대 최종 수비수 격인 센터백이 움직였고 현수는 무리하게 슈팅을 가하는 대신 빈틈으로 공을 찔러 넣었다.

“엇!”

그런 현수의 킬 패스는 고동찬에게로 향했고 고동찬은 수비의 방해가 없는 상태에서 현수의 공을 차분히 인 프런트로 다시 감아 찼다.

철썩!

고동찬이 제대로 감아 찬 공에 고구려대의 골키퍼는 멍하니 서 있었다. 그가 몸을 날린다 고해서 막을 수 있는 슛이 아니었던 것이다.

“와아아아아!”

연신대 벤치는 그 골에 환호했고 고구려대 벤치의 고구려대 선수들은 한숨만 푹푹 내 쉬었다.

스코어 9대 7! 후반 전 종료까지 남은 시간은 7분여. 추가 시간까지 고려하면 10분 정도의 사간이 더 남았다.

10분이면 고구려대도 얼마든지 두 골을 넣고 동점 상황을 연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현수가 고구려대에 그럴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

파파파팟!

고구려대가 킥오프를 하고 공을 뺄 때 언제 움직였는지 강현수가 슬라이딩 태클로 공을 뺏어 낸 것이다.

툭툭!

그리고 보란 듯 고구려대 진영 한 복판을 뚫고 들어가는 강현수라는 폭주하는 열차의 앞길을 고구려대 선수들은 막지 못했다.

“젠장......”

순식간에 앞쪽의 고구려대 선수들이 강현수에게 뚫리며 금방 자기 앞에 나타나자 고구려대 센터백 조재훈이 이를 악물고 달려들었다. 비장한 얼굴의 조재훈은 강현수의 다리를 걸어 넘어트리더라도 자신을 통과하지 못하게 만들 생각이었다. 하지만 페널티 박스 안에서 그런 반칙은 골을 헌납하는 어리석은 짓이었다.

파파파팟!

그래서 페널티 박스 밖으로 뛰어나가서 그 앞에서 강현수를 저지하려 했다.

“더는 못 들어간다.”

빠악!

하지만 강현수란 폭주열차는 자신의 다리를 걷어차는 조재훈의 발에도 끄떡없이 그대로 밀고 들어갔다.

“크으윽! 뭐, 뭐야?”

강현수의 정강이를 축구화발로 걷어 찬 조재훈은 마치 담벼락을 발로 걷어 찬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강현수는 발차기를 당하고도 그대로 조재훈을 밀쳐 내고 패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갔고.

뻐엉!

그리고 지체 없이 슈팅을 때렸다. 그 슈팅은 야신 존으로 빨랫줄처럼 빠르게 뻗어 들어갔기 때문에 고구려대 골키퍼의 뒤늦은 다이빙 동작은 무슨 슬립스틱 코미디를 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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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수의 활약 앞에 스코어가 순식간에 3골 차로 벌어지자 고구려대 선수들은 뛰고자 하는 의욕자체를 잃어 버렸다.

남은 시간은 길어야 6-7분, 그 동안 3골을 몰아넣는다는 건 신계에 들어가 있다는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가 와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이쯤 되면 연신대에서도 고구려대에 자비를 베풀 만 하겠건만 그렇지 않았다. 연신대에서는 미드필드 진을 더 위로 끌어 올리면서 파상적으로 고구려대를 몰아 붙였다.

“헉헉헉!”

나진목은 숨이 턱까지 찼다. 공격수로서 전 후반 다 뛰고 있는 그로서는 지금이 가장 힘든 시간대였다. 그럼에도 그가 이렇게 죽어라 뛸 수밖에 없는 건 골을 넣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 때문이었다.

오늘 해트트릭을 달성하고 싶었던 나진목은 강현수에게 이미 눈짓을 보냈다. 강현수는 그런 나진목에게 바로 킬 패스를 넣어 주었다.

“나이스!”

나진목은 그 공을 받아서 슈팅으로 연결 시켰다. 첫 퍼스트 터치가 좋았기에 공이 제대로 발등에 얹혔다.

뻐엉!

철썩!

워낙 강한 슈팅이라 고구려대 골키퍼는 반응도 못해보고 멍하니 선 체 자신의 뒤쪽 그물망을 때리고 굴러 나오는 축구공을 멍하니 지켜만 봐야했다.

그 뒤 두 차례 더 연신대의 파상적인 공세가 있었지만 두 번 다 연신대 선수들이 골대를 벗어나는 슈팅으로 득점 기회를 날려 먹었다. 그리고 후반전 시간도 다 됐다. 이대로 끝내도 누구도 불만을 토로하지 않을 상황이건만 주심은 3분의 추가 시간을 적용 시켰다. 그래서 연신대 미드필더들이 공을 돌릴 동안 고구려대 선수들은 자신의 자리만 지킨 체 멍하니 서 있었다.

그들 입장에서는 이대로 3분의 시간이 흘러서 경기가 끝났으면 하고 바라고 있었을 터. 하지만 그때 언제 움직였는지 고구려대 진영 깊숙이 들어가 있던 현수가 자신의 앞쪽을 손짓으로 가리켰다. 현수 앞쪽 빈 공간으로 크로스를 올리란 얘기다. 그 공간은 바로 골 에어리어 안. 크로스 된 공을 바로 유효 슛으로 연결시키겠단 소리였다.

“이리로.”

나진목이 연신대 미드필더로부터 공을 받아서 고구려대 진영으로 돌파해 들어가면서 현수가 요구한 바로 현수 앞쪽 공간을 향해 크로스를 올렸다. 현수와 나진목이 서로 사인을 주고받는 걸 고구려대의 센터백 조재훈이 쭉 지켜보았다.

“안 돼!”

이에 현수가 또 다시 노마크 찬스를 맞게 그냥 내버려 둘 수 없었던 조재훈이 이를 악물고 움직였고 막 나진목이 올린 크로스를 트래핑하려는 현수를 압박했다.

퍽! 퍽!

아직 공은 허공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조재훈과 강현수와 몸싸움이 있었다. 이때 조재훈은 손으로 현수의 유니폼을 막 잡아챘다. 그럼에도 현수는 꿈쩍도 하지 않고 자신이 잡은 자리를 지켜냈다.

파팟!

이때 공이 떨어져 내렸고 둘이 동시에 점프를 했다. 하지만 몸싸움을 통해 더 좋은 위치를 선점한 현수가 정확히 이마에 공을 갖다 대면서 살짝 공의 방향을 틀었다.

골키퍼가 놀라운 반사 신경으로 그 공의 방향을 쫓아 몸을 날리는 걸 보고 현수는 그라운드로 내려섰다.

그때 그와 같이 뛰었던 조재훈이 뒤늦게 떨어지며 현수와 뒤엉켜서 쓰러졌다. 현수는 쓰러지며 골대를 쳐다보았는데 공이 골키퍼 손끝을 살짝 넘어 드롭 되면서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삐이이이익!”

그 골과 동시에 주심이 길게 경기 종료 휘슬을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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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스코어 12대 7! 결국 연신대가 숙적 고구려대를 5골 차로 이기며 대학축구 왕중왕 전에서 첫 승을 올렸다.

두 팀을 통해 들어간 골만 무려 19골이었다. 많은 골이 터진 만큼 재미있는 경기를 관람한 관객들은 다들 즐거운 얼굴로 서울 월드컵 경기장을 나섰다.

“진짜 일 년 치 축구를 다 본 거 같다.”

“강현수는 찔러 주면 킬 패스고 슈팅을 때리면 다 들어가더라고. 완전 멋있지 않아?”

“강현수만 빛난 경기였어. 하지만 재미있었다.”

그렇게 연신대와 고구려대 경기를 직관한 관객들이 그 경기 결과가 인터넷상에 올렸고 그걸 본 사람들은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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