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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624화 (624/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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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쉽게 골이 터진 만큼 연신대는 또 쉽게 공을 허용했다. 주장인 이기찬의 쓴 소리에 현수가 앞서처럼 허망하게 뚫리진 않았다. 하지만 현수는 자기 자리만 지켰다. 즉 평소의 현수처럼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고 다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현수의 움직임을 이번에도 고구려대 측이 먼저 눈치 챘다. 그래서 고구려대 주장 조재훈은 좌우 측면 윙어들을 활용해서 연신대 좌우를 돌파하게 했다. 그 다음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그 공은 스트라이크 하재봉에게 집중 되었다. 피지컬에서 연신대 수비수들을 앞서는 하재봉은그 공을 잡아서 직접 돌파 골을 만들어 내든 아니면 다른 고구려대 선수에게 공격 찬스를 만들어 주던 결정을 내려야 했다.

‘나는......’

하재봉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헤딩으로 공을 떨어트려 주었고 그 공이 뒤에서 쇄도해 들어오던 고구려대의 미드필더에게로 향했다.

빠앙!

고구려대의 미드필더는 하프발리 슛으로 그 공을 때렸고 빨랫줄처럼 뻗어 나간 그 공을 연신대 골키퍼는 막지 못했다.

출렁!

그렇게 연신대에서 장군을 하자 고구려대에서 멍군을 하며 전반전 30분까지 양 팀은 2대 2로 동점 상황을 유지했다.

점수만 놓고 보면 두 팀은 팽팽하게 싸우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는 달랐다. 바로 단 한 명의 선수가 경기를 지배하고 있었기 때문에 말이다. 그걸 그 선수는 그라운드에 있는 모든 사람들 앞에서 증명을 해보였다.

현수는 연신대의 스로인 공격에 앞서서 위치를 위로 끌어 올렸다. 그러니까 중앙 미드필더에서 공격수, 그것도 센터포워드가 된 것이다. 하긴 지금 그라운드에서 강현수에게 포지션이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그가 적진에 나타난 이상 골은 반드시 터져야 했다.

스윽!

현수는 공의 위치와 고구려대 수비수들의 위치를 재빨리 확인했다. 포백이 뒤로 많이 물러나 있었는데 이건 위험지역 안에서 연신대 공격수들에게 절대 공간을 내어주지 않겠단 소리였다.

‘상대가 공간을 내어주지 않는다면 억지로 만들어 내기 보다 다른 공격 방법을 택하는 게 낫지.’

현수도 이제 예전의 그 현수가 아니었다. 지금 그는 마법 아이템인 카멜레온 축구복의 능력을 일체 사용하고 있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와 같은 또래의 고구려대 선수들은 그의 상대가 되지 못하고 있었다. 그건 그들과 강현수의 실력차가 그만큼 크게 벌어졌단 소리였다.

“간다.”

고동찬의 외침과 함께 공이 나진목에게 연결 되었다. 나진목은 방향을 홱 틀어서 고구려대 왼쪽으로 치고 올라갔다. 하지만 그의 공격은 곧 상대 고구려대 수비수의 발에 막히고 말았다.

“역습 찬스다.”

조재훈이 공을 뺏어 역습에 나서는 순간 강현수가 나타나서 나진목과 같이 그를 강하게 압박했다.

“크윽!”

신음성과 함께 조재훈이 소유하고 있던 공이 그의 옆으로 흘렀고 그 공을 쇄도해 들어 온 슬라이딩 끝에 공을 발에 맞췄다.

툭!

그 공이 현수에게 연결 되었다. 현수는 고동찬에게 패스 받은 공을 접었다. 그 자리에서 슈팅으로 연결하기에는 확실히 거리가 멀었다.

‘얼추 38미터는 되겠는 걸.’

고구려대 수비수들이 페널티 박스 안쪽으로 이동하는 게 현수의 눈에 보였다. 순간 현수가 벼락 같이 슈팅을 때렸다.

퍼엉!

공을 잡아 놓고 마음 껏 때린 슈팅이기에 위력은 상당했다.

“헉!”

고구려대 골키퍼의 입에서 다급한 신음성이 터져 나왔다. 그대 고구려대 골키퍼는 공을 보고 감각적으로 몸을 날리고 있었는데 공이 그의 움직임 보다 좀 더 빨랐다. 때문에 공이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간다면 그대로 골로 연결 될 상황.

터엉!

하지만 현수의 슈팅은 크로스바를 맞고 뛰어 올랐다. 고구려대 수비수들은 세컨 찬스을 주지 않기 위해서 급히 공을 라인 밖으로 처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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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격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연신대의 스로인이 있었고 그 공을 연신대 측면 미드필더 김석진이 길게 현수에게 롱 스로인을 했다.

탁!

현수는 그 공을 가슴으로 트래핑 한 뒤 골문을 노렸다. 거리는 아까 슈팅을 때렸을 때보다 훨씬 가까웠다. 하지만 대 놓고 슈팅을 때릴 수 없었다. 고구려대 수비수 두 명이 재빨리 그의 앞을 가로 막았기 때문에.

“어림없다.”

“어딜......”

현수는 살짝 미간을 좁혔다. 하지만 그의 결정을 빨랐다. 상대 수비수가 그와의 거리를 좁히는 것을 보고 바로 돌파를 선택한 것이다.

툭!

왼쪽 인사이드로 터치한 공이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퍼스트 터치가 환상적이었다.

“오른쪽이다. 돌파를 허용하면 안 돼!”

뒤쪽의 고구려대 센터백 조재훈의 목소리가 울릴 때 현수의 오른팔이 움직였다. 그리고 바로 이어지는 왼팔의 움직임. 공이 좌우로 왔다갔다 하는 사이 수비수는 그 공에 시선을 빼앗겼고 순간 사람인 현수를 놓쳤다.

“헉!”

놀란 수비수들이 현수를 잡으려 했을 때 이미 현수는 그들 보다 한 걸음 앞에서 용수철처럼 튕겨 나가고 있었다.

“젠장... 양발 드리블에 당했다.”

현수는 드리블로 간단히 두 수비수를 벗겨 내고 골문을 향해 돌진 했다.

“어림없다.”

촤아아아악!

그때 고구려대의 주장이자 센터백 조재훈이 태클로 현수를 저지하려 했다. 하지만 현수는 공을 더 빠르게 치고 들어가며 조재훈의 태클을 피해버렸다.

“빨, 빨라!”

조재훈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재훈도 이 순간 인정 할 수밖에 없었다. 강현수는 더 이상 그가 노는 물이 다르단 걸 말이다.

사실상 마지막 수비수였던 센터백을 돌파 해 버린 현수를 막을 수 있는 것은 골키퍼뿐이었다. 고구려대 골키퍼는 비장한 얼굴로 각을 좁히려 들었다. 이때 현수는 충분히 혼자 골을 만들어 낼 수 있었지만 슬쩍 시선을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그의 눈에 빈공간으로 움직이는 고동찬이 보였다.

‘그래. 너도 한 골 넣어라.’

현수는 적선 하듯 패스를 했고 그 패스를 받은 고동찬은 비어 있는 골대 안으로 가볍게 공을 차 넣었다.

촤악!

골을 넣은 고동찬은 자신에게 골을 만들어 준 현수에게 손짓으로 고마움을 표했다. 현수는 그 한 번의 움직임으로 이 경기가 자신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경기임을 증명했고 그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서울 월드컵 경기장 안에 아무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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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어 3대 2!

연신대가 다시 한 골을 앞서 가는 가운데 현수는 여전히 소극적으로 자신의 포지션만 지켰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고구려대 스트라이크 하재봉은 진땀을 흘려야 했다. 중앙에서 강현수와 부딪치면 쪽쪽 그가 공을 빼앗기거나 커트를 당했기 때문에 말이다.

퉁!

현수가 중앙에서 하재봉에게 크로스 된 공을 간단히 헤딩으로 걷어 냈다. 두 사람의 신장 차이는 비슷했는데 점프에서 차이가 크게 났다. 강현수가 거의 20센티 더 높이 뛰니 하재봉에게 넘어 올 하이볼은 없었던 것이다.

“젠장.....”

그 때문에 하재봉의 얼굴이 사납게 얼굴을 찌푸렸다. 그렇게 중앙에서 하재봉이 막히자 고구려대는 측면에서 바로 공격을 해 들어왔다. 즉 하재봉을 미끼로 삼았던 것이다. 하재봉이 강현수를 비롯한 연신대 수비수들의 견제를 받는 동안 측면에서 활발하게 중거리 슛을 때려 대기 시작한 것이다.

툭!

그 슈팅을 연신대 골키퍼 방주혁이 비교적 잘 막았다. 하지만 그것도 한 두 번이지 제대로 발에 얹힌 슈팅을 방주혁은 막아 내지 못했다.

출렁!

결국 전반전을 2분 남겨 둔 상태에서 연신대는 뼈아픈 동점 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됐다.”

“이렇게 전반전도 끝이다.”

그 골로 연신대 선수들은 물론이고 고구려대 선수들도 3대 3 동점인 가운데 전반전이 끝날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예상을 뛰어 넘는 존재가 그들과 같이 경기를 뛰고 있었다.

“공 줘.”

연신대의 킥오프! 그리고 나진목은 공을 요구하는 중앙 미드필더 강현수에게 공을 차 주었다. 그리고 강현수의 원맨쇼가 펼쳐졌다.

툭툭!

강현수는 혼자 공을 치고 고구려대 진영으로 넘어갔다. 당연히 그런 그 앞을 고구려대 선수가 막아섰다.

툭!

현수는 왼발 인사이드로 공을 터치했다. 공의 방향은 오른쪽. 고구려대 서수는 현수의 드리블을 보고 재빨리 대응했다.

‘양발 드리블이다. 오른쪽으로 치고 나와서 왼쪽으로 돌파인가? 그런 패턴은 나한테 안 통해.’

고구려대 선수는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제스처를 취한 뒤 빠르게 왼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겼다. 현수의 페이크에 고구려대 선수도 페이크로 맞대응을 한 것이다.

현수는 예상대로 오른발을 이용해 왼쪽으로 공을 보냈다. 그걸 보고 고구려대 선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됐다.’

고구려대 선수는 현수를 막았다고 확신했다. 하지만 그 순간 현수의 왼발이 뒤로 움직였다.

툭!

그리고 보고도 믿기지 않을 장면이 연출 되었다. 현수가 앞쪽이 아니라 뒤쪽으로 공을 빼서 오른쪽으로 숨겼다. 고구려대 선수는 다급히 오른 발을 뻗었지만 그의 발에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현수는 그대로 오른쪽으로 돌파를 했고 고구려대 선수는 어이없이 뚫려 버렸다. 한마디로 자기 꾀에 자기가 속아 넘어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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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려대 센터백 조재훈은 강현수가 공을 받아서 대놓고 하프라인을 넘어 오는 걸 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이대로 전반전이 끝나나 생각했었는데 강현수가 직접 나서는 걸 보고 불길한 느낌이 강하게 든 것이다.

그런 강현수 앞으로 팀의 미드필더 탁구영이 막아섰다. 탁구영은 고구려대 선수들 중에서 발재간이 제일 좋았다. 때문에 강현수도 쉽게 탁구영을 떨쳐 낼 수 없을 거로 봤다. 즉 탁구영이 강하게 물고 늘어지면 강현수도 별수 없이 딴 연신대 선수에게 패스를 할 것이고 그럼 그쪽이 공격해 오게 그냥 내버려 두면 됐다.

어차피 강현수가 아니면 나머지 연신대 선수들로는 골을 터트릴 수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 전반전도 곧 끝날 터였다.

“엇!”

그런데 강현수가 너무도 간단히 탁구영을 돌파 했다.

“스톱 앤 턴?”

화려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쉽지 않은 드리블 동작으로 말이다. 강현수는 조금 전 양발 드리블을 한 것처럼 보였지만 왼쪽 발로 공을 멈춘 뒤 오른쪽 뒤로 뺐다. 그게 바로 스톱 앤 턴으로 이건 기술이라기 보다 드리블 과정이라고 봐야 했다. 스톱 앤 턴은 왼쪽 발로 수비수 사각으로 공을 보내기 때문에 제대로 먹혀들면 수비수가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었다.

“헉!”

파파파팟!

하지만 조재훈은 강현수의 드리블을 보고 감탄하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강현수가 그 뒤 파죽지세로 고구려대 진영을 뚫고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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