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베이징 올림픽 -->
그러니 대회 측에서도 연신대 감독인 이명신에게 쓴 소리를 해댔고 이래저래 욕만 배불리 얻어 먹은 이명신은 꼭지가 돌지 않을 수 없었다. 특히 현수를 소개해 주겠다며 향응을 제공 받은 스카우트들에게 멱살에 욕설을 실컷 얻어먹은 뒤 이명신은 완전 이성을 잃고 현수를 가만 두지 않을 거라며 그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렸다.
철컹!
하지만 현수는 뒷문을 통해서 선수 대기실에 들어갔다. 그런 현수를 연신대 선수들은 다들 반갑지 않은 시선으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또 뭐라고 할 수 없는 게 현수가 없는 연신대는 팥고물 빠진 찐빵이었다. 그걸 알기에 불만은 있어도 아무도 뭐라 말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연신대 주장인 이기찬은 달랐다.
“야! 어휴.... 빨리 옷이나 갈아입어.”
이기찬은 현수에게 할 말이 많아 보였는데 시간을 확인하고 잔소리는 경기가 끝난 뒤에 하기로 했다.
“미안.”
현수는 이기찬과 연신대 선수들에게 간단히 사과를 한 뒤 자신의 이름이 적혀 있는 라커룸 앞으로 갔다. 거기에 이기찬이 연신대 라커에서 가져다 놓은 현수의 옷 가방이 있었고 현수는 그 안에서 연신대 유니폼을 꺼내서 착용했다. 그 유니폼은 당연히 현수가 상태창에서 몰래 꺼낸 마법 아이템인 카멜레온 축구복이었다.
현수가 그 축구복을 입자 바로 그의 눈앞에 카멜레온 축구복의 창이 열렸다.
[마법 아이템- 카멜레온 축구복(스킬 장착형, 상급)]
축구 기술이 장착 가능한 아이템이다.
1. 장착 스킬: 폭발적인 전진 드리블, 폭발적인 대시(Dash), 인사이드 드리블, 백숏, 마르세유 턴, 펜텀 드리블, 라보나 페이크(Ravona fake), Farfusio, 플립플랩, 라보나 킥, 불꽃 슛, 대포 슛, 무 회전 슛, UFO 슛, 오버헤드킥, 타킷 적중 프리킥, 공만 살짝 터치 태클, 패스 가로채기 태클, 바나나 킥, 정확한 발리킥, 감각적인 뒷공간 패스, 타깃 맨 센터링, 타깃 맨 크로스, 정확한 얼리 크로스, 다이빙 헤딩, 몸싸움 뿌리치기, 몸싸움 뒤 점프하기, 진흙탕에서 드리블, 진흙탕에서 헤딩, 정확한 점핑 헤딩
2. 유료 스킬(프리미엄): 언제든 구매 가능.
V자 드리블(+10,000), 크루이프 턴(+20,000), 시저스 킥(+20,000), 힐 스넵(+10,000), 수중 드리블(+10,000), 스텝 오브 콤보(+20,000), 스텝오브 백 힐(+10,000) ............... 정확한 힐 킥(+10,000), 전방 스루패스(+10,000), 뒤에 눈 달린 힐 킥(+10,000), .......정확한 땅볼 크로스(+10,000), 한방에 롱 패스(+10,000), 원 바운드 헤딩(+10,000), 백 헤딩(+10,000), 사각지대 헤딩(+20,000)......... 순식간에 공 뺏기(+20,000), 패스 가로채기 태클(+10,000), 파워 태클(+10,000), 태클로 공만 쏙 빼내기(+20,000), 지저분한 몸싸움(+20,000), ............
현수는 올림픽에서 뛰면서 카멜레온 축구복의 능력을 상급까지 끌어 올린 상태였다. 즉 현수는 당장 세계 프로 어느 무대에서 뛰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월드 클래스급 선수가 됐단 소리였다. 그런 현수가 겨우 국내에서 그것도 프로도 아닌 대학 리그에서 뛴다는 게 사실은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한 마디로 이번 현수가 대학 왕 중 왕 전에 참가 한 것은 어린이 시합에 어른이 참가한 거나 마찬가지였다.
현수는 눈앞에 보이는 축구 스킬들을 쭉 살핀 뒤 그 창을 지웠다. 현수가 유니폼을 다 입고 정강이 보호대까지 다 착용했을 때 대기실 밖에서 대회 관계자의 외침이 들려왔다.
“선수들 나와 주세요. 곧 시합 진행 합니다.”
그 소리에 연신대 선수들이 대기실 문을 열고 우르르 밖으로 나갔다. 현수는 그런 연신대 선수들이 다 나가고 맨 뒤에 대기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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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신대 이명신 감독이 대기실 밖에서 현수가 오기를 이를 갈며 기다리고 있을 때 상대 팀 고구려대 감독인 김창수는 고구려대 선수들과 같이 대기실 안에서 시합 전에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 김창수 감독이 고구려대 선수 중 가장 덩치가 큰 선수에게 물었다.
“재훈아. 다리 상태는 어때?”
“괜찮습니다.”
“다행이다. 자. 다들 알겠지만 우린 오늘도 3-4-3 전술을 쓴다.”
고구려대는 쓰리백으로 수비가 아주 견고한 팀이었다. 그 핵심에 바로 3학년 센터백 조재훈이 있었는데 그의 부상으로 인해 최근 고구려대의 성적은 좋지 않았다.
5경기에서 실점이 무려 10점이 넘었다. 하지만 조재훈이 복귀 한 지금 상황은 달랐다. 조재훈은 벌써 좌우 풀백 김호균과 주민상과 환상적인 호흡을 선보이고 있었다.
“................라고 연신대에 강현수가 있지만 재훈이와 풀백들이 잘 커버해 준다면 최소한의 실점으로 막아 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연신대 강현수의 실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다. 김창수 감독도 그의 실력을 인정했기에 고구려대 수비진이 실점 없이 강현수를 막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3점 이상 실점은 곤란했다.
“강현수에게 해트트릭까지 줘도 괜찮아. 하지만 그 이상은 곤란하다. 다들 알겠지?”
“네.”
김창수 감독의 말에 고구려대 선수들이 비장한 얼굴로 일제히 대답했다.
“그리고 호철아. 강현수가 치고 올라오면 너도 바로 나와서 녀석이 킥을 하기 전에 막아. 무슨 소린지 알지?”
“네. 감독님.”
“연신대는 사실상 강현수 원맨 팀이라고 봐도 좋다. 강현수만 막으면 우리가 이긴다. 하지만 그게 쉽지 않겠지. 지더라도 좋으니까 대학 팀 답게 패기 있는 모습을 보여 줘라.”
김창수 감독은 그 말 후 선수 대기실을 나섰다. 선수들에게도 서로 얘기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다.
“어?”
그런데 대기실을 나오자 눈앞에 연신대 이명신 감독이 있는 게 아닌가? 뭐 마려운 개 모양으로 안절부절 못한 채 말이다.
“이 감독님!”
그가 부르자 그제야 이명신이 김창수를 쳐다보았다.
“아네. 김 감독님.”
“여기서 뭐하세요?”
“아! 뭐.....”
“벌써 선수들에게 할 얘기 다 하신 겁니까?”
김창수는 이명신이 자신처럼 시합 얘기를 끝내고 선수들에게 따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을 주기 위해 대기실 밖에 나와 있는 줄 알았다.
“아네. 그, 그렇죠.”
“역시 대단하십니다. 저도 선수들을 믿고 맡기는 자율 축구를 선호하고 있는데 이 감독님은 못 따라 가겠네요.”
“아이고 아닙니다.”
이명신은 김창수의 극찬에 자기도 모르게 허리가 숙여졌다. 그러면서 현수에 대한 분노도 조금씩 누그러졌다. 그렇게 이명신과 김창수가 대기실 밖에서 얘기를 나눌 때 대회측 관계자가 그들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대기실 안에 양팀 선수들이 들으란 듯 큰 소리로 외쳤다. 곧 시합이 시작 될 테니 대기실 밖으로 나오라고 말이다.
그 소리에 양 팀 대기실 문이 비슷하게 동시에 열리며 선수들이 대기실 밖으로 쏟아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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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달 전만해도 연신대 축구부와 고구려대 축구부는 서로 라이벌이었다. 당시 연신대의 공격의 선봉장은 강현수였고 고구려대의 수비의 핵심은 조재훈이었고 말이다. 그래서 창과 방패의 싸움이란 얘기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강현수란 창이 너무도 날카로워서 고구려대는 그 창을 피하기 급급할 거란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구려대 김창수 감독은 연신대를 상대로 압박 축구를 펼칠 생각이었다.
그 얘기를 김창수가 이명신에게 하자 이명신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저희를 상대로 압박이 필요하긴 할 겁니다. 현대축구의 압박은 어떻게 하면 볼을 빼앗긴 직후 상대를 더욱 빠르고 강력하게 압박할 수 있을까 라는 차원을 넘어서 경기 흐름 및 상대 팀의 스타일에 따라 어느 지역에서부터 압박을 시작해야 하는 가 라는 측면에 더욱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으니까요. 즉, 현대축구에서 각 팀은 경기의 흐름 및 상황을 고려하여 전체적인 라인의 높낮이를 조절하고.....................”
이명신은 상대 감독에게 그들이 오늘 쓸 전술을 칭찬하며 주절주절 떠들어 댔다. 정작 그에 대한 대비는 전혀 해 놓지 않은 채 말이다. 그 사이 시간이 다 됐고 양팀 선수들이 대기실 밖으로 나왔다.
그제야 자신이 상대 감독 앞에서 오지랖을 부리고 있다는 걸 깨달은 이명신은 입을 다물었다. 대신 눈빛을 빛내며 자기 팀 선수들 사이에서 누군가를 열심히 찾았다.
“아아!”
그리고 막 대기실에서 나오고 있는 연신대 한 선수를 발견하고 안도의 탄식을 흘렸다. 그때 그런 이명신에게 부럽다는 듯 김창수가 말했다.
“저런 선수가 있으면 밥 안 먹어도 배가 부르겠습니다.”
“그, 그렇죠. 하하하하.”
이명신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곧장 그 선수에게 다가갔다. 하지만 웃고 있는 그의 얼굴은 그 선수에게 다가갈수록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그 선수 앞에서는 악귀처럼 변했다.
“강현수. 너 이 개.......”
현수는 이명신 감독이 그에게 대 놓고 욕설을 하려 하자 그에게 말했다.
“도로 들어갈까요?”
현수가 손짓으로 뒤쪽 대기실을 가리키며 말하자 이명신은 하려던 욕을 다시 입안으로 집어 삼켰다. 여기서 현수가 빠져 버리면 대회 주최 측에서 진짜 그를 가만 두지 않을 터였다.
“너 이따 시합 끝나고 보자.”
이명신은 그래도 자존심은 남아서는 두고 보자는 말을 남기고 그 자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이명신이 두고 보잔 말이 현수에게는 전혀 위협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가소로워서 현수의 입가에 조소가 어렸다.
“자자. 준비들 됐으면 나가도록 하겠다.”
그때 심판 대기실에서 나온 3명의 심판 중 한 손에 공을 들고 있는 주심이 선수들에게 외쳤다. 그리고 그가 맨 앞에서 움직이고 그 뒤로 두 선심들이 뒤를 따라 움직이자 양 팀 선수들이 2열로 늘어서서 그들을 뒤를 따라 경기장으로 입장했다.
그들은 그라운드에 들어가자 알아서들 심판들을 중앙에 두고 양쪽으로 늘어섰다. 그리고 앞쪽 선수들이 앉으면서 자연스럽게 사진 촬영을 위한 준비가 끝났다.
찰칵! 촬칵!
그렇게 경기 시작 전 기념 촬영이 있고 나서 두 팀 선수들은 중앙선을 기준으로 양쪽으로 나뉘어서 그라운드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 사이 선심은 각자 자리를 잡고 주심은 공을 들고 센터서클 한 가운데 센터 스팟에 공을 놓고는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의 시간을 체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