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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쓰는 미드필더-619화 (619/712)

<-- 베이징 올림픽 -->

꼼지락거리는 소리에 현수는 잠에서 깼다. 그리고 눈을 뜨니 동그랗게 눈을 뜨고 있는 사지희의 두 눈과 마주쳤다.

“잘 잤어요?”

“네. 뭐......”

현수는 사지희가 자신의 품에 꼼짝도 못하고 폭 안겨 있는 걸 확인하고 그녀의 몸을 감고 있던 팔과 다리를 치웠다. 그러자 사지희가 살겠다는 듯 한숨을 내쉬고는 몸을 일으켰다. 그때 그녀의 가슴이 출렁거렸는데 현수가 그걸 빤히 쳐다보고 있자 사지희가 움찔하며 두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가렸다. 그러자 현수가 그 아래 사지희의 가랑이 사이로 시선을 내리자 그 시선을 쫓고 있던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몸을 돌려 앉았다. 그러다 후다닥 몸을 일으켜서는 원룸 한쪽에 벗어 놓은 그녀 옷으로 뛰어가서는 허겁지겁 속옷과 나머지 옷을 챙겨 입었다. 그걸 보고 피식 웃던 현수는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이불을 개고 정리를 시작했는데 그때 사지희가 식탁 위에 핸드폰을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현수씨. 아까부터 계속 전화가 걸려오던데요.”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현수의 핸드폰이 울렸다. 현수는 곧장 식탁 쪽으로 가서 그 위에서 시끄럽게 울려 대는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랬더니 연신대 감독 이명신이었다.

“뭐지?”

이명신은 현수가 이번 대학리그 왕 중 왕전에 출전하는 대신 훈련에 관해서 터치를 하지 않기로 했었다.

“네. 감독님.”

현수는 이명신의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이명신이 버럭 성을 냈다.

-너 이 새끼 왜 전화를 안받아?

“새끼? 지금 저 보고 새끼라고 하신 겁니까?”

-아, 아니. 네가 하도 전화를 안 받다보니까 내가 말이 헛 나온 거지. 미안하다.

이명신이 바로 꼬리를 내리니 현수도 더 뭐라 말하기 그랬다. 그래서 그 일은 그냥 넘어가기로 하고 이명신에게 말했다.

“왜 전화 하셨는데요?”

-왜긴. 오늘 시합 있는데 너한테 연락이 안 되니까 이 난리지.

“시합이요?”

-그래. 오늘 고구려대와 왕 중 왕전 시합 있는 날이잖아.

“네? 이틀 뒤 아니에요?”

-대회 일정이 전체적으로 이틀 당겨졌다는 얘기 기찬이 한데 못 들었어?

연신대 센터백이자 주장인 이기찬을 이명신이 들먹이자 현수가 재빨리 대답했다.

“네 뭐. 들은 거 같네요. 제가 깜빡한 모양입니다.”

현수가 볼 때 이기찬이 자신에게 연락을 안 했다기 보다 이명신이 이기찬에게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었을 터였다. 그런 말을 들었다면 이기찬은 하다못해 자신에게 문자라도 보냈을 테니 말이다.

“몇 시에 어디로 가면 되는데요?”

-두 시에 서울월드컵 경기장으로 오면 돼.

대학 최강을 가리는 왕 중 왕전이랍시고 경기장은 큰 대로 잡은 모양이었다.

“알겠습니다. 시간 맞춰 갈게요.”

-한 시까지는 와야 해. 알았지?

“네.”

현수는 대답을 그렇게 했지만 1시까지 서울월드컵 경기장에 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두 시에 경기가 시작하는 게 아니라 아마 두 시에 행사 같은 걸 할 것이다. 그럼 그 뒤 한 두 시간은 지나야 본 경기를 시작할 터. 현수가 생각하기에 아마 고구려대와의 경기는 3시 30분이나 4시쯤 시작 될 터였다.

-꼭 한 시까지 와야 한다.

“그 참. 알았다고요. 에이. 짜증나. 확 그냥 안 갈까 보다.”

-아, 아니. 알았다. 전화 끊으마.

연신대 이명신 감독에 현수에게 벌벌 기었다. 하긴 현수가 없으면 왕 중 왕전 우승도 물 건너 가게 되니 그럴 수밖에 없었다. 현수는 허겁지겁 전화를 끊는 이명신 감독 때문에 아침부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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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가 통화 중에 신경질을 내다가 갑자기 웃는 걸 보고 사지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 궁금한 듯 그에게 바로 물었다.

“현수씨. 무슨 전화를 그렇게 받아요?”

“아네. 감독님 전환데 속이 훤히 다 보여서요.”

“네?”

“시합은 4시쯤 할 거 같은데 1시까지 오라 지 뭡니까?”

현수의 그 말이 사지희는 당연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시합이 4시면 3시까지 가도 충분 하지 않나요?”

“그렇죠.”

“그런데 왜 그렇게 빨리 1시까지 오라는 건데요?”

“보나 마나 행사장에서 절 데리고 다니면서 자기 위신을 세울 생각인 거죠. 또 프로 팀 관계자들에게 절 소개도 시켜 줘야 할 테고.”

“아아.”

현수의 그 말에 사지희도 이해가 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마디로 감독님이 호가호위 하려한다는 거군요?”

“호가호위요? 하하하하. 그러고 보니 그러네요.”

현수는 사지희의 말에 껄껄 웃었다. 그때 그녀와 자신의 배에서 동시에 꼬르르 소리가 났고 그 소리에 또 한 번 현수가 웃었다. 그런 현수를 보고 사지희도 따라 웃었고.

“집에 먹을 게 없어요. 그러니 아침은 나가서 먹어야겠네요.”

현수의 말에 사지희가 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뭐 먹으려고요?”

“이 시간에 제대로 된 아침 식사는 해장국집 밖에 없죠. 요 앞에 새로 생긴 뼈다귀 해장국집이 있던데 거기로 가죠?”

“네. 좋아요.”

사지희는 좋다며 현수 옆에 착 달라붙었다. 그렇게 현수는 사지희를 데리고 원룸을 나섰다. 그런데 사지희가 껌딱지처럼 자기 옆에 붙어 있자 조금 기분이 묘했다. 아무래도 그녀와 같이 자고 또 이렇게 같이 아침을 먹으러 가니까 동거커플이나 신혼부부 같은 느낌이 난 모양이었다.

뭐 어째든 현수는 오늘 아침 식사를 혼자 먹지 않아서 좋았다.

“후루룩....쩝쩝쩝.....”

사지희는 배가 고팠던지 뼈다귀 해장국 한 그릇을 금방 비웠다. 그래서 현수가 물었다.

“좀 더 먹을래요?”

“네?”

“나도 한 그릇으로 모자라서요. 한 그릇 더 시켜서 나눠 먹을까 하는데?”

현수의 그 말에 사지희가 재빨리 고개를 주억거렸다. 현수는 곧장 종업원을 불러서 해장국 한 그릇을 더 시켰다. 그렇게 새로 시킨 뼈다귀 해장국을 사이좋게 나눠 먹은 뒤 현수는 사지희와 원룸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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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가 사지희와 원룸에서 같이 양치질을 하고 있을 때였다. 핸드폰이 울렸고 확인한 현수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네. 엄마. 네? 아뇨. 제가 지금 가지러 갈게요. 네. 오후에는 시합이 있어서 지금 가는 게 좋겠어요. 네. 그럼 좀 이따 봬요.”

현수가 통화를 끝내자 사지희가 바로 물었다.

“어머님이세요?”

“네. 반찬 가지고 여기로 오시겠다고 하시기에 제가 지금 그쪽으로 간다고 했어요.”

그 말 후 현수가 외출준비를 하자 사지희가 현수 눈치를 봤다. 딱 보기엔 그녀도 따라 가고 싶은 모양인데 현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현수가 사지희를 데려 가면 모친이 호들갑을 떨게 분명했으니까. 그럼 사지희도 가만있지 않을 테고 아마 두 사람은 현수 앞에서 며느리와 시어머니 코스프레를 할 게 뻔했다.

현수는 사지희를 자신의 여자로 인정했지만 그렇다고 그녀와 결혼해서 평생을 함께 할 생각은 없었다. 아직 할 일이 많은 현수에게 결혼이란 아직 먼 나라 얘기 일 뿐이었으니까.

“금방 갔다 올게요.”

사지희는 현수가 그녀를 모친의 집에 데려가 주길 기대한 모양이었는데 현수가 혼자 갔다고 온다고 하자 시무룩하니 대답했다.

“네에.”

하지만 현수는 사지희를 혼자 남겨 두고 원룸을 나섰다. 그리고 차를 타려다 시간을 확인하고는 생각을 바꿨다.

원래는 차를 타고 모친의 집에 가서 반찬을 가져 올 생각이었는데 그럴 경우 오가는 데 시간을 다 보낼 거 같았다. 그래서 현수는 차는 두고 상태창의 인벤토리에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를 꺼내 걸쳤다. 그러자 눈앞에 상태창이 바뀌었다.

[마법 아이템- 텔레포트 바바리코트(포인트 소비형)]

일정 포인트 사용으로 텔레포트가 가능한 아이템이다.

1. 반경 10Km이내 텔레포트(+5,000)

2. 반경 50Km이내 텔레포트(+7,000)

3. 반경 100Km이내 텔레포트(+1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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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서울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20,000)

8. 각 도별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15,000)

9. 대한민국 전역 텔레포트 사용권- 10장 당 (+50,000). 단 섬 제외. 섬은 별도 구매

현수가 머릿속으로 모친의 집에서도 자기 방을 떠올리자 시스템에서 바로 반응이 왔다.

[띠링! 현 위치에서 룸살롱 칸타타는 반경 24Km에 있습니다.]

현수는 바로 반경 50Km이내 텔레포트를 선택하면 됐다.

[띠링! 7,000포인트 결제. 남은 포인트 9,039,790]

결제 창이 뜨고 나자 바로 현수의 몸이 하얀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머리가 아찔한 순간 현수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그의 눈에 그의 방 창이 보였다. 현수는 그 창을 통해 잠시 밖을 내다보다가 자기 방을 나와서 아래로 내려갔다. 그런데 집에 모친이 보이지 않았다.

“엄마! 외삼촌!”

현수가 외삼촌까지 찾았는데 대답이 없었다. 현수는 곧장 탐지 마법을 사용했는데 집에 두 분은 계시지 않았고 대신 모친의 집에서 500여 미터 쯤 떨어진 곳의 마트에서 두 분이 감지되었다. 아무래도 잠깐 장을 보러 나가신 모양이었다.

현수는 모친과 외삼촌이 올 때까지 기다리기로 하고 거실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리모컨으로 TV를 켰다.

외삼촌이 뉴스 채널을 보고 계셨던 모양이었다. TV에 뉴스가 나왔는데 막 일반 뉴스가 끝나고 스포츠 뉴스로 넘어갔다. 그리고 TV화면에 등장한 금발 미녀의 얼굴을 보고 현수의 입에서 절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오오!”

바로 올림픽에서 그와 눈이 맞았던 미국 여자 테니스 스타 안젤리나가 호주 오픈에서 정상에 올랐다는 소식이었다.

안젤리나는 러시아의 테니스 요정 사라포바와 연장 승부 끝에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그런데 스포츠 뉴스에서 황당한 소릴 했다.

[현지 우승 인터뷰에서 안젤리나가 자신의 애인을 극찬하는 말을 했는데 놀랍게 그녀의 애인이 한국인이라고 했답니다. 그래서 저희 MGS에서는 그 애인이 누군지 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스포츠 뉴스의 그 말에 현수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아니 그 애인이 누군지 알아내서 뭐하겠다고......”

안젤리나가 말한 한국인 애인은 강현수 자신이 틀림없었다. 안 그래도 축구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현수인데 거기다 안젤리나의 애인이 자신임이 밝혀져서 좋을 건 없었다. 아니 현수의 여자들을 생각하면 절대 밝혀져선 안 될 일이었다.

당장 유혜란과 한혜영만 하더라고 그 사실을 알면 현수를 가만 두지 않을 터였다. 그러니 안젤리나가 자신의 얘기를 입밖에 내게 해선 안 됐다. 그래서 현수는 직접 그녀에게 국제 전화를 걸었다.

-헬로.

현수는 안젤리나와 원활하게 의사소통 하기 위해서 통역 마법인 베어리어스 트랜스레이트 랭귀지 리스닝(Various translate language listening)과 베어리어스 트랜스레이트 랭귀지 스피킹(Various translate language speaking)를 사용한 상태였다. 그래서 유창한 영어로 안젤리나와 전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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